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05화 (105/263)

< 몸값이 천정부지? (1)>

‘곧 연말인데···. 조용히 쉬긴 글렀구만?’

성공적으로 팬미팅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편하게 휴식을 취해볼까 하는데 여기저기서 나와 유정 씨를 귀찮게 하고 있었다.

[나만의 세계 글로벌 흥행으로 출연진 인지도 급상승 中?]

드라마 ‘나만의 세계’가 ‘조선 킹덤’에 이어 글로벌 흥행 성적을 거두자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다시 조명받기 시작했다.

나유정을 필두로 이수현, 한성우, 정혜성, 김형탁, 한기주 등···. 각종 영화, 드라마, 심지어는 해외에서 이들을 찾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더구나 국내 광고시장에서도 화제성 때문에 계약 1순위로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엄청나게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서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은 나유정은 세계의 유수 브랜드에서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미 세계적 스포츠웨어 브랜드에서 그녀에게 3년간 총 300억 원의 모델료를 제시하여 계약이 성사되었고 다른 브랜드들은 치열한 물밑 접촉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작품을 집필한 이준형 작가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연속 히트도 모자라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스토리를 쓴다는 평가를 받으며 방송사와 제작사들의 넘버1 타겟이 되고 있다.

넷플릭 한국 지부의 이민영 총괄 디렉터 말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섭외 1순위로 이준형 작가가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에서 모시려고 하는 작가가 된 그의 몸값이 과연 얼마가 될 것인지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중략>

*   *    *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로 기사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차기 글로벌 흥행을 노리는 작품은 일단 나중 문제고 우선은 뮤지컬 영화를 만들 준비를 해야지.”

현재 넷플릭과 계약할 작품은 2시즌 후반부를 집필 중인 상태.

뮤지컬 영화 시나리오는 시후가 손을 보는 중이었다.

김시후는 혜수가 나올 영화라며 미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벌써 5번째 교정을 보고 있다고 전해왔다.

‘아니! 저번에 교정한 것도 좋던데···. 도대체 왜?’

“여보세요? 시후냐? 너 시나리오 언제 완성할 건데?”

[지금 이제 5번째라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혜수 님이 나오시는데 완벽해야 하니까···. 하아···. 고민이 많다.]

“고민? 아니 뭘 그런 걸 고민하냐? 네가 아는 혜수 씨의 특징을 캐릭터에 녹이면 될 거 아냐?”

[그, 그렇구나. 그래도 되겠냐?]

“뭐···. 상관없긴 한데···. 그래도 너무 손보지 마라. 어차피 스토리가 메인이 아니다. 알았냐?”

[그래. 알았어. 그런데 대본 리딩 언제 하냐?]

“몰라! 인마! 얼른 시나리오나 끝내라고!”

나는 한소리를 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도대체 얼마나 굉장한 작품을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지금은 시나리오나 배우가 문제가 아니라 곡이 제일 걱정이다. 이 분야는 잘 알지 못해서 일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역시 모르는 분야는 전문가와 상담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정이든이나 DJ. Nec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음···. 뮤지컬 곡을 어떻게 구한담?’

일단 회사에 가서 한상훈 이사에게 조언을 구해보기로 했다. 연륜 있는 작곡가라 인맥이 있을 것 같았다.

‘일단 곡은 한번 물어보는 거로 하고···.’

거실 TV에서는 한성우와 정혜성의 남성복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한 매스티지 브랜드를 런칭한 기성복 업체가 시류에 편승해 두 명의 배우를 섭외하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고, 그게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어 갔는지 상당한 매출 증가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멋진 정장을 입은 한성우가 카메라를 보며 그윽한 눈빛을 발산했다.

‘와···. 눈빛 뭐야? 성우 형은 언제봐도 진짜 잘생겼어. 어쩜 저렇게 중후하고 멋질까?’

그리고 내 눈에 수줍게 미소를 짓고 있는 정혜성의 모습이 들어왔다. 마치 리틀 이정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워낙 임팩트 있게 죽어서 그런지 대중들의 호감도가 정말 상상외로 컸다.

한성우는 예전부터 미남자의 대명사였지만 정혜성은 속칭 요즘 선호하는 스타일의 외모였다.

나는 밀려드는 광고 제의 때문이라도 정혜성에게 매니저를 하나 붙여줄 수밖에 없었다. 하석우 실장에게 말을 하니 아는 유능한 동생이 있다며 일단 소개를 해주고 내가 독립할 때까지 프리랜서로 봐주기로 했다.

많은 기획사에서 정혜성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그는 우직하게 나만 바라보고 가고 있었다. 역시나 저런 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역시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봤지.”

*  *  *

정혜성은 내가 일본에서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회사로 찾아왔다.

“작가님. 몸은 어떠세요? 등 부상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평생 고생할 수 있거든요?”

“이제 괜찮아요. 그런데 혜성 씨 여긴 어쩐 일로···?”

“저 아빠가 될 거 같아요.”

“예? 갑자기요?”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뭐···. 속도위반인 거죠.”

그는 손을 들어 쑥스러운 듯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축하해줄 일이었지만 왠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음···. 그런 소식은 수익적인 면에서 안 좋을 건데요. 아무래도 CF라던가···.”

내가 살짝 걱정하는 소리를 하자 그는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작가님. 저 작가님 드라마 나오고 광고 촬영으로 번 돈이 평생 제가 상상하던 금액을 넘어섰습니다. 그 이상 벌어봐야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런 소식을 밝히면 금전적으로 손해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전 여자친구와 저의 행복이 더 중요합니다.”

이분도 참 특이하긴 하다. 한국에서 멸종된 호랑이 같은 느낌이랄까? 드라마에서는 보통 이렇게 인기를 얻게 되면 눈이 뒤집혀 힘들게 뒷바라지하던 여자친구를 헌신짝처럼 버리기 마련인데···.

“아···. 그런가요? 돈은 다다익선이긴 한데···. 뭐 혜성 씨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시니 제가 강요할 순 없겠죠. 다만 결혼한다고 해서 제가 채용 안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앞으로 일거리는 널리고 널렸습니다. 하하!”

“저는 작가님이 써주시면 무조건 출연하도록 할 겁니다.”

“하하···. 그래도 살펴보시긴 해야죠. 제가 어떤 역할을 줄지 어떻게 아시고···.”

“이상한 역할을 시키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요.”

그는 나를 보고 순진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으음···. 이런 면이 정 사범님의 매력 포인트긴 하다. 솔직하고 순박하고 신뢰가 생기면 무조건 믿고 가는 스타일 말이다.

“혜성 씨 제가 충고하나 드리는데요.”

“네. 말씀하세요. 작가님.”

“결혼하시면 꼭 돈 관리는 형수님께 맡기셔야겠어요. 하하···.”

“안 그래도 그럴 작정입니다.”

“아 그리고 저는 작가님 추천대로 성우 형과 첩보 액션 영화에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그 작품 시나리오가 상당히 좋더군요. 아마 성공할 겁니다.”

“전 작가님 안목만 믿겠습니다. 그럼···.”

그는 사무실을 나가다가 다시 돌아서며 나를 쳐다보았다. 뭔가를 주저주저하는 모습이었다.

“작가님. 유정 씨 놓치지 마세요. 세상에 돈보다 중요한 게 많아요.”

“어휴···. 사범님까지 왜 그러셔요. 안 그래도 저 그거 때문에 온,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스트레스받고 있거든요?”

“죄송합니다. 그냥 보기 안타까워서···.”

“안타까워할 필요가 전혀 없으세요.”

그는 그렇게 내 마음에 또 한 번의 파장을 남기며 떠나갔다. 나는 멍하니 그가 떠난 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돈보다 중요한 게 많다고?’

최근에 유정 씨를 보면 기분이 이상했다. 그녀도 약간 서먹한 느낌이 드는지 예전처럼 말괄량이 같은 행동을 자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나도 모태솔로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단 나는 벌여 놓은 일이 너무 많았다. 독립할 준비도 해야 하고, 로맨스 무협인 ‘천마의 외동딸이 되었습니다’도 얼른 써서 담당에게 보내줘야 했으며, 넷플릭과 계약도 아직까지 미루고 있었다.

이민영 총괄 디렉터는 지금 계약을 하겠다고 미쳐 날뛰고 있지만 나는 3시즌까지 집필을 완료하고 계약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걸그룹을 만들기 위한 연습생 모집도 해야 했다. 연습생은 훈련하고 팀워크를 맞추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독립하자마자 빠르게 움직여 봐둔 연습생들과 계약을 성사시켜야 했다.

그냥 생각한 것만 따져봐도 할 일이 너무 많았다.

“크.. 이걸 언제 다한담? 미치겠네? 누가 대신 좀 해줄 사람 있으면 좋겠는데..”

나는 머리가 복잡해서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중역 의자에 몸을 깊숙히 묻었다.

“끄응··· 별 수 있나. 그냥 차근 차근 하나씩 해 나갈 수 밖에 없지.”

테이블 위에 수첩을 펼치고 해야 할 일들을 적기 시작했다.

‘만약 연애를 하더라도 내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 그녀는 월드 스타급의 대우를 받고 있는데 나는 아직 거기에 걸맞은 어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준형 정신 차려 인마!’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잉··· 지잉···

휴대전화가 진동하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당 출판사 사장님이었다.

“여보세요? 사장님? 어쩐 일이세요?”

[네. 작가님.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다치셨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찾아뵙지도 못했네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사장님.”

[고맙습니다. 작가님.]

“그런데 어떤 일로 연락을 주셨어요? 요즘도 전자책 잘 나가고 있나요?”

[아이고 말도 마십시오. 저희 고당이 작가님 때문에 연말에 거하게 파티를 하게 생겼습니다. 근 십 년간 최고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하하하···. 어째 책 판매가 갈수록 늘어납니까?]

“아마 넷플릭에서 대박이 나서 그런 거 같아요. 드라마를 안 봤던 사람들도 넷플릭에서 한 번에 몰아서 보고 내친김에 책까지 구매하지 않았을까요?”

[네. 저희야 판매가 늘어나면 좋죠. 지금 얼마나 판매가 된 줄 아십니까? 자그마치 89만 부가 나갔습니다. 작가님.]

“헉···. 정말요? 어째 드라마 끝났을 때보다 더 나가는 거죠?”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에서 먹혔다고 하면 또 관심을 두고 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드라마를 보고 빠져들고 책도 사고 그러는 거 같습니다.]

“허···. 도대체 얼마야 이거···. 책 한 권 쓰고 진짜 엄청나네요.”

[그러게요. 저희도 믿기지 않는 게 전자책이 이렇게 많이 팔릴 줄 몰랐거든요. 지금 출판계에서도 이슈이에요. 휴대전화로 책을 잘 보지 않던 독자들이 앞으로 전자책으로 독서 패턴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하고 있습니다.]

“아···. 그런가요?”

나는 사장님의 말에 장단은 맞췄지만 아직까지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미국의 아마존 같은 큰 플랫폼이 없는 중구난방식 경쟁은 전자책 시장의 파이를 키우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차라리 웹툰, 웹소설 시장이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뭐 저희는 작가님만 믿고 가니까요. 아차! 제가 엄청 중요한 건 때문에 전화를 드렸는데 자투리 이야기만 했네요.]

89만 부가 나간 게 자투리? 흐흐···. 이 사장님도 돈 좀 버시더니 이제 스케일이 커지셨네.

“무슨 큰일이 생겼길래 그러세요?”

[아···. 다름이 아니라···.]

고당 출판사의 이 사장이 말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세계적인 출판사인 Burn’s & Eight Noble에서 내 책을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지역에서 독점으로 판매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드라마 끝에 나온 책이 실제로도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급히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나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침을 꿀꺽 삼켰다.

“어, 언제 만날 수 있다고요?”

[그쪽에서는 아무 때나 괜찮다고 빨리 결정만 해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아무래도 번역도 필요하고 타이밍이 중요하니까요.]

“그럼 이번 주에 만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작가님. 그럼 제가 세부적인 것을 조정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한국 내 전자책 판매 수익도 계산하지 않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뒤며 허공에 주먹질을 해댔다.

‘예스! 예스!’

사실 한국에서 잘 팔리면 좋고 추가로 해외 쪽으로 판매를 하면 어떨까 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드라마가 대박이 나니 자연스럽게 세계적 출판사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보다 커질 수도 있었다.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소설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2차 판권까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앉아서 돈을 버는 구조였다.

내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으···. 도대체 일이 왜 이렇게 잘 풀리지? 그리고 전자책 89만 부면 도대체 얼마야? 한 권에 5,400원이 인세로 들어오니···’

나는 곧바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크윽···. 48억···”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나의 자산이 순식간에 50억을 넘어서고 말았다.

ⓒ 소광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