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02화 (102/263)

< 두근두근 쿵! (2)>

일본 팬미팅 행사가 있는 다음 날 아침이었다. 장소는 일본 무도관으로 약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장소였다. 이는 테리우스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이번 팬미팅은 어제 하이터치회와 달리 드라마를 같이 홍보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나유정도 무대에 같이 오를 예정이었다.

“누나. 오늘 공연 괜찮을 것 같아요?”

“글쎄? 좀 걱정되는데? 무슨 팬미팅을 1만 명 규모로 하니? 이건 팬미팅이 아니라 그냥 콘서트잖아?”

나유정은 무대에서 인터뷰가 끝나고 블랙소울의 커버 댄스를 추기로 했다.

“유정이 누나의 블랙소울 커버 댄스라···. 팬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백댄서 해드린다고 했잖아요.”

“그게 더 부담돼.”

“왜요? 블랙소울 채널에도 동영상 올라왔잖아요. 상당히 잘 추시던데요? 이러다 진짜 걸그룹 데뷔하시는 거 아니에요?”

“에이···. 그 정도까지는 아냐.”

“어라? 유정 씨! 저한테는 춤 엄청나게 잘 춘다고 자랑하고 다녔으면서 왜 얘들 앞에서는 약한 모습 보이면서 겸손 떨어요? 끄악···.”

나유정이 내 옆구리를 콱 꼬집는 바람에 버스 안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형···. 형은 왜 그렇게 이해를 못 해? 공자 앞에서 문자 쓰기가 힘든 거지 문맹 수준의 일자무식에는 자랑하기 충분한 실력이잖아. 암!”

“영관아. 그래서 나는 일자무식이고 너는 공자님 수준이냐?”

“훗···. 춤 하면 또 나잖아. 박영관. 칼군무의 정석! 딱! 딱! 딱!”

“뭐? 칼국수 정식?”

“칼군무!”

“어디서 칼군무를 찾냐. 넌 아냐 인마. 솔직히 춤은 창민이가 원탑이지.”

“그럼 그럼···. 준영이 형 말이 100% 맞지. 일주일 전에 리다가 안무 틀린 영상 팬클럽에 올라왔던데 봤음?”

“..........”

“자! 조용···. 오후 2시에 열리는 팬미팅은 춤 하고 노래가 많기 때문에 정신 차려야 해. 그래서 동선도 잘 맞춰보고 리허설도 대충대충 하지 말고···. 알았냐?”

“넵! 알겠습니다. 이 작가님!”

“형···. 그런데 진짜 그 노래 할 거야?”

“뭐 문제 있어? 왜 작가한테 노래를 시키냐고? 내가 안 한다고 했는데 그냥 너희들이랑 인터뷰 할 때 가볍게 1절만  하면 된다며?”

“아니 그게 아니라 슈퍼노바의 ’처절한 피눈물‘을 불러야지. 왜 그런 노래를 해?”

“박영관! 이 자식아! 너 나랑 무대에서 연기 대결할래? 흑역사 또 한 번 만들어줘?”

“미, 미쳤어? 알았으니까 그 노래 하셔. 안 말릴게.’

우리를 태운 버스가 일본 무도관에 도착했다. 주변은 오전부터 굿즈를 사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저기서 내 책도 판다고 했지?’

수익은 얼마 안 되겠지만 상징성이 중요했다. 지금 넷플릭에서 서서히 나만의 세계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니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우리는 리허설을 마치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뒤 팬미팅에 참가했다. 사실상 테리우스 팬미팅에 나유정이 함께 출연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나는 꼽사리로 중간에 잠깐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이었다.

현장은 바쁘게 돌아갔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다 보니 공연 관계자들의 신경이 날카롭게 서 있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눈빛이었다.

팬미팅은 양쪽 옆에 서 있는 거대한 스크린 속 영상부터 시작됐다. 슬기로운 덕질생활에서 테리우스가 공연하는 모습이 멋지게 편집되어 송출되고 있었다.

화면이 나오자마자 관객석에서는 와! 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우와! 대단하네. 콘서트라는 게 이렇게 돌아가는 거구나.’

팬미팅을 가장한 사실상의 미니콘서트였다. 콘서트처럼 빈틈없이 진행되는 게 아니라 팬들과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퍼포먼스도 하고 노래방 형식으로 노래도 부르거나 게임도 하고 이벤트까지 하는 그런 행사였다.

팬미팅 입장권만 8만 원에 가까운 거금으로 콘서트 푯값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공연하는 영상 다음에 슬기로운 덕질생활 하이라이트 장면도 흐르고 있었다. 그때 무대 아래에서 테리우스가 리프트를 타고 위로 올라오면서 핀포인트 조명이 비치니 장내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와아아···.”

“연준!”

“창민! 사랑해!”

“테리우스!”

드라마에서 보던 테리우스를 직접 보고 감회가 새로운지 팬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고 있었다.

테리우스가 3곡을 부르고 나서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을 가졌다. 테리우스는 일렬로 서서 팬들에게 단체인사를 하고 각자 간단한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박영관이 일본말로 자신을 제일 먼저 소개했다. 간단한 인사말이 아니라 꽤나 길게 일본어를 하니 팬들이 놀라워했다.

“오오···”

‘자식···. 열심히 외웠나 보네.’

박영관은 그게 비장의 카드라고 생각했는지 긴 문장을 필사적으로 외운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김훈이 인사를 하자 관객석의 반응이 영관이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일본 팬들은 노래를 잘하는 멤버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었고 한국적 훈남 스타일인 김훈이 의외로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

이어 이창민이 일본어로 짧게 이야기하자 관객석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씁쓸하네. 역시 인기는 얼굴이구만?’

시원시원하게 생긴 상남자 스타일의 운동 청년 창민이는 평소 스타일대로 짧게 인사를 했고 많은 여성 팬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우리 테리우스의 얼굴 천재 한연준이 능숙한 일본어로 팬들에게 인사를 하자 가장 커다란 환호성이 들려왔다.

역시 한국이나 일본이나 최고는 한연준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드라마에서 주연이기도 했고 누가 봐도 깜짝 놀랄 정도의 얼굴 아니겠는가?

스크린에 한연준의 얼굴이 거대하게 클로즈업되자 일본 팬들이 손으로 입을 막고 머리를 감싸 쥐는 등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우와···.”

“스고이···.”

아주 난리가 났다. 계란형의 얼굴에 깊은 눈동자 그리고 오똑한 콧날에 하얀 피부. 어떻게 보면 멋지고 천천난만하기 까지 했다. 꾸미기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로 변하는 그런 얼굴형이었다. 실물로 보면 더욱 빛나는지라 예능에 나갔다 하면 그냥 연예인들조차

연준이를 멍하니 쳐다보기 일쑤였다.

오죽했으면 그룹 초반에 한연준 때문에 굴러가는 그룹으로 알려졌겠는가.

마지막으로 일본 혼혈 정이든이 완벽한 일본어로 인사를 하자 팬들이 다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무리 외국인이 다른 나라의 말을 잘하더라도 특유의 억양이 있어서 발음과 더불어 어색한 티가 날 수밖에 없는데 정이든은 긴 문장을 이야기하면서도 어색함이

없는지라 팬들이 옆 사람을 보거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이게 무슨 일인지 놀라워하고 있었다.

사실 정이든이 혼혈이었다는 사실은 회사도 몰랐고 본인이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팬들도 금시초문인 건 매한가지였다.

인터넷 프로필에도 아버지와 함께 자란 것으로 정보가 올라가 있었다. 미튜브 영상에서도 공개한 적 없었고 어제 하이터치회에서도 많은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일본어 실력은 팬들에게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소개가 끝나고 일본 내 케이팝 전문가로 유명한 사토상이 올라오고 토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자 여러분. 슬기로운 덕질생활에는 테리우스만 있는 게 아니죠. 바로 주연 여배우도 있습니다. 무대로 모시겠습니다. 나 유정 씨입니다.”

“와! 유정!”

나유정의 인기도 테리우스 못지않았다. 나유정의 화려한 얼굴과 늘씬한 체형이 화면에 비치고 있었다. 일본 팬들은 한껏 단장한 그녀를 보고 큰 환호성을 보내고 있었다.

‘하여간 외모 하나만큼은 대박이야.’

그녀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어제 나유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나에게 의심 따윈 없다고 말했다. 그건 내 능력을 100% 신뢰한다는 말이었다. 고맙기도 했지만, 살짝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MC 사토상의 진행으로 인터뷰와 간단한 게임, 다코야키 만들기 등이 진행됐다. 나유정도 테리우스와 함께 무대에 서서 기분이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한 얼굴이었다.

‘훗··· 그렇게 좋을까?’

나는 무대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벼운 인터뷰와 게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드라마 하이라이트를 보며 팬들과 같이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자 갑자기 사토상이 손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관객들에게 슬쩍 질문했다.

“여러분 혹시 슬기로운 덕질생활의 작가님이 테리우스와 나유정 씨의 매니저님이신 거 아세요?”

“하이!”

관객들의 30~40% 정도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팬미팅까지 올 정도라면 나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싶었다. 미튜브를 보다 보면 테리우스 콘텐츠에 내가 가끔 같이 껴 들어가 있었으니까···.

“그럼 이준형 작가님을 무대 위로 모셔보도록 하죠.”

내가 무대에 나타나니 나를 모르는 팬들도 박수를 쳐주었다.

“작가님. 자기 소개해주시죠.”

“네. 저는···.”

“오! 쓰고이···.”

내가 소파에 앉아 나름 유창한(?) 일본어로 통역 없이 사토상과 계속 드라마에 관해 이야기를 하니 팬들이 놀라는 게 느껴졌다.

나는 촬영 당시 에피소드와 나유정과 테리우스에 대해 귀여운 폭로를 해가며 좌중을 웃기고 있었다.

왠지 모르지만 나도 살짝 관종끼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람 많은 이런 자리에서 괜히 오버를 하는 버릇 같은 게 있었다.

“이제 멤버들의 개인별 노래를 한 번씩 들어보는 시간인데요. 혹시 이 작가님 먼저 가능하시겠어요? 제일 처음에 하는게 부담이 작거든요?”

“네. 제가 사실 노래나 춤 같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제가 테리우스 매니저 아니겠습니까? 시키면 해야죠.”

“하하하! 네. 그럼 이준형 매니저 겸 작가님의 노래를 듣겠습니다. 음악 주세요.”

나는 몸에 힘을 빼고 가볍게 부를 작정이었다.

‘어차피 1절만 할 건데 뭐···’

내가 무대 옆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곧바로 음악이 나왔다. 나는 음악이 나오자마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자은코쿠나 텐시노요오니···”

내가 선택한 곡은 90년대에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에바게리온의 ’잔혹한 천사의 심판’이라는 곡이었다. 이 곡은 항상 애니 송 인기투표 1위를 달리며 전설의 국민가요가 된 곡이었다.

노래는 여자 노래여서 꽤 높았는데 부를 때 키를 대폭 내려 낮은음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키를 너무 내렸나? 록 베이스의 신나는 음악이 약간은 장중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부르면 삑사리는 안 나니 흑역사는 안 생길 것 같은 분위기였다.

팬들은 자신들이 너무나 잘 아는 노래가 나오자 신이 났는지 모두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역시! 이거야’

이게 바로 내가 노린 것이었다. 모두가 알고 신나는 곡을 하면 굳이 내가 성의있게 부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들 곡을 따라부르기 바빴다.

간주에 키보드와 기타 애드리브가 나오고 있었다. 이 애니를 너무 감명 깊게 봤기 때문에 그때의 감정이 뭉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마침 나오는 드럼 연주에 흥분을 해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신나게 부르기 시작했다. 드럼 비트에 맞춰 주먹을 쥐고 허공을 향해 정권을 날리기 시작하자 관객들도 나와 똑같은 포즈로 함성을 외치고 있었다.

“어이! 어이! 어이!”

내 목소리는 묵직한 중저음이었기 때문에 기타 리프와 함께 왠지 모르게 메탈의 느낌이 강하게 나기 시작했다.

‘에이 설마 영상으로 퍼지겠어?’

현장에서 영상을 찍지 말라는 주의를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살짝 안일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신나는 노래가 끝나고 뒤를 돌아보니 테리우스와 나유정의 얼굴이 심하게 구겨져 있었다.

사토상이 창백해진 표정을 수습하며 노래 잘 들었다고 커버를 쳐주고 있었다.

“뭐야? 분위기 왜 이래? 이상했냐?”

내가 질문하자 한연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냥 처음처럼 부르지. 왜 흥분하고 그래? 엄청 이상했어. 난 그 곡이 그딴 식으로 불릴지 몰랐다. 나중에 동영상으로 한번 확인해봐.”

“엑? 이거 촬영되고 있어?’’

”몰라 나중에 관계자한테 물어봐. 카메라는 있더라.“

다음은 나유정의 블랙소울 커버 댄스였다. 테리우스 멤버들이 같이 무대에 서주기로 했다.

스피커로 블랙소울의 강렬한 곡이 흘러나오며 나유정과 테리우스가 꽤 멋있는 댄스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무대 끝으로 이동하여 나유정과 멤버들이 추는 춤을 조용히 구경하고 있었다. 그들은 몇 번 맞춰보지도 않았는데 꽤나 수준급의 무대를 보여주고 있었다.

팬들이 크게 환호를 해줘서 그런지 더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신났네. 신났어.’

나도 아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흥분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드디어 하이라이트 부분이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가 빠른 턴을 도는 동작이었는데 실수로 나유정과 김훈의 몸이 부딪치며 나유정이 내가 있는 무대 끝으로 강하게 밀려나는 게 아닌가!

그 순간 테리우스의 멤버들은 다들 역동작에 걸린 상태였기 때문에 대응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지잉···.

순간적으로 귀가 멍해지며 이명이 들리는 것 같았다.

주위의 소리가 사그라지더니 나유정이 슬로비디오처럼 내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손을 뻗었고 겨우 그녀를 붙잡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초인적인 반사신경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밀려 나오며 가속도가 붙은 상태로 다리가 꼬여 무대 아래로 추락할 기세였다.

나는 머리가 하얘지며 무조건 그녀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점프해서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아래로 같이 떨어지면서 공중에서 몸을 틀었다.

“꺄아악!”

관중석에서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졌다.

쿵!

윽···.

등에서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머리도 바닥에 처박았는지 충격에 잠시 멍한 상태가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이명이 사라지며 누군가 나의 뺨을 때리는 게 느껴졌다.

짝! 짝!

“괘, 괜찮아요···? 준형 씨? 정신 차려요!”

“으···. 으으윽··· 유, 유정 씨 어디 다친 데 없어요?”

“난 괜찮아요. 호, 혹시 어디 아픈 데 없어요? 내가 준형 씨 위로 떨어졌단 말이에요.”

나유정은 걱정하는 목소리로 울먹거리고 있었다.

“다행입니다.”

그녀는 내 위에 포개져 나를 안고 있었다. 힘겹게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니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었고 있었다.

갑자기 어제의 그 두근거림이 다시 찾아왔다. 심장이 두근두근 쿵쿵 요동치고 있었다. 나는 이게 다쳐서 그런 건지 아니면 유정 씨를 안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서 상큼한 과일 향이 느껴졌다. 어휴···. 아파 죽겠는데 무슨 생각인지···.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갑자기 이게 팬미팅이라는 게 생각났다.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아수라장이 될 게 뻔하지 않겠는가?

나는 정신을 차리고 유정 씨를 부축해서 일어났다. 아픔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무대진행요원들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위에서 보고 있던 진행자와 테리우스 멤버들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했다.

그 모습을 본 테리우스 녀석들의 표정에서 안도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유정과 함께 무대 뒤로 이동했고 대기실에 들어가자마자 그대로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준형 씨! 준형 씨! 어떡해. 저기요? 의사 없어요? 닥터요!”

유정 씨가 나를 안타깝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다시금 이명 소리가 들려왔다.

‘제, 젠장···. 할 일도 많은데···.’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소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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