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65화 (65/263)

< 최강의 후계자? (2)>

"저 사진 좀 찍을 수 있을까요?"

슈퍼노바의 센터이자 현 아이돌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김우주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그는 꽃미남이지만 야성적인 눈빛의 소유자였다. 목소리도 묵직한 저음에 얼굴과 분위기의 차이가 커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이었다.

“김치....”

나는 김우주와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참나, 빌보드 1위 가수하고 이렇게 사진을 찍어보네. 허허...."

테리우스와 나는 슈퍼노바와 덕담을 주고받으며 서로 사진을 찍으며 안면을 익혔다. 박영관은 거의 댕댕이처럼 형님 형님 거리며 슈퍼노바 멤버들에게 친한 척을 하는 중이었다.

"오늘 밤에 또 유럽으로 가야 하는데 작가님 영상을 보고 뭔가 느껴지더군요."

"예?"

응?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나는 마주 보고 있던 리더 제이디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솔직히 작가님이 예능에 나와서 그러실 필요가 전혀 없으시잖아요. 그런데도 소속 연예인을 위해서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초심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 꼭 그런 걸 의도적으로 연출한 건 아니긴 한데······."

아니긴? 의도적으로 몸을 던진 게 사실이다.

"알아요. 그런데 방송을 열심히 하다가 나온 결과들이죠. 원래 그런 의외의 것들에서 깨달음을 얻잖아요?"

"아······. 뭐 사람마다 똑같은 걸 보더라도 각자 받아들이는 게 다르니까요."

아니 이 녀석! 나랑 한 3살 차이 나던가? 얼굴은 천진난만하게 생겨서 생각하는 건 무슨 애늙은이 수준이네.

"하하. 시간만 있으면 작가님하고 식사라도 한번 하는데 아쉽네요."

뭔가를 암시하는 듯한 멘트였다. 아무래도 조만간 월드투어를 마치고 군대에 가는 게 사실인 모양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잠시 세계 최강의 케이팝 스타와 개인적으로 친목을 다졌다.

*  *  *

"얘들아! 이제 라디오 방송 갔다가 퇴근하자. 두영아. 이제 네가 운전해라. 나 잠깐 화장실 좀 들렀다가 주차장으로 갈게."

"네. 알겠습니다. 실장님."

나는 마지막으로 두고 가는 게 없는지 대기실을 살핀 후 문을 닫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마친 나는 손을 씻은 뒤 방송국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쿵!

"꺄악!"

핸드폰을 보며 코너를 돌다가 앞에서 오는 사람하고 부딪치고 말았다.

나와 부딪친 사람은 오늘 음악방송에 나왔던 아이돌이었다. 핑크색 치어리딩 복장으로 귀여우면서 허리가 살짝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나는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일으켜줬다.

"괘, 괜찮아요. 죄송해요. 저도 앞을 안 보고 가다가 그만."

얼굴을 보니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데뷔한 지 꽤 된 프렐류드의 메인보컬 다솜이였다.

"저도요. 앞을 잘 못 봤네요."

"어? 처절한 피눈물!"

그녀는 내 얼굴을 보더니 놀란 표정을 하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예? 아하하···. 맞아요. 그게 접니다."

제기랄! 그녀도 어제 투데이 아이돌을 봤나 보다. 하긴 아이돌이라면 아마도 다들 보지 않을까 싶다.

"저 어제 그거 보고 쓰러졌어요. 매니저님이 춤을 너무 못···. 아니 웃기셔서······."

"아. 예."

씁쓸했지만 어쩌겠나. 다 내 업보다.

"그거 다 계산된 겁니다. 사실 저 노래 잘해요."

"예? 정말요?"

"당연히 농담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노래라는 걸 참작해주세요."

"아하하하. 매니저님 너무 재밌으세요. 이런 곳에서 유명인을 만나다니 신기하네요."

"제가 무슨 유명인입니까? 아닙니다."

나는 그녀를 보며 손을 들어 아니라고 강하게 항변했다.

"왜요. 유명하시죠. 동영상도 그렇고 대박 난 슬기로운 덕질생활 작가님이시잖아요. 저 그거 엄청 팬인데······."

"아! 감사합니다. 여기서 또 제 팬을 보네요. 이놈의 인기란······."

"킥킥."

나는 잠깐이지만 왠지 모를 청량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미소지을 때 귀여운 반달 눈웃음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프렐류드는 아마도 데뷔한 지 6년 정도는 됐을 것이다. 중고등학생으로 이루어진 멤버들로 데뷔하여 남성향의 귀엽고 청순한 컨셉으로 쭉 밀고 나가고 있는 걸그룹이다.

다솜은 메인보컬 포지션으로 수준급의 가창력을 소유한 멤버였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지금 갓 스무 살이나 겨우 넘었으려나?

발랄함과 귀여움이 공존하는 외모로 거의 센터급에 가까웠지만, 프렐류드에 연기파 센터인 은하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터라 그룹 내에서 노래를 제일 잘하는 그녀가 메인보컬을 맡게 된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특출난 보컬이 없었던 프렐류드는 대부분의 고음을 그녀가 책임지고 있었고 자신도 메인보컬로써 자각하고 있는지 주로 노래 쪽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매니저님."

"아. 네."

그녀가 꾸벅 인사를 하고 나를 스쳐 갔다.

나는 왜 갑자기 그녀에게서 테리우스 김훈의 모습이 겹쳐 보였을까?

김훈은 그나마 이든과 함께 보컬을 나눠 맡고 있었지만, 프렐류드에는 그런 리드보컬도 없던 거로 기억했다.

등을 지고 걸어가는 그녀의 아우라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녀의 상태는 괜찮을까? 노래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다솜. 팬들이 우스갯소리로 그녀를 부르는 별명이 바로 고음 셔틀이었다.

나는 손을 들어 아우라 스카우터를 가동시켰다.

"으음······."

그녀의 전신에서 강렬한 주황색 아우라가 쭉쭉 뻗어 나오고 있었다.

'노래와 연기가 절절히 조합된 형태인가?"

하지만 역시나 그녀에게도 김훈이 겪었던 전조증상이 이미 나타난 것 같았다.

몸 주변의 아우라가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훈이처럼 완전하게 불안정한 모습으로 유형화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계속 이대로 간다면 성대결절이라는 전철을 밟을 것 같았다.

"저기요! 다솜 씨."

나는 뒤돌아 걸어가는 그녀를 불러 세웠다.

"예?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다솜은 몸을 돌려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노래 부를 때 평소하고 다른 느낌이 들면 목을 쓰지 말고 무조건 병원에 가보세요. 아니면 저한테 연락하던가요. 여기 명함이요. 제가 병원도 소개해드립니다."

"네? 그게 무슨······."

그녀는 뜬금없는 나의 병원 이야기에 고개를 한번 갸웃하더니 씩 미소를 지으며 명함을 한번 쓱 보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황급히 주머니에 명함을 숨긴 그녀가 일단 알겠다며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총총거리며 사라졌다.

'응? 뭐지. 내가 자기를 스카웃 하려고 한다고 착각하는 건가? 아무렴 내가 현역 걸그룹을 대상으로 그리하겠어? 동종 업계에서 매장당할 일 있나?'

모르겠다. 알아서 하겠지. 뭐. 어차피 성대결절은 웬만한 보컬들은 많이들 겪는 통과의례 같은 걸지도 모른다. 물론 그게 심각하면 안 되겠지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분위기가 이상하다. 일단 알겠다니? 이적할 의사가 있다는 건가? 걸그룹 프렐류드가 뛰어난 외모의 멤버 구성에 비해 인기가 그저 그런 건 사실이었다.

특히나 평균 연령은 아직도 어리지만, 아이돌 선배급인 6년 차가 됐는데도 아직도 1위 곡이 없었다. 사실 그 정도라면 소속사에서 재계약 의사가 없을 수도 있었다.

이런 경우 인기있는 멤버만 솔로나 연기자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밴은 이미 시동이 걸려있었다.

"뭐야 형. 왜 이렇게 늦게 와. 큰일 봤어?"

역시나 영관이는 내 얼굴이 보이자마자 농담을 걸어왔다.

"그래 인마. 아주 큰 거다."

"어우. 냄시······."

*  *  *

음악 방송과 라디오 방송까지 끝나고 애들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상념에 빠져있었다.

남자 아이돌 제작자라면 무조건 목표로 삼아야 하는 사례가 바로 슈퍼노바였다. 중소 기획사를 무려 조 단위의 기업으로 만들어버린 괴물 중의 괴물이다.

국내 아이돌 시장의 매출은 90%가 10~30대 초반의 여성 팬덤에서 발생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남자들은 극소수 덕후를 빼면 스트리밍이나 들어줄 뿐 실물 앨범과 관련 상품, 그리고 콘서트를 찾아다니며 매출을 올려주는 팬들은 여성이 대다수인 실정이다.

현재 1티어 걸그룹이라고 일컬어지는 블랙소울, 원스, 블루밍의 경우조차 팬클럽 여성 회원이 최소 60%를 넘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여성 팬을 잡지 못하면 그룹 유지가 힘든 구조가 고착화되어가고 있다.

요즘 중고등학교는 거의 남녀가 갈린다고 한다. 남자는 게임, 여자는 아이돌. 그 정도로 여성들이 아이돌 판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했다.

그래서 걸그룹을 제작할 때, 오디션 방송이나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컨셉을 잡은 그룹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남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걸크러쉬 컨셉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인지도는 있지만, 그룹 자체가 팬덤이 작아 기획사가 그룹을 유지해봐야 큰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재계약 포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렇게 여성 팬덤이 중요해지고 있어서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걸그룹을 제작하더라도 이런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국내 최대의 기획사인 SG 엔터테인먼트조차 신규 걸그룹 론칭을 6년째 미루고 있을 정도로 남돌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차기 걸그룹은 쿨한 컨셉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흐음.'

비록 2년뿐이지만 이러한 흐름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여러 가지로 머리를 굴려보고 있었다. 결국, 대략적인 답이 나오긴 했는데 아직 내가 스스로 확신을 못 하는 상황이었다.

트렌드를 쫓아 걸크러쉬로 만들자니 이미 레드오션이고 내가 오디션을 열어 방송에 내보낼 힘도 없다. 그렇다면 나는 뭐로 내 그룹을 키워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하나였다.

내 콘텐츠! 내 작품이었다.

뛰어난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고 그 작품에 출연한 아이돌을 키우는 투트랙 전략이다. 그래서 내가 키우게 될 아이돌은 전원 연기력이 필요했다. 기본적으로 노란색 아우라를 품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일단 본격적인 내 걸그룹을 만들기 전에 테스트를 한번 시도해 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일단 윤아영을 중심으로 한 뮤지컬 드라마 또는 영화를 구체적으로 기획해보기로 했다.

기존 아이돌들이 드라마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아닌 해당 아이돌 본인의 캐릭터 자체를 드라마에 녹여버리는 것이다. 마치 아이돌 육성 게임의 실사판 같은 존재들이다.

그야말로 영상과 일체화가 되는 거다.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상상을 초월할 게 분명했다.

이 기획의 성패는 멤버의 자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내 재능에 시나리오를 얼마나 괜찮게 쓰고 양질의 영상을 만들어내냐에 달려있었다.

돈은 뭐······. 외부에서 구하는 거다.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한 전 세계적 현상을 이용하는 거다.

"형! 뭘 그렇게 실실 쪼개고 있어요?"

숙소에 거의 도착한 지금 연준이가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상해? 무슨 표정이었는데 그래?"

"어. 뭔가 비열해 보이는 그런 느낌이야. 사악한 흑마법사 같다고 할까?"

"어. 그래 사악한 나한테 뒤져 볼텨?"

나는 왼팔을 들어 연준이의 목을 잡고 헤드록을 걸었다.

"커억···. 왜, 왜 그래! 진짜! 황금고블린 같은 얼굴이었다고!"

"어. 그래 뒤져."

*  *  *

테리우스를 숙소에 내려주고 회사에 들러 애마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오늘은 밤 스케줄을 하고 와서 그런지 상당히 퇴근을 늦게 했다.

나는 거실로 들어서다가 부엌에서 물을 마시던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쯧쯧쯧."

아버지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보며 혀를 차고 계셨다.

"아빠. 갑자기 왜 그래? 늦게 와서 걱정하는 거야? 아들 돈 잘 번다니까 그러네."

"누가 뭐래? 그게 아니고 인마."

"뭐요!"

"너 노래를 왜 그렇게 못하냐? 춤은 안 배웠다 치고. 너 아무래도 병원에서 바꿨나 보다. 내 아들이 그렇게 노래를 못할 리가 없거든?"

"아이 씨!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짜증 나 죽겠는데 아빠까지 왜 그래? 얼굴 보면 예전 본인하고 판박이라며!"

"정자동의 이훈아는 그런 아들 둔 적 없다!"

"이훈아는 무슨 이훈아야. 얼른 주무셔요."

아버지는 방에 들어가다 말고 다시 나를 쳐다봤다.

"너 방송 나가서 절대로 노래나 춤은 금물이겠더라."

"용돈 안 받고 싶으신가 보고만."

"크흠···. 그건 그거고. 씻고 자라. 너 주말에 나랑 노래방에 좀 가자."

"됐어요."

갑자기 막내 방의 문이 활짝 열리며 주리가 거실로 뛰쳐나왔다.

"꺄악! 뭐야 오빠!"

"아! 넌 또 왜? 뭔데?"

동생은 막 샤워를 한 듯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내 얼굴 앞으로 들이밀었다.

"이거 뭐야! 뭐냐고!"

주리가 내민 핸드폰에는 나와 슈퍼노바의 김우주가 어깨동무하고 찍은 사진이 있었다.

"이, 이거 뭔데? SNS야?"

"그래. 우리 우주가 오빠랑 찍은 사진을 올렸어. 오빠 뭐 하고 다니는 거야. 언제 김우주 만났어?"

"아~ 오늘 음악방송에서 만났어. 별거 아냐. 그냥 인사하고 사진 한 방 찍었어."

"무슨 소리야. 우주는 아무나 SNS에 안 올 린다고!"

"내 팬인가 보지. 안 그래도 드라마 잘 봤다고 하더라.“

"그래?“

"그래. 정말이야."

막내는 뭔가 계속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오빠.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어."

주리는 내 눈치를 살피며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문제? 무슨 문제? 말해봐."

”그게.... 외국인들이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하자 국내 팔로워들이 관련 태그로 오빠가 출연한 방송을 링크했더라. 오빠 노래 부르는 모습이 전 세계에 퍼지게 생겼어."

"뭐?! 서, 설마.... 농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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