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52화 (52/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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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저 진한 똥색의 아우라는?'

색은 칙칙하지만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뻗어 나오는 강렬함.

무대 위에서 약 10명이 춤을 추고 있는데 오직 그녀만 빛나고 있었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번뜩이는 재능은 아주 극소수인 것 같았다.

관객석의 수많은 사람을 둘러봐도 그냥 거의 있으나 마나 한 아우라를 가진 사람만 보일 뿐 무대 위의 그 강렬한 똥색(?)의 아우라의 크기를 가진 사람은 절대 보이지 않았다.

'저 색깔이 뜻하는 바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무조건 잡아야 한다.'

나는 아우라 스카우터를 끄고 다시 인파를 헤치며 왼쪽 끝부분에 도달했다. 관객석 밖으로 나가서 무대 밑 왼쪽 계단 쪽으로 다가갔다.

"아저씨. 여기 들어오시면 안 돼요.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구역이에요."

"쉿!"

"뭐, 뭡니까?"

"관계자예요. 저기 올라가 있는 사람하고 이야기해야 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무대 위를 가리키며 고개를 까딱했다. 그리고 그 스태프에게 더는 시선을 주지도 않은 채 근엄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무대 위를 바라보았다.

"?...."

그러자 스태프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시선을 옮기고 말았다. 강다혜 매니저로 오해하는 모양이었다.

그 여자아이가 춤을 추는 것을 유심히 보니 전문적으로 연습한 것은 아닌 것 같았고 아마도 대학의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학생 같았다.

키는 그냥 보통 키 160대 중반? 후반? 우리나라 여자 평균 키가 얼마였더라? 160대 초반이었나? 아무튼···.

헤어스타일은 찰랑거리는 커피 브라운색 단발에 신체 비율이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우월했다. 마치 팔다리가 긴 연예인 체형! 얼굴은 멀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상당히 미인형에 가까웠다.

'아마추어지만 춤도 꽤 추잖아?'

몸이 전체적으로 날렵하고 근력이 뛰어난 거 같았다. 한마디로 힘이 좋고 몸이 빠른 스타일로 다른 애들은 살짝 힘들어하고 있는데 혼자만 아주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마치 360마력을 보유한 외제 스포츠 세단이 120마력인 국산 준중형급 드래그 레이스에 참여한 꼴이랄까?

드디어 노래가 끝나고 무대 밑에 있던 참가자들이 우르르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이 팀이 마지막이었는지 곧 시상식이 열릴 예정인 듯했다.

강다혜가 MC의 소개를 받더니 우레와 같은 성원을 받으며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후배 여러분 배우 강다혜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강다혜가 관객에게 인사를 하며 말을 좀 길게 하고 있었지만 내 시선에서 이미 그녀는 제외된 지 오래였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힐끔힐끔 보며 타자를 현란하게 치기 시작했다. 이준환 PD에게 무조건 강다혜는 절대로 안 되며 이수현이 낫겠다는 의견을 장문으로 작성 중이었다.

계속 화면과 무대를 번갈아 보며 글이 완성되자마자 전송 버튼을 눌렀다.

후! 이제 주연 여배우 캐스팅은 끝이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내 시야에는 듣도 보도 못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는 소녀가 있었으니···.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똥 아니 브라운··· 음 뭔가 이상하네. 편의상 브라우니라고 불러야겠다.

아무튼, 나는 브라우니에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이내 경연 결과가 집계되었는지 뭔가를 건네받은 강다혜가 밑에서부터 차례로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었다.

브라우니 팀은 최종 3위를 했다. 다른 남성 댄스 그룹과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인 그룹사운드가 각각 2위, 1위를 차지했다.

경연 초반에 나왔던 1위인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는 실력이 꽤 괜찮은 것 같았다. 처음 들었을 때 과연 '카이스트 급'이구만 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각종 전자기기를 사용해서 희한하고 멋진 사운드를 내는 그룹이었다. 곡도 뭔가 철학적인 멘트를 담고 있는 자작곡이었다. 물론 관객들은 웬 잠 오는 음악을 하고 있냐며 다들 딴짓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록은 비인기 장르니 어쩔 수 없었다. 음악을 엄청나게 들었던 나조차도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뿐이었다.

마이너는 마이너인 이유가 있었다. 사람들이 안 찾으니까. 인디신에서 활동하면 괜찮아 보이는 그룹이었는데 카이스트 다니는 영재 학생들이 취미로 하는 그룹일 거라는 생각이 들자 관심이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마지막으로 1위를 수상한 록밴드의 리더가 소감을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관객석에서는 누군가가 손을 들고 내려가! 내려가! 를 외치는 게 아닌가?

바로 뒤 순서로 아이돌 그룹과 행사 가수들의 무대가 준비돼 있어서 얼른 내려가라고 재촉하고 있었던 것이다.

록밴드의 리더는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헛기침을 한 후 멘트를 짧게 끝내고 마이크를 건네고 말았다.

아무래도 아마추어들이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상당히 시간이 지연되어 관객들이 짜증을 내는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수선한 가운데 나는 계속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무대 밑으로 내려온 그녀는 3위를 했다며 친구들과 좋아하더니 잠시 그들과 떨어져 물을 마시며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었다.

'이때다.'

나는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 육식동물처럼 잽싸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톡톡.

"저기요."

나는 그녀의 어깨를 손으로 건드렸다. 브라우니는 갑자기 누가 자신을 건들자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누,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준형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입니다."

지갑에서 새롭게 받은 고급스러운 내 명함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명함을 쳐다보는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니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가 딱 생각났다. 마치 고고한 학과 같은 느낌을 주는 아이였다.

'먹힌다. 이 애는 무조건 먹혀. 음방에서 걸그룹만 수십 팀을 실제로 본 나다. 이건 확실해.'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보기 드문 깨끗한 얼굴이다. 특히 여성 팬들이 환장한다는 그런 타입이다.

"에? XM Ent.요?"

브라우니는 살짝 놀란 듯 흑요석과 같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에게 되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여기가 뭐 하는 곳인데요? Ent.라면 엔터테인먼트 회사인가? 기획사 같은? 흐음···."

크흑···. 인지도 무엇? 얘가 뼈를 때리네. 이런 게 중소의 설움이구나. 그래도 CA 그룹 휘하 뮤직넷하고 같은 계열사인데···.

"테리우스라고 아십니까?"

"어? 테리우스요? 혹시··· 슬기로운 떡집···. 아니 아니 덕질? 거기에 나오는?"

"맞습니다. 그 회사입니다."

"오···. 정말요? 대단한데요? 요즘 빵 떴잖아요. 전 드라마를 안 보는데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웬만한 곡들은 다 듣는데 테리우스의 노래가 기억이 안 나네요. 앨범은 나온 거 맞죠?"

와···. 뼈를 때리는 것도 모자라 아예 뽀사버리는구나.

"크흠. 앨범 있고요. 곧 신곡 나옵니다. 곧바로 1위 할거에요."

"예? 1위요? 푸훗···. 신념이에요? 소속 아이돌에 대한 로열티 좋네요. 아저씨 재밌네요."

컥···. 아저씨라니! 그게 아무리 사실이라지만 난 아직 20대란 말이다! 그, 그냥 체격이 커서 그래!

말하는 게 좀 그렇긴 한데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악의는 없어 보였다. 그냥 자기주장이 강한 편인 학생?

공부 잘하는 애들은 다 이러나? 그녀는 확실히 뭔가 똑똑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 성함이···?"

"이지령이라고 합니다.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지렁이 아니고요. 이.지.령이요."

"지렁···."

헙! 지렁이라고? 그렇구나. 지렁이 색깔이야.

아니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우라는 능력의 발현이지 그런 피상적인 물리적 특성이 아니다.

"지렁이 아니라고요."

"아 죄송합니다. 지령 씨."

"아저씨. 그런데 저는 왜 부르셨어요? 혹시 저 스카우트 제의하시는 건가요?"

그녀가 약간은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자 나는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눈에 힘을 주며 정중하게 말했다.

"네. 지령 씨를 저희······."

나는 순간적으로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 시점에서 회사에 좋은 일을 시켜줄 필요성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왜 말을 하다 마세요?"

이지령이 갑자기 말문이 막힌 내 얼굴을 의아한 표정으로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 춤을 참 잘 추시는 것 같아서요. 얼마나 배우셨어요?"

"뭐지···. 싱겁게 왜 그러세요. 뭐 여렸을 때부터 자주 추긴 했지만, 고등학교 때 동아리에 들어 거기서 주로 배웠어요."

"그래도 좋아하면 정식으로 해보고 싶지 않나요?"

"왜요. 데뷔라도 시켜주시게요?"

"당장은 아니지만···."

"솔직히 그쪽으로는 그다지 생각해본 적이 없긴 하네요."

"혹시 전공이 어떻게 되시죠?"

"아. 전 지금 1학년이요. 새내기과정 학부라 아직 전공이 없어요. 그런데 고급물리학을 들었더니 그쪽으로 흥미가 생겨서 물리학을 해볼까 싶긴 하네요."

와! 고급물리학이라고? 슈뢰딩거의 고양이! 양자역학 뭐 그런 건가? 솔직히 나는 문과라 그런 건 잘 모른다. 영화 인터스텔라 흥행할 때 빛과 블랙홀, 시간과의 관계가 궁금해져서 미튜브나 팟캐스트 강의를 들어본 적은 있었다. 물론 너무 어려웠다.

'카이스트 물리학과 출신 차도녀 이지령이라···.'

아주 강렬한 브라운 컬러의 아우라를 보여줬던 그녀.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요. 나중에 제가 연락드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혹시 전화번호를 좀 알 수 있을까요?"

내 명함을 만지작거리던 그녀가 고개를 45도 각도로 나를 살짝 올려다봤다.

"정말 본인이 프로듀싱&콘텐츠 총괄본부 실장님이세요? 으음···. 어려 보여서 그런지 살짝 사짜 냄새가 나는데···. 혹시 제 전화번호를 얻으려고 수작 부리시는 거 아니에요?"

나는 그녀에 의심스럽다는 말에 살짝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저기요. 죄송한데요. 저 여자친구 있습니다. 이거 보세요."

나는 핸드폰의 사진을 열어 한 여자와 같이 찍은 사진을 슬쩍 보여줬다. 아주 슬쩍 만···.

"어? 여자친구분 미인이신 듯···. 그런데 왜 어디서 본 거 같지?"

"크흠. 아셨어요? 절대 수작 부리려고 말을 건 거 아닙니다."

"에이···. 좋다 말았네."

"응?"

"됐고요. 번호 알려드려요? 뭐 그 정도야 해드리죠."

그녀는 내 전화기를 들고 번호를 대신 눌려줬다.

"일단 그 명함은 잘 가지고 계시면 좋겠고 당분간은 꼭 공부만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뭐래? 뭘 또 공부만 열심히 해요. 어이없네."

"물리학 참 매력적인 학문이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라던지, 특히 그 블랙홀의 경계인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은 참 흥미롭더군요. 영화에서 보면 잠깐 행성에 착륙했다가 우주선으로 돌아왔는데 수십 년이 흘러버렸죠."

이지령은 내 얼굴을 빤히 보면서 이게 무슨 개소리인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번호 저장하셨으면 이만 가볼게요. 친구들하고 밥 먹으러 가야 해서요."

"아! 행사 끝나고 술 한잔하러 가시는 거예요?"

"쉿! 술 아니고 밥요. 후후···. 저 아직 열여덟 살 미성년자예요."

"예?"

아! 맞다. 과학고 나오면 2학년 마치고 카이스트 간다는 이야기가 있었지? 게다가 빠른 년생인가? 어이 없네.

"나중에 연락 한번 주세요. 저는 진짜 가볼게요."

"네. 학교 공부 열심히 하세요."

주접스럽게 또 한마디를 하고야 말았다.

그녀는 도도한 미소를 띄운 채 친구들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의 친구들이 나를 돌아보는 게 느껴졌다.

카이스트에 강다혜를 보러 왔다가 생각지도 못한 원석을 주워버렸다.

물론 짙은 브라운 컬러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미술에 대해서는 상당히 문외한이어서 어떤 컬러를 섞어야 다른 색이 나오는지 잘 몰랐으니까.

'짙은 갈색이 어떻게 나오지?'

나는 성격상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풀어야 했다. 그냥 똑똑하게 생긴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기로 했다. 마침 옆으로 지나가는 안경 쓴 남자를 불렀다.

"저기요. 혹시 여기 학교 학생이세요?"

"네. 그렇습니다만?"

"혹시 짙은 갈색을 만들려고 하면 어떤 색깔을 섞어야 하는지 알아요?"

"??"

그는 뜬금없이 물어보는 내 질문에 뭐지 이 녀석 사이코인가? 하는 표정이었다.

"몰라요?"

"글쎄요. 중간색을 제외한다면 붉은색하고 노란색 흰색 그리고 어두운색 계열을 좀 섞으면 나오겠죠? 붉은색을 많이 섞어야 할 거 같은데···"

띵···.

갑자기 충격이 엄습해왔다.

그녀의 짙은 똥색 컬러는 그녀가 보컬, 연기, 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창조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다는 걸 암시하는 아우라였던 것이다.

'허허···. 이런 횡재가 있나. 돌멩이를 거르고 다이아몬드를 줍줍하다니....'

내년에 독립하면 걸그룹 멤버로 무조건 합류시킬 테다.

그동안은 이 지식의 요람에서 잠시 잠들어 있으렴.

내 머릿속에서는 마치 이런 알림음이 울리는 것 같았다.

[띠링! 레전드급 캐릭터를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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