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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46화 (46/263)

PICK ME (1)

오! 최소윤, 송지현, 강다혜, 이수현이라······.

모두 최정상급 여배우들이었다.

어디 내놔도 주연을 꿰찰 수 있는 수준의 유명배우였다.

"대박이죠? 하하하···."

"그러네요. 이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주연 여배우들이 다 지원한 것 아닙니까?"

"실은 더 많았습니다. 전작, 스케줄 문제, 각종 조건을 따져서 쳐 내고 남은 배우들입니다."

"정말인가요?"

"대본은 초반까지만 돌리신 거죠?"

"맞습니다. 그런데 대략적인 시놉시스가 포함되어 있어서 대략 어떤 역할인지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그런 역할이라면 자기 경력에 무조건 넣고 싶을 테니까요. 멜로, 스릴러, 액션까지 모든 연기를 소화해야 해서 배역을 성공적으로 연기한다면 배우로서 거의 화룡점정을 찍게 되는 거니까요!"

"뭐······. 그 정도까지야."

나는 이준환 PD가 흥분하는 것을 보고 피식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한다면 진짜 원톱 배우로 거듭날 겁니다. 제 생각에는 말이죠."

으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다. 상당히 복합적인 연기를 해야 하는 배역이다. 처음에는 행복한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를 연기하다가 남편의 외도로 미칠 듯한 분노와 질투를 느끼다가 내연녀를 완벽하게 사회적으로 파멸시키는 분노의 연기를 해야 한다.

게다가 미친 사이코패스 집단과 싸워야 하는 외로운 인물인 것이다. 후반부에는 강철 멘탈의 강인한 여전사처럼 나와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에서 무너지는 역할까지······.

거의 모든 연기가 다 들어가 있다.

별 생각 없이 썼는데 이거 만만치 않은 역할이다. 괜히 연기 못하는 사람이 배역을 맡는다면 자칫 극을 망칠 수도 있는 엄청 어려운 역할이었다.

"먼저 최소윤 씨입니다."

이준환 PD가 제일 먼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프로필 중 최소윤 씨에 대한 것을 나에게 쓱 들이밀었다.

끄덕끄덕···.

나는 그의 추천대로 그 프로필을 집어 들었다. 솔직히 이런 것을 볼 필요가 있을까?

최소윤!

한국과 일본에서 적수가 없을 정도로 인지도를 쌓은 배우다. 특히 일본에서 신드롬 급으로 흥행 드라마 `너를 위한 소나티네`에서 불치병에 걸린 씩씩한 여주인공을 연기해서 양국의 중년인들을 매주 울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어느 정도 인기였냐 하면 한국의 드라마 촬영지에 동상이 생길 정도였다.

그 드라마는 한국에서도 괜찮은 시청률을 내고 인기를 끌었으나 의외로 일본에서 핵폭탄급으로 히트해버렸다. 그 여파로 그녀는 거의 초특급 스타로 발돋움해서 해당 남자 배우와 함께 평생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돈을 번 인물이기도 했다.

그 작품 후에는 작품 선택에 까다로워 져서 웬만한 작품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여배우였다.

괜히 이상한 역을 해서 기존에 쌓아놨던 엄청난 명성을 깎아 먹을 필욘 없을 테니까.

그런 그녀가 내 작품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고?

이미지도 그럭저럭 잘 어울리고 나이대도 딱 맞다. 그녀가 아마 40대 초반이었지?

이런 한류스타가 출연해준다면 이 드라마는 기본으로 일본 시장은 먹고 들어간다. 그녀가 출연한다는 정보만으로 제작비를 건질 게 분명했다.

"후유······."

"작가님. 왜 그러십니까? 뭐가 문제라도···."

"처음부터 너무 굉장한 분이라서요. 이제야 실감이 납니다. 이 드라마의 사이즈가요."

"블록버스터급 맞죠. 그걸 쓰신 게 작가님이시고요."

"뭐. 나쁘지 않네요. 소윤 씨라면 초반 흥행은 거의 실패할 수 없을 정도의 카드니까요."

"초반이라뇨. 하하···. 이 드라마는 3편 이후부터 시작이죠. 1~2편은 빌드업에 기존 부부의 비밀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편이잖아요?"

"역시 잘 아시는군요. 업계 사람들이 이준환 PD, 이준환 PD 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휴. 우리끼리는 그렇게 얼굴에 금칠하지 마시죠. 작가님."

"그럴까요? 저도 본업이 매니저라 약간 입에 발린 소리를 자주 합니다."

"푸핫······. 저 좀 그만 웃기세요. 작가님. 본업이라뇨. 작가는 부업입니까?"

"아. 그건 아닌가? 아무튼! 최소윤 씨 나쁘지 않습니다. 나쁘지 않아요."

나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에게 드라마는 무조건 작품성을 논하는 그런 게 아니었다. 일단은 흥행성이 최우선 순위였고 작품성은 그다음이었다.

"그렇죠. 그런데······. 흐음······."

"왜요. PD님? 걱정거리가 있으신가요?"

"아시잖아요. 최소윤 씨의 문제점요."

응? 최소윤의 문제점? 문제점이라. 아!

그녀는 얼굴이 호감상으로 세련된 외모에 키도 상당히 커서 시원시원했다. 하지만 역시 문제라면 매번 비슷비슷한 배역을 했다는 거였다. 워낙 주인공급으로 선한 역할만 하다 보니 이미지가 딱 고정된 케이스였다.

과연 그녀가 김인해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해낼 수 있을까? 글쎄다. 내가 그녀를 보지 못해서 섣불리 말할 수 없었다.

혹시 아나? 실물로 봤는데 나유정과 비슷한 아우라를 보여줄지 말이다. 그녀가 다양한 역할을 못 해봤을 뿐이고 연기력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크흠... 그건 연기를 한번 보면 될 거 같습니다만···."

나는 조심스레 이준환 PD에게 말을 건넸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는 목을 까딱거리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음. 일단 소윤 씨 측에 오디션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을 해놓겠습니다. 기꺼이 응한다면 좋고 아니면 뭐. 다른 배우들도 있으니까요."

하긴 최소윤은 그 정도로 조심스러운 배우다.

하지만 나와 이 PD에게 흥행도 중요하지만, 작품성도 놓칠 순 없었다. 김인애가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조연들이 펄펄 날 수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극을 이끌어갈 능력이 된다면 기꺼이 그녀를 선택할 생각이다.

나와 이준환 PD는 잠시동안 침묵했다. 각자 생각이 많은 것 같았다.

"그다음은 송지현입니다."

이 PD가 송지현의 프로필을 내밀었다. 나는 최소윤의 프로필을 다시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송지현의 파일을 집어 들었다. 내 입꼬리가 씰룩거리기 시작한다.

우와. 송지현이라니···.

배우 송지현.

삽 십 대 후반의 그녀는 로맨틱 코미디는 물론 퓨전 사극이나 액션 영화까지 원톱 주연이 가능한 배우였다. 주연 배우지만 연기력도 최상위권으로 평가되는 드문 존재였다.

하지만 그녀는 한국에서만 인지도가 높고 해외에서는 그다지 인지도가 있는 배우가 아니었다. 특히 아시아에서도 히트작은 있지만 팬덤은 없는 배우였다.

아마도 작품을 너무 이것저것 장르를 변경해가면서 이미지를 계속 바꾼 게 원인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나름 아시아권에서 대히트한 드라마가 있긴 했는데 그녀 대신 상대 남자 배우가 빵 떠버린 케이스.

"송지현 씨라면 아무래도 연기력은 깔 게 전혀 없을 겁니다."

이준환 PD가 손가락으로 깍지를 끼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표정이었다. 왠지 모르게 초조한 표정.

"괜찮긴 한데요. 너무 젊어 보이지 않나요?"

"그, 그렇죠?"

이준환 PD의 표정이 갑자기 확 밝아졌다.

이 양반 왜 이러지?

"송지현 씨는 나이가 30대 후반인데 아직도 하이틴 스타같아요. 외모도 너무 동안이고······. 최근에도 결혼한 역할로 거의 나온 적이 없지 않나 싶은데요?"

"아예 없습니다."

그의 단호한 표정. 어라? 이 PD 송지현이랑 원수졌나? 뭔가 싸한데?

"제가 생각해봤을 때 연기력은 확실한데 외모가 김인애 캐릭터와 너무 반대에요."

그는 내 말에 과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인애는 초반에는 뛰어난 의사지만 천생 여자로 나오는 캐릭터다. 점점 각성하면서 강인한 여자로 변모하게 되는 인물인데 송지현은 외모가 너무 강렬하고 젊어 보이는 약점(?)까지 가지고 있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시청자들을 타겟으로 하는데 너무 신세대 느낌인 것이다.

"그다음은요."

내가 다음을 묻자 이준환 PD는 송지현 프로필을 봉투에 슬쩍 담아 버렸다.

속셈이 훤히 보였지만 어차피 나도 김인애 배역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후보는 강다혜입니다."

"흐음···. 강다혜라···."

그녀의 프로필을 보자 저절로 한숨이 쉬어진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쁜 배우를 꼽으라면 항상 1위로 뽑히는 전설의 배우.

과학고와 카이스트 출신으로 멘사 출신이며 뇌섹녀였다. 대한민국 안에서라면 인지도 최고인 배우였다. 하지만 그녀에겐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연기를 그다지 잘하는 편이 아니라는 거다.

최근에는 결혼도 하고 나이를 먹어서 그래도 연기가 좀 늘었다지만 예전 연기를 보면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항상 발연기라고 놀림을 받는 그녀였다. 머리가 그렇게 좋은데 왜?

원래 어렸을 때부터 모태 미녀는 연기력이 떨어진다고 하던가?

대학교 때 연극동아리에서 진짜 예뻤던 연극영화과 동기가 있었다. 일단 얼굴 분위기로 기본 점수는 먹고 들어가는 애였는데 연기에 재능이 정말 1도 없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너무 신기해서 글에 써먹으려고 캐릭터 분석을 해본 적이 있었다.

찬찬히 살펴본 결과, 한가지 놀랄만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항상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친절했으며, 호감을 표시했다. 아무도 그녀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녀는 항상 그렇게 멋진 세상을 살아온 것이다. 더군다나 경제 사정이 넉넉한 집에서 사랑을 받고 컸다고 하니 감정의 기복이 별로 없었다고 해야 하나?

자기 말로는 어렸을 때부터 예뻐서 동네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했다고 한다. 그런 상태로 평생을 커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 게 원인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100% 내 뇌피셜이다.

그런데 강다혜는 모태 미녀면서 머리까지 천재급이다. 잘 모르겠다. 천재는 아닐지 몰라도 영재는 확실했다. 모태 미녀에 머리까지 좋아 에고가 강한 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남으로 빙의하는 메소드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나는 사실 불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연기도 어떻게 보면 재능의 영역이 아닐까 한다. 군 훈련소에서 수십 명 중 몇 명을 뽑아놓고 이발병(깎새)을 시키면 처음 하는 것임에도 유독 잘하는 놈들이 나타나는데 바로 그런 재능 말이다.

"죄송한데요. 인지도야 최상이시고 이슈야 될 것 같지만 배역 소화는 무리라고 봅니다만···."

끄덕끄덕···.

이 피디는 대답도 안 하고 나에게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냥 한번 가져와 본 겁니다. 요청이 와서요···."

"쓰읍···."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해봤다.

"다음은 배우 이수현입니다."

"이수현 씨요?"

누군지는 알 것 같은데 왠지 생소하다.

"PD들 사이에서 연기력 하면 이 배우를 꼽습니다. 비운의 배우이긴 한데 지금은 자리를 잘 잡고 꾸준히 연기 생활을 하고 있죠."

"아··· 프로필을 보니까 작품들이 하나둘씩 생각나네요. 엄청나게 많은 작품에 나왔네요."

"네. 주연도 있고 조연도 있고 자기가 해보지 않은 역할이라면 다 해보는 스타일이에요."

"사극에서 연기를 진짜 잘했던 기억이 납니다. 발음도 진짜 좋고 어떤 역할도 다 잘했던 것 같네요."

"사실 신인 때 연기를 너무 잘해서 악역이나 라이벌 역을 많이 해서 커리어가 좀 이상해진 배우예요. 원래 PD들이 악역은 연기 잘하는 배우한테 역할을 주거든요. 연기 못하는 애들한테는 불안해서 못 줘요.“

”하지만 낭중지추라고 결국 연기력으로 빛을 봤죠. `왕의 여자`에서 조연인 공주역으로 나와서 진짜 레전드급 연기를 보여줬죠. 주연 여배우를 압살하는 그 연기력이란···"

"혹시 팬이세요?"

"어험···. 그건 아니고 제가 같이 작업해본 배우 중에서 가장 연기력이 좋았죠."

"부부의 비밀 배우님은 어찌하시고요?"

"크흠···. 원래 그런 건 개인 취향이라···."

"죄송한데요.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지만 너무 임팩트가 없지 않나요?"

"뭐···."

그가 테이블 위에 놓인 프로필들을 손으로 쓱 정리하기 시작했다.

"캐스팅 쉽지 않죠?"

"서지애나 공효신 성윤아 같은 배우들은요?"

"그분들은 다른 스케줄 때문에 불발됐습니다."

"아쉽네요."

나는 살짝 고민이었다. 사실상 중심을 잡고 극을 끌어갈 주연인데 뭐가 하나씩 문제가 있었다.

지이잉~ 지이잉~

"아 작가님 잠시만요. 전화 좀 받겠습니다."

"그러세요."

내가 흔쾌히 허락하자 그는 핸드폰을 들어 통화하기 시작했다.

"네? 근처 시라고요? 여기 오신다고요?"

뭔가 대화를 하던 이준환 PD가 갑자기 펄쩍 뛰며 내며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다. 허허··· 이 양반 뭐 있구만. 연기 더럽게 못 하네.

"아! 알겠습니다. 여기가 어디냐면요."

그는 잠시 대화를 나누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를 보며 쑥스러운듯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 우리가 대화를 나눴던 배우 중 한 분이 직접 여기로 오신다네요."

"네? 그런 소리는 없었잖습니까?"

"근처에 있다고 해서요. 뭐 확정하는 자리는 아니고 그냥 얼굴만 보세요. 궁금한 거 있으시면 물어보셔도 되고요."

"·········."

나는 살짝 어이가 없었지만 온다는데 말릴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얼굴을 봐야 하는 상황인 거고.

"그런데 누가 오신다는···"

"어? 벌써 도착하셨다네요. 잠시만요."

이준환 PD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별실 문을 열고 잠시 후 누군가를 데려왔다.

`헉···.`

나는 문으로 들어온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자태는 마치 후광이 비추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처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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