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41화 (41/263)

내 새끼를 망치려 한 놈이 너냐? (2)

'이거 그냥 사진 캡쳐 떠서 대표실로 올라가?'

잠깐! 아니다.

이 자식들 또 일정이 어쩌고 하면서 발뺌하면 끝이다. 물론 욕은 좀 먹겠지.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런 고의가 다분한 개수작을 징벌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으음···. 어떻게 한담?

나는 갑자기 이들의 능력치가 궁금했다. 손을 들고 아우라 스카우터를 가동했다.

"크흠···."

먼저, 이도훈 프로듀서는 재능이 있긴 있었다. 아주 살짝 말이다. 까놓고 말해서 영관의 연기 재능 비슷한 수준이다.

미약한 아우라가 감지됐다. 다음은 키만 멀대같이 큰 녀석인데 그냥 패스. 아무런 재능이 느껴지지 않았다. Nothing!

마지막으로 대변인 노릇을 한 프로듀싱팀의 막내 다니엘은 셋 중 그나마 제일 나은 수준이었다.

나유정의 아우라를 최대치로 놓고 본다면 한 30% 수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프로듀서 중 하나라도 괜찮은 재능을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현실과 타협한 녀석이다. 딱 한 번의 기회를 줄 텐데 만약 인성이 미달이면 쓰지 않을 작정이었다.

아무래도 테리우스 녀석들과 상의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으으윽···."

찬란하게 뿜어져 나오는 색채의 환장 파티.

크으··· 그래 바로 이거지!

어우 내 새끼들···. 이렇게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니!

잠깐? 나유정은 내 새끼가 아닌가? 뭐 어쨌든.

'어라?'

나는 오른쪽 맨 끝에 앉아 있는 정이든의 아우라를 주시했다.

'오오!'

정이든의 아우라는 예전에 봤을 때보다 더 빛나고 있었다. 허옇게 생긴 비실이 다니엘의 보라색 아우라보다 두 배는 거대했다.

나는 환하게 빛나고 있는 이든을 주의 깊게 쳐다보았다.

정이든.

영국에서 살다 온 리드보컬이며 평소에 말수가 적은 냉미남이다.

외모가 너무 차갑게 생겨서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여성 팬들에게는 최애 중 최애다. 그야말로 뱀파이어의 현신 같은 외모였다. 그런 녀석의 창조적인 능력이 이 정도라니.

나와 눈을 마주친 이든의 눈빛이 비웃음으로 물들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녀석 뭔가 있구나.

나는 뭔가 이상한 기시감을 느꼈다. 저 아우라의 크기로만 본다면 뭐라도 꺼내서 이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달까.

"야. 정이든."

"·········어."

"하여간 말 짧은 건 어떻게 못 하냐? 됐고···. 너 인마 최근에 만든 곡 있으면 꺼내 봐."

"응? 뭐야. 알고 있었어?"

"그래.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냐?"

이든은 나를 보고 픽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웃음이었다.

그렇게 매일 방에서 컴퓨터를 끼고 있는데 모를 리가 있겠냐?

좁은 방에 마스터 키보드랑 꽤 비싸 보이는 스피커,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마이크 등등 웬만한 장비가 다 있었다.

내가 너 예전부터 작곡하고 있는 거 알고 있었지. 정이든은 결벽증 비슷한 게 있어서 혼자 독방을 썼다. 숙소의 방이 3개라 다행이었다.

맨날 방구석에 처박혀서 시끄럽게 군다고 멤버들의 불만 아닌 불만이 있기도 했고···

아마도 멤버들은 말수가 적은 이든의 취미 생활쯤으로 여기는 듯했다.

언젠가 한 번은 방문을 열었는데 정신없이 집중한 듯 미디 프로그램을 다루고 있었는데 일이 년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아예 집중 상태길래 그냥 살짝 문을 닫고 말았다. 그래서 나중에 이력서에 적혀 있는 존경하는 아티스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었지.

그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돌 겸 작곡가인 T-Rex였다.

정이든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내가 자작곡 이야기를 꺼내자 이미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만 같아 보이는 당당한 자신감이었다.

그는 능숙하게 사운드 클라우드를 열고 자작곡을 컴퓨터에 내려받았다.

"실행해요?"

오늘따라 뱀파이어 같은 저 녀석의 얼굴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마치 미녀의 목에서 맛있는 피를 방금 빤 것 같은 생동감이었다.

끄덕끄덕···.

마우스를 컨트롤하던 그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려받은 파일을 클릭했다.

곧바로 스피커를 통해 잔잔한 인트로가 나오더니 깔끔한 EDM 사운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기교가 없는 아주 힘을 뺀 부드럽고 경쾌한 사운드였다.

'호오···.'

처음부터 부담스럽지 않게 귀를 사로잡는 사운드였다. 작곡가들이 애용하는 간단한 머니 코드(돈이 되는 코드)를 이용해서 뭔가 물 흘러가듯 아주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었다.

'뭐야. 깔끔하네. 이도훈 PD 곡보다 백배는 좋잖아?"

가끔 신나는 기타 리프가 살짝 긴장감을 주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후렴구도 코드가 평범하게 좋은 반복적인 흐름으로 이루어진 전체적으로 힘을 뺀 달달한 곡이었다.

이거네. 이거야. 정이든 이 자식 드라마에서 영감을 얻은 건가? 이거로 싱글 내면 이건 무조건 10위 안에 입성이다. 잘하면 최상위권도 노려볼만하겠네.

가끔 멜로디를 의식한 듯 허밍까지 넣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멤버들이 앉아 있는 소파 쪽을 바라보았다.

다들 입을 떡 벌린 채 곡을 듣고 있었다.

특히 나유정은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얼굴이었다.

'어머. 어떻게 이럴 수가 우리 이든이 이 정도로 퀄리티가 좋은 곡을 쓰다니···. 미쳤어'라는 표정이랄까?

마침내 노래가 끝나자 작업실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나는 손을 들어 손뼉을 쳤다.

짝짝짝···.

"곡 진짜 좋다. 이걸로 컴백하면 1위 후보감인데?"

"형 진짜야?"

이든이 엄청나게 밝은 표정을 하며 좋아했다.

"어···. 그런데 내가 봤을 땐 약간 편곡에 전문가의 손길이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약간 투박한 면도 있는 것 같아."

"·········."

"다니엘 씨?"

"네?"

"좀 봐주실 수 있으시죠? 약간 다듬을게 머릿속을 스쳐 가지 않나요?"

"아···. 네."

아까 살짝 보니 이 녀석만 리듬을 타며 상체를 움직이면서 뭔가 이상하면 고개를 갸웃 흔들기도 하는 것을 봤다.

내 눈은 못 속인다. 그리고 세 명의 프로듀서 중에서도 이 녀석만 상급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구석에서 미튜브랑 외국 작곡 강의 사이트로 배운 것보다는 직접 작곡가들과 인맥을 쌓으며 전문적인 스킬을 익힌 프로듀서가 곡을 좀 더 완성도 있게 다듬을 수 있을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었다.

"야. 문병춘 너 할 일 많잖아. 내가 시킨 거 다했어?"

이도훈 PD가 다니엘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뭐야. 다니엘 이름이 병춘이였어? 예명 쓸 만한 하구만. 어쨌든 이도훈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군.

병춘이는 나와 이도훈 PD를 번갈아 가며 시선을 이리저리 옮겼다. 그로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도훈 PD가 어이가 없다며 나를 비웃고 있었다.

"조직도 이거 개편 좀 해야겠네. 콘텐츠 쪽이랑 분리하든지 해야지. 비어 있던 실장 자리에 음악에 음자도 모르는 분이 와서 이렇게 질서를 무너트려도 되나 싶네."

"·········"

얼씨구? 능력도 없는 게 입만 살았네. 확 그냥···.

"이준형 실장님···."

"네. 말씀하세요."

"이거 월권인 거 아시죠? 이미 곡이 본부장님을 거쳐 확정되고 안무까지 나왔어요. 이제 제작만 들어가면 됩니다. 지금 와서 다시 가자고요?"

음···. 평소에도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돌아다니는 녀석이었다. 나랑 동갑이라고 했었나?

"안되나요?"

"당연히 안되죠!"

"곡이 똥망인데요?"

"뭐요?

"차트 광탈각요!"

"아니 이 사람이 보자 보자 하니까···"

이도훈 프로듀서가 급기야 내 멱살을 틀어쥐었다.

후···. 웃음만 나왔다. 나 상남자 이준형이야. 어디서 뒤질려고···. 키랑 떡대 하면 나도 어디 가서 안 꿀린다.

나는 힘으로 그의 팔을 잡고 강제로 떼어냈다.

"이익···."

"에이···. 두 분 다 그만 하세요."

갑자기 우리 둘 사이로 영관이가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몸싸움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나 보다.

나는 여전히 가슴을 펴고 네가 뭐 어쩔 건데 하는 표정으로 이도훈을 내려다보았다.

'꼼수나 써서 빨대나 꽂으려는 놈이···. 학벌만 좋으면 다야? 나도 인마 J대 문창과 나왔어.'

솔직히 J대는 좀 그랬지만 무슨 상관인가. 능력만 있으면 된 거지. 네놈이 버클리를 나왔든 프린스턴을 나왔던 나보다 회사에 돈을 더 벌어줬냐 이거야.

"그래서 타이틀곡을 못 바꾸겠다는 소립니까?"

나는 거만하게 팔짱을 끼며 말을 했다.

"못 바꿉니다. 아니 안 바꿔요."

이도훈도 딴에는 자존심이 있는지 아주 단호했다.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고 눈싸움을 펼쳤다.

어쭈! 실력은 없는데 성깔은 좀 있구만.

"쓰읍···. 프로듀서 팀장님 입장도 이해합니다. 그러면요. 이렇게 합시다."

"뭘 어떻게요?"

내가 약간 빼는 투로 이야기하자 그제야 내 이야기에 살짝 관심을 두는 모습이었다.

"회사 직원들을 모아놓고 투표하는 거 어때요? 프로듀서팀 말고 회사 전체로."

"그, 그건···."

이제는 이도훈이 약간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정이든의 노래를 본인도 들었으니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알았겠지.

아니···.

아마도 본인은 자기 곡이 더 낫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원래 창작자들이 그렇다. 자기 세계에 갇히기 마련이다.

"왜요. 자신 없으세요?

"아니···. 자신이 없다기보단···."

"그렇다면 뭐가?"

"굳, 굳이 시간을 들여서 그렇게 할 필요가 있냐는 거죠."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 팀별로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 불러서 한 번씩 들려주고 투표하면 끝이잖아요."

"·········."

"아이고···. 이렇게 자기 곡에 자신이 없어서야···. 쯧."

나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중얼거렸다. 물론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

"그래요. 까짓거 해봅시다. 내 곡이 취미로 하는 애보다 못할 리가 없으니까요. 그 대신 만약 제가 이기면 실장님도 그 자리를 물러나셔야 할 겁니다."

"그러시죠. 까짓거!"

역시 그랬다. 그는 나름 자신의 곡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자기도 작곡가라 이건가? 자존심을 살짝 건드니 격투 케이지로 스스로 걸어 들어왔다.

'그래. 대중들의 냉혹한 귀는 학벌로도 커버 못 친다는 걸 직접 깨닫게 해 주지.'

하지만 이도훈이 강하게 나오니 나도 살짝 불안한 게 사실.

다시 한번 아우라 스카우터를 켜봤다.

이도훈은 미미했고 정이든은 찬란했다.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이든의 아우라가 더욱 강렬해졌다.

'역시···.'

"이든아. 내일 해도 되겠냐. 오늘 녹음까지 해서 마무리할 수 있겠어?"

"가사도 만들어 놓은 거라 좀 도와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자식은 유학파라고 아주 반말이 기본이네.

"다니엘 씨. 좀 도와줄 수 있죠? 얘가 아직 전문적으로 프로듀싱은 해본 적이 없어서 말이죠. 이도훈 PD님 괜찮죠?"

이도훈은 나와 다니엘을 번갈아 보더니 살짝 비웃으며 혀를 찼다.

"후후. 맘대로 하세요. 그럼 내일 10시에 봅시다."

그 말을 하고 몸을 돌려 작업실을 나가버리는 이도훈이었다. 옆에 있던 키 큰 녀석도 이도훈을 따라 나갔다.

다행이었다.

이도훈은 아직도 팀원들의 능력도 제대로 파악을 못 하는 것 같았다. 아우라가 하나도 없는 멀대 같은 녀석을 붙여주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는데 일이 잘 풀린 것이다.

"병춘 씨. 오늘 좀 부탁합니다."

"죄송하지만, 다니엘이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는 뭔가를 결심한 듯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라? 뭔가 이상한데? 갑자기 병춘 씨의 아우라가 더 강렬해졌다.

"저도 이제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이판사판이에요."

병춘 씨도 맺힌 게 많은 걸까? 뭔가 속이 시원해졌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가로막고 있던 장애물을 치워버린 모습이다.

"다니엘 씨가 보기엔 어떻습니까? 이도훈 프로듀서의 곡과 이든의 곡하고요."

"하하. 몰라서 물으시는 건 아니겠죠? 지금 이 곡이 훨씬 낫습니다. 이든 씨는 이리 와 보세요. 바로 작업합시다. 고칠 게 많은 것 같은데요? 그리고 다른 멤버들도 다 이리 오세요."

"병춘···. 씨?“

그는 내 말은 신경도 안 쓰고 이든과 함께 곡에 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어이···. 내가 부르잖아.

그냥 놔둘까? 옆에서 나유정이 고개를 흔들며 문을 가리킨다. 나가자는 소리였다.

자기들 앞가림은 한다 이건가?

이든의 곡은 과연 어떻게 다시 탄생할 것인가 궁금했다.

그렇게 2차 블라인드 테스트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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