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31화 (31/263)

제작사도 모르는 속편 (3)

나는 준비를 마친 나유정을 데리고 회사로 가는 길이었다.

"웬만하면 도우미 아주머니라도 쓰시지 그래요?

"에이···. 알면서 그래요. 안방에 있는 것들 때문에 안돼요."

그녀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손사래를 치며 대본을 보고 있었다.

"아... 아이돌 굿즈..."

나는 그녀의 소중한(?) 취미를 떠올렸다. 그 가위로 오려 붙인 흉측한 콜라주 포스터를 생각하면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아무래도 그녀에게 미적 감각은 없는 모양.

"그러면 빨래라도 좀 하던가요. 그냥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되는 건데···. 제가 돌려야 하겠어요?"

"귀찮아서···. 내가 나중에 빨랫감 다 모이면 할 건데 뭐하러 그랬어요?"

"아니! 빨래가 안 모이게 3일씩 똑같은 옷을 입고 있잖아요."

".........."

"하···. 이제는 대답도 안 하네. 그래도 사람이 할 건 하고 살아야 합니다. 아까 화장실에서 손을 닦으려고 보니까 수건에서도 약간 쿰쿰한 냄새가 나던데···."

"아···. 시끄러워요. 집중 좀 합시다. 시어머니야 뭐야."

허어···. 혈압이 점점 오르는 것 같다. 말을 말자. 말을 말어. 다 큰 성인한테 이런 이야기 해봐야 씨알도 안 먹히지.

나는 갑갑한 마음에 텐뮤지스의 강렬한 EDM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플레이 리스트에서 그녀들의 노래를 선택했다. 스피커로 신나는 EDM 하우스 풍의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으응?

대본을 보고 있던 나유정이 고개를 들어 눈살을 찌푸린다.

"지금 뭐하는 짓이죠? 분명히 아침에는 보이그룹의 최신곡을 듣기로 하고 퇴근할 때만 걸그룹 노래를 듣기로 약속했을 텐데..."

"스트레스 때문에 좀 들어야겠수다. 수틀리면 나 절필해버리니까 나 건들지 마요."

".........."

나유정은 뭔가 할 말을 삼키는 모습이었다. 입을 삐쭉 삐죽하더니 이빨을 꽉 깨물고 다시 대본으로 시선을 옮겼다.

퍽퍽···.

나유정이 주먹을 들어 브라운 컬러의 차 시트를 내리친 것 같았다.

"뭡니까? 불만 있어요?"

나는 리어 미어로 그녀의 표정을 관찰했다.

"노래가 신나네요. 나도 모르게 박자를 좀 맞춰봤어요."

그녀의 얼굴은 전혀 신나 보이지 않았다. 얼굴은 무표정에 눈빛은 스산하다.

"신나는 것치고는 좀 과격하네요."

"선혈이 낭자한 액션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그런 의지로 봐주시면 될 거에요."

퍽퍽···.

다시 한번 시트를 내리치는 나유정이었다.

"그래서야 뭐 모기라도 잡겠습니까? 스피드가 한참 딸리네요."

내 말을 들은 그녀의 눈빛 온도가 더욱 차가워졌다.

"그만하시죠. 이 작가님. 그건 그렇고 회사 가서 내가 뭐라고 하면 돼요? 하 실장님이 자초지종을 물어볼 거 같은데···."

"그냥 진짜 지인이 쓴 거라고 하세요. 보여달라고 하면 작가가 소란에 놀란 나머지 다시 회수해 갔다고 하세요."

"그 작가를 좀 보자고 하면 어떻게 해요."

"유정 씨처럼 사람을 극히 꺼리는 은둔형 외톨이라고 하던가요."

"네? 저 은둔형 외톨이 아니거든요?"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설명하라고요."

"흐음···. 믿어 줄까 싶은데···."

회사 근처에 도착하자 그녀는 대본에 책갈피를 꼽은 뒤 그것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준형 씨. 그런데 제작 안 할 거에요?"

"가만 있어 보세요. 누가 접근하는지 보고 이야기 합시다. 호기심에서라도 회사로 연락하는 곳들이 있을 겁니다. 그때 시놉하고, 대본을 보여주면 돼요."

"알았어요. 전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잘 해보세요. 전 그동안 몸이나 확실히 만들어놔야겠다. 검도도 배우고···."

"지금 의지를 어필하시는 겁니까?"

"그렇다고 해두죠."

차는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고 나유정은 흥하는 콧소리를 내며 차에서 내렸다.

나는 털레털레 나유정의 뒤를 따라갔다. 그녀는 XM.Ent 건물을 마치 제집처럼 당당하게 활보했다.

똑똑···.

"실장님 나유정 씨 오셨습니다."

[아···. 들어오시라고 해요.]

내가 문을 열어주자 나유정은 어깨를 쫙 펴고 하 실장 방으로 입성했다.

"아이고···. 유정 씨! 죄송합니다. 쉬시는데 보자고 해서요."

나유정이 방에 들어서자 하 실장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테이블로 그녀를 안내했다.

"갓 도착한 녹차 한잔 하실래요? 제 지인이 보성에서 녹차 밭을 하시는데 아주 신선한 놈으로 보내왔습니다."

"네. 한 잔 주세요."

나유정은 가방을 놓고 중앙에 있는 회의용 테이블에 앉았다. 나는 나유정 뒤에 가만히 서 있었다.

하 실장은 차를 내리다 말고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뭐냐? 너는 이제 일없다는 표정이다.

"준형 씨 수고했어요. 이제 나가봐도 됩니다."

"아···. 네..."

"실장님."

"네. 유정 씨."

"이준형 씨는 제 매니저예요. 일단 오늘 하실 이야기도 다 알고 있고요. 있어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아···. 네···. 뭐 그러시죠."

"준형 씨 뭐해요? 옆에 앉아요. 그렇게 멀뚱멀뚱 서 있지 말고."

허... 이거 참···. 뭐 아무래도 내가 있는 게 낫겠다 싶긴 하다.

하 실장의 눈을 보니 그냥 앉으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왔다. 그래서 얼른 의자를 빼서 자리에 앉았다.

"준형 씨 차도 한 잔 주세요. 제거만 주지 마시고요."

"하하···. 네···. 알겠습니다."

하석우 실장은 갑자기 당당하게 나오는 나유정의 모습에 압도되어 마치 응? 이게 무슨 일이지? 하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평소에는 말도 잘 안 하고 본인이 3번, 4번 물어봐야 대답도 간단하게 겨우 한마디만 하곤  했었다.

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녹차를 우리 앞에 대령했다.

잠시 차를 음미한 뒤, 나유정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실장님. 대본 때문에 부르신 거죠?

"아···. 유정 씨가 먼저 말을 꺼내 주시니 편하네요. 맞습니다. 아시다시피 이슈가 자꾸 커지다 보니 저희 입장이 상당히 곤란합니다. 혹시 어떻게 된 건지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 수 있을까요?"

하석우 실장이 잔을 내려놓으며 나유정을 응시했다.

"말한 대로에요. 저랑 아는 작가 둘이서 부부의 비밀을 재미있게 보고 농담처럼 시작한 일이에요. 제가 한번 써보라고 하고 그 작가도 별 생각 없이 쓴 거에요."

"그건 벌써 SNS로 해명하셨죠. 그런데 왜 8화입니까? 진짜로 8화까지 있나요?"

그는 안경을 손가락으로 들어 올리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요. 10회까지 있어요."

"10, 10회요. 정, 정말입니까? 혹시 볼 수 있을까요?"

"지금 없어요. 너무 소란스러워지는 바람에 그 작가가 다 회수해 갔어요."

"휴···. 으음···."

하석우 실장은 한숨을 쉬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실장님. 왜요? 누가 보자는 사람 있나요? 속 시원하게 말씀해보세요."

"아 실은 JTVC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JTVC 스튜디오 김현도 CP입니다."

"아···. 거기서 부부의 비밀을 제작했었나요?"

"맞습니다. 꼭 자기들 먼저 자초지종을 듣고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약속 잡으세요."

"네? 진심이십니까?"

"네. 약속이 잡히면 저희가 시놉하고 대본 일부를 이메일로 보내드린다고 하세요. 검토를 해보시고 조건을 준비해서 오시라고 하면 되겠네요."

나유정은 내가 시킨 대로 잘하고 있었다.

"후···. 알겠습니다. 그럼 그쪽에 그렇게 통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네. 말씀하세요."

"그 대본을 쓰신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지 알 수 있을까요?"

"잘 모르실 거예요. 신인이고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 비슷한 사람이에요. 약간 이상한 사람이라 만약 나오기 싫다고 하면 제가 대리하면 되죠."

"에? 유정 씨가 대리자 역할을 하신다고요?“

"네. 맞아요. 그 사람 스타일이 약간 호구라 제가 입장을 대신하는 게 나을 거에요."

"호, 호구요?"

하 실장은 나유정의 말에 살짝 당황하는 것 같았다.

그 말을 옆에서 들은 나는 무의식적으로 미간에 내 천자(川)가 쫙하고 그려졌다.

나유정··· 또 폭주하는 건가? 혼꾸멍을 내야 하는 것인지 살짝 고민됐다.

"제가 갑자기 말을 많이 했더니 급 피곤하네요. 실장님 이 정도 해명이면 되겠죠?"

"하하···. 피곤하면 안 되시죠. 피부에도 안 좋아요. 이제 다음 주부터 하루에 하나 이상 CF를 찍으셔야 하는데요."

"진짜 톡 보내주신 것처럼 전부 다 오퍼가 왔어요?"

"A급 아닌 거 다 쳐내고도 20개입니다. 최소한 그거는 찍으시죠. 너무 많이 찍어도 반발 효과가 발생해서 딱 그 정도가 좋을 것 같아요. 방송 시기도 잘 조정해서 내보낼 생각이니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거 외에는 제가 몸을 좀 만들어야 하니 스케줄은 최소화해주세요. 실장님."

"네. 그런데 몸을 만든다고요? 지금 몸이 어때서요?"

"그런 게 있어요. 누가 내 몸이 물렁물렁하다고 해서요."

컥···. 이 여자가··· 점점···.

"허··· 어떤 미친놈이 감히 대배우이신 나유정 님에게 그딴 망발을 한단 말입니까?"

"훗. 실장님이 뭐 좀 아시는군요."

"다음번에 또 그런 무례한 말을 하면 저에게 꼭 알려주세요.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하 실장에게 JTVC 스튜디오의 김현도 CP의 메일 주소를 받고 돌아가기로 했다.

"실장님 여기 화장실이 어디죠?"

"아! 저기 오른쪽 모퉁이를 돌면 나옵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나유정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고 나를 보며 잠깐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하 실장이 나에게 가까이 왔다.

"준형 씨. 나 좀 봅시다."

"예. 실장님 말씀하세요."

"준형 씨 유정 씨 때문에 힘들겠지만 중요한 정보가 있으면 꼭 나한테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혹시 아까 나온 이야기 말고 아는 거 뭐 없죠?"

약간 네가 뭐 알겠느냐는 뉘앙스가 섞인 것 같았다. 나는 당연히 잘 모르는 척 애매하게 답변했다.

"글쎄요···"

"그래요. 피곤하겠지만 수고 좀 해요. 연말에 성과금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 실장이 나를 보너스로 꼬시려나 보다.

하지만 나의 월급은 하 실장의 두 배를 가뿐히 넘는다. 살짝 웃음이 나왔다.

"알겠습니다."

그는 내 썩소를 보고 그럼 그렇지 라는 얼굴로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아마도 내가 보너스에 혹했다고 생각하는 모양.

"준형 씨 이제 가요."

볼일을 마치고 나온 나유정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럼···"

나는 하 실장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시동을 걸기 전에 나유정을 돌아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호구요?"

"말이 그렇다는 거죠. 당장 정체를 드러내기 좀 그렇다면서요. 그래서 저한테 상대하라고 해놓고 왜 그래요? 스토리를 좀 부여하는 거죠."

"작가하셔야겠네. 그냥 은둔형 외톨이라고 하면 끝이지. 옳다구나 하면서 왜 괜히 살살 긁어요?"

"노노~ 절대 아니에요."

"아휴··· 갑시다. 아까 어디 간다고 했죠?"

"파주 액션스쿨요."

"멀기도 하네. 안전벨트 매요. 출발합니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하려는 게 귀여워서 참기로 했다. 이제 보니 그녀가 배우로 성공한 게 능력도 있겠지만 이러한 집념이 성공의 큰 원동력이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는 도중 나유정과 나는 교하읍이라는 곳에서 간장게장으로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그녀는 간장게장을 무척 좋아했다.

밥을 먹는데 하 실장에게서 JTVC 스튜디오와 이야기를 마쳤다며, 일단 시놉하고 대본 일부를 보내는 게 좋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나는 아까 받은 메일 주소로 자료를 보냈다.

그리고 식사 후 차를 달려 파주 액선스쿨에 도착했다. 파주 액션스쿨은 상당히 큰 건물이었다.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봤을 땐 무슨 체육관처럼 생겼던 거 같은데 이곳도 많이 발전한 것 같았다.

이 액션스쿨은 상당히 유명해서 이제는 스턴트, 액션스쿨 뿐 아니라 공무원 연수도 하고 나름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나유정은 이곳의 사람들을 아는지 인사를 하면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는 삼십 대 초반에 깔끔하게 생긴 남자가 컴퓨터로 뭔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범님!"

"어? 오셨네. 오랜만이에요. 유정 씨."

그 사범이라는 사람은 그녀를 반갑게 맞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키도 크고···. 얼굴도 깔끔하네. 뭔가 소년 같은 얼굴인데 왠지 모를 포스도 있고···.

그를 보자 살짝 기에 눌리는 것 같았다. 나름 180cm가 넘는 키인데 나보다 좀 더 큰 걸 보니 185cm는 넘는 것 같았다.

"인사하세요. 준형 씨. 이분이 여기 액션스쿨 사범님이세요. 3년 전에 저 교육해주신 분이세요."

"안녕하세요. 액션스쿨 교관인 정혜성 사범입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준형입니다. 유정 씨 매니저입니다."

"매니저분이 몸도 좋고 훤칠하시네. 여기서 한번 훈련 받아보실래요?"

그는 내 몸을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이고···. 아닙니다. 저는 허우대만 멀쩡하지 운동은 별로예요."

"맞아요. 맨날 앉아서 글만 쓰나 봐요."

허허···. 이 아가씨가 또···

"예전에 배웠던 기본 액션이랑 검술을 다시 배우신다고 하셨죠?"

그녀는 이미 준비물을 다 챙겨왔는지 곧바로 운동에 돌입했다. 나는 그동안 건물 밖으로 나가서 주변 경치를 구경했다.

"흐음~ 경치 좋다. 야외 테이블 그늘에 앉아서 글이나 써볼까?"

나는 한동안 몰입해서 글을 쓰고 있었다. 그 작품은 '세상의 멸망은 나만 아는' 이었다.

달동네에 연재하는 이 작품의 조회수는 볼품이 없었다. 지금 약 15화 정도를 올렸는데 그래도 작가 연재라고 일반 연재보다는 살짝 유입이 있는 것 같은데, 대부분 1화를 보고 나가떨어졌다. 1화 조회수 200, 댓글은 달랑 4개였다.

[백색지대 - 어라? 이거 쿠폰루팡 필명 바꿨네. 연쇄폭참마?"]

[호아킨 - 처음부터 뭐야 이거! 웹 소설을 써야지. 뭔 시나리오 같이 써놨냐? 드라마 찍나? 1화부터 하차각이네. 웹 소설 처음 쓰나?]

[괴작판독기 - 응? 루팡아. 아니 연쇄폭참마야. 방금 1화 봤다. ㅎㅎㅎ 넌 어째 반대로 하냐? 데일리노블에서 이런 걸 연습 삼아 쓰고 지금 1위하고 있는 걸 달동네로 가져와야 하는 거 아니냐? 하여간 특이한 놈일세.]

[괴작판독기 - 어라? 이거 뭐야! 흡입력 뭐야. 꼭 영화를 보는 거 같잖아? 쿠폰루팡 너 이 자식 괴작은 끊은 것 같더니 하다 하다 극본까지 손을 대네? 그런데 이거 재밌는데? 웹소는 아닌 거 같은데 최근 본 것 중에 제일 낫다. 그런데 조회수 폭망이구나··· 일단 참고 쭉 해봐라. 뭔가 범상치 않다.]

'흐흐··· 이 괴작판독기 녀석··· 넌 인마 내 스토커냐?'

글을 쓰다 말고 실실 웃고 있으니 하 실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나 하 실장인데··· 유정 씨 왜 전화 안 받지?]

[지금 운동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그래. 나도 바쁘니까 준형 씨가 전해줘. 아까 이야기 들어서 알 거야. 방금 JTVC에서 전화가 있는데 당장 오늘 만나 자길래 오늘은 안 되고 내일 보자고 했거든? 그러니까···.]

[네··· 꼭 전해드릴게요. 들어가세요.]

나는 통화를 끊고 생각에 잠겼다. JTVC 측에서 시놉과 대본을 보고 얼마나 좋았길래 오늘 당장 보자고 했을까? 손가락으로 플라스틱 야외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흐흐··· 회당 얼마를 달라고 하지?'

테이블에서 일어나 양지로 나가서 기지개를 켰다.

"아으으으으···. 좋다. 짭짤하겠어."

뻐근했던 몸이 어느 정도 풀리는 느낌이었다. 고개를 돌려 건물 안을 바라보니 나유정이 땀을 뻘뻘 흘리며 훈련을 받고 있었다.

"열심이네."

나는 왠지 모르게 이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렇게 파주의 봄 햇살은 너무나 따듯했다.

그리고 다음날 나유정과 나는 JTVC 관계자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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