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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29화 (29/263)

제작사도 모르는 속편 (1)

[슬기로운 덕질생활 신드롬! 그 인기 비결은?] -투데이 스포츠 한상훈 기자-

24일 방영된 TVM의 '슬기로운 덕질생활'(연출 김호진, 극본 이준형, 기획, 제작 TVM)은 아주 가벼운 드라마다. 그냥 훅하고 불면 휙 하고 멀리멀리 날아갈 것만 같은 캐주얼함이 느껴진다.

마치 웹 소설이나 만화 같은 약간은 비현실적인 설정임에도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24일 방영된 6화가 시청률 21.4%(스택코리아 기준)를 기록해 2017년 히트작 '저승사자'의 20.7%를 뛰어넘어 TVM 역대 2위의 시청률 기록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해당 작품은 TVM이 자체 제작을 하고 제작비도 나유정의 몸값을 빼곤 크게 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방송국 자체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야말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

힘을 들이지 않은 이 작품이 왜 신드롬급 인기를 얻게 되었을까?

'슬기로운 덕질생활"의 인기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배우들의 개성 만점 연기와 톡톡 튀는 캐릭터 성이다. 나혜리(나유정), 한민준(한연준), 이성민(이창민)의 연기는 생동감이 넘쳤고 보고 있으면 유쾌했다.

특히나 연기파 배우로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였던 나혜리는 전작의 음울한 연기에서 180도 바뀐 엽기발랄(?)한 모습을 찰떡같이 연기하고 있어 남녀노소 전 연령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다.

한없이 고고하게 보였던 스타 여배우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설정으로 또래 20~30대 여성들에게 크게 어필한 것을 들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철저하게 꾸미지만 집안에서는 후줄근한 옷을 즐겨 입는다. 그냥 양푼에 비빔밥을 뚝딱 해먹고 남자 아이돌 굿즈 등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모습에 동질감을 느꼈다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기획사에 입사하여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1티어로 만들기 위해 주체적으로 계획을 짜는 모습에 여성팬들 또한 열광하고 있다. 당당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나유정을 보고 심적으로 지지하게 됐다는 여성팬들도 많았다.

이처럼 해당 드라마 게시판이나 SNS,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나유정의 캐릭터에게 푹 빠졌다는 이른바 "나혜리 앓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실정이다.

오래전 '엽기적인  마이걸' 정지현 신드롬 이후, 탄생한 최고의 이슈 캐릭터가 아닐까 하고 업계 관계자들이 조심스럽게 입을 모으고 있는 분위기다.

그 단적인 예로 현재 '나혜리 효과'로 나유정에게 밀려든 굵직한 CF는 약 20여 개에 달한다는 첩보가 입수되기까지 했다.

나유정은 CF 수익으로만 수십억 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그녀의 소속사(XM.Ent)의 임원이 살짝 귀띔해줬다.

한편, 같은 소속사로 '슬기로운 덕질생활'의 다른 주인공인 테리우스(제우스 역) 또한 대박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 2년 차 아이돌은 해당 드라마에 전격적으로 전원 캐스팅되어 각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특히 연기돌로 당당히 인기 배우에 오른 테리우스의 센터 한연준과 래퍼 이창민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이들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나유정의 보조를 맞춰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나혜리와 한민준의 티키타카는 그야말로 달달한 러블리함 자체라는 평이다. 또 다른 조연인 촐싹 리더 영관, 훈훈한 남자 김훈, 말 수가 없는 4차원 냉 미남 이든의 역할도 팬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3화를 기점으로 그간 히트곡이 없었던 테리우스의 1, 2집 타이틀곡이 역주행을 시작했다.

TVM측은 드라마 촬영 스케줄상 완성된 그룹을 캐스팅할 수밖에 없었으며 OST 또한 기존 곡들을 재활용하고 무대 영상의 경우 테리우스의 기존 타이틀곡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외로 테리우스의 얼굴만 알고 노래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시청자들이 많아 그들의 곡들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소속사는 테리우스의 곡이 음원 차트를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들은 차후 3집 컴백에서는 더 좋은 곡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XM.Ent는 연예기획사로 CA 미디어 계열사이며 주로 배우들을 매니지먼트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2년 전부터 아이돌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알려졌다.

첫 번째로 키워낸 아이돌을 2년 만에 정상에 올려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수혜는 XM.Ent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간 남자 아이돌이 지지부진하자 과감하게 여자 연습생들을 모아 걸그룹으로 데뷔시키려 했으나, 데뷔 직전 멤버의 학교폭력 문제(2명)가 드러나 데뷔가 좌절되고,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테리우스의 역주행으로 한숨을 돌린 셈인데 과연 다음 복귀 때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지 업계가 관심을 기울이며 살피고 있다.

곧, 남자 아이돌의 부동의 1위인 세계적인 그룹 슈퍼노바가 멤버들의 동시 입대를 앞두고 있어 혹시나 그 빈자리를 테리우스가 가져가는 게 아닌지 대형 기획사들이 XM.Ent의 행보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는 소식이다.

두 번째 성공 요인으로는 깔끔하고 시원시원한 막힘없는 연출이다.

'슬기로운 덕질생활'을 연출한 김호진 PD는 SBC 공채로 입사해 TVM에 합류한 인물로 특유의 스피디한 연출과 편집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중략>

셋째, 가볍고 독특한 소재를 맛깔스럽게 버무린 디테일의 승리이자 대본의 힘이다.

이 작품을 올해 공모전에 출품됐던 신인작가 대본이라는 정보가 추가로 공개됐는데, 큰 악역이나 고구마 전개 없이 매회 깔끔하게 디테일한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에게 소소한 업계 정보까지 주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연예계와 아이돌 세계를 가감 없이 알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혹자는 작가가 업계를 잘 아는 방송작가이거나 또는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지 궁금해하고 있다.

과한 설정 없이도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신인 작가가 과감하게 보여준 셈인데 앞으로 그의 행보를 주목해봐야 할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현재 '슬기로운 덕질생활'의 신드롬급 인기는 타 방송국의 작품들이 줄줄이 망해버린 반사이익이라는 해석도 있다.

KBC, MBS, SBC, JTVC 등 동 시간대 드라마들이 전부 5% 이하로 고전 중이다. 특히 SBC의 초대작 '차원의 군주'는 초반 기대와는 다르게 시청률이 급전직하하며 방송국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엄청난 자금과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1/20 제작비를 들인 '슬기로운 덕질생활'에 완벽하게 밀려버린 형국이다.

SBC측은 시청률을 반전시키기 위해 하이라이트와 떡밥을 지속적으로 풀고 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중략>

*  *  *

‘오우... 너무나 정확한 기사잖아?’

회사에 출근한 나는 슬기로운 덕질생활에 대한 기사를 읽고 기분이 좋아져 나우민 팀장과 옥상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기로 했다.

"요즘 회사에서 일할 맛 난다."

"분위기 좋네요. 소속 연예인들이 잘나가서 그런가? 잠깐만! 그런데 언제는 죽을 맛이었어요?"

"그런 건 아니고···. 대성이 때문에···."

"대성이가 왜요?"

김대성은 배우 2팀 신입 매니저인데 배우와 트러블로 골머리를 앓는 것 같았다.

"난 처음에 대성이가 일을 못 해서 배우가 짜증내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더라고···."

"그럼? 배우가 문제예요? 걔 이름이 뭐였죠?"

"이건호."

"아 맞다. 신인이네. 걔는 아직 뜨지도 못했잖아요. 누구 낙하산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맞아. 모기업 임원 아들이라더라. 근데 여기저기 알아보니 인성이 별로야. 자꾸 트집 잡아서 대성이를 힘들게 했더라고···."

"짜증나지만 어디를 가나 그런 놈들이 있죠. 대성이가 만만해 보이니까 더 그랬나 보네. 나한테 걸렸으면 국물도 없는데···."

내가 열이 받아 손바닥에 주먹을 탁탁 내질렀다. 그 모습을 보고 나 팀장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흐흐···. 안 그래도 내가 걔한테 덕근이 붙여놨다. 대성이랑 바꿔버렸지."

"박덕근 선배요? 꼴좋다! 잘하셨네요."

박덕근 선배라면 국가대표 레슬링 상비군 출신이다.

"하 실장한테 매니저 바꾼다고 보고했더니 쿨하게 알았다고 하더라?"

"그 양반 요즘 어깨에 뽕이 장난 아니잖아요. 나유정 CF 대박이라면서요?"

"어···. 오늘 아침에 봤는데 벌써 임원 흉내 내고 다니더라. 얼굴이 아주 싱글벙글이야."

"웃기네요."

"응? 뭐가 웃겨?"

나우민 팀장이 나를 보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우민이 형은 내가 흑막이었다는 걸 모르지?'

그럼 내가 웃기다고 하는 걸 이해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에요. 그 냉혈한 같으신 분께서 싱글벙글하는 게 상상이 안 가서 말이죠."

"직속 상사가 잘 나가고 기분이 좋으면 우리는 일 하기 편하지. 요즘은 그냥 보고만 해도 프리패스야. 너도 알 거 아니냐. 뭐 하나 가지고 가면 아주 꼬치꼬치 물어서 탈탈 터는 스타일 아니냐 그 양반이!"

"피곤한 스타일이죠."

"아무튼, 요즘 너무 일할 맛 난다. 항상 이랬으면 좋겠어. 소속 연예인들도 잘나가고 말이지."

"거 다행이네요."

행님아. 사실 이렇게 된 건 90%는 다 내 덕이에요. 마치 암중 흑막과 같은 존재랄까요?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비릿하게 웃고 말았다.

내가 사실을 밝히지 않으니 팀의 분위기가 좋아지는 아이러니란···.

'뭐···. 당분간만이다.'

"야 인마. 뭘 그렇게 썩소를 날리고 있어? 그리고 넌 무슨 말을 제 3자처럼 하냐? 넌 XM 직원 아냐?"

"직원이죠. 월급 230만 원 받는 2년 차 매니저"

"누가 보면 한 5년은 한 것처럼 이야기하네."

"그 정도로 열심히 했죠. 처음부터 아이돌을 맡는 바람에···."

"아! 너희 메인보컬 성대결절이라며?"

"벌써 소문났어요? 별거 아니에요. 그냥 쉬면 낫는 수준. 이상한 소문 안 나게 입조심 좀 시켜주세요."

"그래. 김 실장이 정이사에게 보고했다던데 별다른 말 안 했나 보더라. 오히려 초기에 잘 조치했다고 칭찬받았나 보던데?"

"아···. 그래요? 어쩐지 오늘 내가 인사하니까 웃으면서 받아주더만···."

"가수 팀도 분위기 괜찮네. 우리 회사가 좀 좋아지려나 보다. 배우나 가수나 다 잘돼서···."

"하하하···. 이제 내려가시죠. 저 이제 슬슬 유정 씨 데리러 가야 합니다. 오늘 종방연 대신 촬영 스태프하고 배우들 회식 있거든요."

주 1회 방영드라마라 그런지 아직도 한 달 정도 더 방영해야 하니 배우들 스케줄을 위해 미리 당겨서 하는 것이었다.

"그래. 이제 내려가자."

나는 나우민 팀장과 옥상에서 내려오다가 저번에 봤던 여자 연습생과 마주쳤다. 그 황금빛 아우라를 가지고 있던 비주얼 센터라는 아이였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인사를 한 뒤 우리를 지나쳐 옥상으로 올라갔다.

"쟤는 왜 저렇게 표정이 안 좋지? 형 혹시 알아요?"

"너 같으면 좋을 리가 있겠냐. 학교폭력으로 팀 엎어져서 7명 중 2명 퇴출당하고, 나이 좀 있는 애들 두 명은 회사 관두고 나가고···. 4명 나가리 되고 이제 3명 남았다더라. 그나마 아직 학생인 애들만 남았던데···."

"그런가요?"

"야 인마. 아무리 이제 '준' 나유정 매니저라지만 암만해도 귀 좀 열고 살아라. 너무 마이페이스도 안 좋아."

"에이. 아직 신인개발팀 소속인데요 뭐. 형. 그럼 저는 이만 나가볼게요."

나는 나우민 팀장의 등을 살짝 두드리고 건물을 나섰다.

*  *  *

나유정의 집에 도착해보니 인기척이 없었다.

"음? 말도 없이 어딜 갔지?"

잠시 기다리자 화려한 운동복 차림의 나유정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디 다녀오는 거에요? 말 좀 하고 다닙시다."

"집에 아무도 없어서 깜짝 놀랐어요? 나 오늘부터 PT 끊었어요. 이제 몸을 여전사로 만들어야죠."

"예? 누가 드라마 만들어 준답니까?"

"모르죠. 그런데 이 정도로 잘 썼는데 안 만들면 이상하죠."

대배우께서 내 대본을 칭찬해주시니 기분이 살짝 좋긴 했다.

"거···. 칭찬 고맙긴 한데요. 그런 입에 발린 소리 안 통합니다. 나지혜 역할 하고 싶으면 오디션에 참가하세요."

"아 진짜!“

“역할 준다면서요! 그리고 제 경력에 무슨 오디션이에요. 그냥 믿고 가는 거지."

"항상 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법이죠. 얼른 준비하고 나갑시다."

"에에??"

나는 준비를 마친 나유정을 회식 장소에 데려다줬다. 그녀는 차에서 내리려다 내가 뽑아준 대본을 손에 쥐었다.

"아니! 그건 왜 또 가져가요? 회식하는데?"

"준형 씨가 몰래 가져갈까 봐 그러죠!"

"다른 사람한테 안줘요. 나 원 참···.“

‘그게 그렇게 재밌나? 어우~ 순진한 아가씨야. 블록버스터급 드라마가 무슨 옆집 개 이름인 줄 아나? 지금 누구한테 보여준 적도 없고 제작하겠다는 곳도 없는데 혼자 김칫국부터 마시네. 혼자 망상을 하든 말든 그냥 내버려 둬야겠다.’

그녀는 내가 쓰고 있는 부부의 비밀 2 (가제) 8화를 읽으며 차 안에서 미쳤네! 미쳤어를 연발하더니 급기야 가지고 내린단다.

"일단 알았고요. 전 조금 있다가 들어갈 테니 김 PD님한테 먼저 시작하라고 하세요."

"알았어요. 천천히 들어와요."

차 문이 열리자 나유정이 차에서 내렸다.

파파파박!

갑자기 카메라 플래쉬가 사방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정식 종방연도 아닌데 어떻게 알고 회식 장소에 찾아온 것이다. 플래쉬에 눈이 부셔서 손으로 눈을 가리는 나유정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손에 묵직한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인터넷 포탈 연예 뉴스란이 뒤집혔다.

[나유정 차기작은 부부의 비밀 2 ???]

[제작사도 모르는 속편? 아닌 밤중에 홍두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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