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0화 (10/263)

대배우 담당? (1)

나는 정신없이 차를 몰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이럴 수가······. 도대체 내가 뭘 본거지?"

아까 본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후보로 지명된 대배우가! 얼음장 같은 화려한 미녀인 나유정이 사실은 남자 아이돌 마니아라니···.

"와···. 이런 괴리감이···."

운전하면서 나도 모르게 계속 도리질을 하고 있었다. 실소가 나오기도 하고, 잘 이해가 가질 않아 인상을 쓰기도 했다.

'이걸 누가 믿을는지···.'

회사에 도착해서 벤을 주차하고 배우 3팀 팀장에게 보고를 하고 퇴근을 했다. 업무보고를 하고 나니 어느 정도 가슴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

중고 준중형인 나의 애마를 몰고 집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거실에서 어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셨다.

"아들! 오늘은 좀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네? 회사에서 좀 봐주던?"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우리 애들 오늘부터 휴가야. 그래서 일찍 왔어."

"아~ 그러네. 테리우스 2집 끝났지."

나 때문에 아이돌 준전문가가 된 우리 어머니.

"배고프지? 밥 먹자."

"어···. 음···. 나 점심 엄청 먹었는데···."

"그래? 그럼 과일 좀 줄까?"

"역시 엄마밖에 없어."

나는 어머니의 어깨를 꽉 잡고 윙크를 했다.

"얼른 씻기나 해."

그녀는 소녀가 된 듯 배시시 웃더니 내 엉덩이를 손으로 후려쳤다. 나는 간단히 씻은 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머니가 가져다준 과일을 먹으며 연재 중인 작품을 띄웠다.

"하······. 안 써져. 안 떠올라. 으아~"

오늘 못 볼 걸 봐서 그런지 도저히 연재작을 쓸 기분이 아니었다.

'아까 본 게 너무 강렬해서 내 머릿속을 일시적으로 포맷시켜버렸어.'

나는 창작의 괴로움에 머리를 마구 헝클며 책상을 쾅쾅 두드렸다.

"준형아 왜 그래!"

문밖에서 걱정스러운 어머니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 아냐. 아무것도."

나는 계속 멍하니 나유정을 생각하고 있었고 워드프로세서의 커서는 빈 공간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탁탁탁...

'슬기로운 덕질 생활' '부제 : 내 아이돌은 내가 키운다'

최근 인기 있는 의사들이 나오는 드라마 제목을 패러디했다.

'어차피 글도 안 써지는데 이걸 소재로 해서 글이나 싸질러봐?"

어차피 연재작품의 비축분은 충분하다 못해 터질 지경이었다. 하루 글을 안 쓴다고 해서 타격이 전혀 없는 상황!

답정너라고 뭔가를 결심한 나는 마치 손끝이 모터를 단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

주인공은 연기력 최강의 여배우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탈 정도로 인정받은 연기 천재였다. 세상은 그녀의 화려한 외모와 지적인 이미지에 반했다.

하지만 그렇게 화려한 삶을 살던 그녀에게는 남모를 비밀이 있었으니 모태솔로에 남자 아이돌 마니아라는 것!

청교도적인 엄마의 관리 속에서 자란 그녀는 남자를 만날 기회를 전혀 잡지 못했고 항상 영화에 출연하고 학업을 병행하느라 시간이 없었다.

어느 날 동영상 사이트인 미튜브에서 케이팝 남자 아이돌을 접한 그녀···. 우연히 동영상을 클릭한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덕질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데···.

홈마 생활을 전전하다가 기획사 간부의 눈에 띄어 급기야 백수 사촌 동생의 이력으로 기획사에 취직까지 하게 되는데···.

중소기획사 2군 아이돌은 그녀의 활약으로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

"헉···."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 2시였다. 화면의 커서가 멈춰있는 지점은 3화 후반···.

애초에 이 소재는 웹소설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미니시리즈의 대본을 만드는 것처럼 글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어우···. 오줌보 터지겠네."

방문을 조용히 열고 화장실로 들어가 일을 본 후 다시 자리에 앉았다. 소재가 너무 재미있고 글이 너무 잘 써져서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이대로 새벽까지 쭉 달리면 5, 6화까지는 충분히 뽑을 것 같았다.

드라마의 1화 분량은 A4 35매 내외로 상당한 분량이긴 했으나 미친 듯한 집중력과 스피드가 그것을 커버하고 있었다.

내가 다시 정신을 차린 시간은 해가 뜨기 시작한 6시였다. 6화를 완성하고 7화 첫 부분을 쓰면서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으으···. 이준형! 정신 차려. 이건 흐름의 싸움이야.'

잠을 쫓기 위해 기지개를 크게 켰다. 부엌으로 들어가 물을 한잔 마시고 커피를 에스프레소 더블로 내려 방으로 다시 복귀했다.

아침이 오고 동이 터오니 바이오 리듬 때문인지 정신이 다시 말짱해진 것 같았다.

'오늘은 그냥 연차 내야겠다. 어차피 오늘 공식적인 일정도 없고 혹시 나를 찾을지 모를 나유정도 스케줄이 없었지 아마?'

아직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팀장인 형택이 형에게 연차 쓴다고 톡을 보내고 회사 그룹웨어에 접속해서 연차 상신서를 제출했다.

'모기업이 있어서 이런 건 참 좋아. 어쨌건 바쁘지 않다면 눈치를 안 보고 연차를 쓸 수 있으니까. 뭐 어때 법적으로 보장된 거 쓰겠다는데! 눈치 보던 예전에 내가 아니라고!'

똑똑···.

"헉···."

나는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누구세요?"

끼이익···.

방문이 열리며 머리를 위로 묶은 앳된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오빠! 출근 안 하고 뭐해."

우리 집 막둥이 이주리였다.

"어···. 너냐? 왜?"

"출근 안 하고 뭐하냐고. 어? 오빠 얼굴이 왜 이래? 날 샜어?"

"어···. 글 좀 쓰다가 그렇게 됐네. 오늘 오빠 연차 냈다."

"뭔데 뭔데···. 나 좀 보자."

주리의 얼굴이 내 어깨 위로 불쑥 올라왔다.

"슬기로운 덕질 생활? 뭐야. 패러디물 쓰는 거야? 제목이 왜 이래?"

나는 황급히 쓰고 있던 창을 내렸다.

"훠이~ 저리 가 인마. 뭘 자꾸 보려고 해? 너 또 용돈 부족하냐?"

"용돈이야 항상 부족하지."

짝!

"아야! 왜 때려!"

"저리 떨어져. 다 커가지고 왜 이렇게 찰싹 붙는 거야. 짜증 나게!"

"뭐! 이렇게 예쁜 여동생 있으면 자랑하고 우쭈쭈 해줘야지. 맨날 폭력이나 휘두르고···."

"폭력은 개뿔···. 또 나한테 손 벌리러 왔다고 형한테 이른다.:

"악! 하지 마! 제발···."

막내가 우리 집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바로 형이다. 항상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오빠라고 투덜거렸다.

사실 나는 막내가 안쓰럽긴 했다. 막내와 나는 아빠를 닮아서 비슷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는데 그로 인해 인물이 꽤 괜찮은 편이었다.

특히 막내는 학교 다닐 적 연예기획사에서 길거리 캐스팅도 당하던 외모로 유명했다.

하지만 자유방임의 효과로 폭망한 나 때문에 엄마와 형이 막내를 끼고 교육을 하는 바람에 학창 시절은 거의 억지로 공부만 하다시피 한 것이다.

원래 억지로 하면 효율이 안 좋은 건 당연한 이치. 형처럼 의대를 목표로 교육을 했지만 결국 지방대 의대까지 다 떨어지고 상위권 사립대 공대를 들어갔다.

거기서 공대여신으로 추앙을 받자 나름 자신의 위치에 만족했는지 딴마음을 품지 않고 학교를 잘 다니고 있었다.

"넌 학교 안가냐? 개학 했을 거 아냐!"

"나 휴학하려고···."

"뭐? 이제 2학년인데 공부도 하고 그래야지."

"작은 오빠. 내가 지금 공대에서 기계나 만져야겠어? 이 얼굴에 이 몸매로?"

"푸훗! 나 웃기지 마라. 너 같은 애는 연예계에서 그냥 굴러다녀서 발에 채는 그런 수준이야."

"오빠! 그렇게 예쁜 동생의 꿈을 꺾어야겠어?

"농담 아냐 인마. 어제 나유정 씨 1일 매니저로 뛰고 왔는데 유정 씨에 비하면 넌 그냥 이거야."

나는 막내를 보며 손가락으로 내 발을 가리켰다.

"뭐? 뭔데? 혹시 나보고 발가락의 때라는 건 아니겠지?"

"빙고!"

"오빠!!"

막내는 서 있는 나에게 머리를 들이대며 돌진했다.

"워워~ 농담이야 농담. 왜 그렇게 정색하냐."

"이 씨···."

한참을 방에서 옥신각신하다가 거실로 나와서 소파에 앉았다.

"휴학해서 뭐하려고? 계획이라도 있냐?"

"다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지갑을 꺼내 노란 지폐를 쓱쓱 뽑아 막내에게 건네주었다.

"우와~~ 오빵! 따랑해여~"

막내의 근본 없는 애교가 작렬하자 나는 어쩔 수 없이 웃고 말았다.

"우리 짠돌이 둘째 오빠가 웬일이래. 배춧잎도 아니고 우리 임당이 언니를 그것도 석 장이나."

"말하는 거 좀 봐라."

"헤헤···. 고마워 오빠. 잘 쓸게."

"오냐. 오빠가 이런 거라도 해줘야지. 나중에 필요하면 이야기해."

부업인 웹소설에서 주업인 월급보다 돈이 더 많이 나오게 생겼다. 돈이 생기니 역시 마음이 대범해지는 것 같았다.

'이 맛에 돈 버는 거지.'

물어보니 다른 사람들은 진즉에 출근했다고 한다. 엄마가 불러도 안 나오자 그냥 놔두고 시간 나면 주리한테 한번 들여다보라고 하신 모양.

"오빠~ 아잉~ 내가 뭐 해줄까?"

"냉장고에 과일 있으면 그거라도 깎아와라. 커피랑 해서···."

"오케이! 롸져! 대령하겠습니다."

주리는 나를 보고 오른손으로 거수경례를 했다. 꽤 각도가 훌륭한 편이었다. 아무래도 공대 선배들이 알려준 모양이었다.

"야! 그리고 좀 바지 좀 입고 다녀라. 다 큰애가 빤스만 입고 돌아 다니냐?"

"무슨 소리야. 이게 왜 빤스야. 돌핀 팬츠 몰라?"

"빤스 맞네. 팬츠라며.."

"이 씨···. 얼른 들어가서 방구석에서 글이나 쓰셔!"

나는 주리가 들고온 과일과 커피를 마시며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금 쓰고 있는 부분은 7화 중반.

드라마 대본은 배경 설명과 동작이나 연기 같은 것도 글로 표현을 해야 하지만, 필수적인 것만 넣고 상황과 대사 위주로만 쭉 써내려가고 있었다.

원래 나는 대화로 분량 채우는 게 특기였다. 대화 부분이 나오면 그냥 손가락이 날아다녔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 후반이 되자 등장인물과 사건이 계속 쌓여 쓰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으아! 힘을 좀 더 내자. 기획한 대로 10화까지는 써야지."

그렇게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힘겹게 해피 엔딩인 10화의 마침표를 찍었다.

"다했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였다.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며 엄청난 졸음이 밀려왔다.

나는 어기적어기적 침대로 걸어가 벌러덩 누워서 잠을 청했다. 그야말로 폭풍 수면이었다.

눈을 떠보니 주위는 이미 컴컴했다.

'으음···. 몇 시지.'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을 들어 시계를 보니 밤 11시였다. 침대에서 일어나 머리를 긁적이며 책상을 보니 엄마가 가져다 놓은 간단한 식사가 보였다.

일단 우유 한 잔을 들이켜고 컴퓨터를 다시 부팅시켰다.

달깍달깍···.

검색 엔진 창에 드라마 공모전을 입력하고 엔터를 눌렀다.

여기저기 공모전 정보를 모은 사이트가 있었는데 대부분 공모전이 며칠 전인 2월 말에 온라인 접수가 마감된 상태였다.

"아···. 까비. 좀만 일찍 낼걸. 아. 오늘 쓴 건데 불가능했구나. 쩝···."

나는 내가 쓴 슬기로운 덕질 생활을 다시 한 번 죽 넘겨보았다. A4로 300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이었다.

"와! 아무리 능력이 좋아졌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어떻게 드라마 10화 분량을 하루 만에 쓰냐? 나 미친 거 아님?"

스스로도 믿을 수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다시 마우스 휠을 돌려 웹페이지를 아래로 내렸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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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M 드라마 공모전]

드라마 전문 채널 TVM이 드라마 극본을 공모합니다. 방송작가를 위한 자유로운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TVM 드라마 극본 공모에 작가 여러분들의 많은 응모 바랍니다.

1. 공모 부분 및 일정

- 공모부문 : 미니시리즈

- 온라인 접수 : 2월 6일 ~ 3월 5일

- 당선작 발표 : 5월 중

2. 응모자격 : 기성, 신인 무관

3. 수상기준 및 상금

- 최우수상 : 5,000만 원

- 우수상 : 2,000만 원

- 가작 : 1,000만 원

4. 극본의 조건

- 로맨스, 사극, 시대극, 등 장르 불문

- 밝고 경쾌한 트렌디 드라마에 가산점 부여

5. 응모형식

- 기획안 (A4 20매 내외) + 대본 2회분(70분 편성 기준 A4 35매 내외)

6. 기타

- 저작권은 당선자 본인이 소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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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자···. 잠깐만···. 온라인 접수 마감이 3월 5일? 이거 오늘이잖아?"

접수 마감까지 딱 1시간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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