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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7화 (7/263)

갑자기 회사가 우스워 보이기 시작했다 (1)

매니저의 생활은 상당히 가혹했다. 돈이라도 많이 주면 참고 다닐 건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물론 우리 회사는 연봉이 다른 회사보다 높긴 했다. 아무래도 모기업과 급여체계를 맞추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개인 시간이 전혀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박봉은 박봉이었다.

만약 스케줄에 음악 방송이 있다면 새벽 3시 기상 → 가수 픽업 → 숍 → 아침 방송국에 도착 → 사전 녹화와 리허설을 한다.

무대 퍼포먼스를 점검 → 현장에서 팀장에게 보고 → 오후에 최종 리허설이 있었다. 만약 그사이 스케줄이 있다면 얼른 다녀와야 한다.

오후 6시가 되면 생방송 음악 방송에 출연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이후 스케줄을 소화한다.

신곡이 나오고 홍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적게는 한 개, 많으면 세 개 정도의 스케줄을 돌리는 날도 있었다.

그나마 내가 맡은 테리우스는 한연준 효과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상태라 스케줄 없이 노는 날은 많지 않았다.

최소한 11시는 넘겨서 스케줄이 끝났는데, 나는 애들을 숙소로 돌려보내고 나서야 퇴근을 했다.

집에 도착하면 무조건 12시가 넘었다. 그러고 다음 날 또 새벽 3시가 되면 알람 소리에 깨어 애들을 다시 픽업한다.

우리나라에는 왜 그렇게 음악방송이 많은지··· 공식적인 음방만 6개이며, 기타 채널의 유사 음방을 합하면 10개가 넘어가는 실정이었다. 솔직히 이 직업을 가지기 전에는 잘 알지 못했다.

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작하면 거의 일주일을 풀로 그런 식으로 활동했다. 물론 나 혼자만 애들을 케어하는 건 아니었다.

일단 두 명이 같이 일을 했는데 나의 경우 내 사수인 형택이 형과 같이 출근을 해서 짬이 나면 번갈아가면서 휴식을 취했다.

대형 기획사는 세 명이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건 우리 회사 규모를 생각하면 불가능했다.

퇴근은 돌아가면서 시켰는데 출근은 내가 거의 다 시켰다. 아무래도 형택이 형은 팀장급이었고 유부남에 애까지 생길 예정이었으니 배려를 해야 했고 내가 막내기도 했으니까.

나는 팀장급과 같이 아이돌을 케어했는데 그것은 회사가 그만큼 테리우스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뜻했다.

일주일을 쉬었지만 폭참을 하느라 그다지 쉰 것 같지 않아서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언젠가 비디오 아트 예술가였던 고 백남준 선생님의 인터뷰를 본 게 기억났다.

[선생님은 스스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네. 아침 일찍 일어나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어디론가 매일 향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으니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그때는 나도 작가의 꿈을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코웃음을 치며 흘려들었지만, 극한직업인 매니저 생활을 해보니 정말 그게 실감이 났다.

뭐 어쨌거나 나는 이제 1위 웹 소설 작가였기 때문에 평소에 정말 힘들었던 출근길이 왠지 모르게 가볍게 느껴졌다. 기분 탓이려나? 후후···.

XM Ent. 건물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일을 하고 있었다. 1주일간 쉬었더니 낯선 기분이 들었다.

당장 신입 매니저가 팀장한테 혼나는 모습이 보였다. 두 달 전 들어온 후배인데 좀 어리바리한 경향이 있어서 저런 모습을 종종 보곤 했다. 그가 담당하는 사람은 신인 남자배우였다.

'쯧쯧···'

손을 앞으로 모으고 시선은 땅바닥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힘들어도 꾸역꾸역 버티는 성실한 후배이긴 했다.

나는 그냥 안타까운 마음에 그를 혼내고 있던 나우민 팀장에게 다가갔다.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저 출근했습니다."

"오! 준형이! 머리는 좀 괜찮으냐? 일주일간 잘 쉬다 온 거야?"

"덕분에 푹 쉬었습니다. 팀장님. 혹시 커피 한잔 하셨어요? 안 하셨으면 저랑···"

"그럴까? 김대성! 너 이시키야 정신 똑바로 차려. 알았어? 가봐."

나는 후배와 눈을 마주쳤다. 찡긋 눈인사를 해줬는데 상당히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누군들 아침부터 깨지고 싶겠는가. 그것도 월요일부터 말이다.

나는 나우민 팀장에게 커피를 한잔 내려주며 일주일간의 근황을 물었다.

"넌 어떻게 오자마자 담당하는 애들이 휴가를 가냐? 흐흐···. 운도 좋아요."

"제가 지금까지 개고생했잖아요."

"흐흐··· 그건 그렇지. 담배나 한 대 태우러 가자."

테리우스는 현재 2집 활동을 공식 종료한 상태였다. 이번 주부터 일주일간 휴식을 취하고 멤버별로 각기 다른 스케줄을 갖기로 한 상태였다.

아직 활동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멤버는 연준이 뿐이었다.

블랙샤크의 호영이 웹 드라마에서 크게 떠서 10대의 인지도가 확 올라갔는데 윗분들이 그걸 보고 똑같이 따라 하려고 한 것이다.

사실 비주얼이라면 꿀릴 게 없는 우리 연준이도 연기를 재미있어하고 잘하기도 하는지라 한 제작사와 협의를 하고 계약만 남은 상태라고 했다.

옥상으로 나와 담배를 꼬나문 나 팀장에게 불을 붙여줬다. 나는 담배를 피우진 않지만 항상 지포 라이터를 가지고 다녔다.

형택이 형에게 배운 거기도 하고 이 챙 하면서 뚜껑이 열리는 게 참 마음에 들었다.

"역시 우리 준형이 센스 있어. 후~~"

"별일 없으셨어요?"

"뭐 있긴 있었는데 소소한 거라 몰라도 되는 게 대부분이고 아 참··· 나유정 씨 담당 그만뒀잖아. 후임 아직도 안정해졌어."

"예? 이번 주부터 안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직도 안정해졌으면 어떻게 해요?"

"모르지 뭐. 실장님들이 알아서 하겠지."

"내가 알기엔 형택이 형이 하겠다고 손을 들은 걸로 아는데요."

"맞아. 유일한 지원자야."

"배우팀 매니저들은 왜 그렇게 다들 안 하려고 해요? 엄한 조형택 씨 같은 분들이 손을 들어서 저만 지금 큰일 나게 생겼습니다.

형택이 형이 만약 빠지면··· 신입 데리고··· 가르쳐가면서··· 어우··· 전 죽어도 못합니다."

"지랄하시네. 너도 그렇게 컸어 인마. 개구리 올챙이 적 좀 생각해봐라."

"팀장님 아니 솔직히 우리 회사에서 가수 팀 중에 누가 제일 바쁩니까? 테리우스잖아요."

"그건 맞지."

"그니까요. 거기서 인원 빼면 어떻게 하자는 건지 나원···"

"아직 결정 안 났어. 그리고 조형택이는 안될 거야."

"왜요? 나유정 씨는 매니저도 외모 보고 뽑는다는 게 정말이에요?"

"쉿~ 목소리 좀 낮춰. 누가 들을라. 그건 확실하지 않은데 뭔가 특이하긴 해. 너 4차원 알지?"

"진짜 그런 성격이에요?"

"어 그렇다더라. 내가 명색이 배우팀 2팀 팀장이잖아. 3팀에 아는 녀석들에게 물어보니 말도 못한데··· 너무 4차원이라···"

"그야··· 어릴 때부터 활동을 해서···"

"그러니까 그게 문제인 거지. 정상적인 생활을 못 해봐서 일반인하고 너무 다른 거야."

"그렇군요."

"그래. 그러니까 못한다고 손들고 그만둔다고 나가고··· 3팀 팀장 힘들겠더라."

"·········."

나 팀장이 벌써 5년째 매니저 생활을 하고 있으니 아마도 틀린 정보는 아닐 것이다.

"같은 나 씨인데 팀장님이 한번 해보시죠?"

"야! 내가 2팀에서 얼마나 굴러서 팀장이 됐는데··· 어린 여자애 시중들게 생겼냐? 하여간 조형택이는 외모가 너무 우락부락해서 안될 거야. 인상 부드러운 애로 뽑아달라고 했나 봐. 너같이···"

"에? 저요? 아이고··· 저 좀 쉬게 놔두세요. 우리 애들 이제 휴가 갔습니다. 그리고 저번 주에 저 황천 문턱까지 다녀온 사람입니다."

"근처까지만 갔다가 멀쩡하게 다시 왔잖아?"

"팀장님. 남 일이라고 너무 말을 막 하시네요."

"아무튼, 너 오늘 조심해라. 스케줄 없는 거 실장들이 알면 너 대타로 뛸지도 몰라. 잘 숨어있어. 어차피 오늘 할 것도 없잖아."

"어흐흐··· 내가 이래서 우리 나 팀장님을 사랑한다니깐~~ 팀장님~~"

"어우··· 저리 가라. 징그럽게 왜 그래."

나우민 팀장과 나는 희한하게 사는 동네가 같았다. 직장에서는 뭔가 하나만 같아도 신경이 쓰이는 법이었다.

지역이나 학교 같은 거 말이다. 그래서 나 팀장이 나를 잘 챙겼다. 물론 내 외모가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편이긴 했다.

'이런 건 훤칠한 아버지를 닮아서 이득이지.'

아버지는 키도 크고 얼굴도 옛날 분치고는 미남이셔서 친구들도 많고 술자리도 많이 돌아다니셨다.

내가 매니저 생활을 그럭저럭 잘 버티는 건 아무래도 아버지 유전자를 많이 물려받아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나는 나우민 팀장과 커피를 다 마시고 다시 사무실로 내려왔다. 통로를 내려가는데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엄청나게 예쁘게 생긴 애가 옥상으로 가려는지 우리를 지나쳐갔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버튼을 눌렀다.

"으음···."

"왜? 예쁘지?"

"그러네요. 저런 애가 우리 회사에 있었어요?"

"아! 맞다. 남돌 담당인 너는 모를 수도 있겠구나. 우리 회사가 남녀 연습생들 못 만나게 하는 건 또 알아주잖아. 쟤가 얼마 전 데뷔하기로 했던 신인 걸그룹 팀 비주얼 센터야. 지금 고1인가 그럴걸?"

"아··· 어쩐지···"

"정신 차려 이놈아. 철컹철컹!"

"아 뭐래. 아니에요. 가서 일이나 보세요. 전 잘 숨어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나 팀장과 헤어져 가수 매니저실 한 귀퉁이 책상에 철퍼덕 앉았다. 현장 매니저들은 따로 자리가 없이 공용 PC를 썼다.

나는 아까 마주쳤던 그 신인을 생각했다. 그때 멈칫한 이유가 그녀에게서 강한 황금색 아우라가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아이돌 비주얼 센터들은 다들 황금색 아우라가 나오는 건가? 허 참···'

나는 ERP에 접속해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처리했다. CA 그룹이라는 대기업 계열사라 그런지 이런 것은 본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프로그램에 접속하면 내가 사용한 법인카드 내역이 주르륵 뜨고 클릭 몇 번으로 처리 요청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세무적으로 적격증빙이 없는 3만원 이상 사용 내역이나 법카의 사적 유용 방지를 위해 특정한 목적으로 사용한 금액들은 따로 증빙을 내야 하는 일도 있었다.

물론 그런 것들도 복사기에서 스캔을 떠서 전산으로 처리하면 됐다.

'음~ 정말 편한 세상이야. 일개 중형 기획사에서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다니···.'

나는 수첩과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휴가 기간 동안 130화 정도를 추가로 비축했다.

실로 무시무시한 작업량이었다. 하루에 두 편씩 올린다고 쳐도 이미 비축량으로만 3달가량을 놀고먹어도 됐다.

데일리노블은 2편을 올리지 않으면 순위 방어를 하기 쉽지 않은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100화까지는 무조건 하루에 두 편을 올려야 했다.

나중에 글을 얼마나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순방을 위해서 2편씩 올릴 생각이었다. 어느 정도 선호작이 붙으면 일일 1화 연재로도 어느 정도 이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130화를 넘어가니 글을 쓰는 속도가 조금 느려지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원래 처음에는 빨리 써지는 경향이었었고 캐릭터가 많아지고 플롯이 복잡해지기 시작하면서 점점 느려졌다.

그래서 나는 수첩에 설정과 에피소드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고 있었다. 괜히 노트북을 들고 뭔가를 하는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손으로 적는 걸 선호했다.

그러다 스케줄 가서 대기하게 되면 그때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면 됐다. 워낙 단련이 돼서 타수도 엄청나게 빨랐다. 화면이 큼지막한 폰은 필수!

잠을 자면서 떠올랐던 아이디어들을 하나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팀장들이 사무실에 들어왔다가 나가길 반복했다.

나는 그때만 조심하며 인사를 꾸벅하고 조용히 찌그러져 있었다.

쿠폰루팡이 아니라 월급루팡이 된 느낌이었다.

'하하하··· 내가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네.'

수첩에 설정을 다 옮겨 적고 스마트폰을 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10시가 되자 로드들과 팀장들이 거의 사무실을 떠났기 때문이다.

'와! 미쳤다. 글이 술술 나오잖아? 집이나 별다방보다 더 잘 나오네. 뭐지? 이러면 회사를 다니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큭큭···'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머릿속 생각을 글로 쭉쭉 뽑아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이준형이!"

".........."

나는 내 이름을 듣고 일어날까 말까 생각했다. 나를 부른 사람은 평소에 자주 나를 갈구던 가수팀 김상효 실장이었다.

다른 팀장들이나 실장들은 모두 나를 좋아했는데 항상 저 새끼만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다.

소문에는 내가 잘생겨서 마음에 안 든다고 술주정을 했다고 한다. 이건 동기가 들은 거라 사실이 분명했다.

책상에 엎드리면 못 보고 지나칠 것 같아 바짝 엎드렸다.

'갔나?'

"어이! 이준형이! 거기 숨어있으면 모를 거 같으냐?"

"그게 아니라 머리가 좀 아파서 엎어져 있었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담담한 눈빛으로 김 실장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내 가슴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나를 보며 한마디 했다.

"너 오늘 할 일이 없는 거 아니까 배우 3팀 지원 좀 나가라."

"예? 3팀이요?"

잘 숨어있었는데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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