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화 (1/263)

문창과 출신 아이돌 매니저 이준형. 사고 후 능력이 증폭되고 추가로 이상한 능력까지 얻게 되었다. 웹소설이라는 든든한 수입으로 갑자기 회사가 우습게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래 어차피 그만둬도 상관없는 매니저 생활. 오늘부터 할 말은 해야겠다. 잔잔하게 가는 힐링물입니다.

[웹소설작가][매니저][드라마][배우][아이돌][웹툰] [영화][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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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후 각성? (1)

나는 오랜만에 잠을 깊이 잤다.

뭔가 머리가 개운해져 버렸다.

눈을 떠보니 이곳은 병원.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항상 보던 녀석이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뭔가를 읽고 있는 게 보였다. 내가 인기척을 냈는지, 그 녀석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형. 일어났어요? 머리는 좀 괜찮아요?"

그 녀석의 이름은 한연준, XM Ent. 의 '테리우스'라는 보이그룹의 비주얼 센터였다. 그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스마트폰을 침대에 놓고 손가락을 내밀었다.

"이거 보여요? 이거 몇 개에요?"

"두 개."

"오케이. 머리는 이상 없는 거로."

"내가 얼마나 오래 잤냐?"

나는 말을 한 뒤 다시 시선을 천장에 두고 눈을 감았다. 눈앞에 헛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어제 자정쯤 입원했으니까 19시간 정도 잤네. 지금 저녁 7시거든."

"너는 괜찮고?"

"나는 사실 멀쩡해. 전복된 차에서 빠져나오다가 기름을 밟고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팔이 부러졌어. 그것만 아니면 기적적으로 멀쩡했을 텐데!"

"정말이야? 어디 한번 봐봐."

직업병이었다. 나는 테리우스의 로드 매니저였다. 연준이는 자신의 깁스가 보이도록 몸을 틀었다.

내가 다시 시선을 연준이에게 고정하자 그 허상이 다시 나타났다. 황금색 아우라가 그의 몸에서 빛나고 있었다.

'아씨 뭐지? 왜 헛것이 보이는 거야.'

나는 잘못 본 거겠지 하며 고개를 휘휘 흔들었다.

"그거 말고는 괜찮아?"

"보면 알잖아. 팔이 부러진 거 말고는 아무 이상이 없어. 이거 핑계로 나만 쉬고, 다른 멤버들은 스케줄 뛰러 갔어."

"그럼 다른 멤버들은 괜찮은 건가?"

"다들 말짱해. 내가 미끄러져 넘어지지만 않았으면 우리 다섯 명은 기적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었을 거야."

"허. 그건 다행이네."

"그렇지. 그래도 다행인 게 내가 다쳐서 활동은 가능하지. 훈이 형이랑 창민이 형이 다쳤다면 활동 못 했을걸?"

"얼씨구, 넌 어떻게 너 자신을 그렇게 잘 알고 있냐?"

"하하하~"

녀석은 내 말이 웃긴지 킬킬거리더니 스마트폰을 집어 뭔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연준이가 말한 훈이는 테리우스의 메인 보컬이고 창민이는 메인 래퍼였다. 사실상 그 둘이 그룹을 이끌어가는 기둥이었고, 이 연준이란 녀석은 테리우스의 얼굴마담이었다. 이른바 꽃미남 센터.

그리고 녀석은 자신의 포지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테리우스는 이제 2년 차에 들어서는 중고신인으로 인지도가 있다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없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남자 아이돌이었다.

그들의 기획사, 아 물론 내가 월급을 받는 내 회사는 XM Ent.로 CA 미디어 산하 레이블의 중소 기획사였다.

비록 중소 기획사였지만 케이블 방송국인 뮤직넷을 소유하고 있는 CA 미디어 계열이라 이게 또 그냥 다른 3티어 회사로 분류되진 않고, 그렇다고 업계에서 대우를 잘 받는 것도 아닌 애매한 회사였다.

'휴~ 애매한 회사에 애매한 그룹에 애매한 매니저라···.'

나는 손으로 머리에 감긴 붕대를 만져 보았다.

'쩝. 나는 머리를 다친 건가? 다른 곳은 크게 이상이 없는 거 같은데?'

테리우스는 어제 11시쯤 지방에서 열린 합동 콘서트를 참가하고 밤늦게 숙소로 복귀하다가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

덤프트럭이 졸음운전을 해서 승용차들을 밀어버렸는데 소형차 한 대가 반대편 차선까지 튕겨 나와 우리 밴을 덮친 것이다.

'정말 무슨 영화 데스티네이션을 보는 줄 알았지.'

차 한 대가 날아오르며 우리 차를 덮치는데, 그 공포란 당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그 장면을 목격한 것은 나와 운전 중이던 나의 사수인 형택이 형뿐이었고, 다행히 멤버들은 곤히 자는 중이었다. 연준이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형택이 형도 무사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소형차가 우리 밴과 충돌하면서 그 충격으로 우리 차가 옆으로 쓰러졌는데 그때 그 소형차가 치고 간 자리가 바로 내 쪽이었나 보다. 그건 어렴풋이 기억났다.

'그게 내가 본 마지막 장면이었지. 그래도 이쯤 다친 건 기적이라고 봐야겠지?'

만약 조금만 각도가 안쪽이었으면 아마도 나와 형택이 형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것이다.

뒤에 있는 멤버들도 많이 다쳤을 테고··· 그리고 내 이름이 형택이 형과 같이 나란히 연예란에 실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재수가 없으려니 별의별 일이 다 생겼다. 다행히 테리우스의 2집 활동은 곧 끝이 난다. 잔여 활동만 마무리하면 되는 터라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면 될 것 같았다.

"형. 머리에 별 이상이 없는 거 같으면 한숨 쉬지 말고 웹소설이나 봐. 많이 읽어야 좋은 작품도 쓰고 그러는 거야."

"뭐래? 이 덕후 놈이~"

"뭐래? 이 지지리도 못 나가는 웹소 작가 형이~"

'어휴, 말을 말아야지.'

연준이 놈을 말로 이기기는 불가능했다. 이 녀석이 유일하게 나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내가 매니저를 하면서 웹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사실을 말이다.

"형. 지금 판타지 소설 무료 베스트에 꽤 괜찮은 작품이 올라와서 그거 정주행 중이야. 형도 꼭 봐봐. 도움 많이 될 거야. 제목이···."

연준이는 웹소설, 웹툰 중독자였다.

특히 활자 중독이 심각할 정도였고, 활동할 때도 쉬는 시간마다 짱박혀서 웹소설을 읽는 컨텐츠 마니아였다.

그 웹소설이란 세계에 빠트린 장본인은 바로 나였으니, 제지하기도 뭐해서 심하게 중독되는 것만 막고 있는 형국이었다.

나는 서울의 한 대학교 문창과를 26살에 졸업하고, 약 2년간 웹소설 작가로 활동했다. 성적은 뭐 그럭저럭 최저 시급 정도 나오는 수준? 어렸을 때부터 읽는 걸 좋아했다.

읽다가 나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에는 순문학 소설을 썼었는데, 주변에 필력이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보고 자신감을 잃고, 웹소설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요즘에는 웹소설이 오히려 더 각광을 받는 시대였으니까 나름 비전도 있어 보였다.

나는 순문학도 치고는 웹소설도 많이 보는 편이었다. 그리고 웹소설이 질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전혀 하지 않았다.

졸업 후, 집에서 방구석 폐인 생활을 2년간 하면서, 대여섯 편 정도의 작품을 썼다. 하지만 터진 게 하나도 없었고 그저 그런 수준의 범작들뿐이었다.

웹소설도 만만하게 볼 게 아니었다.

2년간 이를 악물고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허리가 작살이 날 정도로 열심히 글을 써댔는데도, 내 글은 인기가 없었다.

여섯 번째 작품은 연예계 물이었는데, 연재하면서 도대체 연예계도 잘 모르는 작가가 쓴 글 같다는 공격에 시달렸다. 그때 참 많이도 멘탈이 나갔었는데···.

나는 그때 난생처음 슬럼프에 빠졌다. 성적도 안 좋았고 집에서 부모님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다. 특히 선생님이신 아버지는 내 직업에 대해 영 마땅치 않게 여기시고 계셨다.

"남자는 자고로 밖으로 돌아야 하는 거야. 출근해야 한다는 소리지. 집에서 운동복에 러닝셔츠를 입고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널 보면 아주 내 속이 터진다 터져."

그 말을 듣고 고민을 많이 했다. 정말 내가 이 길을 가야 하는지. 비전은 있는지. 행복한지 생각을 해보았다.

결론은 하나였다. '나는 글을 쓰는 게 행복하다'였다.

하지만 2년간 정체를 겪고 나니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긴 했다.

아버지는 방구석 폐인 같은 나를 보며 혀를 끌끌 차셨다. 그리고 몸을 돌려 안방으로 들어가시며 나직이 한마디 하셨다.

'에잉~ 그놈의 작가는 일하면서 할 수도 있는 거 아냐? 사회 경험도 없는 놈이 무슨 글을 써? 그런 글에 무슨 깊이가 있다고··· 쯧쯧···'

솔직히 충격이었다.

아버지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 나는 실제로 사회 경험이 부족했다.

매일 글만 읽고 쓰고 했으니까. 플랫폼에 올리면 조금이라도 용돈은 벌렸으니 아르바이트조차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취직이라는 걸 한번 해보기로 했다. 내가 글 쓰는 것 말고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특기는 자동차 운전이었다. 운전면허를 일찍 따고 군 시절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투스타 운전병으로 복무했다.

그 당시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글 관련된 직업은 찾지 않기로 했다. 안 그래도 매일 그쪽 생각만 하는지라 무조건 다른 쪽으로 직업을 구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다 구인 사이트에서 신입 매니저 및 기타 직종 직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게 되고 뭔가에 홀린 듯 지원서를 작성하고 제출까지 완료했다.

매니저를 뽑는다는 공고를 올린 곳은 CA 미디어 본사였고 계열사에 통합으로 배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 작품이 연예계 물이어서 그랬는지 나는 그쪽 일을 자세히 알고 싶었다.

만약 그쪽 일을 자세히 알게 되면 좀 더 생동감 있는 작품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생각이었을까?

어찌어찌 면접까지 올라가게 된 내가 거기서 이야기한 거라고는 운전과 끈기밖에 없었다. 솔직히 글을 쓰는 재주 말고는 딱히 자랑할 만한 게 없긴 했다.

물론 그냥 깔끔하게 생긴 훈남 외모에 키가 180cm 정도 되는 거? 이건 재주라기 보단 그냥 첫인상을 좋게 해주는 그런 요소에 불과했다.

나는 나름 괜찮은 스펙을 가지고 연애하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글을 쓰느라 항상 바빴다. 그리고 그게 수익으로 조금씩 연결되니 더 재미가 있었다.

젊었을 때 많이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대학 동기 중에는 PD나 방송 작가가 되어 벌써 자리를 잡은 애들도 많았다.

물론, 아직도 등단을 준비하는 작가 지망생도 많긴 했다.

'어휴, 이 바보 자식.'

내가 생각을 해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젊은 시절을 허송세월했는지 참으로 후회가 되었다.

뭐 어쨌거나 나는 한 번에 회사에 합격했다.

살짝 어이가 없긴 했다. 내가 무슨 말을 오래 한 것도 아닌데 회사에서는 대뜸 나를 뽑은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나는 신입 매니저의 3대 덕목에 모두 해당하는 초특급 인재였던 모양.

1. 키가 크고 덩치도 있고 외모가 깔끔하다. (관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며 불상사를 막기에 좋다.)

2. 과묵하고 인내심이 있다. (문창과 출신이라 엉덩이가 무겁고 끈기가 있다고 어필)

3. 운전병 출신 (운전을 맡기기에 좋다.)

사실 신입 매니저들은 퇴사율이 상당히 높은 직종이었다. 개인 생활이 거의 없으며 박봉에 시달렸으니까.

나름 버티는 사람들은 자신이 회사를 하나 만들겠다는 원대하고 허황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었다. 아니면 다른 부서로 옮길 생각이 있는 직원이라던가.

혹은 연예인을 한번 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렇게 나는 CA 미디어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계열사인 XM Ent.로 발령을 받아 신인 남자 아이돌인 테리우스의 로드 매니저로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적응이 되니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인 것 같았다. 쉬는 시간 사이사이 스마트폰으로 글을 쓸 시간도 많았다.

나는 애들이 방송하거나 대기 중일 때 조용히 폰으로 글을 쓰곤 했다. 처음에는 엄청 불편했는데, 역시나 사람은 그런 상황에도 익숙해지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비주얼 센터인 연준이에게 글을 쓰는 것을 들키게 되었고 비밀을 지켜주는 조건으로 내 글을 보여주었다.

20살 연준이는 바른 생활 사나이로 고등학교 시절 톱클래스 모범생이었다. 거기다가 외모도 출중해서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한 케이스였다.

그는 웹소설이라는 것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서 내가 쓴 판타지물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줬다. 뭐 나중에는 연준이도 내 글이 그다지 잘 쓴 글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챘지만 말이다.

그 녀석과는 그렇게 친해졌다. 그리고 그는 웹소설에 빠져 항상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고, 틈틈이 내가 쓰는 글도 봐주곤 했다.

벌컥···.

입원실 문이 열리며 머리를 갈색으로 물들인 녀석이 들어왔다.

"연준아 팔은 좀 괜찮냐?"

"너 인마. 아주 신났지 저거. 누구는 죽겠는데 온종일 웹 소설이나 쳐보고?"

"어라? 준형이 형도 깨어났네? 형 말 좀 해봐. 머리를 다쳐서 혹시···"

"괜찮아 인마. 오히려 오래 자고 났더니 머리가 아주 개운하다. 개운해. 방송은 잘하고?"

이 말이 많아 보이는 녀석은 테리우스의 리더 영관이었다. 그는 예능 쪽 포지션으로 말을 재미있게 잘하는 편이었다.

"잘했지. 그런데 센터 연준이가 없어서 우리가 비주얼에서 많이 꿀렸지."

오늘은 아이돌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날이었고, 다른 남자 아이돌 그룹과 함께 더블 캐스팅이 된 상태라는 게 생각났다.

"너 기분 좋은 거 보니까 나름 터트렸나 보구나?"

"킥킥... 내가 좀 업된 상태라 금방 알아채네? 역시 매의 눈이야. 준형이 형!"

"다른 애들은 어디 갔냐? 훈이랑 창민이는?"

"어. 잠시 화장실 갔을걸. 금방 들어올 거야."

나는 그렇게 리더인 영관이하고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문으로 두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훈이랑 창민이도 왔냐? 어어?"

들어오는 두 명의 테리우스 멤버를 보고 나는 내 눈을 또다시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에서 아우라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훈이는 붉은색 아우라가... 그리고 창민이는 흰색 아우라였다. 그리고 다시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연준이를 보자 온몸에 황금색 아우라가 빛나고 있었다.

'뭐야 이거? 사고 후유증? 혹시 웹소설 연예계물에 흔히 나오는 잠재능력을 보는 능력을 갖추게 된 건가?'

눈을 막 비벼보았지만 이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설마? 혹시 그렇다면 다른 능력도 있는 거 아냐? 이딴 능력 말고 소설을 쓰는 능력이 확 올라갔으면 좋겠는데...‘

만약 그렇다면 웹소설로 대박 내고 나를 갈구는 김실장한테 당당히 개길 수도 있지 않을까?

‘어이! 김실장님. 그건 아니잖아요. 예? 초딩도 아니고...’

생각만 해도 기분이 상쾌해졌다. 뚝배기가 깨지고 상상력이 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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