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스탈린이 되었다-261화 (261/300)

# 261

261화

“침… 침공입니다! 남쪽 파시스트들이 침공을 시작했습니다!”

남일본의 침공은 북일본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소련은 ‘근시일 내의 침공’을 대비하여 국제여단을 배치하고, 북일본 자위대를 훈련시키기는 했지만 그 시일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결코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군사력도 제한당하고, 정보력도 소련에 매달리고 있던 북일본은 남일본의 기습적인 선제 침공에 대해 전혀 대항하지 못했다.

“도, 도쿄에서 무장경찰과 자위대 2연대가 포위당했습니다!”

“파시스트들의 정예 사단이 서부방면에서 신속하게 북상 중입니다!”

“제기랄….”

하지만 이런 보고를 받으면서도, 남일본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있었다.

“소련에서 구원이 온다! 소련군과 국제여단이 참전할 때까지만 기다려라!”

[…예! 알겠습니다!]

제 나라의 자주국방을 달성하지 못하고 타국의 구원군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예하 부대들에게 말하는 꼴이 한심하기는 했지만 현실이 그러했다.

자위대는 소련군의 보조전력으로 육성되고 있었다. 소련군정은 자위대 창설 및 전력계획을 수립, 하달하며 이야기했다.

‘일본 자위대는 어디까지나 극동에서 소련의 보조 전력 역할을 할 것이다.’

전 군정사령관 톨부힌 대장은 이제 극동군구 사령관으로 재임하며 향후 창설될 ‘연합군’의 사령관까지 맡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북일본, 대한민국, 만주인민공화국, 중화인민공화국에 소련까지 더해진 5국 연합군은 소련의 극동 파트너로서 사회주의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싸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중 북일본은 제일 일선의 고기방패겠지….’

고기방패, 희생양, 첨병, 무어라고 불러도 좋다. 일본이 처한 위치는 바로 그것이었다.

소련을 비롯한 4국은 여전히 일본을 식민지배의 원흉, 구 적국으로 증오했다. 그나마 북일본은 일본제국에 저항하던 공산주의자들이 건국했고, 소련의 비호가 있었기에 덜했지만.

소련은 일본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우리가 흘린 핏값이 후손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사는 데 기반이 되리라! 위치를 사수하라! 시간을 벌어라!”

“얼마나 갈망했던가, 얼마나 기다렸던가. 일하는 자 주인 되는 평등의 세상을!”

새로 제정한 북일본의 비공식 국가 <진군가>를 부르며, 자위대와 북일본 준군사조직들은 기꺼이 죽음 앞에 몸을 던졌다.

“이제 우리, 세상을 바꿀 무기가 있다. 이제 우리 세상을 바꿀 지혜가 있다!”

그들에게 주어진 무기는 빈약했다. 구식 소총과 대충 만든 고물 박격포. 그나마도 부족해 전사한 전우의 시신에서 남은 총이며 탄창을 건져 써야만 했다.

“민중과 함께 앞으로! 공화국기와 함께 앞으로!”

“가자 민주 평등 해방의 새 세상을 위하여!”

기관총 앞으로, 수류탄 앞으로 동료와 전우를 위해 병사들은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었다.

“후방에서 참호를 파고, 철조망을 건설하고, 방어선을 쌓는다면 저들은 막을 수 있다. 본관이 가장 먼저 시간을 끌겠다. 공화국 만세! 만세!”

정치위원은 그렇게 말하고 가장 먼저 앞으로 돌격했다. 무너진 건물 사이에 은폐한 채 소총을 쥐고 벌벌 떨던 병사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관총좌의 시선을 끌기 위해 산화하는 정치위원을 바라보았다.

“싸워야 한다… 싸워야 한다….”

최소한 그들에게는 희망이 있었다. 1주일. 상부는 단 1주일만 버텨 달라고 이야기했다.

“‘겐지 라인’의 1차 완공은 1주일이다! 그때까지만 버틴다면 우리는 요지들을 사수할 수 있다!”

1차 대전 수준의 병기를 가진 남일본 침공군을 막을 수 있는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는 1주일. 전차와 전투기, 폭격기가 투입된다면 1달.

아직 미군은 일본군에게 전차와 항공기를 양도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련군이 있었다.

* * *

“하하핫! 역시 본좌, 크흠, 본관이야말로 작전의 신이 틀림없다!”

“하, 하, 하… 대단하십니다!”

“무얼! 이것은 고작 서막에 불과하다!”

하하하하하! 광소를 터트리는 그를 부하 참모들은 아연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비단 겸양이 일반화된 일본이 아니더라도, 스스로를 ‘작전의 신’으로 불러 달라는 자를 과연 정상인이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일본국군 동부방면군 참모장, 츠지 마사노부 소장은 그런 것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호방한? 인물인 것 같았다.

도조 히데키 전 총리는 그가 장래 육군의 미래를 떠받칠 동량이 되리라 예언했다고 하니,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법했다.

무다구치 총사령관 역시 그에게 서부보다 훨씬 중요한 동부방면군의 참모장을 맡길 정도로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자, 이제 도쿄에 고립된 반역도들을 소탕하고 센다이로 진군한다. 알겠나?”

“예? 그렇지만… 저, 저들은 이미 보급선이 끊겼습니다! 이대로 1개 연대만 동원해 포위한 상태로 진군해도….”

“시끄럽다! 야스쿠니 신사의 재건은 그럼 어쩔 셈이냐! 황국의 수도에서 한시라도 빨리 역도를 몰아낼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냐?”

북일본군만큼은 아니지만 남일본군의 무장 역시 빈약했다. 소총에 기관총, 박격포 정도. 탄약은 충분했지만 시가지에 엄폐한 적군을 소탕하기에는 태부족이었다.

화염방사기나 산탄총, 돌격소총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무기들은 남일본군엔 극히 적었다. 애초에 기름이 부족한데 화염방사기는 있어도 쓸 수가 없고, 산탄총은 제식 무기도 아니었다.

그나마 합리적인 전술은 도시를 포위하고 고립된 대략 6천여 명의 ‘적군’이 말라죽기를 기대하는 것이었다.

“서부방면군의 장비는 부족하고, 가야 할 길은 멉니다 참모장 각하. 적군이 6천여라지만 저들을 소탕하기 위해서는 2개 사단은 족히 투입해야 할 것입니다. 각 요지에 중대급 진지를 설치하고 막아 내기만 해도….”

“무엇하러 2개 사단씩이나 투입하나? 물자는 유한하지만 인간의 정신력은 무한하다! 정신무장이 잘 된 황국의 군대가 겨우 저런 패잔병들을 상대로 질 성싶은가?”

“예…?”

도무지 상상도 못 한 발언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자 참모들은 경악했다.

‘아니, 저자가 황국의 미래였다고?’

‘미래… 미래… 그곳엔 오직 어둠뿐이었군….’

어쩐지 황군이 패배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을 하며, 참모들은 참모장의 말을 들으며 각자 무언가를 끼적거렸다.

“그러나… 사령관 각하께서 이 작전을 허가하시겠습니까?”

“내가 누군가? 나야말로 황군에서 작전의 신이라 불리우는 남자다. 허가, 그것 정도야 얼마든지 받아올 수 있다. 기다려라!”

“아… 알겠습니다.”

자기 자신이 작전의 신으로 불러 달라며, 이제는 황군에서 작전의 신으로 불리운단다.

이것을 미국 OSS 요원이 보고 있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참모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꼴을 다른 누가 본다면… 으으, 상상만 해도 할복하고 싶어지는군.”

“동감일세. 내 아들에게 보여 준다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과연 미래는 있는가? 적의 방어는 얼마든지 빠르게 두꺼워질 수 있었다. 전차와 야포 없는 군대가 참호선을 돌파할 수는 없다.

그전에 최대한 먼 거리를 진격한 후 같이 방어선을 굳히며 장기전으로 끌고 가 최대한 많은 영토를 확보해야 할 텐데…. 대부분의 참모들은 반드시 미소 양국이 개입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최대한 높은 선까지 진격한 이후 그 땅까지를 인정받아 장기전에서 북쪽 소련 괴뢰국을 재낀다! 그것이 상부의 복안이었지만, 츠지 참모장은 멋대로 날뛰며 북일본군을 박살 낼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했다.

“제발 신께서 보우하사….”

저 츠지라는 작자가 대계를 망치는 일만은 없기를.

* * *

물론 계획이라는 것은 세워질 때부터 어긋나는 법.

계획이 세워지는 순간부터 흘러나가고 있었다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들 진짜 미친놈들 아닌가?”

“허허허… 정말… 크흠… 창의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군요.”

사실 창의적이라기에도 좀 그랬다. 영국이 아편전쟁 할 때 써먹던 수법이니. 그 전쟁이 ‘대영제국의 명예와 위신에 얼마나 손실을 입혔는지’ 생각한다면 수지타산이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미국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끼어든 것일까? 후신인 CIA의 부패상을 생각하면 OSS의 이 미친 짓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CIA는 훨씬 더 미친놈들이라 적성국 이란에 무기를 팔고 그 대금을 중남미 반군에게 지원하는 한편, 마약까지 밀수해 국내에 풀어놓기는 했지만. 이란―콘트라 사건으로 알려진 이것 때문에 레이건 행정부가 들썩거렸던 걸 생각하면 맥아더가 무슨 생각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흐음, 이걸 보면 OSS 정보들이 통째로 새어나가고 있다는 생각은 못 하는가 보네.”

“예, 서기장 동지. 아직까지 미 방첩부가 우리 측의 기밀 유출을 심각하게 의심하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온갖 정보를 질질 흘리면서 나라를 말아먹는 중인데. 실제 역사에서 CIA가 저지른 수많은 삽질을 생각해보면 그럴 법도 했다.

아무튼 이 짓이 남미를 얼마나 지옥으로 만들까?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실제 역사에서 바나나 공화국들은 그렇게 지옥이 되었다. 미국이 거의 모든 이권을 차지하고 제멋대로 정부를 갈아치우는 나라들에서 대중의 요구에 반응하는 정부는 세워질 수가 없었다.

약간이라도 인민의 요구를 듣는 정부들, 예컨대 카스트로나 아옌데 같은 자들은 CIA의 지원을 받은 쿠데타로 축출당했다. 미국에는 고분고분하고 자국의 민주화 요구에는 폭압적인 ‘훈타(Junta. 직역시 위원회, 의역시 군부 독재집단)’들은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해 그 어떤 요구도 다 들어주었다.

공권력이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골몰할 때 아래에서는 권력과 결탁한 갱 집단들이 생겨났다. 이런 카르텔들은 그야말로 인세의 무간지옥을 중남미에 불러왔다.

그런 곳에서 청년들은 어떤 꿈을 꿀 수 있을까! 개발원조자금은 권력자들과 마약왕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사회의 부는 외국으로, 소수의 주머니로 빨려 들어가는 국가 안에서.

하지만 문제는 명확했다.

“서기장 동지. 그러나 남미에 개입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남미는 너무 멀리 있고….”

미국이 동지중해를 넘어 진격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대서양으로 나갈 수는 있었지만 그러기가 어려웠다. 프랑스의 브레스트 항은 천혜의 요지였지만 영불해협과 GIUK 라인은 여전히 지나가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지브롤터 역시 스페인의, 즉 미국의 손아귀 안에 있으니 지중해의 출구는 수에즈뿐. 미국이 대서양에서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가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희망봉을 돌아 남미로 가야 했다. 아프리카 동서해안에 중간 교착지가 없다면… 대단히 비효율적이었다.

또,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에 개입하는 순간, 냉전은 무한히 열전에 가까워질 것이다. 쿠바에 혁명정부와 핵미사일이 들어왔던 때처럼.

쿠바 미사일 위기를 케네디가 아니라 맥아더 상대로 터트리라고 하면, 나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인류의 멸망을 막을 자신이.

물론 어느 순간 개입은 해야겠지만….

“그럼… 일단 아프리카부터 우리 편으로 만들도록 하지.”

언제나 원론은 간단했다. 적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무너트리는 것.

그리고 현재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 중 가장 약한 고리는 누가 뭐니 뭐니 해도 포르투갈이었다. 대항해시대 이후 유럽의 3류 국가로 전락한 포르투갈은 스페인을 무너트릴 수 있는 고리면서 대서양 진출을 더욱 용이하게 했다.

안 그래도 식민전쟁으로 후들거리는 포르투갈이 무너지며 본토와 아프리카 식민지들이 함께 무너진다면… 이 역시 도미노처럼 작용할 것이다. 포르투갈과 프랑스 사이 낀 스페인이 무너지고, 지중해에 고립된 이탈리아가 무너지고, 대륙의 완전 공산화가 달성되며 영국이 무너지고!

북아프리카는 이미 반쯤은 공산화되었으니, 이번엔 남아프리카, 검은 대륙에 붉은 폭탄을 투하할 때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