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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탈린이 되었다-245화 (2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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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화

“이 새끼들, 진짜 미쳤군.”

맥아더와 매카시는 딱 우리가 바라던 대로 행동해 주고 있었다. 월리스가 우리에게 해 준 것보다, 맥맥 듀오가 해 준 게 더 많을지도?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라이너스 폴링, 토마스 만… 찰리 채플린?”

이게 노벨상이 몇 개야?

이 시대 가장 유명한 과학자라고 할 수 있는 아인슈타인,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독일 ‘망명문학’의 거두인 토마스 만, 거기에 찰리 채플린, 베르톨트 브레히트….

이 사람들이 벌써 재망명을 선택했다니.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매카시의 이단심문기관, ‘반미활동조사위원회’로 끌려가 강압적인 조사를 받고 있었다.

“수많은 흑인 운동가들이나 민권주의자들, 그리고… 동성애 의혹을 받는 사람들이 우리 스파이라고 기소되었다고 합니다.”

“하, 하, 하…. 그건 대체 무슨 상관인가?”

있기는 했다. 케임브리지 5인조의 유명한 스파이인 앤서니 블런트가 그 사례였다. 영국 사회는 동성애를 혹독하게 탄압했고, 자기 성 정체성을 숨겨야만 했던 그는 영국 사회에 실망해 소련의 스파이가 되었다.

하지만 소련이 아무리 대단할지언정 수백만 명은 될 동성애자들을 어떻게 포섭하겠는가? 괜한 혐의 때문에 고생할 사람들이 어쩐지 안타까웠다.

“아무튼… 빼 올 수 있겠나?”

“맡겨만 주십시오!”

개중에서는 진짜 소련으로의 망명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회가 없어서 넘어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소련이 망명 기회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쩔 수 없이 넘어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식인들은 많이 배운 만큼 체제에 불만이 많고, ‘다른 세상’에 대한 상상을 하게 마련이었다. 매카시가 그런 지식인들을 탄압하겠다면 우리 소련은 감사하게 받아먹을 뿐.

“하, 그리고… 맥아더 라인? 맥아더 독트린?”

“그… 그렇습니다.”

매카시가 신나게 자기 전공인 ‘빨갱이 색출’에 몰두하는 동안, 맥아더는 또 자기 독단대로 세계지도에 찍찍 선을 그어 놓고 멋대로 작전을 세우고 있었다.

“하하하하하! 이게 자기 마음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나 보는군?”

맥아더 라인은 소련을 포위하기 위한, 유라시아를 아우르는 미국의 거대한 계획이었다. 미국은 이 선 밖의 국가들이 추가적으로 공산화되는 것을 저지할 것이며, 자유민주주의 정권을 무너트리는 시도에 대해서는 군사개입도 불사하겠다!

맥아더가 그은 선은 말 그대로 소련을 ‘포위’하고 있었다.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스페인, 남이탈리아, 이집트, 사우디, 이란, 인도, 버마, 중화민국, 남일본… 이라….”

어찌 보면 19세기 러시아와 영국이 벌였던 그레이트 게임의 판도와도 비슷했다. 그 당시 ‘대영제국’이 그어 놓은 선보다는 한 걸음씩 후퇴했지만.

오스만 제국,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러시아의 남진을 막아서 핵심 식민지인 인도를 지키려는 방어선은 이제 물러나 남이탈리아―이집트 선으로 내려와 있었다. 물론 그 선만 차단한다면 소련의 영향력이 아프리카 대륙으로 스며들어 가는 것은 멈출 수 있을 것이다.

극동에서는 이미 소련의 패권이 만주와 연해주, 북일본 선까지 뻗쳤기에 북태평양으로의 진출은 차단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미국의 해상세력을 앞세워, 그리고 반 토막 난 중화민국을 파트너 삼아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로 소련의 남하를 막아 내려 하는 의도가 보였다.

그게 맘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그럼… 우리는….”

맥아더 독트린은 한 가지 허점을 안고 있었다.

자유민주주의 정권을 ‘무너트리는 시도’를 저지하겠다고 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변화는 어떻게 막아 낼 것인가?

인도네시아에서는 수카르노가 이끌던 독립군과 공산당이 연정을 구성해 네덜란드를 몰아냈다. 이것은 미국의 개입 대상인가? 진짜 개입한다면 솔직히 그쪽이 더 고마울 지경이다.

알아서 자기네들이 입으론 민주주의를 외치며 사실은 제국주의를 후원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꼴이니.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정부를, 아무리 외세라고 해도 쉽게 무너트릴 수는 없었다.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그 사실을 뼈저리게 배웠고, 소련은 그런 미국을 비웃다가 아프간이란 ‘곰 덫’에 걸려 자멸하고 말았다.

“위대한 민중의 의지를 대변하면 되겠군.”

* * *

미국의 계획은 세워진 순간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맥아더 라인 선상에 있는 국가들은 대체 자기네들이 왜 맥아더 선의 경계로 지정되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물론 영국같이 자기네들이 원해서 그 선 안에 들어간 이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누구와 협력할지, 누구와 함께 일을 할지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이 결정하오.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

레자 샤 팔레비는 더 이상 영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간섭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이란의 수상 모하메드 모사데크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소련은 소위 ‘자원 민족주의’에 입각해 이란을 설득했다. 외무장관 몰로토프의 발언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이란의 민족주의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국토 아래 묻혀 있는 자원은 해당 국가 국민들의 것입니다. 국민의 풍요와 국가의 번영을 위해 자원을 쓰지는 못할망정, 헐값에 자원을 착취하고, 오염되고 파괴된 자연만을 던져 주고 돌아가는 제국주의자들은 마땅히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영국―페르시아 석유회사(Anglo―Iranian Oil Company, AIOC)는 이란에 묻혀 있는 막대한 석유를 거의 거저나 다름없는 헐값에 가져가고 있었다. 회사는 26만 제곱킬로미터, 영국 본토 면적에 맞먹는 넓이를 이란 전 국토 내에서 골라 석유를 채굴할 수 있었다.

영국 정부는 회사의 주식 51%를 소유한 사실상의 주인이었고, 무력으로 이란 정부를 협박해 불공정 계약을 맺고 석유를 약탈하다시피 했다.

AIOC가 소유한 아바단의 정유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정유공장이 되었지만 이란 국민들은 여전히 가난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은 핵심 기술은 배우지도 못한 채, 거만한 영국인들의 시중을 들어야 했다.

그리하여 이란의 의회는 ‘영국―페르시아 석유회사’를 국유화할 것을 선언했다.

“이란은 지금부터 영국―페르시아 석유회사가 소유한 이란 내 자산을 동결하고 압수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부를 더 이상 헐값에 해외로 팔아넘기지 않을 것입니다.”

맥아더가 맥아더 독트린을 발표하기 무섭게, 모하메드 모사데크 수상은 AIOC의 국유화 선언으로 맞받아쳤다.

수천 명의 이란군이 동부, 걸프만 연안에 접한 아바단으로 행진했다. 아바단 내 석유화학공단의 이란인 노동자들은 이 조치에 환영했다.

“우리 일당은 하루 50센트요. 유급휴가도 없고, 병가도 없고, 일하다 다쳐도 보상 하나 없소이다! 우리가 사는 집에는 수도도, 전기도 없소. 그런데 여기서 저 영국 놈들이 벌어 가는 돈이 얼마요?”

1947년, 영국이 회사를 통해 올린 수익은 1억 1,200만 달러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란은 고작 2천만 달러, 수익의 17.5%만을 받아갔다.

국민들은 정확한 액수를 알게 되자 더더욱 분노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저 찜통 같은 사막에서 일하오. 땅의 갈라진 틈에서 유황 냄새 풍기는, 불타는 기름 냄새가 올라와 질식해 뒈질 것만 같아도 우리는 일하오. 뼈가 빠지고 골이 부서지도록 일해서 버는 일당으로는 우리 애들을 먹여 살리기에도 부족하니까. 하지만 영국인들은 우리가 그렇게 일해서 캐낸 석유로 돈 잔치를 벌인다지?”

“이란 국영 석유회사는 이란 국민의 복리를 위해 국내의 자원을 사용할 것입니다. 우리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우리의 자원은 부족합니다. 자원을 원한다면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가져가시오.”

급작스러운 국유화 조치는 영미 정계를 강타했다. 일단 미국의 맥아더 독트린에 감탄하며 모든 문제가 해결된 줄 알았던 영국 정가는 패닉에 빠졌다.

“AIOC는 영국이 소유한 가장 거대한 단일 해외 자산입니다! 저게 국유화된다면….”

일단 영국―페르시아 석유회사는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영국 국고에 털어 넣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정부 예산의 1/7 수준을 단일 회사가 내고 있는 그 회사가 국유화당한다니?

“페르시아 석유는 사실상, 그리고 적법하게 영국 석유요. 영국인이 발견했고, 영국 자본으로 개발했고, 영국인의 기술과 창의성으로 유지―운영되고 있는데 그것이 어찌 영국 것이 아니란 말이오?”

당연히 이란 땅을 제멋대로 파헤쳐 만들어 낸 결과였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은 영국 내각의 제국주의자들에게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았다.

이런 충격적인 사태에 직면하여 영국 정부는 일단 석유공단을 유지하는 기술자들을 철수시킬 것을 선언했다.

“제 놈들이 무슨 기술이 있어서 저 거대한 문명의 상징을 운영할 수 있겠나? 미개한 놈들… 아직 우리 문명국들에게 수십, 수백 년은 더 배워야 할 놈들이!”

“하하하하, 석유를 캘 수 있다 쳐도 그걸 어디에 팔아먹겠습니까? 석유를 쓰는 곳들이 다 문명국인데 말이지요.”

더 이상 다른 식민지들, 혹은 영국의 해외 자산이 있는 보호령들이 이 사태를 보고 준동하지 못하도록 영국과 미국은 함께 금수조치까지 부과했다.

“지금부터 채굴되는 이란산 석유는 모두 영국의 해외 자산을 도둑질하는 장물이나 다름없소! 이를 유통하는 행위는 국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수 있소이다!”

* * *

“음, 예상했던 바군.”

실제 역사에서 영미는 모사데크의 석유 국유화 조치에 대해 딱 저렇게 반응했다.

먼저, 석유를 채굴하는 기술진들을 철수시켰다. 복잡한 석유화학 공단을 운영하는 고급 기술자들은 영국 출신이었고, 이란에는 이런 고급 기술들을 전수해 주지 않았다.

이란은 국유화를 진행하며 비―영국인 인력을 쉽게 고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미국부터 스웨덴, 벨기에, 서독 등의 국가들은 자국 인력의 고용을 허락하지 않았다. 딱 이탈리아 정도나 허가했지.

물론, 자원 민족주의를 대전 시대부터 외쳐 댈 때는 이 정도 상황은 예측하고 있었다.

“우리 유학생들은 비상사태니 돌려보내도록 하게. 그걸로도 안 되면… 그때 가서 몇 가지 방법을 더 쓰면 되겠지. 하하하하!”

소련 역시 1940년대 최대 산유국 중 하나였고, 카프카스 지역에서 직접 석유를 채굴하며 관련 공학기술 수준을 확보하고 있었다.

수많은 유학생들이 소련의 대학에서 배워 어엿이 제 한몫을 하는 기술자로 성장했고 몇몇은 이미 고국으로 귀국했다. 적잖은 수는 소련에 남아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을 배우며 경험을 쌓고 있었지만.

“금수조치에 대해선… 유럽 에너지―철강 공동체가 이란산 석유를 공동수입하는 것으로 대응하도록 하지. 제 놈들이 어쩌겠나?”

“예! 서기장 동지!”

여기에, 소련은 직접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어마어마한 이점이 있었다.

실제 역사에서, 영국은 왕립함대를 동원해 걸프만의 출구를 봉쇄하고 이란의 석유 수출을 막았다. 하지만 육로로 석유를 넘겨받으면 영국인들이 어쩔 텐가?

지중해는 더 이상 영국의 바다가 아니었다. 지브롤터와 수에즈라는 양 출구를 통제하고 있겠지만, 터키와 발칸, 북이탈리아에 프랑스까지 소련 편에 선 이상 영국은 지중해의 패권을 주장할 수 없었다.

“이란에게 쿠데타를 주의하도록 다시금 강조하게.”

그리고 그다음 수는 쿠데타였다. 석유 국유화를 단행한 모사데크의 목을 조르며, 군부를 조종해 CIA와 SIS는 이란에서 쿠데타를 일으켰다.

하지만 영국에서 줄줄 새는 정보나, 실제 역사에서 알아낸 지식이나 다 영국의 그런 시도를 저지하기에는 충분했다. 아들과 달리, 현재의 팔레비 샤는 영국을 몰아내려 독일과 손을 잡으려 했던 인물이기도 했기에 친위쿠데타로 영미 측에 붙을 가능성은 없었다.

인도를 지켜보려다 한 방 먹은 영국은 이제 화들짝 놀라서 우왕좌왕할 것이다. 물론 그 한 방으로 끝나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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