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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탈린이 되었다-237화 (237/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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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화

<여론조사 : 월리스 대 맥아더 36% : 48%>

<노병이 돌아왔다! 맥아더, 화려한 재기?>

<공화당 여론조사 선두에 맥아더. 부통령 후보 매카시는 당당히 3위>

먹구름은 생각보다 일찍 드리우고 있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점점 하락함에 따라, 그리고 재선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는 폭풍을 예견하는 고요가 가득해졌다.

“각하, 여론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합니다. 이 건에 대해서는….”

“제기랄! 나는 아직 대통령이네. 그 빌어먹을 맥아더가 아니라! 왜, 못 하겠나?”

“…알겠습니다, 각하.”

의원들은 점점 지역구의 눈치를 보며 인기 없는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매카시의 ‘빨갱이 몰이’ 가 효과가 있던 것을 본 공화당 의원들은 점점 비슷한 수작들을 지역구 경쟁자들이나 정적들에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반미국적, 용공적 정책에 찬성하는 것을 보면 귀하의 성향이 의심됩니다. 혹시… 공산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 나는 그런 사상과는 전혀 관련이 없소!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요?”

“아니면 아니라고 말씀하시면 되는데 왜 그렇게 당황하십니까? 혹시 진짜… 크흠, 스파이 혐의가 있는 분들이 종종 그러시던데….”

빨갱이 딱지는 전가의 보도나 다름없었다. 아니라고 부인하면 부인하는 것 자체가 혐의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몰아갔다.

또 그냥 무시하자니 이번엔 온갖 황색언론들이 달라붙어 물어뜯어 댔다.

[민주당, 또 소련과 얽히다? 전직 당원의 폭로!]

[우리 의원님이 빨갱이래요! 진실이 밝혀지다!]

“아니!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내가 왜 소련 스파이야?!”

“그… 기사를 보면 그런 뉘앙스를 가지고 있을지언정 직접적으로 그렇게 주장하고 있지 않기에 항의해도 정정보도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개새끼들! 이 개만도 못한 새끼들!”

맥아더는 무당파로 선거에 출마했어도 미국 역사상 최대의 제3후보 득표를 얻어 낸 전적이 있었다.

그런 그가 공화당 후보로 일찍부터 결정되는 분위기가 되자, 수많은 유력가들이며 언론, 정치인들이 ‘될 후보’인 맥아더에게 붙기 시작했다.

세력이 커지는 것을 본 다른 사람들 역시 맥아더에게 또 붙고, 이걸 본 또 다른 사람들이 또 또 맥아더의 아래로 결집하고….

점점 판세는 맥아더에게 호의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그의 ‘결단력 있는’ 태도 역시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소련의 팽창을 반드시 멈춰야 합니다! 우리는 지구상의 모든 곳에서 그들과 싸울 것입니다. 땅에서, 바다에서, 하늘에서! 아시아의 해안에서 유럽의 평원까지!”

“와아아아! 맥아더! 맥아더!”

맥아더의 말은 과격했다. ‘반드시’, ‘절대로’, ‘꼭’ 같이 정치인들이 함부로 쓰지 않는 단어들이 그의 입에서는 마구 튀어나왔다.

적잖은 사람들이 소련에 대해서는 의구심 내지 적개심을 품고 있었고, 정치인들이 외교관계를 고려해 하지 못하던 말들을 맥아더는 쿡쿡 찔러 댔다. 사람들은 맥아더의 말들을 들으며 속이 다 시원하다는 듯 박수를 쳐 댔다.

물론 후환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 내지르는 말들이었지만.

“장군 각하? 그… 소련과 진짜 전쟁을 하실 생각입니까? 소련군은….”

“그놈들이 전쟁을 걸어온다면 해야지! 우리 동맹을 지켜야 하지 않겠나?”

“…아, 알겠습니다.”

소련이 전쟁을 걸어오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선제적인 군사침공인지, 아니면 세력 확장인지, 국지도발인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아무튼 맥아더는 탁상을 쾅쾅 두드리며 그렇게 호언장담했다.

“소련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데도 전쟁이 가능하겠습니까?”

“우리 과학자들 역시 얼마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었지만, 반역적인 행동으로 결국 소련에게서 핵무기를 받아쓰는 굴욕적인 상황에 이르른 것이네! 반드시 우리 독자기술로 핵무기를 개발해서 모스크바를 불바다로 만들 준비를 해야 해!”

“허어어억!”

맥아더가 연설 도중 말한 ‘모스크바 불바다’는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맥아더 씨의 부적절한 전쟁 선동 발언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왜 동맹국, 대전쟁의 전우인 나라를 굳이 선제공격할 것처럼 발언을 하는 것입니까! 끔찍한 전쟁 속으로 다시 미국을 끌고 들어갈 생각입니까?”

공화당 온건파 정치인들까지 맥아더의 발언을 부적절하다며 비판했지만, 맥아더는 뻔뻔하게 응수했다.

“전쟁? 전쟁이라고 하셨습니까?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미국에게는 핵폭탄이 있고, 이 핵폭탄을 충분히 많이 적절한 곳에 떨어트린다면 전쟁은 시작되기도 전에 끝날 것입니다. 미국이 충분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전쟁을 할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을 끝장낼 수 있을 것입니다. 내 말이 틀렸습니까?”

충분히 힘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저들을 때려 부수어도 아무것도 못 할 것이라는 맥아더의 발언은 국제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낱낱이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맥아더의 말을 반박하는 데에는 길고 논리적인 말이 필요했고, 맥아더는 그사이에 대중이 원하는 과격하고 속 시원한 말들을 몇 배나 더 쏟아 내버릴 수 있었다.

“더 많은 핵무기! 더 많은 전투기와 더 많은 전함들! 더 강력한 전차들과 위대한 군대! 미국은 이렇게 위대해질 것입니다!”

“공산주의의 위협 앞에 약한 미국은 무릎을 꿇고 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비위를 맞추어야 합니다. 하지만 강력하고 위대한 미국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 만세!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

* * *

“미친놈들. 저런 소리를 진지하게 듣는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서기장 동지.”

어이가 없었다. 실제 역사에서의 맥아더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저런 미친놈이 미국 대통령이 된다니.

한국전쟁 당시에도 인천상륙이라는 기책을 동원해 북한군을 박살 내기는 했지만, 중공군 참전이라는 첩보를 무시하고 압록강 레이스를 벌인 덕에 대패하고 말았다.

그다음에는 중국과 소련을 이기겠답시고 군인 주제에 정치권과 각을 세우며 핵무기 사용 및 확전을 주장하며 인류를 3차 대전으로 몰고 갈 뻔하기도 했다.

군인으로서 출세하는 데에는 재주가 있었지만 정치가로서는 영 빵점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이라….

“미국도 국운이 다해 가는군.”

“그… 렇습니까?”

소위 ‘상호확증파괴’, 공포의 균형 덕에 인류는 파멸을 맞이하지 않고 불안한 공존을 이어갈 수 있었다.

맥아더는 이것에서 한 수 더 나가 압도적인 군비투자를 통해 상호확증파괴를 넘어선 일방 타격을 실현시키자고 하고 있었다.

뭐, 맞는 주장일지도 몰랐다. 이 시대의 안정적인 핵투발 수단은 고고도 대형 중폭격기밖에 없었고 미국의 압도적인 공군력이라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요격해 낼 수 있었다.

반면 소련군의 공군력은 미국의 신형 제트기로 구성된 방공망을 다 돌파하지 못했고, 미국이 만약 침투한다면 완벽하게 막아 낼 자신이 없었다.

“이 정도로 적아 파악이 안 되는 지경이라서야….”

그러나 핵투발 수단이 그것밖에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잠수함대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잠수함대는 항상 서기장 동지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폭격기는 얼마든지 탐지할 수 있었다.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넘어가는 동안 바다에 떠 있는 수많은 기지에서 레이더망을 돌리면 상대적으로 둔중한 대형 폭격기들은 얼마든지 요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어떨까?

“진짜 맥아더가 당선된다면 잠수함대 동지들이 상당히 바빠지겠군. 하하하하하!”

지상에 만든 미사일 기지는 감시할 수 있었다. 미국의 고고도 정찰기들은 냉전 초기에 소련 영공을 들쑤시고 다니며 소련의 미사일 기지를 다 찾아다녔다.

그렇다고 지하에 거대 이동식 사일로를 만들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지경이었고.

핵무기의 위력은 갈수록 급증하는데 그 파괴반경을 벗어날 정도의 속력을 미사일 발사대에 부여하는 것은 상당히 기술적으로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잠수함 발사 미사일은 가장 탐지하기 어렵고, 몇 대나 깔려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강력한 반격수단이었다.

미국이 진짜 선제공격을 가한다면, 그래서 모스크바를 비롯한 대도시들과 공군 비행장들이 폐허가 된다면?

그러면 북극해의 빙하 아래 숨어 있던 우리 잠수함들이 부상해 미국 도시들에 반격을 가할 것이다. 아직 제대로 된 탄도미사일이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불시에 가해지는 핵 순항미사일 공격을 막아 낼 수나 있을까?

저들은 우리가 무슨 무기를 감추고 있는지 알지도 못했다. 비대칭무기에 대해 파악하지도 못하고 그저 전쟁, 승리만을 부르짖는 저들은 한심할 따름이었다.

“우리가 전쟁을 걸지 않는 것은 평화로운 발전이 두 나라 모두에게, 그리고 나아가 세계에 이득이 되기 때문인데 왜 그것 하나를 이해하지 못하는지… 참 슬프군.”

“그… 렇습니다 서기장 동지.”

군비경쟁을 한다면 인류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수많은 자원들이 서로를 향해 겨눌 쓸모없는, 쓸모없어야 하는 무기들을 만드는 데 들어가고 만다.

우리도 아마 부득이하게 해외원조 예산이나 국민생활 증진에 사용할 예산을 감축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과연 인류의 손실이 아니면 무엇일까?

아직은 미국과 평화로운 분위기이기에, 굳이 미국의 우월해질 전력을 상대하기 위한 비대칭무기 개발에 큰 힘을 쏟고 있지는 않았다. 아직 우리는 핵탄두를 부착한 탄도미사일이나 원자력잠수함을 개발하지는 못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수는 있겠지만.

“정 안되면 우리의 ‘최종병기’를 사용하세나.”

어차피 우리는 미국의 심장부에 우리 정보원을 박아 두었다. 후버는 원래 하던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우리가 시키는 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맥아더가 올라갈 데까지 올라갔다가 한꺼번에 추락하며 미국 우파, 반소파들을 함께 데리고 가게 하는 것이 우리 목표였지만….

진짜 ‘빨간 버튼’을 누르고 지구를 멸망시킬 지경이 된다면 정보원을 통해서 정보를 터트리는 수도 있었다.

“매카시 그놈은 알코올 중독자에 갖은 뜬소문을 마치 사실인 것마냥 떠들고 다니고… 맥아더는, 어휴, 무슨 돈 받아먹은 게 이리 많은가?”

“그… 지난 대선에서 유력한 득표를 올리며 차기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간파한 기업인들이 적지 않은 액수를 정치자금으로 기부했습니다.”

“그래? 그럼 우리도 좀 가져다 붓게. 기왕에 하는 김에 이것저것 불명예스러운 혐의도 떡칠해 놓고.”

맥아더와 매카시가 저렇게 더럽게 논다면, 진짜 더러운 것이 무엇인지 보여 주면 된다.

소련이야말로 제정러시아 시절부터 혁명조직과 황제파 간의 첩보전과 비밀공작으로 점철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순진한’ 군인 정도야 뭐….

“측근과 가족들에게 돈도 좀 먹이고, 본인도 이것저것 먹도록 만들고, 가능하면 여자도 좀 안겨 줘 보고. 지금은 새롭고 깨끗해 보이는 정치인이지만 진흙탕물에 온몸을 담그고 뒹굴어 대도록 만들게. 알겠나?”

“예!! 서기장 동지!”

맥아더는 그 참신한 과격함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군인 출신의 정치인으로 입지전적인 성공을 거두고 ‘현재 가장 시급한 현안’인 소련과 공산당 문제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그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하지만 그야말로 문제가 많은 정치가라는 것을 대중이 깨닫게 한다면… 얼마든지 추락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맥아더의 본질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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