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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탈린이 되었다-229화 (229/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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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화

콰쾅! 쾅! 투타타타! 타타타타!

국민혁명군의 화기들이 연이어 불을 뿜었다.

홍군의 무장 수준은 형편없이 빈약했고, 야간에 꽹과리를 치고 나팔과 피리를 불며 구식 아리사카 소총이나 모신나강을 쏘며 돌격하는 것이 주 전술이었다. 가끔 징집병들에게 아편과 고량주를 먹이고, 수류탄 하나만 달랑 던져 주고 돌격을 시키기도 했지만.

그런 홍군 부대들 위에, 국민혁명군은 압도적인 화력을 쏟아부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압도적인 화력이었지만.

“발사! 발사!”

쾅! 쾅! 개중에서도 홍군을 가장 물먹이는 무기는 바로 ‘비뢰포’였다. 군대에 굴러다니는 드럼통에 폭약과 각종 작약이나 때로는 자갈, 볼트 등의 파편을 있는 대로 때려 넣고 쏘는 이 원시적인 박격포는 구조상의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홍군을 상대로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아아악! 어머니….”

“으힛, 으헤헷! 으하하핫!”

비뢰포가 터지자, 그 앞에 있던 공산당 게릴라들은 순식간에 불벼락을 뒤집어쓰고 바닥을 굴렀다. 머리가 깨지고 허름한 거적때기로 감싸던 몸뚱이가 찢겨 나갔다.

그 와중에도 치사량에 가까울 정도로 아편을 먹은 병사는 아픔도 모른 채 실실 웃으며 쓰러져 있었다. 허벅지 아래에서 철철 피가 흐르고 있어 곧 죽을 테지만 제 운명도 모른 채 발작 같은 웃음만을 내뱉었다.

“후퇴하라! 후퇴하라!”

“작전상 후퇴다!”

산 능선 저편에서 긴 나팔소리가 뿌우우 울려 퍼지더니 게릴라들 사이사이에 섞여 있던 정치장교들이 후퇴를 명령했다. 권총을 하늘로 땅, 땅, 쏘며 후퇴를 명령하던 정치장교는 곧 쏟아진 기관총탄에 의해 갈려 나갔다.

“적이 후퇴한다! 천천히 추격하라!”

“추격하라!”

후퇴하는 홍군을, 국민혁명군은 굳이 뒤쫓지 않았다.

홍군이 가장 잘 쓰는 기만전술 중 하나인 거짓 후퇴에 말려 들어갔다 부대 단위로 병력이 증발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상부에서는 반드시 양익을 확보한 이후에 추격할 것을 명령했고, 일선 부대장들은 굳이 더 많이 공훈을 세우려 하기보다는 안전히 병력을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

“악… 항… 항복하겠습니다….”

“그 새끼, 정치장교 아니야? 그냥 죽여!”

“예!”

천천히, 반쯤 죽어 널브러진 홍군 병사들에게 숨통을 끊는 자비를 베풀어 주며 국민혁명군은 전진했다.

얼굴이 짓뭉개진 정치장교가 새는 이 사이로 자비를 구걸했지만, 총알도 아까운지 대검을 그냥 턱 밑에 우악스럽게 박아 넣자 곧 바람 새는 소리를 내며 말을 그쳤다.

“공산당 당원들만큼은 철저히 색출하라!”

일반 민간인들은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지만, 공산당원들, 특히 정치지도원만큼은 무조건 척살할 것을 상부에서는 명령했다.

홍군은 정치장교를 활용하여 오합지졸인 병사들에게 사상무장을 시켰다. 공산당의 목표, 이상, 그리고 내세우는 주의주장들을 무학인 병사들에게 잘 포장해서 팔아먹는 정치장교를 국민당에서는 최악의 적으로 꼽았다.

정치장교들은 잡히면 무조건 사살당할 것을 알았기에 더더욱 악을 쓰고 병사들의 전투를 독려했지만, 국민혁명군은 역으로 병사들이 정치장교를 고발하거나 사살할 경우 막대한 포상을 지급한다고 선전해 양자를 갈라놓으려 했다.

“씨발… 어무니….”

“내가 왜 여기에 왔을까….”

“자, 동지들. 염려 말고 오늘도 모 주석 동지의 어록을 학습하겠습니다.”

국민혁명군의 반―게릴라 기지전술은 홍군의 보급로를 효과적으로 말려 죽이는 데 성공했다. 기지들 사이에 갇혀 추격당하는 꼴이 된 홍군 소부대들은 며칠씩 쫄쫄 굶으며 해방구를 찾아 돌아다녀야 했다.

물, 소금, 그리고 식량의 유입을 전면 통제하며 게릴라를 말려 죽이는 전술은 악랄했다. 처음에는 중국 혁명의 이상에 공감해 홍군에 투신했던 병사들도 입에 밥이 들어가지 않으니 점점 사납고 거칠게 변했다.

샌님 같은 정치장교는 애써 모택동 어록을 읽어 주며 병사들을 달래려 했지만, 병사들의 눈빛은 점점 흉흉해져 가고 있었다.

“우리가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은 게 벌써 3일이요, 정치지도원 양반.”

“그… 그 상황에 대해서는 저도 깊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만….”

마침 그 말을 하는 정치지도원의 배에서도 꼬르륵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최소한 그들은 병사들보다 더 나은 대우를 당연시하지는 않았다. 외려 병사들이 굶는다면 함께 굶고, 먹을 때도 함께 먹었다.

그러나 사흘 굶은 이들에게는 그런 기억도 까마득한 옛일이나 다름없었다. 병사들은 점점 사납게 쉰 목소리를 높였다.

“안타까워? 안타깝다고? 제기랄! 그렇겠지. 우리는 당장 뒈질 지경인데! 여기서 씨발 개처럼 사냥당하다 대가리가 터져서 뒈지는데 아 거 참 안타까우시겠소!”

“아니, 저… 그게 아니라….”

“하… 됐고, 선생. 우리한테 참 도움이 될 만한 거 하나 가지고 계시는데. 그것 좀 주실 수 있겠소?”

“예?”

병사들은 점점 무기를 손에 쥐고 정치장교를 둘러쌌다. 장교도, 부사관도 모두 전사한 이 낙오부대를 이끌던 정치장교는 뭔가 불길한 예감을 받고 퍼뜩 허리춤의 권총에 손을 가져다 댔다.

“무… 뭐 말씀이십니까?”

“어허, 권총은 왜 그러쇼?”

“아니, 제가 뭐를 가지고 있단 말씀입니까!”

“옘병, 몰라서 그러나.”

정치장교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얇은 밧줄을 든 사내가 뒤에서 그의 목을 졸랐다.

“커… 커헉!”

“당신 머리만 가져가면 우리도 살 수 있는데… 인민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고 하던 선생이니, 고맙게 받겠소.”

밧줄이 목에 파고들어 점점 숨이 졸려오는 그의 목을 억센 팔뚝이 꺾었다.

“제길, 정치장교 모가지랑 신분증 가져오면 살려 준댔지?’

“그렇수. 쩝… 좋은 사람이었는데.”

대검으로 숨통이 끊어진 목을 잘라 자루에 넣으며, 한 병사가 중얼거렸다.

“그걸 누가 몰라? 살 사람은 살아야지. 좋은 사람이니까 괜찮을 거유.”

* * *

홍군은 농민을 조직해 농민 안에 있는 ‘이상적 공산주의상’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통 마르크스―레닌주의는 도시노동자 중심의 혁명을 주장하며, 빈농은 혁명의 주체일 수는 있지만 쁘띠부르주아지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비판했다.

모택동은 이에 맞서 농민이야말로 진정 혁명의 선두계급이 될 수 있다 주장했다. 그리하여 조직된 것이 바로 홍군이었지만, 이상이 항상 현실을 명확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었다.

“전진! 전진하라!”

“와아아아아! 장개석 대총통 만세! 국민혁명군 만세!”

홍군의 대오가 붕괴된 틈으로, 국민혁명군은 진격했다. 수많은 폐허 사이로 죽은 홍군의 시체를 남기고.

어림잡아도 수십만의 병력이 포위 섬멸당하거나, 전투에서 궤멸당하거나, 아니면 탈영과 적전도주로 사라졌다.

정예 병력은 속속들이 방어전을 펼칠 북경, 그리고 북경 남쪽 철로가 연결되어 들어오는 보정(保定)시로 집결했다.

하지만 머릿수를 채워 줄 막대한 병력이 사라졌다는 것은 뼈아픈 손실이었다.

“제기랄! 정 안되면 민간인들을 동원해!”

“알… 알겠습니다.”

이미 수십만의 민간인들이 방어선 구축에 동원된 상태. 북경과 그 일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파종 철임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끌려 나와 노역을 해야만 했다.

“국민혁명군은 북경 시민들을 모조리 죽일 것이오! 살아남기 위해 일하시오! 저들은 악마와도 같아서 이미 공산당과 연관이 있는 자들은 남김없이 다 죽였소!”

“아이구야… 마음 같아서는 그냥 콱 죽어 버리고 싶은데….”

공산당원은 붉은 완장을 차고, 입에 원뿔 통을 대고 사람들에게 고함을 쳤다. 더 빨리 일하라, 더 많이 파라.

북경 전면에는 겹겹이 참호가 만들어졌다. 국민당의 야전축성 기지에 뜨거운 맛을 본 홍군 부대들의 패잔병은 참호와 기관총, 철조망에 박격포가 조합된 저 방어선들이 얼마나 견고하고 강력한지를 혀를 내두르며 이야기했다.

“거길 뚫으려고 우리 사단 전체가 사흘에 걸쳐 공격을 했는데, 중대급 병력이 지키는 그 기지를 결국 뚫지도 못하고 패퇴했습니다.”

“고지에 그런 걸 만들어 놓으니 올라가다 지뢰가 터지고, 올라가면 철조망에 엉키고, 가서는 또 기관총에 당하고… 시체가 쌓이다 못해 철조망이 시체투성이가 되어서 도무지 찔리지도 않게 될 정도가 되어야 돌파할 수 있었습니다.”

모택동 역시 비슷한 방어선을 구축할 것을 명령했다. 기관총과 철조망은 홍군의 조악한 시설들에서도 생산해 낼 수 있었고, 신뢰할 수는 없는 품질이지만 아무튼 자동화기를 보유한 정예부대들이 거점마다 주둔하기 시작했다.

거의 백만에 가까운 민간인들이 땅을 팠고, 하루에도 갖가지 사유로 수십, 수백 명이 죽고 다쳤지만 공산당은 국민혁명군이 모두를 학살하러 온다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선동했다.

“후… 왜 스탈린 서기장은 이리 미적대는 건가!”

모택동의 노림수는 바로 이것이었다.

장개석은 북경을 함락시키고, 공산당을 중원의 평야지대에서 밀어내 농민들로부터 결정적으로 차단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리 공세를 밀고 오고 있으니, 모택동은 소위 ‘16자 전술’에 입각한 전략을 구사했다.

‘적이 공격하면 물러난다.’

홍군은 점점 전선을 뒤로 물리며 북경 전면에 강력한 방어망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를 뚫느라 기진맥진해질 국민혁명군의 정예 돌파부대를 역으로 포위섬멸하고, 참전한 소련군을 동원해 장개석을 밀어낸다.

공산당의 자체 역량만으로는 도무지 장개석의 정예, 현대군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특히 저렇게 정교하고 세밀한 대 게릴라 방어전을 구사하는 이들에게는.

홍군 내에서 제대로 된 군사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몇 안 되는 지휘관들, 주덕이나 임표 같은 이들은 그 방어전략을 보고 적의 것이지만 감탄했다.

“군사기술의 측면에서 지극히 실리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입니다. 많은 자원을 투자하지 않고서도… 적에게는 소모를 강요할 수 있군요.”

“저런 방어기지를 돌파하기 위해서, 홍군에게는 반드시 현대적인 야포나 기갑병기들이 필요합니다!”

물론 저런 야전기지들도 약점은 있었다.

“막강한 화력을 동원한다면, 요새도 아니고 고작 참호선에 철조망을 깔아 둔 저런 기지는 얼마든지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화력이 우리에게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제대로 공병 교육을 받은 이들도 거의 없다시피하고….”

“우리가 공세 방향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고립된 저 진지들은 하나하나 각개격파해 버리면 됩니다. 일단 저들도 야포나 기갑병력이 없기에 진지에서 나오지 못하고 언젠가는 말라죽을 것이고, 저 빈약한 병력으로는 외부에서 작전을 펼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게릴라전을 벌이는 상황이라….”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

약점을 분석해 이야기하던 주덕과 임표는 모택동의 그런 질문에 입을 꾹 닫았다.

“소련군처럼 대량의 야포를 동원한다면….”

“제기랄! 그놈의 소련!”

결국 우월한 전력, 보병 전력 이외의 무엇으로 깔아뭉개야 한다는 대답만이 나오자 모택동은 열불이 차오르는지 탁상을 쾅쾅 두들겼다.

물론 이 모든 논쟁은 별 의미가 없었다. 당장 홍군이 밀리고 베이징이 함락당할 지경에 상대 후방의 기지들이 무엇에 중요한가?

“그럼 소련 놈들 불러오라고!”

“예! 예!… 흐익!”

보고서를 집어 던지는 모택동을 피해 외교 간부들은 후다닥 도망쳐 나왔다. 몰로토프 외무장관은 마치 도와줄 것처럼 하다가도 미국이 불개입을 천명하느니 뭐니 하는 핑계를 들며 시간만 질질 끌었다.

반공에 미친 장개석을 저렇게 중원에서 설치도록 내버려 두면 소련이라고 이로울 리는 없는데, 대체 무슨 생각일까?

아무튼 시간은 없고, 물자는 끝없이 필요했다.

“스탈린 동지께….”

모택동은 지필묵을 꺼내어 정중한 자세로 친필서한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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