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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탈린이 되었다-228화 (228/300)

# 228

228화

시작은 국민혁명군의 정예 사단들이 암묵적으로 ‘경계선’이었던 것을 넘는 것이었다.

공산당은 만주와 내몽골을 내주고도 광대한 영토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섬서 북부부터 산서성 일부, 하북과 산동, 그리고 하남성 북부에 이르는 거대한 구역이 바로 공산당의 것이었다.

물론, 법적으로 중화민국은 전 중국 영토의 주권자였으며 도시들은 국민정부에 충성하는 경찰들과 공산당이 영향력을 다투고 있었다. 도시에서 몇 발짝만 나가면 홍군 부대들이 마을에 눌러앉아 지주들에게 인민재판을 가하고 있는, 아예 딴 세상이었지만.

“공비들을 토벌하라! 와아아아아!”

“빨간 완장을 찬 놈들을 잡아라!”

국민혁명군은 듬성듬성한 촌락들에 넓게 퍼진 공산당을 토벌하기 위해 도시와 철도를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넓게 퍼져서 밀고 들어가는 작전을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홍군 지배하에 있는 마을들은 하나하나 숙청당했다.

“아이고, 저는 절대로 빨갱이 놈들과 어울린 게 아닙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거짓말입니다! 이자가 가장 악질 빨갱이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총구를 들이밀고 다가온 국민혁명군에게 서로를 고발하고 밀고했다. 공산당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사람들은 협조한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어디에나 공산당을 환영하는 사람이 있던 것처럼, 그들을 증오하는 사람도 있었다. 땅을 빼앗긴 지주들, 원한관계 때문에 반동분자로 몰려 처벌당했던 이들, 혹은 승려나 도사들처럼 봉건 잔재로 몰려 숙청당했던 이들이 적극적으로 공산당 색출에 나섰다.

“그래…? 알겠다. 이 마을 자경대의 대장은 자네가 맡도록 하고, 공산당이 오면 절대로 물자를 내주어선 안 된다. 여기 총기를 내줄 테니 공산당과 싸우도록 하게.”

“예!! 알겠습니다!”

다만, 국민혁명군은 직접적으로 원한관계를 만들려 하지 않았다. 게릴라를 토벌하기 위해서는 민심을 적대해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 직접 손에 피를 묻히기보다는 확실한 공산당원 정도만 처형하고 마을 내부 자경단을 조직시켜 아군 게릴라로 삼는 방식을 채택했다.

공산당에게 가족이 살해당하거나, 숙청을 피해 도망쳐야 했던 부농들은 손에 무기가 들어오자 적극적으로 홍군 게릴라와의 교전에 나섰다.

또, 토지를 나누어 주었다지만 인력 및 수확물의 대대적인 공출로 지쳐 있던 농민들 역시 자경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국민혁명군은 굳이 마을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공산당을 다 토벌한 이후 해결해도 된다. 저들이 빨치산 게릴라들과 싸우는 동안 우리는 진격한다!”

촌락들은 국민혁명군이 넘겨주고 간 무기에 의해, 그리고 가끔은 소부대 단위로 주둔한 국민혁명군에 의해 요새화되었다.

콘크리트와 철조망으로 만든 토치카를 수십 수백 개씩 박는 것은 인력이 넘쳐나는 중국이라 해도 불가능했다.

대신 팔켄하우젠의 조언에 따라 국민혁명군은 홍군을 점점 조여 들어갔다.

“이러한 방식은 넓은 땅에 비해 인력이 적은 동유럽이나, 혹은 좁은 구역에 거대한 인원을 쏟아부은 서유럽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같은 전장에서라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초기의 작전에 따라, 국민혁명군은 각 지역을 소구역으로 분할해 각 구역에 부대들을 주둔시켰다.

“넓은 작전구역과, 지형에 익숙한 게릴라들을 상대할 때 선형방어는 부적합합니다. 다만 공산당군을 저들의 핵심 목표물인 마을과 주민들로부터 분리하여 그 구역에서 활동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각 부대들은 독일 군사고문단에게서 배운 방식대로 야전 기지를 구축했다. 2~300여 명가량의 중대 단위로 읍 같은 지역 거점에 주둔한 국민혁명군은 마을 인근, 적병 관측과 지역 통제가 용이한 곳에 참호를 파고 철조망을 깔아 게릴라들이 돌파할 수 없는 시설을 만들어 냈다.

기관총, 박격포, 지뢰, 철조망 등으로 단단하게 구성된 기지들은 홍군 게릴라의 빈약한 화력으로는 도무지 뚫고 지나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역으로 포위당한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포위를 당한다 해도, 공산군의 화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 기지들은 장시간, 최소 3일 이상을 버틸 수 있습니다. 오히려 공산군이 기지들을 돌파하려다 입는 피해가 클 것입니다. 아군의 전력이 우월한 만큼 전술예비대를 기지에 붙들린 공산군을 격파하기 위해 돌린다면….”

“오오….”

팔켄하우젠과 고문단은 중국전쟁에서의 화기 수준을 보고 대략 유럽의 1차대전 수준, 혹은 그 이하라고 판단했다.

물론 국민혁명군이나 홍군이나, 일본이 남겨 놓고 가거나 미국이 공여한 소수의 기갑차량들을 가지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거대한 인민의 바다에 비하면 백 단위의 전차들은 그야말로 한 줌 모래에 불과했다.

이렇게 기갑과 공군이라는 변수가 없고, 야포전력도 극히 부족한 상황이라면 전장을 지배하는 것은 참호와 철조망과 지뢰였다. 지옥 같은 ‘대전쟁’을 직접 일선 장교로 겪었거나 누누이 선배들에게 들어 본 독일 장교들은 대전쟁의 전략, 전술들을 중국의 상황에 맞게 변용하여 적용했다.

장개석은 흡족했다.

“역시… 팔켄하우젠 장군,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중국의 친구이자 중국인의 영웅이오!”

“감사합니다, 총통 각하.”

공산당군은 넓은 농촌을 장악하고 있다는 특성상 토벌하기는 힘들었지만, 친국민당 게릴라를 양성해 맞불을 놓으면서 소수의 병력으로 지역을 장악하자 병력을 집중시키는 데 실패했다.

물론 후방에서는 진출하는 장개석의 주력군을 막기 위해 온갖 곳에서 병력을 그러모아 군대를 편성하고 있었지만, 국민혁명군의 정예 차량화사단들은 놀라운 기동성을 발휘하며 화북 평야를 가로질렀다.

산동의 대도시인 제남을 순식간에 포위해 함락했고, 청도에서는 5만여 명의 공산당군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지만 이미 물자가 부족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중이라는 보고가 들어왔다.

“북경을 점령하면 염석산 장군도 대세가 돌아섰음을 알고 본격적으로 참전할 거요. 동서에서 공산군을 짜부러트려 버리면….”

제남에서 북경까지는 360km. 멀다면 멀지만, 이 넓은 중국 대륙을 생각한다면 코앞이나 다름없었다.

산서성의 제왕이라는 군벌 염석산 역시 대세가 어느 쪽으로 흐르는지를 관망하며 자기 구역 내에서 공비들을 토벌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민혁명군이 북경을 점령하고, 공산군을 산해관 밖으로 몰아낸다면 대세가 누군지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이다.

“소련군의 움직임은 없었나?”

“예, 소련군은 아직 사태를 주시 중입니다. 공산당이 강력하게 요청한다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알겠네. 최대한 빨리 저놈들을 밟아 버리도록 하지.”

미국과 소련은 ‘6차 초공작전’에 크게 개입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만주, 내몽골, 신강과 티베트까지 다 민족자결이라는 원칙하에 분리당한 것은 안타깝지만… 그것으로 공산당을 중국에서 몰아낼 수 있다면 되었다.

언젠가 다시 찾으면 되니까.

미국이 소련을 붙들어 놓는 동안 공산당을 토벌하고 나면, 미국은 대소련 전선의 선두로서 중화민국을 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하하하하! 좋다. 공산당을 토벌하고, 모가 놈의 머리통을 내 앞으로 가져오도록 해라. 모가를 사살하는 자에게는 내 상상할 수 없을 상을 내리겠다!”

“예! 총통 각하!”

* * *

“신4군이… 궤멸당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 이 무슨….”

홍군의 핵심 거점 중 하나였던 제남에서 신4군이 궤멸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모택동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팔로군과 신4군은 홍군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야전군이었고, 4개 야전군 체제로 개편을 앞둔 지금 공산당이 가지고 있는 정예병력을 대부분 편제받은 가장 강력한 제대였다.

하지만 장개석의 국민혁명군은 농촌 거점들을 하나하나 섬멸하면서, 정예 차량화 사단의 기동성과 화력을 앞세워 홍군의 주력부대를 격파하고 제남 포위를 성공시켰다.

“제남뿐만이 아닙니다, 동지. 연안 해방구로는 염석산(옌시산)과 호종남(후쭝난)군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핵심 당세포들은 탈출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데….”

모택동, 그 자신이 농촌을 동원하여 도시를 타격하는 전략을 구상하여 실천하였다 하더라도 도시의 중요성이 퇴색되는 것은 아니었다.

도시가 함락당하면 주변 농촌을 활용하여 견제는 가능하겠지만, 사기가 하락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항상 중요한 것은 기세였고, 사기였고, 나라의 주인인 인민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홍군이 승리에 승리를 거듭한다면 수많은 중국의 군벌들이며 각지의 유력자들이 공산당의 기치에 합류하여 패퇴하는 장개석을 뜯어먹을 것이 없나 물어뜯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하이에나들은 홍군이 패배할 경우 얼마든지 홍군을 향해 이빨을 드러낼 수도 있었다. 그 사실을 모택동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도시가 함락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공산당 당세포가 조직을 배신하고 국민당군에 투항할지도 몰랐다. 가장 인구밀도도 높고, 수천만의 농민들이 살고 있는 ‘중원’ 지역을 그렇게 맥없이 내줄 경우?

공산당은 퇴로가 없었다.

“스탈린, 개 같은….”

남들이 듣는다면 기겁할 소리겠지만, 모택동은 악문 이 사이로 욕설을 내뱉었다. 소련은 얼마 되지 않는 지원을 하면서도 기어이 생색을 내면서 홍군을 무장시킬 무기들을 내주길 꺼렸다.

그 결과? 정예병력이 순식간에 증발해 버리고 적군이 베이징을 향해 이를 갈며 몰려오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소련이나, 소련이 괴뢰국으로 만들어 버린 만주로 도망쳐야 할 수도 있다. 모택동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스탈린 서기장을 원망했다.

“소련군에게 중… 재나 개입을 요청해 보지. 북경만큼은 어떻게든 사수해야 해!”

“알겠습니다. 그럼 모스크바로 전문을….”

아무리 스탈린이 원망스럽다 해도 그는 이 시대 최대의 권력자였다.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의회의 견제를 받아 권력을 행사해야 하는 미국 대통령에 비한다면 전제군주에 가까운 권력을 휘두르는 서기장의 권력이 더 강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몽골과 만주 지역, 극동 지역에는 일본과의 전쟁 이후 주둔 중인 수십만의 소련군이 있었다.

“우리 군대든 장개석의 군대든… 소련군이 나선다면 절대 상대조차 되지 않네. 소련군만, 소련군만 출동한다면… 그나저나, 장개석은 대체 무슨 참모를 얻었기에 이리 신묘한 기책을 사용하는 거지?”

사실 그가 파악한 장개석의 군재(軍材)는 그리 대단한 것이 되지 못했다.

군벌들을 상대로 싸울 때는 부하들을 매수하여 대세를 흔들어 놓은 후 하나하나 마음이 흔들리는 소군벌들을 포섭해 결국 우르르 무너지게 만드는 전략을 사용했다.

딱 그 정도 수준이었기에 매수나 개별 협상이 불가능한 일본군과 싸울 때는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야만 했고. 그렇게 날려 먹은 정예 사단들이 모두 살아 있었더라면 아마 홍군도 지금보다는 덜 고자세로 나갔을 터인데…

“저 군대와, 저 전략과, 저 전술과….”

어디서 제대로 된 참모를 구해 온 것인가? 그런 수준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한 명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황포군관학교, 현재의 중앙육군학교는 분명 괜찮은 장교 양성기관이었지만 대군을 지휘하는데 필요한 병참이나 대전략, 혹은 현대전술을 잘 이해한 자는 드물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면….

“마치 유럽 어디의 정예 군대를 보는 것 같지 않은가?”

모택동은 머리를 맹렬히 굴리기 시작했다. 과연, 스탈린이 이 말을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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