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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탈린이 되었다-226화 (226/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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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화

국제연합은 성도(聖都) 예루살렘을 분할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예루살렘은 유태인들뿐만 아니라 기독교도, 무슬림의 성지이기도 했다. 일찍이 예수가 십자가형에 처해졌던 골고다 언덕, 유태인 성전의 마지막 흔적 중 하나인 통곡의 벽, 무함마드가 하늘로 승천했다 전해지는 알 악사 모스크와 이슬람 3대 성지 중 하나인 바위의 돔까지.

일찍이 다민족 제국이던 오스만 제국부터가 예루살렘을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 각 종교인들에게 할당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분할안은 합리적이었다.

물론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죽으리라! 내 선조들이 묻힌 곳에서!”

투타타타타타타! 팔레스타인 방위군과 시리아 공화국수비대는 이스라엘군을 격파하고 진격해 예루살렘을 포위했다.

포위를 뚫고 물자 공급을 재개하기 위해서, 결사대는 도로를 막아선 기관총좌를 향해 돌격했다.

“돌격! 돌격! 진지를….”

쾅! 참호 속에 몸을 숨기고, 총구만 내놓은 채 유태인들을 벌집으로 만들던 아랍군은 충분히 가까이 유태인들이 들이닥치자 지뢰를 기폭시켰다.

시리아군이 소련에서 구매해 온 지향식 지뢰가 양편에서 폭발하며 돌격하던 병력들을 남김없이 쓸어내 버렸다.

예루살렘의 10만여 유태인 인구는 매주 최소 1천 톤 이상의 물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랍 연합군은 산지 위의 예루살렘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들을 철저히 봉쇄하고 유태인들이 말라 죽기를 기다렸다.

물론, 그저 기다리지만은 않았다.

“전차를 앞세워 전진한다! 공병은 약진하여 지뢰지대를 탐색하라!”

“예!”

가장 강력한 전력을 가진 이집트군은 개조 T―34 전차들을 앞세워 예루살렘 시가지로 진입했다.

소련군 교관단은 그들이 겪은 시가전의 끔찍함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이집트 장교들에게 시가전의 기본을 가르쳤다.

그들의 가르침은 이제 이집트군 2기갑여단 장교들의 지휘로 다시 꽃을 피웠다.

“전차와 보병의 합동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보병은 전차 뒤에 숨어 매복을 경계하라!”

전차가 단독으로 시가지에 진입하는 것은 자살이나 다름없었다. 수많은 건물들이 시계를 제약했고, 강력한 주포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또 야전에 적합하게 설계된 전차들은 건물의 수직성을 이용해 숨어들어 전차의 취약점에 공격을 퍼붓는 게릴라들을 도무지 상대하지 못했다.

하지만 보병이 엄호해 줄 경우 이런 단점은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했다. 그리고 시가지에 진입한 보병들에게도 맨몸으로 다니는 것보다는 여차하면 숨을 수 있는 데다가 움직이면서 막강한 화력을 투사해주는 강철 토치카가 있다는 것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저기! 위쪽!”

탕! 지정사수의 총이 불을 뿜자, 화염병을 들고 매복해 있던 유태인 민병 하나가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빈약한 무장 수준으로 전차를 격파할 수 있는 수단은 기껏해야 화염병 정도.

그마저도 엔진룸에 떨어지거나 해야 했지만, 전차를 끼고 사방을 경계하는 병사들은 민병들이 화염병을 들고 다가오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타타타타타타타! 이번에는 담벼락 뒤에서 기관총이 불벼락을 뿜으며 이집트군을 공격했다.

“고폭탄, 장전… 발사!”

쾅! 하지만 전차포 앞에서 담벼락은 종잇장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장애물을 철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포격이었고, 건물과 건물로 들어찬 도시에서는 곡사가 제한되므로 직사포격이 필요했다.

전차는 보병들에게 막강한 직사화력을 지원해 주었다. 돌무더기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지만, 무한궤도는 돌을 콰직, 가루로 만들어 버리며 진군했다.

[A1전투단, A1전투단, 진군하여 거점을 확보하라.]

“알겠습니다! 자, 전진한다!”

2기갑여단은 아예 편제부터가 최신 소련식으로 되어 있었다. 여단의 3개 기갑대대와 3개 기계화대대, 그리고 3개 자주포병대대는 기갑연대나 기계화연대처럼 동일 병과 제대로 편성되는 것이 아니라 3개 ‘전투단’(Kampfgruppe)으로 편성되었다.

기갑대대 하나, 기계화대대 하나, 자주포병대대 하나와 기계화공병중대 등 지원인력을 편성 받은 전투단은 다시 각 대대에서 중대 하나씩을 차출하여 더 작은 규모의 ‘대대전투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여단의 전 병력은 어떤 때에는 대대, 어떤 때에는 중대, 더 작게는 소대나 개별 차량 단위로 혼성화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훈련을 받았다.

예측할 수 없는 전장의 환경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훈련은 고되고 복잡했지만, 시가전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는 제값을 톡톡히 하는 데 성공했다.

A1대대전투단의 1지대를 지휘하는 임무를 맡은 가말 압델 나세르 대위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여기가….”

성전산이 그의 눈앞에 드러났다. 알 악사 모스크와 바위의 돔이 위치한 이슬람의 성지.

물론 그는 딱히 독실한 이슬람교도는 아니었으나, 이 중요한 곳을 본인의 손으로 탈환했다는 기쁨마저 없지는 않았다.

“죽어라!”

탕! 타탕! 매복 중이던 유태인들은 간간이 기습공격을 가했지만, 이집트군은 반복된 기습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병사들의 소총이 불을 뿜자 수류탄을 들고 달려들던 이스라엘 병사 하나가 쓰러졌다.

지휘전차 안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나세르 대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수류탄은 곧 폭발했고, 병사들에게 피해는 없었지만 사람이 죽는 것이 보기 좋지는 않았다.

“다시 한번 전한다. 민간인들에게는 위해를 가하지 마라. 무기를 들었다면 사살해도 좋지만 민간인들은 해치지 마라.”

[예! 대위님!]

상부에서는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아랍 연합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외교적으로 막대한 부담을 떠안게 될걸세. 부디 주의하도록 하게.”

어찌 되었건 예루살렘은 유대교의 성지이기도 했다. 세상에서 그들을 모두 죽여 없앨 게 아니라면, 공존은 필수 불가결했다.

기독교도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곳에 국가를 세우고 땅을 가지고 살지는 않더라도 순례를 하는 정도의 자유는 얼마든지 보장해 줄 수 있었다. 머리가 굳은 골수 이슬람교도들과 달리 나세르와 자유장교단의 청년 장교들은 그 정도는 용납할 배포를 가지고 있었다.

이집트에도, 그리고 아랍 전체에도 수많은 비무슬림들이 살고 있었다. 이집트 내부의 콥트교도 인구만 해도 전체의 10% 가까이 되었다.

레바논이나 시리아에도 기독교도들이 꽤나 살고 있었고, 무슬림들끼리도 다른 종파들이 여럿 있었다.

이들이 다 같이 하나 된 아랍의 깃발 아래 단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용이 필요했다.

이미 패배한 저 유태인들을 굳이 학살함으로써 소수 종교인들이나 소수 민족들이 두려움에 떨게 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저치들도, 갈 데가 있으니 진짜로 죽자고 달려드는 건 소수일 거야….”

그의 바람이 약간은 섞여 있었지만, 실제로도 유태인들은 생각과 달리 퇴로가 있었다.

먼저, 시리아의 후원자이자 최고 열강인 소련이 개입할 의사를 내비쳤다.

“팔레스타인 땅은 새로 세워질 팔레스타인국의 주권이 미치는 적법한 그들의 영토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국의 타민족 인구에 대한 학살은 불가합니다. 소련은 해당 지역에서 이주하고자 하는 유태인들을 위한 자치구를 제공할 것입니다.”

가장 과격한 이슬람교도들이 아니라면, 굳이 유태인들을 모조리 학살하려 하지는 않았다. 그저 이곳에 있는 것을 바라지 않을 뿐.

죽이지 않으면 떠나지 않을 자들이라 죽이기 시작했지, 다른 곳으로 떠나는데 쫓아가서 죽일 정도의 원한은 아랍 연합군에게는 없었다.

실제로 가족과 친지들이 학살당한 이들이 꽤 있는 팔레스타인 방위군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부분의 민간인들,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던 자들은 하나하나 항복했다.

“항… 항복합니다!”

“알겠습니다. 저희 이집트군은 제네바 협약에 따라 포로에 대한 인도적인 처우와 민간인의 안전을 보장합니다. 다만 무장을 은닉하거나 하는 등,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저희 역시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음을 알립니다.”

민간인들은 익숙하지 않은 아랍어로 빠르게 이야기하는 이집트군 장교를 보면서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즉시 사살하지 않는다는 데 안도했다.

이집트군이라고 싸워 죽이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포로 및 민간인에 대한 처우가 나으면 나을수록 저들은 더 빠르게 저항을 그만둘 가능성이 높았다.

물리적으로는 도시를 봉쇄하고 조여 들어가며 정신적인 퇴로는 열어 놓는 전략에 이스라엘군은 점점 붕괴하기 시작했다.

“투항하라! 투항할 경우 생명과 신변의 안전을 보장한다! 소련은 유태인 자치공화국으로의 이주를 보장했다. 민간인들의 안전을 위해 투항하라!”

이라크 공군은 이 성스러운 도시 위에 폭탄을 뿌리는 것을 꺼렸다. 대신 하루에도 수만, 수십만 장의 삐라가 도시에 날아들고 항복을 권유하는 방송이 히브리어와 이디시어, 그리고 아랍어로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물론, 가장 강경한 이들을 바꿔 놓지는 못했다.

* * *

“이거 놔라! 놔! 저놈들 사이에서 다시 비굴한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갈 테냐?”

“아저씨! 그러지 마세요!”

과격파들은 패배를 인정하지 못했다.

아니, 인정한다기보다는 혼자 패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유태인들의 재건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을 빼앗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면, 저들의 소중한 것도 함께 가져가겠노라고.

바위의 돔과 알 악사 모스크 지하에는 유태인들이 차곡차곡 모아 둔 폭발물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 폭발물들을 기폭시킨다면, 더럽혀질 예루살렘 성지처럼 저들의 성지도 박살 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과격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반대로 온건파들은 이슬람교도들의 약속을 믿고 싶어 했다. 소총을 메고 베레모를 쓴 여자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바락바락 악을 썼다.

“살려 준다잖아요! 소련이 자치공화국도 만들어 준다잖아요! 여길 폭파시키면 저놈들이 우릴 가만히 내버려 둘 것 같나요?”

아마 성지와 이들이 동귀어진한다면? 불타는 복수심으로 이슬람교도들은 전 세계의 유태인들에게 성전(聖戰)을 선포할지도 몰랐다.

“우리야말로 선택받은 민족이다. 로마도, 기독교 놈들도, 미치광이 히틀러도 우리를 질투하면서도 죽여 없애지 못했는데 저 아랍 토인들이?”

“아저씨! 제발….”

수백 명의 민간인들은 두려움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폭약이 터진다면 아마 그들도 깔려 죽으리라. 포격과 총격을 피해 지하로 피신한 민간인들은 이제 온건파와 과격파 사이에 끼어 버린 꼴이 되었다.

“마사다처럼, 우리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거다! 세계인들이 우리를 볼 거야!”

“그래요. 그리고 개죽음이라고 우릴 비웃겠지요. 눈에 불을 켜고 우릴 죽이러 올 아랍 놈들도 있을 거고요.”

위에서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웅웅거리는 소리로 들리던 소음이 더 명확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항복하라, 항복하라. 우리는 생명과 신변의 안전을 보장한다….]

“빌어먹을 새끼들, 넌 저걸….”

“아저씨… 미안해요….”

과격파의 리더였던 남자는 뒤로 휙 돌아 아랍군의 방송을 향해 욕설을 퍼붓다가, 자신을 향해 겨눠진 총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제기랄… 넌 내가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하니?”

“아뇨. 그래서 더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기폭장치를 해체해 주세요!”

과격파들은 깜짝 놀라 각자 총을 빼 들었지만, 다른 온건파들이 그들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다.

몇몇이 기폭장치를 향해 달려가자 남자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로써 끝이구나.”

“아뇨, 새로운 시작이에요. 우리는… 살아 있으면,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죠. 우리가 아니라면 우리 자식들이. 자식들이 못한다면 손자들이….”

“그 전에 우리 민족은 사라질 거다.”

“글쎄요. 그렇다면 더더욱 이 땅이 필요하지 않은 게 아닐까요.”

아랍군은 총을 겨누고 신속하게 걸어 내려 들어왔다.

이스라엘은 끝났다. 하지만 새 세상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다. 소련이 그들에게 영원히 평온한 안식처가 되어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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