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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탈린이 되었다-215화 (215/300)

# 215

215화

영국 본국의 혼란을 틈타, 그리고 주둔군이 인도네시아로 빠져나간 틈을 타 인도 각지에서는 무장조직들이 봉기를 일으켰다.

“인도 독립 만세! 인도에서 꺼져라!”

“영국은 물러가라!”

이들 중 가장 거대한 규모를 차지하는 것은 인도의 주류를 차지하는 힌두인들, 힌두교도 인도인들이 일으킨 봉기였다.

정치적으로는 인도 국민회의가, 사상적으로 네루와 간디가 대표하는 이들은 인도 본토 지역에 가장 많이 퍼져 있었다. 수적으로도 3억이 넘는 인구였기에 영국은 힌두 봉기를 진압하는 데 가장 크게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그리하여 영국인들은 ‘전통적 수단’을 동원하기로 했다.

“알라는 위대하시다! 알라후 아크바르!”

“무슬림에게 무슬림의 공간을 달라!”

Divide and rule. 분할하여 통치하라!

인도 아대륙은 광활한 땅이었고, 그 안에는 힌두교도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종교를 가진 소수민족들이 널리 퍼져 살고 있었다.

그중 가장 수적으로 우세한 이들은 바로 파키스탄과 벵갈(현 방글라데시) 지역의 무슬림이었다.

힌두교도 중심의 인도 국민회의는 ‘인도 분할안’을 거부했다. 인도는 하나의 국민국가로 독립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회의의 주장이었다.

이슬람교도들은 그런 주장을 꺼려했다. 그들은 국민회의의 그 주장을 힌두교도들이 모든 주도권을 잡고 거대한 아대륙을 자기네들 맘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또 일부 극단적 힌두 민족주의자들의 행태는 그렇게 해석할 여지를 주었다.

일부 이슬람 지도자들은 영국을 신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갖은 방식으로 이슬람교도들을 설득했다.

“저 힌두 과격파들은 지금은 영국을 노리지만, 그다음은 이교도인 당신들을 노릴 거요! 우리같이 무력을 가진 이들에게도 폭력적으로 나오는데 당신네들에겐 어떻겠소?”

“우리를 믿으시오. 최소한 인도 국민회의가 그대로 독립안을 관철시키는 것은 무슬림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소!”

“으음….”

그리고 과격파 이슬람주의자들은 그럴 것도 없이 힌두교도들을 적대했다.

이슬람교의 교리상, 기독교인들은 그나마 유일신교를 믿는 타협 가능한 대상들이었다. 하지만 다신교에다가 온갖 잡것을 신으로 믿는 힌두교도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도 협상할 수도 없는 야만인이나 다름없었다.

“힌디 놈들이 우리를 죽이러 온다! 먼저 쳐야 한다!”

“와아아아아! 알라후 아크바르!”

“개만도 못한 이슬람교도 놈들로부터 우리의 지역과 가정을 지켜야 한다!”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들이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았던 마을은 이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누가 시작했는지 모를 공격 때문에 두 종교인들은 서로에게 총질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인도의 고질병, 카스트 문제가 끼어들었다.

“더러운 불가촉천민 새끼들, 영국 놈들과 붙어먹어서 인도를 팔아먹은 매국노 새끼들! 이 땅에서 쓰레기들을 쓸어버리자!”

“자기네들이 아직도 우리의 주인인 줄 아는 브라만 놈들은 총알 한 방이면 다 자기네들 신 곁으로 돌아가기 마련이지. 그 새끼들이 공격한다면 우리는 보복한다! 와아아아!”

충돌은 계속 확산되었다. 영국인들과 인도 독립주의자들,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혹은 소수 종교인들. 그리고 지역별로, 이념별, 또 카스트별로 이해관계가 갈린 사람들은 한때 이웃이었던 서로의 머리통에 대고 총을 당기길 서슴지 않았다.

“우리의 아군은 대략 세 종류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인도 식민지 주둔군 사령부에서는 이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그리고 최종적으로 반란을 토벌하기 위해 전략회의를 하고 있었다.

“먼저 가장 유의미하고 강력한 세력은 이쪽, 북서쪽 펀자브 지역과 동쪽 벵갈 지역의 다수를 차지하는 이슬람교도들입니다.”

이슬람교도들은 힌두 독립운동을 결코 신뢰하지 못했다.

마하트마 간디는 이슬람과의 화해를 주장했다. 하지만 힌두나 이슬람이나 양쪽의 극단파들은 간디의 그런 말에도 서로 으르렁거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간디가 오랜 단식 끝에 쓰러져 인사불성인 현재, 두 집단을 화해시킬 수 있는 자는 없다고 봐도 좋았다. 영국은 이 갈등에 계속 기름을 부었다.

* * *

“현재 아군 측 첩보원들이 분쟁을 계속 조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분쟁이 어디로 불꽃이 튈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게 중요한가? 어차피 우리가 가지지 못할 것이라면….”

“….”

사령관은 싸늘한 표정으로 지도를 응시했다.

은혜도 모르는 야만인들이 대영제국의 지배를 거부한다면 그 대가는 자기네들이 치르게 될 것이다. 철도와 교육을 베풀어 문명개화의 빛을 전해 주었는데 이따위 반항이라니!

저 토인들은 결코 자기네들 자율적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아마 부족별로, 또 종교별로 싸우다 죽어 가겠지. 사령관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물론 영국에 협력하는 사람들이 각종 과격한 가짜 기사를 내거나, 소문을 퍼트리거나, 아니면 직접적으로 충돌을 일으키는 등으로 분쟁을 조장한 결과물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그런 것은 사령관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대영제국의 영광이 중요했을 뿐.

“그다음은?”

“예, 그리고 이 라자스탄 지역의 귀족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국민회의가 자신들의 이권을 보장해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재산권의 자유를 보장하는 우리 영국 정부에 협력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그래. 아주 좋아.”

“또 마지막은 불가촉천민 계급입니다. 이들은 힌두 민족주의자들의 카스트에 찌든 사고방식을 혐오하며 ‘차악’인 우리 영국에 협력할 것을 밝혔습니다.”

국민회의는 사실 진퇴양난의 기로에 빠져 있었다.

간디 그 자신부터가 독실한 힌두교의 구루였으며, 네루는 영국식 교육을 받고 좌파 사상의 세례를 받았다 해도 인도인 전반의 사상을 바꿀 힘을 가지지는 못했다.

그리하여 힌두 과격파들을 내칠 수도 없고, 끌어안자니 이슬람교도와 불가촉천민들이 모두 진절머리를 치는 그런 꼴이 된 것이다.

사실 국민회의의 지도자들은 대부분 감옥에 갇혀 있었으니, 머리가 없는 몸뚱어리는 서로 분열을 일으키다 자멸하는 것이 당연지사.

사령관은 흡족하게 웃었다.

“한 일 세기쯤 지나면 조금 개화되어 놓아 주어도 되지 않겠나? 쯧쯧쯧, 어디서 은혜도 모르고….”

* * *

영국인들은 인도인들을 야만인이라고 무시했다.

하지만 그 야만인들도 사실 지성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현대 무기는 조작법을 배우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전차나 항공기같이 고등기술과 부품, 연료 등이 다수 필요한 물건들은 지방에 흩어진 게릴라들이 운용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아주 쉽고 간단한 물건들이 대량으로 공급되자, 전황은 영국군이 생각한 방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우호호호! 간다!”

펑! 소음이 크지는 않았지만, 그 결과가 작지는 않았다.

날아간 로켓포는 쉬이이잉 하는 추진음을 뿜으며 날아가 영국군 주둔지에 틀어박혀 터졌다. 허술하게 지어진 콘크리트 벽을 뚫고 들어간 탄두는 안에서 폭발하며 파편을 흩뿌렸다.

“으아아아악!”

“살, 살려 줘!”

화들짝 데인 영국군은 주둔지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와 로켓포가 날아온 곳을 향해 총질을 해 댔지만, 게릴라는 이미 낄낄 웃으며 사라진 지 오래였다.

몇 톤씩이나 나가는 포대를 끌고 오지 않더라도 이제 자칭 ‘게릴라’, 타칭 ‘반군’들은 야포에 버금가는 화력을 쏟아부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수천 미터에 달하는 사거리를 가진 대포에 비해 유효사거리만큼은 턱없이 짧았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빌어먹을, 좆 같은 정글!”

삼림이 우거진 지역들에선 시계가 몇백 미터가 아니라 몇십 미터조차 확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량했다. 방금 기습당한 주둔지 역시 뒷마당까지 우거진 수풀이 내려와 있었기에 영국군은 제대로 반군을 추격할 수도 없었다.

화가 난 병사들은 그냥 땅, 땅, 맞을 테면 맞으라는 식으로 총을 쏘아 댔지만 애꿎은 새들만 퍼덕이며 날아오를 뿐이었다.

“야, 우리는 추적하러 간다!”

“예? 저기로요?”

“그래! 뭔가 흔적이라도 있을 거 아니야!”

의욕이 심각하게 높은 한 풋내기 장교 하나가 군도를 뽑아 들고 돌격 앞으로를 외쳤다.

“최소한 흔적이라도 찾아야 뭔가 해 볼 게 아니냐! 가자!”

그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병사들은 께름찍해 하면서도 장교를 따라갔다. 수풀을 헤치고 덩굴들을 자르면서 나아가자 역시나 사람이 지나갔던 것 같은 흔적이 나왔다.

“여기 흔적이 있다! 여기만 따라가면 그 빌어먹을 반란군 새끼를 잡아서 교수형에 처해 버릴 수 있다! 가자!”

역시 게릴라도 사람인지라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이동할 수는 없었다. 풋내기 장교는 기분이 좋아져 군도를 빼 들고 붕붕 하늘에서 휘둘렀다.

그가 뒤를 돌아보고 병사들에게 외친 후, 앞으로 두어 발짝 내딛자마자 다시는 그런 소리를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아아아아아악!”

펑! 바닥에서 흙먼지가 솟아오르며 폭음이 터졌다. 자신만만하게 돌격을 외치던 장교는 바닥을 구르면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아아아아아!”

그의 오른 다리는 무릎 아래까지 사라져 있었다. 흙과 피가 뒤섞인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그에게 몇몇 풋내기 병사들이 달려갔다.

“소위님!”

“어어? 야! 가지 ㅁ….”

쾅! 콰쾅! 한 병사가 무언가에 걸렸는지 앞으로 기우뚱했다. 그리고 그것이 병사들과 풋내기 장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양편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강철 파편의 폭풍이 다섯 명을 덮쳤다.

“으… 으….”

“아아….”

방탄복도 철모도 쓰지 않고 게릴라를 잡으러 나온 것은 아주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파편의 폭풍이 찢어발기고 지나간 자리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피떡들만 남아 있었다.

순식간에 다섯 명의 동료들이 증발하자, 경험이 적은 신병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오줌을 지렸다.

제법 경력이 있는 병사들이라고 다른 것은 아니었다. 인도주둔군은 살벌한 전쟁터를 겪어본 적은 없었기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다들 패닉에 빠져 버르적거릴 뿐이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저, 저 뭐야!”

“흐아아아악!”

저만치 먼 곳에서 게릴라로 추정되는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워낙 소름 끼치는 웃음이기에 10년 넘게 인도주둔군에서 복무한 고참 상사까지도 겁을 집어먹고 말았다.

신병 하나가 축축해진 바지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와중에도 그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최고참이 되어 버린 상사는 이를 딱딱 부딪치며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손가락을 들었다.

“저, 저기에 누가 있나 보다….”

“어떻게 할까요….”

평소라면 무슨 겁먹은 개 같은 꼬라지냐면서 신나게 욕을 퍼부었을 상사였지만 지금은 그도 잔뜩 겁을 집어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 가 볼까?”

“….”

전혀 가 보고 싶지 않은 눈치였지만, 아무튼 가 봐야 했다. 다섯 명이나 전사했는데 아무 결과도 없이 돌아갈 수는 없었다. 최소한 게릴라 꽁무니 정도는 보고 총질이라도 해야 했다.

그리하여 한 명이 도망치고 다섯 명이 죽어 스물한 명이 된 소대는 지뢰가 매설되었을 법한 길을 돌아, 울창한 수풀을 헤치고 전진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아으, 씨발! 저 소름 끼치는….”

타타타타! 타타타타! 기관총수가 기관총을 들어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쏘았다. 그러나 웃음소리는 계속 비슷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저, 저거 귀신 아닙니까??”

“그… 그렇습니다! 지금이라도 후퇴를….”

“….”

상사는 자기도 겁이 났는지 입술을 꼭 깨물고 정글도를 휘두르며 길을 만들었다. 빌어먹을 게릴라 새끼가 우리가 못 갈 줄 알고 버티고 있나 본데, 그 개 같은 새끼를 끌고 올 수 있다면 끌고 와서 교수척장분지형에 처해 버리겠다고 상사는 욕을 퍼부었다.

“…씨발!”

하지만 ‘빌어먹을 게릴라 새끼’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웃음소리가 나는 공터에는 조잡한 라디오 하나가 놓여 있었다. 라디오는 계속 똑같은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재생하고 있었다.

쌍욕을 퍼부은 상사는 그래도 화를 주체할 수 없는지 바닥에 놓인 자그마한 라디오를 뻥 걷어찼다.

라디오는 휙 날아가는 게 아니라 뭔가에 매달린 듯 날아가다 덜컥 떨어지고 말았지만.

“어?”

라디오에 연결된 철선을 본 상사는 한 번 더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쾅! 그리고 그와 앞서 온 세 명의 병사들은 먼저 간 다섯 동료들을 따라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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