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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탈린이 되었다-179화 (179/300)

# 179

179화

“개 같은 매국노 새끼들! 다 잡아 죽여야 해!!!”

“미스터 장! 지금은 일본군을 상대할 때가 아닙니까? 소련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엄연히 우리의 동맹국이며, 약속한 대로 만주를 반환할 것입니다.”

장개석은 손을 부들부들 떨다가 미국 장군, 스틸웰을 노려보았다. 스틸웰 역시 공산주의자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부의 명령인지라 어쩐지 떨떠름한 것 같았다.

만주 공산당의 창당은 소소하게, 반쯤 비밀리에 이루어졌지만 당연히 그 땅이 중화민국의 정당한 판도라고 생각하고 있는 장개석 정부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소련과 그 지령을 받고 있는 공산당군을 직접 공격한다면? 오히려 소련이 그 땅을 집어삼킬 명분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스틸웰이 마음에 안 드는 개새끼라 할지언정 그의 말은 지금만큼은 맞았다.

“끄응… 알겠소. 최대한 빨리 진격을 명령하도록 하겠소.”

“좋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동의합니다.”

일본군은 지금 본토가 불바다가 되고, 태평양과 중국 대륙에서 정예부대가 산화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약체가 된 상태였다.

이들이 지키고 있는 주요 거점들은 우회해 포위하고, 최대한 빨리 진격해야 했다.

국민혁명군이 밟는 땅만이 중화민국의 영토가 될 수 있었다. 공산당은 차일피일 시간을 끌면서 농민들을 선동해 자기네들의 해방구를 건설하려 할 테지만, 그 앞에 300만 국민혁명군의 총칼이 디밀어져 있다면 감히 소란을 피우지 못할 것이다.

물론 중국 대륙은 300만 명의 병력을 가지고도 다 덮지 못할 정도로 거대했다.

“연안, 무한, 개봉 등지의 내륙 공비들은 무시하고… 일단 남경과 북경, 산동 등지의 주요 항구를 탈환하여 미국으로부터의 원조를 받고자 합니다.”

스틸웰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련이 아시아를 싸그리 다 먹어치운다면 곤란하다는 것은 상식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산서에서는 염석산 장군의 19군이 연안에 주둔한 공비들을 토벌할 것입니다. 진군하면서 새로 탈환한 지역에서 새로 징병한 병력으로 신규 군대를 편성할 테니 이들을 무장시킬 무기들을 미국이 원조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

장개석은 독일군 군사고문단이 지독하게 그리웠다. 비록 지금 미국처럼 막대한 물자를 퍼다 주는 물주 노릇은 못 했지만 그들은 예의가 바르고 능력도 있었다.

한스 폰 젝트 장군, 알렉산더 팔켄하우젠 장군 같은 이들은 국민혁명군의 최정예 사단을 훈련시켜 주었지만 그놈의 히틀러가 일본과 짝짜꿍하며 붙어먹고 전쟁을 일으키는 바람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블라소프는….’

블라소프 역시 예의가 바른 사람이었다. 이 빌어먹을 스틸웰 놈과는 달리.

소련식으로 훈련시킨 사단들 역시 국민혁명군의 정예라 할 만했다. 물론 소련식으로 압도적인 포격지원이며 육중한 전차부대로 밀어붙이는 짓은 국민혁명군에겐 언감생심이었기에 실제 소련만은 못 했지만.

그러나 어쩐지 그를 통해서 소련은 국민당 정부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곳곳에서 공비들이 설치는데 그들을 토벌하기 위한 작전들은 하나같이 공비들이 먼저 도망쳐 버려서 실패하고 말았다.

그 배후에 공비 놈들과 끈이 닿아있는 소련, 그리고 블라소프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었다. 팔걸이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모조리 다 숙청해야 한다. 소련, 공비들과 붙어먹은 배신자 놈들, 상부의 명령에 불복하는 군벌 놈들, 그리고 뿌리 깊게 박힌 기생충 공비들까지.

“진격 명령을 내려라! 일본 놈들을 토벌하자!”

“예! 총통 각하!”

하지만 일단 일본부터. 하나씩, 하나씩….

* * *

“치치하얼과 하얼빈을 함락했습니다. 서기장 동지께서 명령하신 ‘그 시설’의 자료 역시 수거 중입니다.”

“하얼빈 북서쪽에서 기술자들을 투입해 유전을 탐사 중입니다만… 유전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이나 정확한 유층의 심도와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천천히들 하시게. 천천히.”

저 너른 만주를, 소련군은 순식간에 장악해 나가고 있었다.

허섭스레기 수준의 전력을 가진 관동군은 순식간에 갈려 나갔다. 그들이 장악하고 있던 땅은 이제 우리 소련군이 고스란히 접수했다.

‘만주에 뭐가 진짜 많기는 많았는데….’

일단 저기 대경 유전. 중국에서 가장 거대한 유전이자 추정 매장량 160억 배럴의 거대한 유전이 하나 있었다.

이것 하나면 만주 지역의 공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몽골, 만주, 한국 같은 신생 공화국들에 염가로 넘겨서 극동의 아군으로 만들 수도 있고.

아직 시베리아의 가스전들은 개발하려면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미국에 유학을 보낸 기술자들이 돌아와서 고압 파이프며, 유체역학을 공부해서 시베리아를 가로지를 가스관을 깔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카스피해의 바쿠에서 나는 석유를 여기다가 실어 오기에는 비용이 너무 드니 일단 대경 유전을 먹어치우고 싶었다.

“만주에 그렇게 광물 자원들이 많다고 하니 그것도 좀 탐사해 보고….”

그리고 현대 반도체… 아니, 미래 반도체기술의 핵심이 될 희토류도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었다. 소련에도 찾아보면 없지는 않겠지만 환경파괴에 오염을 마구잡이로 발생시킨다면 그냥 외주를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다른 자원들, 석탄이며 철강이며 하는 것은 소련에도 막대하게 묻혀 있었으니 그렇다 치고.

“아! 그리고 미국에 프로파간다 뿌리는 것은 어떻게 되었나?”

“예상대로입니다. 미국인들은 추가적으로 공개된 자료에 경악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작이 조금 들어가기는 했다.

731부대와 독일의 ‘생화학 연구소’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체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의 신원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하지만 731에서 행해진 ‘백인 포로’에 대한 실험은 일괄적으로 ‘미국인, 혹은 영국인 포로에 대한 실험으로 추측된다’라고 주석을 달아 주었다.

서구는 여전히 황인이나 흑인들을 한 수 아래, 혹은 심하게는 인간 이하의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731에서 행해진 그 모든 실험들을 보고서도 그저 자료로 생각하고 면죄부를 준 후 자기네들이 가져갔지.

미군 포로들이 그 짓을 당했더라면 일본 열도 전체를 핵으로 씻어 버리고도 남았을 이들이, 중국인이며 조선인들이 당한 짓이니 별 감흥 없이 넘어가 준 것이다.

“좋네. 좋아. 미군 포로로 ‘추측’된다고만 써두게. 추측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 말이지.”

이런 건 베리야 전문이었지만 어쩐지 그의 빈 자리가 크게 다가왔다.

조금만 야망이 적고 조금만 제 욕심을 숨길 줄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실제 역사에서 스탈린 이후 바로 태세전환한 것까지 더해져 자기가 자기 명줄을 재촉한 꼴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공작은 순조로웠다.

신임 NKVD 국장 크루글로프는 베리야가 만들어 둔 끈을 이용해 FBI 국장 에드거 후버를 열심히 배후조종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서기장 동지, 대체 왜 그 애송이를 내버려 두시는 겁니까? 그자가 미국에서 반소 감정을 선동하는 것을 왜….”

“아? 간단하네. 반소파들의 얼굴에 그자가 먹칠을 해 주는데 뭐하러 제지하는가?”

몰로토프는 조심스레 내게 질문을 해 왔다.

후버는 미국 내 수많은 정치인들의 약점이며 사생활을 캐낸 자료들을 가지고 있었다. 대통령 FDR부터 시작해서 상하원의 주요 의원들, 각 주의 주지사들 등 거물에 대해서 샅샅이 파헤쳐서 감히 자기 권력을 위협하지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이번 ‘애송이’ 매카시도 그가 갑자기 ‘소련의 위협에 맞서는 열정적인 애국지사’로 떠오르자 후버는 그의 뒤를 캐고 다녔다.

“그… 그렇습니까?”

“그럼! 우리는 얼마든지 그를 파멸시킬 수 있네. 그 매카시라는 작자가 세력의 절정을 이루고, 반소파들을 규합해서 한창 잘 나가고 있을 때 거꾸러트리는 게 제일 유리하지 않겠나?”

매카시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약점들을 잡아 두었다. 후버뿐만 아니라 우리 첩보원들도 그에 대해서 캐고 다녔기에.

“알코올 중독에, 뭐 이것저것 받아먹은 돈도 있고… 애초에 그 리스트는 거짓말이라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민주당의 장기집권을 끝내기 위해 그런 수단에도 손을 뻗치고 있었다.

매카시가 진짜 반소 세력의 구심점으로 성장한다 싶으면? 한꺼번에 펑 터트려서 일망타진해서 끝장내 버리면 되는 것이지. 진짜 스파이들을 잡아낼 수도 없는데 뭐 걱정할 게 있는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신규 주미 대사에 대한 임명은 언제 하시겠습니까?”

“아! 그래, 그 문제가 있었군. 우리의 전략병기!”

정치국원들은 낮게 웃었다. 새 시대의 외교를 대비하여 주미대사를 교체하기로 결정을 내린 후 옛 혁명 시절을 기억하는 고참 당원들은 껄껄 웃었다.

1차대전 시절, 독일제국은 러시아 제국을 뒤흔들고 동부전선을 끝장내기 위해서 ‘전략병기’를 봉인열차에 실어 보냈다. 그 전략병기의 이름은 바로 레닌.

그는 실제로 러시아 제국을 혁명으로 끝장내 버리고 동부전선에서 평화를 가져왔다.

우리의 전략병기 역시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더 평화롭고 좀 더 체제순응적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콜론타이 여ㅅ… 아니, 누님은 잘 계시나?”

“예! 여전히 정정하십니다. 주미대사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상당히 놀라신 것 같기는 했습니다만….”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내’ 숙청에서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고참 볼셰비키이자 시대를 앞서간 여성해방론자로 유명한 그녀가 바로 신임 주미대사였다. 일찍부터 외교관으로 세계를 떠돌았고, 국제연맹의 소련 대표로도 참석했기에 명분도 충분했다.

“그래, 그래. 몇 년이나 더 일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새 시대의 주미대사로는 꼭 필요하신 분이니 잘 챙겨드리도록 하게.”

이 세계에서 ‘냉전’이라는 단어는 어지간하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의 대립은 소련을 무너트린다. 안 그래도 미국에 비해 빈약한 경제력을 국토안보를 지키겠다고 군사력에 투자하는 멍청한 짓은 피하고 싶었다.

그것을 위해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을 미리 우리편으로 만들어 두었고, 미국 내부에 최고의 정보원(후버)을 심어 두었고, 이제 하나 더. 미국인의 절반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을 보내는 것이다.

미국은 1차대전 이후 여성 참정권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보수적이고 차별적인 부분이 존재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제약이 걸려 있었고.

그런데 ‘우방국’ 소련은 어떤가, 여자가 혁명원로도 하고, 대사도 하고, 고위 정치인도 하고! 이것이야말로 미국인의 절반, 즉 여성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는 확실한 한 수라고 우리는 파악했다.

투표권자의 절반이 소련에 대해 우호적인데, 과연 저들이 우리와 적대할 수 있을까?

“하하하하! 이제 우리는 일본을 정리해 보도록 하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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