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스탈린이 되었다-173화 (173/300)

# 173

173화

“나는….”

사람들은 일제히 조용해졌다.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서기장은 몇 번이나 첫 마디만을 반복했다. 그러다 그는 파하하,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제기랄. 내 연설 비서관이 분명히 뭔가 좋은 내용을 써 주기는 했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하하하하!”

그러더니 서기장은 단상에서 뚜벅뚜벅 걸어 내려와 훈장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 앉은 곳으로 다가왔다. 경호원들은 어, 어, 당황하면서도 그를 제지하지 못했다.

“자네, 나이는 몇 살인가? 어디 출신인가?”

“하하하! 잘 생겼군그래. 고향에 있을 적에는 인기 좀 있었겠어!”

“어쩌다 다친 것인가? 어디서 다쳤나?”

병사들 사이를 훌훌 휘젓고 다니며, 서기장은 병사들과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고, 농담을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한바탕 경악한 고위급들과 좋아하는 하급자들을 내버려 두고 서기장은 다시 단상으로 올라갔다.

“정말, 여러분들을 보니 감격스럽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은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가슴이 벅찹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절절히 진심이 깃들어 있었다. 한참 상념에 잠겼던 니콜라이도 귀 기울여 듣게 할 정도로.

“…하지만 뭐, 그런 것은 별 쓰잘데기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민입니다. 우리 소련 인민과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 인민들. 여러분들은 오직 그것만 생각하면 됩니다. 나 역시….”

잠시 말을 멈춘 서기장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마주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늙은 사람답지 않은 활기와 생기가 넘치는 것 같았다.

수 없는 시간을 일하며 생명력을 모조리 탕진한 것 같이 흰머리와 주름살만 늘었지만 그 안에는 활화산 같은 무엇이 불타고 있던 것일까? 니콜라이는 어쩐지 서기장이 화산 같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오직 인민을 위해서 일하겠습니다. 당의 권위, 무슨 무슨 높은 사람들의 권위, 그까짓 것을 믿고 인민에게 못되게 구는 놈들은 콱 들이받아 버리십시오. 내가 여러분들의 안전을 보장하겠습니다.

앞으로 소비에트 연방의 주인들은 당신들입니다. 필요한 것, 제안할 것, 개선할 것, 뭐든지 내게 말하십시오.”

요란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명 한 명 일어서서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곧 모든 사람이 일어서서 박수를 쳤다.

서기장은 됐다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들이 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나는 그저 한갓 서기일 뿐이지요. 자! 승리를 마음껏 만끽하십시오!”

“와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은 그저 열광했다. 니콜라이 역시 일어서서 환호성을 터트렸다.

서기장은 특유의 푸근하고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쏟아지는 무수한 악수의 요청에 그는 일일이 손을 잡아 주면서 곧 정치국원들과 함께 연단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소비에트 연방 우라! 우라! 승리와 미래를 위하여!”

“하하…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던가?”

“그렇습니다! 서기장 동지의 연설은 실로 놀랍고 또 감동적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모두 녹화되었으니 언제든지 인민들을 위하여, 저희들을 위하여 재방송이 가능할 것입니다.”

베리야는 내 뒤를 졸래졸래 쫓아와 아부를 늘어놓았다. 그의 동그란 눈은 열광으로 반짝였다.

물론 나는 그것이 순수한 열광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지금 가는 장소가 장소였으니만큼.

“하하하, 그래 잘 됐군. 아무튼… 자네도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른 정치국원들의 표정은 떨떠름했지만 베리야는 오직 주인만 바라보는 충견처럼 내 발바닥이라도 핥을 정도로 헥헥거렸다.

베리야는 아마 오늘을 꿈에도 그려 왔을 것이다.

“이제 곧… 원수가 되겠군! 으하하하하하하!”

“다 스탈린 동지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충성을 다하여 일하겠습니다!”

아까의 거대한 홀에서는 붉은 군대의 인민 영웅들에게 훈장을 주었다면, 이번에는 베리야를 위한 시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다만 너무 안타깝게 생각하지는 말게나. 자네가 핵무기 개발과 연관되어 있고 그것 때문에 원수로 승진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우리의 핵개발과 관련해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도 있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제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초대하게 해 주셨으니 이 은혜는 실로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내 은혜는 모르겠고 베리야의 혓바닥은 실로 기름칠을 해 놓은 것처럼 돌아갔다.

거대한 홀이 아니라 훨씬 작은 방이었지만, 십수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기에는 적절한 방의 문이 열렸다.

역시나 거구의 NKVD 요원은 나와 베리야, 그리고 몇몇 사람들을 위해 문을 열어 주었다.

“음… 아주 좋… 스베틀라나?”

“아… 아빠!”

그 안에는 베리야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의 아내 니나와 아들 세르고, 그리고 늙은 어머니와 몇몇 측근들이.

하지만 그중에는 내게 익숙한 얼굴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내’ 딸, 스베틀라나였다.

“네가 여기 왜 와 있는 거니?”

“아… 그게….”

“하하하… 서기장 동지, 그것이 아니라….”

내 미간이 확 찌푸려지는 것을 본 베리야의 눈이 휙휙 굴러가기 시작했다. 스베틀라나는 푹신한 의자에서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아빠… 그게… 저, 음….”

“그래. 말해 보거라.”

“세르고 오빠가 와도 괜찮을 거라고 했어요! 라브렌티 아저씨도 아마 괜찮을 거라고 했고….”

!!!!

세르고 베리야, 그러니까 베리야의 아들은 서글서글한 얼굴로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예전에 몇 번 얼굴을 본 기억이 나는데….

그런데 스베틀라나는 세르고가 다가오자 얼굴을 붉히다 그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 너희 둘….”

“아빠! 저도 이제 열여덟 살이라고요. 제가 누굴 만날지는 결정할 수 있는 것 아니에요?”

뾰족하게 스베틀라나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베리야는 확 언짢아진 내 표정을 보며 눈치를 살폈지만, 적극적으로 무어라 하지는 못했다.

제 아들이 내 딸을 낚아채서 이렇게 된 것인데, 감히 무슨 말이나 할 수 있겠나?

아무튼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뻐근해져 오는 뒷목을 잡으며 나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래, 알았다. 너도 이젠 다 컸지. 그러니…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거라. 크흠… 이거 원.”

“서기장 동지! 넓으신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크흠, 흠. 젊은 친구들끼리 그럴 수 있지….”

아무튼 나를 따라온 정치국원들은 베리야의 가족과 측근들의 뒷줄에 자리했다.

단출했지만 저간의 사정을 이해한 베리야는 침이라도 흘릴 표정으로 곧 수여될 원수봉과 계급장을 바라보았다.

“자… 라브렌티 파블로비치 베리야?”

“예!!! 스탈린 동지!”

“자네는 소비에트 연방을 위해서 거대한 공을 세웠지. 이번 전쟁을 끝마무리 지은 핵폭탄의 개발로부터… 아, 그리고 미국 FBI 국장의 약점까지 잡아내다니! 나와 정치국은 실로 그대의 유능함에 감탄할 뿐이네!”

“감사합니다! 다 스탈린 동지의 영도 덕분이었습니다!”

그의 업적을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베리야의 가족과 측근들은 짝짝 박수를 쳤다. 스베틀라나 역시 세르고의 얼굴과 앞을 번갈아 보며 행복한 얼굴로 박수를 쳤다.

물론, 뒷줄에 앉은 주코프와 보로실로프는 쓰게 웃을 뿐이었다.

“그러나 자네는 심각한 죄악도 저질렀네. 수많은 자들을 혐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스파이로 몰아 처형하고 굴라그에 집어넣었으며….”

“예?”

“그리고 소비에트 연방원수 세묜 부됸늬의 이동경로에 대한 정보를 간악한 파시스트들에게 팔아넘겨 전사하게 만들었네. 자네가 저지른 강간, 추행, 협박의 범죄는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네. 이상의 죄목을 인정하는가?”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하는 듯, 베리야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어찌할 바를 모르며 어버버했다.

설마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들키지 않으리라 생각한 것인가?

베리야는 자기가 NKVD를 완전히 틀어쥐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 강력한 권력기관을 온전히 베리야의 손에만 맡겨 둘 생각이 없었다.

내부에 박아 둔 몇몇 정보원들은 자기가 저 자리를 차지하리라 기대하며 베리야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고했다.

욕심에 눈이 멀어 부됸늬를 제거하고도 들키지 않으리라 생각했겠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었다.

붙잡혔던 오토 슈코르체니는 소련에서 받은 정보가 있었다고 자백했으며 얼마간의 조사를 통해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레닌 동지가 살아 계셨을 적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탕! 탕! 탕! 몇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양쪽 문에서는 완전무장한 스페츠나츠 병사들 수십 명이 총구를 사람들에게 겨누고 달려 들어왔다.

“손들어! 손들어라!”

“바닥에 무릎을 꿇어! 당장!”

“스탈린… 동지….”

다리에 몇 방의 총을 맞은 베리야는 단상 위에 쓰러져서 버르적거리면서도 내 바짓가랑이를 붙들었다.

“자네는… 너무 유능했어. 유능했더라면 야심이라도 숨겼어야 했는데, 원수직이라….”

“내가 어떻게 널….”

“흠, 사실 원수직 정도는 주었어도 될 것 같았지만… 부됸늬를 그렇게 죽게 만들었다는 것을 내가 모를 것 같았나?”

점점 풀려 가던 그의 눈동자가 확 다시 뜨였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라고 묻는 것 같은 표정에 나는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상식적으로 말이나 되는가? 그 넓은 전장에서? 그래서 뒷조사를 조금 해 보았지. 자네, 일처리가 그렇게 허술해서야… 쯧쯧.”

베리야의 가족들과 측근들은 순식간에 제압당해서 포승줄에 묶이고 뒤통수에 총이 겨누어진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다리에서 올라오는 격통과 흐르는 피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바닥에서 버르적거리는 베리야를 내버려 두고 나는 단상을 내려왔다.

“…스베틀라나. 너도 이제 성인이라면 끼어들어야 할 곳과 끼지 말아야 할 곳을 구분했어야지.”

“아빠, 이게 무슨 짓이에요!”

“저놈이 소비에트 연방의 차세대 권력을 차지하려고 무슨 짓을 했는지 듣고 싶으냐? 정 귀를 더럽히고 싶거든 한번 들어 보려무나.”

군부에서 최고의 명예를 가질 부됸늬를 제거하는 데는 성공했다. 주코프에게 뒤집어씌울 서방과의 내통 혐의를 날조하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뻣뻣한 코네프에게는 개인 비리혐의를 캐내고 있었다.

그나마 온건한 바실렙스키는 자식들을 가지고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리려 하고 있었다. 원수 계급의 야전 장군들을 숙청해 버리고 참모장 출신인 바실렙스키와 내무헌병군을 장악한 자신이 권력다툼을 한다면 승리가 누구 것일지는 명약관화한 터.

“너도 그 포석 중 하나였겠지. 너는… 날 아무리 싫어한대도 내 딸이 아니겠느냐?”

“아니에요, 세르고 오빠는….”

“그, 그런 것은 아닙니다!”

세르고 베리야는 예상 밖의 사태에 멍하니 쓰러진 아비를 응시하다가도 내 말에는 반박했다.

“저는… 진짜로….”

“뭐, 네가 그럴 수는 있겠지. 물론 베리야, 저놈의 정보원들이 스베틀라나 네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네가 좋아하는 말과 꿈꾸던 내용들을 캐내기는 했지만. 안 그렇나?”

이번엔 세르고가 뻣뻣이 굳어졌다. 유일하게 포박당하지 않았던 스베틀라나는 항상 보물단지마냥 끼고 다니던 일기장 노트를 꼭 쥐었다.

저 일기장에 쓴 내용까지 베리야는 시시콜콜하게 다 알고 있었다. 세르고와 스베틀라나가 서로 좋아했을 수는 있겠지만, 그 둘마저 장기 말이었을 뿐.

군부를 장악하고, 스탈린의 아들이 죽은 이후 유일한 사돈이라는 ‘빽’까지 내세워 그가 노리던 것은 뻔했다.

물론 젊은 두 사람은 믿어지지가 않는지 닭똥 같은 눈물만을 뚝뚝 떨어트렸다.

“…살고 싶으냐?”

“….”

내가 턱짓을 하자 NKVD 내부 베리야의 측근들은 하나하나 스페츠나츠에 의해 끌려나갔다. 보로실로프가 확실히 장악한 그들은 NKVD 고위급들을 다루는 데 손속에 일말의 자비조차 두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살려 두기엔 너무 위험했다.

물론 베리야의 가족들은 아니었다. 아내 니나는 그저 농학원 소속 과학자일 뿐이었고, 베리야의 직위로 득을 본 것은 가끔 온천여행을 다닌 것뿐이었다. 세르고 역시 스베틀라나와 친하게 지낼 기회를 얻기는 했어도 일단은 그저 하급장교였다.

“가족들만은… 이르쿠츠크로 보내 주지. 평생 감시를 받아야 하기는 하겠지만.”

“내가 널 위해서! 손에 얼마나 많은 피를 묻혔는데!”

베리야는 마지막 힘을 모아 악을 쓰고 고함을 쳤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내게 어떠한 경의도 표하지 않았다.

“그 피 중에 내 피도 섞여 있지 않으려면… 자네도 이해하지 않나?”

탕! 탕! 어느새 연단에 올라간 주코프는 권총을 꺼내 들고 버르적거리던 베리야의 뒤통수에 두 발을 쏘았다.

피가 바지에 튀었지만 주코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러워진 바지춤에 권총을 문질러 닦은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기병대 출신으로 부됸늬 밑에서 성장한 그는, 아마 각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평생 선배는 결국 모략에 의해 암살당했다. 시신 앞에서 그는 빠드득, 이를 갈았다.

“스베틀라나, 선택하거라. 크렘린은 네가 조용히 있는 것을 선택하겠다면 내가 죽을 때까지는 꽤나 아늑한 곳이 될 것이란다. 내가 죽은 이후에는… 뭐, 어찌 될지는 모르겠구나.”

“….”

스베틀라나는 입을 앙다물고 나를 노려보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뚝뚝 떨구는 세르고 베리야를 다시 바라보았다. 아내 니나와 베리야의 노모 마르타는 반쯤 혼절해 제 몸조차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가겠어요.”

“이르쿠츠크로 가면 정보국 요원들은 평생 널 감시할 거란다. 너는 죽는 날까지 집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간다고요! 갈 거예요! 가겠다고요!”

붉어진 눈으로 스베틀라나는 악을 썼다. 세르고는 고개를 들고 멍하니 스베틀라나를 바라보았다.

스베틀라나는 천천히 그에게로 걸어가 포승줄에 묶인 그를 끌어안았다.

“세르고 오빠… 난, 난, 미안해요….”

“스베틀라나….”

“안가 중에서는 제일 좋은 것을 골라 주도록 하게. 대우는 너무 각박하게 하지는 말도록.”

내 명령이 떨어지자 스페츠나츠 요원들은 남은 베리야의 가족들을 끌고, 들쳐업고 데리고 나갔다. 덩치 큰 요원 하나는 큰 가방 하나를 들고 와 베리야의 시신을 넣고 현장을 말끔하게 청소하기 시작했다.

“사인은 사고사 정도로 하게. 휴가를 받아 떠나던 중 불운한 비행기 사고로 우리는 소비에트 연방 원수 베리야 동지를 잃고 말았다. 그 정도면….”

“알겠네, 코바.”

교토사 양구팽.

사실 그 말의 진실은 아마 이것에 더 가까울 것이다. 위험한 사냥개를 처리하고 싶어도 토끼를 잡아야 하기에 조마조마하면서도 위험을 감수하는 사냥꾼의 심정.

하지만 그 위험한 사냥개를 이제 처리했으면서도… 왜 이리 개운하지가 못한 것일까.

내 딸도 아닌데. 내 자식도 아닌데.

“나는 차르가 되어서는 안 돼. 우리가 차르의 제국을 어떻게 무너트렸는데, 권력의 세습이라니! 하느… 아니, 레닌 동지 맙소사!”

“…코바.”

“베리야는 자기 스스로가 다음 차르가 되려고 했네. 하지만 또 다른 귀족들을 만들어선 안 돼. 자네도, 뭔가를 물려줄 생각은 하지 말게. 알겠나?”

왜 이렇게 변명을 하는 것처럼 들릴까? 보로실로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끄덕였을 것이다. 강철 인간이 눈물을 흘릴 줄 안다는 것은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된다.

“인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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