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스탈린이 되었다-163화 (163/300)

# 163

163화

“지금 당장 일제 봉기를 통해 더러운 파쇼 점령군을 몰아내야 합니다!”

“아직은 시기상조요! 우리는 결코 무익하게 피를 흘려서는 안 되오! 이 파리에만 2만 명에 이르는 독일군이 주둔하고 있소이다! 그뿐이오? 밀리스와 주변 도시들에 주둔하는 독일군이 밀려온다면….”

봉기 반대를 역설하던 중년의 레지스탕스 지도자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가 느끼기에 공산당의 이와 같은 입장 전환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공산당과 그 계파들의 레지스탕스 조직들은 맹렬하게 반나치 활동에 열중했지만 지금까지 그것은 대부분 조직의 확대에 있었다.

파리 내부 대학과 공장, 그리고 각 구역마다 점조직을 만들고 당 간부들로 예비내각을 만드는 것을 조직 정비라고 부르지 않으면 무엇이라 하겠나?

우파나 사회당도 비슷한 일을 하기는 했지만 공산당은 외곽의 열혈 분자들로 구성된 학생조직을 제외하면 어느 순간 주둔 독일군에 대한 공격을 멈추었다. 대학생 서클들이 여전히 활동하기는 했지만 학생들 다수가 체포당한 이후로는 그마저도 뜸했다.

그러니 타 계파가 보기에 저들의 급작스러운 급진화는 이상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지령이라도 받았나?’

프랑스 공산당은 소련의 지령을 받는다는 것을 공식적으로는 부정했지만, 누구나 그들이 소련의 지령을 받는단 것을 알고 있었다. ‘코민테른 노선’을 외치는데 누가 모를까?

물론 이를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공산당은 저항운동에서 적게 잡아도 6할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 줌 사회당이나 그만큼도 안 되는 우파 조직이 감히 반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레지스탕스 전국평의회는 그들이 좌지우지했고, 결국 안건은 투표에 부쳐졌다. 사람들은 계파들 간에 서로 쏘아보는 눈초리를 보내면서도 각자 종이쪽지에 찬성과 반대를 적어서 냈고, 몇 명의 사람들이 모인 종이쪽지들을 검수했다.

투표 초반부터 찬성표가 훨씬 많이 나왔기에 누구나 찬성을 예측할 수는 있었다. 아니, 애초에 공산당이 당노선으로 찬성을 표명했을 때부터 과반수 정도는 예측이 가능했다. 이 자리에는 프랑스 공산당을 지지하거나 그 휘하인 조직의 대표들이 과반수나 되었으니.

“찬성 163표! 반대 71표! 이 안건은 통과요!”

“이걸 그저 과반 투표로 통과시키다니! 레지스탕스 운동을 전멸시킬 셈이오?”

“민주주의 원칙에 반대하는 당신이 파쇼겠지!”

“우우우! 파쇼는 꺼져라!”

우파 지도자 하나가 섣부른 총봉기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세우며 일어서 항의했지만 압도적인 크기의 야유가 그의 항의를 묻어 버렸다. 파쇼, 크렘린의 창녀, 독일에 붙어먹은 개새끼, 빨갱이 같은 원색적인 욕설이 오가며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전국평의회의 대표였지만 기반 조직이 적고 사회당계였기에 불리한 입지에 있던 지도자, 장 물랭은 난처한 표정으로 대의원들 간의 언쟁을 지켜보았다.

“그만! 그만! 정숙하시오!”

의사진행자는 망치를 탕탕 두드리며 정숙을 외쳤지만 아쉽게도 프랑스인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정숙이었던 바 그다지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외침이 절반 이상을 침묵게 했다.

“동지들! 잠시 조용히 해 주시오!”

프랑스 공산당의 서기장, 모리스 토레스는 가만히 팔짱을 끼고 혼란스러운 사태를 주시하다가 버럭 외쳤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공산당원들은 삽시간에 입을 다물었고, 그들과 언쟁을 벌이던 다른 대의원들 역시 조용해졌다.

토레스 서기장은 단상으로 걸어 나가더니, 일장 연설을 할 것처럼 자리를 잡았다. 의사 진행자를 슬쩍 쳐다본 그는 눈짓을 하더니 나직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 공산당은… 무슨 일이 있어도 12월 22일 봉기를 시작할 것입니다. 레지스탕스의 동지들이….”

동지라고 말한 이후 그는 사회당이나 우파 대의원들이 앉아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공산당원들은 굳은 결의에 찬 눈빛으로 서기장을 열렬히 쳐다보고 있었고, 우파 쪽에서는 불만에 찬 항의가 터져 나오다 토레스의 진지한 태도에 금방 수그러들었다.

“크렘린의 지령입니까?”

“….”

레지스탕스 전국평의회 의장, 장 물랭이 묻자 토레스 서기장은 침묵으로 이를 긍정했다. 몇몇은 야유했지만 또 몇몇은 그의 굳건한 태도를 보며 대체 소련이 무슨 의도인지 생각하는 것 같았다.

“소련이 우리를 버림패로 쓰려는 게 아닙니까?”

“그들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당장 동부전선의 전황이 악화되었기에 양동작전으로 파리 봉기를 유도하는 것이겠지요!”

다른 계파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토레스 서기장은 그 어떤 비난도 묵묵히 듣겠다는 듯 그들을 응시했다. 서기장과 공산당의 고위 간부들은 스탈린으로부터의 서한을 이미 탐독한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는 알고 있었다.

‘독일의 몰락을 초래할 결정적인 한 번의 공세….’

단 한 번. 그 한 번으로 소련은 독일을 무릎 꿇리고 전 유럽을 해방시킬 수 있다고 서한에서는 장담했다.

독일은 지금 거짓으로 자국을 비롯한 후방 점령지들에는 모델 원수의 영웅적 지도로 비스와강 유역에서 소련군을 막아 내고 역공을 가할 것이라 선전했다. 스탈린 서기장의 서한에서는 조금 다르게 이야기했다. 물론 소련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의 해방자가 되는 것은 향후 정권의 장악을 위해 포기할 수 없었다. 다른 정당과 계파들이 모두 머뭇거릴 때, 과감한 총력전을 통하여 도시를 해방시킨 구세주!

파리는 프랑스였고, 프랑스는 파리였다. 파리의 해방자는 곧 프랑스의 해방자가 될 것이었고, 그 역할을 공산당은 다른 누구에게도 내줄 수 없었다.

“저희의 방침에 변경은 없습니다. 평의회의 역량을 무익하게 소진한다고 비난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계파가 다르다고 부디 사보타주를 도모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사보타주라니! 우릴 뭘로 보는 것이오!”

“….”

몇몇이 그렇게 외쳤지만, 공산당원들이 일제히 보내는 서늘한 눈빛 앞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분명 계파 간의 갈등은 존재했고, 어떤 조직들은 경쟁하는 조직을 독일, 게슈타포의 손을 빌려 ‘처리’해 버리기도 했다는 것을 다들 반쯤은 확신하고 있었다.

토레스 서기장은 다시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는 총력 투쟁을 통해서 분명 파리를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2만 독일군? 그들은 그저 쭉정이일 뿐입니다. 소련군은 대륙 저편에서 수백만의 독일 군대를 분쇄하고 유럽을 해방시키기 위해 진격 중이고, 그저 해방만을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해방? 해방? 적화겠지!”

“닥쳐라! 파쇼 새끼!”

“레지스탕스의 동지들! 우리는 저들을 무너트릴 수 있습니다! 도망치느냐, 아니면 맞서 싸우느냐! 이제 마지막 선택을 할 기회가 왔습니다! 조직이 아니라 개인 단위로 참여하여도 좋습니다. 우리는 모든 동지들을 환영합니다!”

가끔은 야유가 터져 나오고, 누구는 고함을 치며 반론했지만 토레스 서기장은 묵묵히 아랑곳하지 않고 단상을 내려와 퇴장했다. 그가 퇴장하자 공산당의 간부진들은 일제히 함께 따라나섰으며 평의회는 아예 파장 분위기가 되었다.

갑론을박이 오갔다. 참여하느냐, 마느냐, 저것이 무모한 좌익 소아병이냐? 아니면 구국의 결단이냐?

“사회당은 어쩌실 생각이오?”

“글쎄요…. 워낙 촉박한 사안이기에….”

우파조직의 총 지도자 격인 필립 르클레르는 물랭에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주변에는 눈이 너무 많았고, 실제로도 결정하지 못한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체 다들 무슨 생각인 건지….”

“그거야 두고 볼 일이지요.”

르클레르는 극히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2만 독일군을 어찌 이긴단 말인가! 그렇게 투덜대며 그는 우파 대의원들이 모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승리는 오는가?’

너무 오랜 지하활동과 패배의 기억이 그들을 움츠러들게 했다.

소련의 지령을 종교 수준으로 따르는 저 공산당원들은 종교적 열정으로 공포를 극복하는 것 같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

아직까지 승리가 올 것 같지는 않았다. 독일의 위세는 여전히 하늘을 떨치고 있었고, 모든 신문과 정보통들은 독일이 여전히 충분히 잘 싸우고 있음을 주장했다.

가끔 날아가는 폭격기에서 떨어트리는 폭탄은 보름달도 이지러짐을 말해 주는가 싶었지만, 독일군의 혹독한 탄압은 지금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듯했다.

“우리는… 잠시 물러나 있도록 하지.”

* * *

빛의 도시, 파리는 실로 거대한 도시였다.

행정구역상 파리의 인구만 해도 300만에 가까웠으며, 파리 도시권의 인구는 500만이 넘었다. 프랑스의 수도권에 해당하는 일 드 프랑스는 이 시대에도 700만 인구를 자랑하는 메갈로폴리스였다.

그리고 프랑스 내의 지하 저항조직 중 가장 거대한 세를 자랑하는 것은 공산당이었던 바 그들은 실로 거대한 시위대를 조직할 수 있었다.

소련이 꾸준히 보내준 마르크화 위폐는 조직을 유지하고 무기를 모아 저항운동에 사용하기 위한 기반이 되었고, 공장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각기 비축한 무장과 탄약을 하나둘씩 꺼내 들었다.

운명의 날, 12월 22일이 올 때까지.

“프랑스 만세! 혁명 만세! 파쇼를 타도하라!”

“혁명이여 영원하라! 조국 해방 만세!”

파리를 둘러싼 3개 주, 센 생 드니, 오 드 센, 발 드 마른에서는 일제 봉기 며칠 전부터 공산주의자들이 파리를 해방시키기 위해 몰려들었다. 파리의 20개 구에서는 각기 수천 명의 무장한 시위대들이 독일군을 몰아낼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우리의 핵심 목표는 이곳! 파리의 심장이오.”

“…1구입니까.”

독일군은 오만하게도 파리의 중심인 1구역의 호텔을 통째로 군정청 사령부로 사용하고 있었다. 파리를 가로질러 흐르는 센강이 내려다보이는 르 모리스 호텔은 우뚝 서서 파리 시민들을 깔아보는 것 같았다.

파리의 행정구역은 중심부터 빙글빙글 돌아나가며 1부터 20구까지 존재하는바, 말 그대로 파리의 핵심에 독일군이 완전무장을 한 채 존재하는 것이었다.

공산당 레지스탕스들은 일제 봉기를 통해 이들을 타도하고, 파리를 해방시키고자 했다. 소련은 사흘 동안 파리를 최대한 해방시킨다면 그 이후는 독일군이 항복할 것이라 이야기했다.

“사흘! 고작 사흘이면 되오! 그 이후에는… 해방이 온다!!!”

“와아아아아!!”

해방, 해방이 온다, 벗이여! 꿈에도 그리는 해방이 온다!

불타는 열정으로 뭉친 수만 명의 시위대 앞에서 고작 2만 명뿐인 독일군이다. 여기서 성공한다면 각지에서 훨씬 더 많은 시위대들이 봉기할 테니, 이들만 처리하면 된다!

하지만 공산당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수백만이 사는 파리에 ‘고작’ 2만 명의 독일군을 배치한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 * *

“해방 만ㅅ… 으아악!”

“안 돼! 필리프!”

각 구역에서 위세당당하게 출발하여 파리의 심장 1구역을 향해 진군한 레지스탕스들은 독일군이 축조한 견고한 방어선에 부딪혔다.

독일군은 동부전선의 참사로 인해 수많은 병력을 빼돌렸을지언정 파리까지 비워 둔 것은 아니었고, 파리에 배치된 군정청 직할 사단은 다른 사단들이 모조리 녹아내린바 독일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부대 중 하나였다.

“폭도 놈들이 500m 거리까지 접근하면 박격포 발사해!”

“예! 박격포 준비!”

8구의 에투알 개선문을 장악하고 서쪽에서 샹젤리제 대로를 타고 진군하던 시위대들은 독일군의 포격에 놀라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었다.

콩코르드 광장 앞 건물들을 무너트려 바리케이드를 친 독일군은 곡사화기를 동원해 시위대에 무차별적으로 포격을 가했다.

바리케이드 틈에서 발사되는 기관총들은 시위대들의 빈약한 개인화기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운용하는 독일군들이 프랑스와 영국의 연합군을 단 6주 만에 짓밟은 최정예 베테랑이었다면 더더욱.

남서쪽 7구 방면에서 육군박물관을 털어 지난 대전의 고물 소총들을 들고 진격하던 시위대 역시 독일군의 반격에 분쇄당했다.

혁명의 심장, 반란의 도시로서 파리 시민들은 압제자들에게 항거하며 바리케이드를 치고 화염병을 던지며 투쟁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압제자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파리 시민들을 학살했다.

단 하루 만에, 프랑스 공산당의 시위대는 1만 명 이상의 피해를 입고 파리 해방을 포기한 채 시 외곽으로 후퇴해야 했다.

“후퇴! 후퇴! 전술적 후퇴다!”

전술적 후퇴가 처참한 패배와 그다지 다를 바 없는 말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독일군은 잔혹하게도 도망치는 자들의 등 뒤에 기관총을 갈겨 댔고, 그 대상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진압하라! 폭도들을 모조리 죽여 버려라!”

“화염방사기 발사!”

레지스탕스들은 건물 속으로, 골목 틈으로 숨어들었지만 독일군은 그에 맞는 장비들을 가지고 있었다. 거침없이 사람들이 사는 건물 속으로 화염방사기의 불꽃을 쏟아 넣은 독일군들은 건물들을 하나씩 점령하며 진군했다.

군정청 사령관 디트리히 콜티츠는 강경 진압을 명령했다. 그는 이미 총통으로부터 명령을 받은 바 있었다.

[파리를 불태우라! 폭도들과 함께!]

“…알겠습니다, 총통 각하!”

물론 그는 파리를 불태우고 싶지 않았다. 이 아름다운 빛의 도시, 인류 역사의 고도를 그는 자기 손으로 때려 부수었다고 역사 앞에 오명을 남기기 싫어했다.

그래서 그만큼 ‘폭도’들을 더 강경하게 진압했다. 아예 싹을 밟아 놓아야 저들이 감히 반항하며 도시를 부수지 못할 테니. 진압 때문에 도시가 파괴된다면, 진압할 일이 없게 만들어 주면 되는 것 아닌가!

“폭도들이 바스티유 공원을 거점으로 저항 중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폭격기 불러!”

공원이라면 좋다. 갈아엎어도 다시 조성하면 그만이니. 건물은 새로 짓기 어려우나 공원 따위는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다.

일 드 프랑스 외곽의 비행장에 주둔하던 슈투카들은 간만에 먹이를 만났다는 듯 날아올라 시민들을 덮쳐 왔다. 대공포도 없고, 그저 고물 소총으로 땅, 땅, 하늘을 향해 공허한 반격을 날리는 레지스탕스들에게 슈투카는 어찌할 수 없는 재앙과도 같았다.

휘이이이익! 삐이이이익! 몇 년 만에 끔찍한 저 강철 맹금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은 시민들은 울음과 비명을 터트리며 바닥에 엎드렸다.

“으하하하하! 벌레 같은 폭도 새끼들!”

“아아아아아악!”

독수리의 발톱처럼 기관총들은 먹이와도 같은 시민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총포탄의 파편에 찢어 발겨진 육편들. 비명과 신음소리가 끝날 줄 몰랐다.

공산당의 지도부는 이 참사들을 전해 들으면서도 애써 담담함을 유지했다.

“11구 봉기군… 20구로 후퇴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7구 사령관 조르주 에버렐 전사! 부사령관 이하 간부들 역시 유고상태라고 합니다! 지휘권을 누가 인수해야 할지….”

핏발 선 눈으로, 토레스 서기장은 이를 악물었다. 빠득, 이를 갈며 그는 명령을 내렸다.

“진격을 시도하지 말고, 정면 교전을 피하며 건물을 점거하라! 이제 이틀 남았다! 이틀이면 해방이 온다!”

크렘린… 크렘린에 연락해야 한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파리시 외곽의 지휘부에 설치된 통제실을 비척비척 걸어 나갔다.

남아 있는 간부진들의 눈에는 당혹감과 절망감이 어렸다. 몇 배나 되는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독일인들은 별 피해도 없이 봉기군을 무참히 진압했다. 대포와 항공기 같은 무기들은 단 하나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이들은 그에 대처할 방법조차 알지 못했다.

다만 희망은 소련뿐.

“스탈린 서기장이시여….”

이 상황을 명령한 이의 이름을 누군가가 읊조렸다. 마치 기도하듯,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기도문처럼 사람들은 스탈린의 이름을 불렀다.

“스탈린 동지….”

“서기장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