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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탈린이 되었다-160화 (160/300)

# 160

160화

공수부대원들의 불길한 예측은 사실이 되었다.

“씨발…. 독일 대가리 새끼는 대체 왜 여기다 전차를 투입하는 거야!”

“으….”

직접적인 전차 대 전차의 전투에서 아직도 천 단위로 남아 있는 3호 전차나 그 이하의 편제들은 별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작다 해서 강철의 야수를 보병들이 맨몸으로 제압할 수는 없는 법. 공수부대원들은 숨어서 로켓포 발사기를 들고 전차를 노려보았다. 전차뿐만 아니라 트럭에 나누어 타고 사방을 주시하는 독일군 보병들이 있었기에 그들은 차마 공격을 하지 못했다.

“발사기는 2문뿐이라….”

2문뿐이라 바로 저 10대가 넘는 차량들을 제압할 만큼 압도적인 화력을 퍼부을 수는 없었다. 잘 맞히면 두어 대는 격파할 수 있을지 몰라도, 순식간에 독일군 기관총에 어육이 될 것이 뻔했다.

여기에 후방으로 터져 나오는 발사화염 때문에 지금처럼 참호에 바짝 엎드린 것이 아니라 최소한 상체를 밖으로 내놓아야 했다.

“야, 이반, 너 뭐 하냐?”

“아, 그게 말입니다… 소대장님….”

그 와중에 탄두를 가지고 뭔가 꾸물럭거리는 고참 병사를 소대장은 한심하게 내려다보았다.

‘어디서 뭔가 이상한 거라도 주워들은 건가….’

“자, 여기 있습니다!”

“…뭐냐 이건?”

“이게 저 로켓탄 탄두에 들어 있는 장약을 꺼내서 묶은 겁니다. 이렇게 쏘면 한 방 거하게 먹여 줄 수 있습니다.”

로켓탄 탄두에 어느샌가 폭약 뭉치들을 주렁주렁 달아 둔 것을 보면서 소대장은 골이 아파 와 이마를 짚었다.

로켓탄이야 발사관 2문이 부족할 정도로 많이 들어 있었으니 그렇다 치지만… 아무튼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이반 병장은 실실 웃으면서 들어 보였다.

“저희 예전 분대장님이 가르쳐 준 겁니다. 믿어 보시죠.”

“알았다. 그럼 네가 발사관 잡고 쏴 봐.”

* * *

“어? 로켓포다!”

“제기랄. 운전수, 기동해!”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독일군이 반응할 시간은 없었다. 뭔가 묵직하고 육중해 보이는 로켓포는 평소보다 천천히, 곡선을 그리며 날아왔지만 그렇다고 둔중한 전차와 차량들이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으아아아아악!”

“어, 어머니….”

로켓포는 불운하게도, 전차에 적중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생긴 것도 육중했는데 그만큼 폭약량이 많았는지, 아니면 전차 내부의 탄약과 연료가 유폭을 일으킨 것인지 3호 전차는 그야말로 펑 하고 터져 나가며 사방으로 불꽃과 파편을 흩뿌렸다.

트럭에 타고 있는 차량화보병들은 졸지에 화끈한 맛을 뒤집어쓰고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굴렀다.

몇몇 고참병들은 그 와중에도 정신을 잡고 로켓포가 날아온 방향을 향해 총질을 했지만 소련군 병사들은 다시 매복했는지 보이질 않았다.

“공수부대 놈들인가 봅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 빨리 기동이 가능한 차량들은 흩어져서 찾아! 차량화보병 하차해!”

“예!”

* * *

소련군 지휘부의 의도는 정확히 맞아떨어져 들어갔다.

공수부대는 주공이 아니었다. 오히려, 눈을 끄는 조공에 가까웠다.

모델은 기갑부대를 잘게 쪼개어 교란작전을 펼칠 수 있는 공수부대들을 색출해 격파했지만, 그것이야말로 소련군이 의도한 바였다.

“공수부대 2만 명을 희생시키더라도 바르샤바를 최대한 빨리 돌파한다. 그것이 20만 명의 희생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주코프 원수는 반쯤 몸이 달아 있었다. 서기장은 최대한 빨리 독일 전 지역을 석권하고자 했다.

그리고 주코프를 비롯한 군부에는 명확한 기한이 주어졌다.

‘일본이 미국에게 최종적으로 패배하기 전에 독일을 반드시 몰락시키시오.’

미국이 일본을 점령하고 태평양 전쟁을 끝내기 전에 참전해야 한다. 아시아로 총구를 돌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럽을 평정해야 했다.

지금 여기서 지체하는 1주일이 유럽과 아시아의 전후 구도를 결정했다. 그리고 주코프는 서기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진격하라! 그리고 바르샤바를 점령하라! 폴란드인들을 모조리 꼬라박아도 좋다!”

“예! 알겠습니다, 사령관 동지!”

20만 폴란드 야전군을 앞세워 소련군은 비스와를 넘었다.

바르샤바 내부의 봉기를 진압 중인데다가 곳곳에서 교전을 유도하는 공수부대들을 처리하기 위해 예비대를 돌린 동안 전선은 곳곳에서 돌파당했다.

돌파당한 곳으로 물밀 듯이 밀려 들어오는 소련군은 방어선마저 잃어버린 독일군 부대들을 포위하고 섬멸했다.

“손들어! 항복해라!”

“항, 항복!”

압도적인 물량 앞에 독일군들은 하나하나 손을 들었다. 한때 폴란드와 프랑스, 영국을 짓밟았던 정예병의 위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대부분의 고참병들은 이미 차가운 소련의 대지에 뼈를 묻거나, 시베리아로 끌려갔거나, 아니면 어딘가 한두 군데쯤 다쳐 병신이 되었다.

그들의 빈자리로 집어넣은 신병들은 고참으로 성장할 기회도 없이 처절한 전장에서 싸우다 죽었다. 또 그렇게 빈 자리에 신참들을 집어넣고, 다시 집어넣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징병할 사람이 없어 각 부대들은 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총통 만세! 도이치 민족 만세!”

“죽어라!!!”

물론 개중 광신적인 충성으로 무장하고 소련군을 향해 무작정 돌격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주로 무장친위대 중에 적지 않은 수가 그러했다. 독일 장교들은 더 이상 후퇴하면 본토가 유린당하고 가족들이 끔찍한 꼴을 당할 것이라고 병사들에게 선전했다.

자기네들이 지은 죄가 있는 자들은 그런 상상에 더 예민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했기에 어떻게든 소련군을 막아 내려고 했다.

“항복 안 하는데요?”

“그럼 쏴!”

투타타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타!

마치 자기가 <레프 일병 구하기>에 나오는 영웅적인 스페츠나츠들이라도 되는 줄 아는 것인가? 무장친위대원은 탄약도 얼마 없는 기관단총을 투다다다 쏴 대며 진격했지만 총열이 불량인지 총알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중간에 탄피가 걸렸는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오지 않는 총구를 향하던 그 독일군은 소련군의 응사로 순식간에 갈려 나가 버렸다.

또 어떤 이들은 독일군이 항복하든지 말든지, 아랑곳하지 않기도 했다.

몇백 년간 독일계 국가들과 러시아 제국에 식민통치를 당하던 폴란드인들은 독일을 혐오했다. 소련에 대한 혐오를 참고 그들과 손을 잡게 해 줄 정도로, 나치 독일은 폴란드를 가혹하게 지배했다.

“저 새끼는 항복했는데요?”

“어? 그래? 난 못 들었다.”

손을 들고 항복한 독일군에게 수류탄을 던진 폴란드 야전군 병사 하나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아연실색한 채 그를 바라보는 후임병에게 이야기했다.

총탄에 찢겨나가 귀가 한 짝 떨어져 나간 채 피를 질질 흘리면서도, 독일군만 보이면 당장이라도 뼈를 씹을 것 같은 표정에 후임병은 질린 것 같았다.

“그… 그거 전쟁 범죄란 말입니다.”

“난 그런 거 몰라 새끼야.”

“….”

그렇게 씹어뱉은 병사는 포성이 들려오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바르샤바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도시, 폴란드인들의 마음의 고향. 수백 년 된 저 아름다운 고도, 동유럽의 보석과도 같은 바르샤바는 불타오르고 있었다.

까드득, 그는 이를 갈았다.

개 같은 독일 놈들. 그들이 저 도시를 부수었다. 바르샤바뿐만 아니라 폴란드 전역에서 수십 개의 도시들을.

그의 가족들은 수용소로 끌려갔고, 간신히 죽음의 수용소를 탈출해 소련군에 입대한 그는 독일군이라면 이가 갈렸다.

“이 새끼, 아직 살아 있네?”

참호 속에서 수류탄 파편을 뒤집어쓴 채 버르적거리며 몸을 떨던 독일군의 머리에 병사는 권총을 한 발 쏘았다.

탕!

* * *

탕! 탕! 탕!

“해방이 온다! 형제들이여!”

“어머니…!”

바르샤바의 봉기군들은 빈약한 무장과 낮은 훈련도로 고전하면서도 최대한 독일군을 괴롭혔다.

머리에 총을 맞고 죽어 가면서도 그들은 외쳤다.

“폴란드 만세! 해방 만세! 파시스트들을 무찌르….”

탕! 또 하나의 젊은이가 총에 맞아 쓰러졌다. 붉은 꽃처럼 피어났던 핏방울이 벽에 묻어 화려한 그림이 되었다.

“야넥! 야넥 비시니엡스키! 눈 좀 떠 봐!”

폴란드 형제들과 소련군은 시 외곽에서 천천히 진입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시 중심부는 독일군이 장악하고 있었다.

명령이 떨어졌는지, 그들이 점점 후퇴하려 하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었으나 마지막 인원이 남아 기관총 진지를 방어하고 있는 데에는 별수가 없었다.

기관총 진지의 앞에는 시신들이 널려 있었다.

‘가장 용맹한 아들들….’

폴란드인들 중 가장 용맹한 이들. 형제들, 가족들을 위해 거리낌 없이 죽음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아가리로 돌진할 수 있었던 이들.

팔뚝에 묶은 백적의 폴란드 국기는 피로 물들어 적기가 되어 있었다.

타타타타타!!

또 한 번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또 한 명의 청년이 총에 맞았는지 풀썩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구하러 가야 하나? 살아 있을까?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하늘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사이렌은 독일어로 말하고 있었다.

[독일 바르샤바 주둔군 사령관은 항복했다. 무익하게 죽지 말고 항복하라. 다시 말한다. 항복하라!]

구식 소련군 전투기 하나가 커다란 스피커를 달고 하늘을 날아다녔다. 독일어를 할 줄 아는 몇몇 폴란드 봉기군들은 환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독일인들이 바로 항복하는 것은 아니었다. 저 앞의 기관총 진지는 자기네들의 기관총을 들어 올려 소련군 전투기를 향해 쏘아 댔다.

타타타타타타타!!! 기관총은 탄피를 타타타탁 내뿜으며 비행기를 공격했다.

소련군 비행기는 이를 일종의 협정 위반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평화적으로 독일군에게 항복하라는 방송을 하다가 졸지에 기관총 총격을 뒤집어쓴 비행기는 독일군에게 폭탄을 떨어트렸다.

“***!! **!”

독일인들은 혼비백산하며 진지를 박차고 뛰어나와 폭탄을 피하려 했지만 사방에서 그들을 노리고 있던 폴란드인 저격수들에게 곧 벌집이 되었다.

쾅! 폭탄은 아무도 없는 진지에 떨어져 기관총과 탄약을 터트리며 요란하게 폭음을 발했다.

멀리 보이는 시청에는 붉은 깃발과 백적의 폴란드 깃발이 오르고 있었다. 세찬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들을 보며 봉기군은 가슴이 터져라 외치기 시작했다.

결국 바르샤바를 탈환했다. 수도를 손에 넣었다. 봉기군들의 가슴 속에서는 함성이 끓어올랐다.

“와!!! 만세! 만세!”

“바르샤바여! 우리가 돌아왔다!!”

“폴란드 해방 만세!”

그 모든 저항에도 불구하고 독일군은 패배했다. 바르샤바를 빼앗겼다.

살아남은 패잔병들은 하나둘씩 도시 밖으로 도망쳤다. 질서 있게 후퇴할 수 있는 이들은 몇 없었다.

이미 바르샤바 후방에는 공수부대 10만 명이 비행장을 짓고 소련군의 주둔지를 만들고 있다더라, 기갑군단 20개가 있다더라, 별의별 뜬소문이 돌았다.

최소한 그만큼 소련군은 엄청난 병력을 투입했고, 독일군은 중과부적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허물어진 방어선에 밀려, 와장창 무너져 버린 독일인들은 어떻게든 남은 부대를 규합해 방어선을 재건해 보려 했으나 소련군은 결국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왔다.

“어… 어디로 가야 합니까?”

“….”

간신히 살아남은 신참 병사 하나가 고참에게 묻자 고참은 말없이 서쪽을 가리켰다.

오데르강. 비스와강이 돌파당한 이후 방어물이 되어줄 것은 오데르강밖에 없었다.

그 너머에는 제국의 수도 베를린이 있었기에, 더 이상 후퇴할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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