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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탈린이 되었다-147화 (147/300)

# 147

147화

사라예보에서 북서쪽으로 150km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 드라바.

이곳에 터를 잡은 유고슬라비아 인민군 사령부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소련의 지원 없이도 달마티아 해안 지방은 우리 자력으로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공세를 명령해 주십시오!”

“음….”

“티토 동지!”

소련 제1발칸 전선군 사령관 로디온 말리놉스키는 최종 공세의 그 날까지 유고 인민군이 소모적인 공세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사실 유고슬라비아 공화국의 국군인 유고 인민군이 소련군은 아니었기에 이런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었다. 많은 전직 파르티잔들, 현직 인민군 장성들은 크로아티아령으로 본격적인 공세를 펼치지는 않아도 최소한 적극적으로 교전을 벌일 것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티토는 평소와는 다른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턱을 짚고 고민하는 그에게 여러 간부들은 애절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우리가 소련의 꼭두각시도 아닌데….”

“말조심하시게!”

하지만 꼭두각시라는 단어가 나오자 티토는 노성을 터트리며 그 말을 꺼낸 간부를 노려보았다. 헙, 그는 제 입을 가리고 기겁했지만 티토는 여전히 얼굴을 한껏 찡그렸다.

“그렇게 생각이 짧아서야… 원….”

이곳의 누가 소련에, 스탈린 서기장에게 말을 옮길지는 모르는 법. 말이라도 조심해야만 했다.

티토는 유고슬라비아 민족의 통합과 발칸 내 지역강국으로의 영향력 확보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소련과의 협조가 전적으로 중요하다는 것 역시 파악하고 있었다.

‘소련 없이는…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영국과 프랑스라는 양대 열강을 홀몸으로 박살 낸 독일을 홀몸으로 박살 낸 것이 소련이다. 앞으로 유고슬라비아보다 강력했던 열강들이 추축국, 혹은 그에 협력한 혐의로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상실할 것임은 자명했다.

그 안에서 유고슬라비아가 나름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묘한 줄타기가 필요했다.

소련의 전쟁에 협력해서 공을 세우되, 소련의 명령에 전적으로 복종하는 꼭두각시여서는 안 된다. 사회주의권 내에서 소련의 영향력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지만, 최소한 독자적인 위성을 거느린 행성이 될지언정 위성국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일단… 조금 더 고민해 보지. 우리 군대 역시 정비가 필요할 것이 아닌가? 베오그라드 해방을 조금만 더 병사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세나.”

“알겠습니다. 어…?”

“사령관 동지! 사령관 동지!”

어디선가 기묘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당황하는 가운데 병사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사령부로 달려 들어왔다.

“적입니다! 적군이 나타났습니다!”

* * *

“윗대가리 모가지를 딴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까라면 까라, 새꺄.”

SS의 최정예 용사들은 낙하산과 글라이더를 타고 강하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글라이더를 부여잡고 착지 각도를 조정하면서 중얼거리는 부하 병사에게 프리덴탈 특공대의 대장, 오토 슈코르체니 대령은 그렇게 쏘아붙였다.

“까라면 좆대가리로 밤송이를 까래도 까는 게 군인이야.”

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작전대로 티토를 처치한다면 과연 유고슬라비아가 다시 무너져 내릴까?

티토가 카리스마로 파르티잔 투쟁을 이끌었다지만 지도자가 그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2인자든, 아니면 다른 조직의 누구든 그를 대신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당장 밀려오는 소련군을 막지는 못할 것이고. 베오그라드를 지키라고 내버려 둔 SS 사단들은 그나마 전투력을 멀쩡하게 보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단급 부대였다.

대부분 ‘사단’들은 인원 정수는커녕 연대급, 여단급 편제도 제대로 구축하고 있지 못했다. 병사들은 훈련도 제대로 못 받았고, 장교들은 대가리에 나치즘만 가득 들어찬 멍청이들을 뽑아 가져다 놓았으니.

물론 지금 그의 옆에서 함께 비행하는 이들만큼은 정예 중 정예를 차출해 구성한 만큼 믿음직했다.

“착지 시 충돌에 주의하십시오! 자 이제… 셋, 둘, 하나!”

제500SS공수대대는 몇 남지 않은 베테랑으로 구성된 부대였다. 험한 산악지대에서도 대대를 지원하는 비행사들은 능숙하게 조종을 하며 적절한 강하위치를 확보해 주었다.

글라이더와 낙하산을 타고 강하하며 300여 명의 특공대원들은 티토가 있다는 사령부의 위치를 눈으로 훓어 내려갔다.

“자! 저쪽인 것 같다!”

[유고군 놈들의 사령부 위치로 추정되는 곳을 파악했다. 즉시 돌입하겠다!]

티토의 사령부는 절벽을 끼고 만들어진 소박한 나무 건물이었다. 그 급박한 강하 상황에서도 독일군의 베테랑들은 순식간에 침투 경로를 계산해 내고 있었다.

얼마 전에 붙잡은 유고 인민군 포로를 고문하여 빼낸 정보에 따르면 티토와 그의 사령부를 호위하는 전력은 생각 외로 적다고 하였다.

호위부대를 거대하게 구성해 봐야 별 위협도 없는데 괜히 겁만 많다는 인상을 주기 싫어서라나? 그 배짱 하나는 인정할 만했지만 인제 와서는 제 목숨이 오락가락하게 생겼다.

슈코르체니와 특공대원들은 이제 티토를 생포하기 위해 오두막을 향해 돌격을 시작했다.

* * *

“제기랄! 기습이라니!”

“이쪽! 이쪽입니다! 피신하십시오 사령관 동지!”

못해도 수백 명의 공수부대가 강하 중이라는 말에 사령부의 요인들은 혼비백산했다.

이곳은 사실상 거점이라기보다는 별장 같은 곳이었다. 이제 베오그라드를 점령한 이상 수도에 정부와 군 사령부를 두는 것이 맞았지만 티토는 파르티잔을 이끌던 이곳을 좋아했기에 굳이 여기에 와서 회의를 했다.

소련의 눈을 피하려 하는 것도 있었지만. 아무튼 긴급상황에 몰린 이상 후회를 할 시간은 없었다.

“헉, 헉, 헉….”

“차에 타십시오!”

거추장스러운 유고슬라비아 대원수 정복을 입고 있던 티토는 허겁지겁 바닥에 뚫린 비상탈출구를 통해 내려왔다. 탈출구 앞에는 육중한 소련제 장갑차 두 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기랄….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도망치며 타는 게 소련제 차량이라니….’

쓰게 고소하는 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갑차의 운용법을 알려 주기 위해 왔던 소련군 출신의 운전수는 차에 탄 그를 쓱 돌아보고는 유창한 세르비아어로 말했다.

“사령관 동지, 이 차량은 이제 유고인 운전수가 몰고 사령관 동지를 호위해 탈출할 것입니다. 부디 안전히 탈출하십시오.”

“뭐, 뭣?”

이자가 세르비아어를 할 줄 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티토는 육중한 소총을 들고 뛰쳐나가는 운전수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솔직히 기술교관이라기엔 체격도 건장하고 마치 전문 싸움꾼 같은 인상을 한 그를 보고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달려가는 폼을 보아하니 무슨 특수부대원 같았다.

말리놉스키 원수가 소련인 교관단을 보내 주며 지었던 표정이 어쩐지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후….”

아마 소련이 티토를 호위 겸 감시하기 위해 보낸 NKVD 요원일 것이다. NKVD 총수 베리야는 마음만 먹으면 히틀러도 암살해 버릴 수 있다는데, 그것이 히틀러는 몰라도 자신에게는 해당되는 말이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등골이 서늘해졌다.

“일단 빨리 탈출이나 하세나!”

“예! 사령관 동지!”

장갑차 두 대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뉘어 달아났다. 일단 최대한 빨리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해 유고슬라비아군의 주력군이 주둔해 있는 베오그라드로 향해야 했다.

‘빌어먹을….’

소련은 과연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티토는 점점 그것이 궁금해졌다.

우리가 소련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있을까?

* * *

‘빌어먹을!!!’

일부러 위장을 위해 별다른 방어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포로의 증언은 거짓인 것만 같았다. 특공대가 초반에 돌입할 때에는 별다른 반격이 없더니, 근접하자 육중한 기관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아악!”

“조심해라! 부비트랩이다!”

같이 따라온 대원이 휘청하는가 싶더니 양 옆에서 쾅 하는 폭음이 들렸다.

수풀 속에 숨겨져 있던 지향성 지뢰가 터졌는지 그 불운한 대원은 폭발과 함께 날아온 파편들에 난자당해 쓰러졌다.

이런 물건을 사령부 근처에 숨겨 두다니. 어지간히 미친놈들이 아닐 수 없었다. 몇 번이고 참수작전에 자원한 슈코르체니 그 스스로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에잇, 이러다 다 탈출하겠….”

그는 말을 다 하지 못하고 기관총의 총격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휙 하고 몸을 던져 굴렀다.

타타타타타! 그의 뒤에서 달려오던 부하는 그만큼 민첩하지 못했기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거, 우리 계획이 다 알려졌던 게 아닌가?”

“…그,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탈출할 방법부터가 마땅치 않았다. 이곳이 이 정도로 경비되고 있으면 후속해서 진격할 국방군 15산악군단의 공세라고 제대로 먹힐 리가 없었다.

이 근방에 유고 인민군 최소 2개 사단과 1개 기동여단이 주둔 중이라고 포로는 증언했다. 티토의 근접 호위병이 적을 뿐이지, 지역의 방어를 위해서 그만한 병력이 배치되어 있긴 했다. 소련군 및 유고군과의 전투에서 대대적인 손실을 입은 15산악군단이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이다.

“티토를 일단 생포하자! 그놈을 인질로 잡고 탈출하는 거야!”

“예!”

300여 명의 공수부대원들 중 이미 수십 명이 오두막에 근접하는 와중에 중화기와 부비트랩에 걸려 희생당했다.

단순히 접근로가 이 정도라면 과연 저 안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 * *

“꺼내오게!”

“예!”

지하 창고에는 별의별 것들이 다 있었다. 티토의 개인 소장품인 원수 예복이나 각종 사적인 집기부터 호위병들을 위한 무기들까지.

그리고 그 무기들 틈에는 소련에서 유고군을 위해 제공했던 각종 중화기들도 꽤 섞여 있었다. 사령부에서는 기능시험용으로 받았던 프로토타입을 그대로 창고에 처박아 두었고, 소련군 ‘고문’ 겸 스페츠나츠의 최정예 대원들은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잘 머리에 새겨 두었다.

“으허허허허, 탄이 좀 부족한 게 흠이긴 한데….”

“어우야, 그런 것도 있었습니까?”

“그래. 요즘은 이런 게 대세라더군?”

10여 명의 대원들은 경호용으로 설치된 기관포를 조작해 돌격하는 독일군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 주는 한편, 설치해둔 각종 부비트랩을 기폭시켰다.

제아무리 제 놈들이 젠체하는 공수부대요, 특수부대라지만 중화기 앞에서는 평등한 인간이었다. 어지간한 비방호 차량 정도는 순식간에 불타는 고철 더미로 만들어 버리는데 하물며 피륙으로 된 인간임에야?

이 정도의 화력이면 돌진해 오는 보병소대 한두 개쯤은 갈아 버릴 수 있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하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칼라시니코프라는 젊은 천재가 개발했다는 ‘고속유탄발사기’까지.

40mm 유탄을 1분에 수백 발씩 뿌려 댈 수 있는 이 유탄발사기는 기관총보다도 보병부대를 효과적으로 타격했다.

“으하하하하! 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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