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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탈린이 되었다-63화 (63/300)

# 63

63화

[도라! 도라! 도라!]

대사관에서 전문이 도착한 직후 연합함대는 진주만에 대한 공습에 나섰다.

반드시 선전포고가 전해졌다는 소식을 받고 공격을 시작하라! 대본영은 그에게 그렇게 신신당부했다.

아니, 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선전포고는 공격 이전에 미리 알리는 것이니, 공격하기 전에 대기하고 있다가 선전포고가 전해진 이후 바로 공격하면 된다는 저 기적의 논리에 야마모토는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전장에 나가는 이상 속임수는 필수불가결한 것, 그는 모든 불명예는 본인이 책임질 것을 이미 속으로 맹세했다.

사실 불명예의 대가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리라. 승리한다면 승자의 권리로서 역사를 다시 쓰면 그만. 그 누구도 그를 비난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패배한다면? 명예롭게 전사하거나, 끝까지 분투하다 사로잡힌 끝에 형장의 이슬이 되거나. 죽음은 정해진 것인데 그 위에 먹칠을 당한들 어떠하리? 미국 역시 승리한다면 그를 악마로 만들 것이다. 일본이 미국을 악마로 만들려 하는 것처럼.

“항공대, 보고하라.”

“영식 제공대가 먼저 출격하였으나 공중전의 기미는 없었습니다. 지상의 대공포화 역시 없었습니다. 기습이 성공했습니다!”

지휘실이 온통 열광적인 환성으로 가득 찼다. 일본은 역시 신이 지키는 나라다! 우리의 승리를 천황 폐하께 바치리!

물론 야마모토만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사람들은 그의 그런 태도를 냉정함, 침착함으로 판단하는 것 같았지만.

하지만 그는 결코 들뜰 수가 없었다.

“2진은 강하폭격대, 3진은 수평폭격대가 출격한다. 최우선 목표는 저들의 비행장과 전함이다. 연습한 대로 수행하라.”

“예! 사령장관 각하!”

그가 생각한 시나리오에 대강 들어맞았다. 미국은 전함들을 대서양함대를 위해 차출하고, 항공모함을 대신 태평양으로 보내온바 진주만에는 여섯 척의 항공모함이 주둔 중이었다. 물론 전함 다섯 척과 순양함 여덟 척도 있었지만… 일본 역시 나름의 해법을 가지고 있었다.

바닷속에는 독일에서 온 잠수함 에이스들이 훈련시킨 일본의 잠수함 전대 스물여섯 척과 ‘비밀 병기’들이 대기 중이었고, 항공모함 여섯 척에서 출격한 비행대들은 먼저 진주만의 방공망을 찢어 놓았다.

저들이 아군의 항공대에 반격할 수 없도록 비행장과 항모를 최우선 타격대상으로 삼고, 그다음으로 전함들을 타격한다. 비밀 병기들은 단 한 번의 일격 필살로 전함들을 들이쳐 부숴 버릴 것을 장담했다.

일본제국이 남방으로 진군하는 것을 미 태평양함대가 막지 못하도록 하려면 일단 저들의 함정들을 다 깨부수어 놓아야 했다.

물론 전함과 순양함, 항공모함이 다 부서진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정보부는 연합함대에게 진주만에서 반드시 파괴해야 할 시설에 대해 자세한 진주만의 시설 배치도를 전달해 주었다.

진주만은 태평양함대의 모항으로 함대가 필요로 하는 시설들을 다 가지고 있었다. 함대의 유류저장고, 공창, 건선거, 잠수함 기지, 그리고 방어를 위한 비행장까지.

이 시설들을 다 때려 부수어 놓아야 태평양함대를 완전히 박살 냈다고 할 수 있었다.

야마모토는 미국의 생산력을 잘 아는 만큼 기반시설을 우선 파괴하고 싶었다. 물론 당연히 미군 함대가 그걸 눈뜨고 보고 있지는 않을 테니 당연히 함정을 먼저 공격했지만, 이 정도 함대는 저들이 얼마든지 다시 생산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진주만이 기지로서의 능력을 상실한다면, 우리가 이곳을 점령하지 않아도 저들에게는 점령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드넓은 태평양에서 중간 기지도 없이 어디 여기까지 올 수 있는가 보자.

진주만 기지를 재건하려 하여도 느릿느릿한 수송선에 각종 기자재를 채워 와야 하는데, 이 항로를 만약 잠수함대로 견제할 수만 있어도….

“하지만 불가능하지….”

“예? 사령관 각하?”

“아, 아닐세.”

일본 해군의 역량은 연합함대 사령장관인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와이, 진주만은 철통같이 방어되고 있었다. 수십 개의 해안포대와 레이더들. 지금은 전격적인 기습을 했기에 저들이 우왕좌왕하겠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전투 태세를 갖출 것이다.

전함을 끌고 가서 때려 부수고 싶었지만, 해안포대들은 거함 야마토로서도 버거운 상대였다.

또, 하와이를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킨다고 하자. 지구 표면적의 1/3이나 차지하는 거대한 태평양에서 어찌 미국 함대를 일일이 찾아낼 것인가? 지금 그들 자신도 광대한 바다에 숨어 이곳까지 온 것이 아닌가.

“성공입니다 성공! 전함 2척 중파! 2척 소파!”

“강하폭격대의 피해 상황은 어떠한가?”

“이제 몇몇 대공포대가 포격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항공기에 의한 요격은 전무한 실정입니다. 강하폭격대 51대 중 49대 귀환 중이라고 합니다!”

지나 대륙에서 오랜 전쟁으로 단련된 베테랑 파일럿들은 그가 예상한 이상으로 높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예상한 것보다.

참모들은 환호했다. 항공 공습만으로 이렇게 성과를 낼 수 있다니! 아직 비밀 병기들은 출격하지도 않았다. 아마 지금쯤은 진주만이 혼란의 도가니가 되었을 터. 참모들은 사령관에게 진언했다.

“사령관 각하! 특공 출격을 허락해 주십시오!”

“…허가하네.”

출격! 출격이다! 통신장교는 신나게 무전통에 대고 사령장관의 명령을 하달했다. 야마모토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특공. 잠수함에 실린 저 ‘유인 어뢰’들은 2톤에 이르는 막대한 폭약을 싣고 바닷속을 항주해 진주만에 있는 전함들에 부딪혀 산화할 것이다. 일본의 기술력으로는 적절하게 어뢰를 유도하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상부는 이 ‘특공’을 고안해 냈다.

‘이것이 말이나 되는가….’

특공대원으로 선정된 젊은이들은 다들 엘리트였다.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인재들. 그런 인재들을 타의 모범이 되라고 죽을 수밖에 없는 저 특공에 보낸다? 이것은 광기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모들은 환호했다. 승리와 승진과 출세가 그들을 기다렸으니! 안전한 거함에 숨어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며 희희낙락하는 이들이 참을 수 없이 역겨웠다.

야마모토 그 자신조차도.

* * *

진주만에는 그야말로 미국 태평양함대의 전 군함들이 집결해 있었다.

대서양 측으로 보내진 전함 네바다, 테네시, 메릴랜드 세 척과 수리 및 훈련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회항 중인 엔터프라이즈를 제외하면 모두들 평화로운 일요일을 맞아 휴식을 취하기 위해 모항 하와이에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전부 전격적인 기습을 당했다. 일본 해군은 먼저 일제히 공습을 가해 전함과 비행장들을 무력화시켰고, 이어지는 급강하폭격기와 수평폭격기의 공격으로 미국 함대는 변변한 저항도 해 보지 못한 채 두들겨 맞아야만 했다.

이것이 훈련상황이 아님을 인지한 대공포대는 2차 공습이 시작된 이후에야 불을 뿜기 시작했으나 이미 무력화된 함대가 너무 많았다.

“전 장병들에게 알린다! 총원 전투 배치로! 총원 전투 배치로! 이것은 훈련이 아니다! 전 상황 실제 상황이다. 다시 한번 알린다. 이것은 훈련이 아니다!”

일본 전투기들의 파공음 아래서 이것이 실제 상황임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방송들이 터져 나왔다. 물론 그걸 주의 깊게 생각해 볼 시간은 없었다. 주력함에서 당직을 서던 인원들은 전함에 집중적으로 가해진 폭격으로 인해 대부분 우왕좌왕하다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전함들은 대부분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기울어지고 있었고, 항공모함 한 척도 유류탱크가 파손되었는지 시뻘건 불길이 뭉게뭉게 치솟고 있었다.

“또, 또 오고 있습니다! 전 방향에서 적으로 추정되는 항공기 접근 중! 대략…… 100… 아니 150대 이상!”

“빌어먹을, 잽스 새끼들이 방금 전 본국에 선전포고문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킴멜 제독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미국은 또 한 번 적들에게 농락당하고 말았다. 더러운 나치 독일은 꼼수를 써서 미국의, 그리고 미국 해군의 최고 자산인 파나마 운하를 무력화시켰다.

파괴된 댐을 재건하려면 처음 운하를 건설할 때처럼 수십 년이 걸리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연 단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태평양함대와 대서양함대의 상호 협력은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제 대서양함대와 협력할 태평양함대가 증발하고 있었다. 개 같은 잽스 새끼들의 기습 공격 아래서.

소련 외교부는 독소전 개전 직후부터 비밀리에 미 국무부를 통해 일본이 태평양함대에 대한 기습 공격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려왔다.

그러나 소련과 일본은 불가침조약을 맺고 상호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바 국무부는 이를 미국과 일본을 이간질하려는 시도로 간주했다.

국무성은 공산주의자들이 미일을 이간질해 어떤 방식으로든 이득을 취하려 하는 것임을 강하게 추측했다. 국무성의 관료들은 말했다.

“급진주의자들은 우리 속에 침투해 있으며, 저들은 우리를 기만하여 자기네들의 이익을 취하고자 한다! 그들을 경계하라!”

루즈벨트 대통령은 소련을 좋아하고 신뢰하는 쪽에 속했지만 국무성의 일치단결한 반발 앞에는 전문 관료들의 식견을 인정하고자 했다.

일본과의 전쟁을 유도하여 소련이 극동의 방위를 지키고자 하는 시도라는 해석에 대해서는 여러 인사들이 이견을 표했다. 특히, 마셜 참모총장처럼 렌드리스를 담당하는 이들은 그것이 무슨 개소리냐고 반론했다. 태평양으로 흐르는 물자가 끊길 수도 있는데?

물론 그들은 어쨌든 공산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 앞에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직 미국 정계는 공산주의라면 학을 뗐고 루즈벨트 정도 되는 거물만이 그런 비난을 무릅쓰고 뉴딜 정책 같은 것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당내의 반대까지 감수하며.

아무튼 반공주의자들의 의견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던 킴멜 제독은 이제 스스로의 무능과 근시안을 자책해야 했다.

“항공모함 요크타운… 유폭! 내부 항공유가 터진 것 같다고 합니다. 지금 반 토막이 났다고…….”

밖에서 쾅 하는 거대한 폭음이 들려왔다. 킴멜 제독은 잠수함 기지에 있는 지휘부의 창가로 달려갔고, 사령부의 통신장교들이 방금 올라온 보고를 전달했다. 저 멀리에서 거대한 배 한 척이 불덩이에 휩싸여 반으로 갈라진 채 서서히 가라앉는 것이 보였다.

이가 까드드득 갈렸다. 하늘에는 일본군 항공기만이 벌떼처럼 어지럽게 날아다녔고, 항구에 있는 배들은 가만히 앉아 멍텅구리처럼 저들이 떨어트리는 항공어뢰와 폭탄에 맞아 불타오를 뿐.

미국 태평양함대는 이제 도살을 기다리는 돼지처럼 손발이 묶인 채 난자당해야 했다.

적기에서 발사된 기관총인지, 사령부의 창문이 와장장 깨지며 총탄이 바닥에 박혔다. 킴멜 제독이 서 있던 창문의 바로 옆까지 벽에 구멍이 퍽퍽 뚫리며 사령부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한순간에 박살 나버린 창문으로 몰아치는 바람과 날리는 유리 파편과 서류들.

“제독님, 피하십시오!”

“…차라리 날 여기서 죽게 두는 게 더 자비로울 것 같군….”

젊은 대위가 넋을 놓고 창밖을 바라보는 그를 붙들어 계단으로 끌고 갔다. 연락장교는 그 중얼거리는 소리를 애써 듣지 못한 체하려 애를 써야 했다. 제독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제독님! 정신 차리십시오!

아예 눈을 반쯤 감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허수아비처럼 부하들에게 질질 끌려온 그를 연락장교가 흔들었다. 이 상황에서 지휘조차 포기하다니, 이게 사령관인가? 킴멜은 그런 마음을 읽듯 생기가 다 빠져나간 눈으로 대위의 눈을 응시했다. 그러더니 별 네 개가 달린 견장을 뜯어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만하게, 이제 다 끝났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네. 처벌을 기다릴 뿐이지….”

“사령관님!”

“애리조나도… 오클라호마도… 요크타운도… 모조리 박살 났더군. 그리고 또 뭐라고? 아직 식별표에 없는 일본군의 거대 전함? 그런 걸 이제 어떻게 상대하나?”

아무도 할 말이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을 놓아 버린 듯한 제독을 노려볼 뿐. 그것에 대처하라고 당신이 사령관이 된 게 아닙니까?

물론 작금의 참사는 사령관의 탓으로 온전히 돌리기만은 어려웠다.

저들은 사전에 철저히 계획하여 미군의 가장 취약한 시간을 노렸을 것이고, 그를 위해 수많은 기만책들을 준비했을 것이다. 당장 저들은 정확하게 대공시설과 비행장들을 노려 철저히 공습에 대응할 능력부터 제거했다. 그러고는 항공모함들의 취약한 부분을 정확히 노렸다.

급강하 폭격대는 항모보다는 전함에 집중했고, 요크타운급의 부족한 배수량으로 방뢰 능력이 부족한 것을 알기라도 했는지 항공어뢰 몇 발씩을 항공모함들의 측면에 박아 버렸다.

“지금 이렇게 갇혀 있어서는 적의 공습에 우리 군함들을 모조리 던져 줄 뿐입니다. 사령관님! 함대를 만에서 빼낼 것을 명령해 주십시오!”

“… 허가하네. 해안포대가 방호하지만 기동이 가능한 구역으로 하나씩 주력함들을 빼내게.”

참모장교 하나가 비통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아직 판단력 자체는 잃지 않았는지 킴멜 제독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물론 선택권은 없었다.

“있어도 죽고, 나가도 죽는다면 차라리 나가서 싸움이라도 해 보고 죽자. 각 함장들에게 명령을 내리게! 대공포대에 모든 인원을 배치하라! 해안포대는 총원 전투 태세로!”

“예! 사령관님!”

아직 움직일 수 있는 미국 전함들이 하나하나 진주만의 출구 방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항공모함들이 그 뒤를 따랐다.

진주만의 내부 공간은 군함들로 빽빽하게 가득 차 있어 항공폭탄을 피하기 위한 기동 공간이 부족했다. 그나마 바깥으로 나간다면 대공포대와 해안포대가 보호해 줄 수 있는 사거리 안에 있으면서도 수심은 그다지 깊지 않아 적의 어뢰 공격까지 방호해 낼 수 있었다.

또, 아군 군함이 유폭한다면 추가적인 손상까지 입을 수 있으니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해야만 했다.

“엔터프라이즈, 엔터프라이즈는 어디 있나! 빨리 연락해!”

그리고 마지막 아군 주력함. 지금 이 혼돈의 도가니 속에 아직 끌려 들어오지 않은 마지막 희망, 엔터프라이즈.

아마 망망대해 어딘가에 있겠지만 그렇게 멀리 있지는 않을 것이다.

“엔터프라이즈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주력함을 모두 내줄 순 없어!”

미국 함대가 내린 판단은 전술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바닷가의 얕은 수심에서는 어뢰들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고, 어뢰에 대비하기보다는 아군 군함의 유폭에 휩쓸려 피해를 입는 것을 피해야 했다.

그들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 해군이 어떻게 어뢰를 개조했는지.

“천황 폐하 만세! 대일본제국 만세!”

“흩날리는 사쿠라 꽃잎처럼 적함을 들이쳐 산산조각내겠습니다!”

“야스쿠니 신사에서 봅시다! 덴노헤이카 반자이!!!”

유인 어뢰 ‘가이텐’(回天)에 탑승하여 출격하는 특공대원들은 다들 한마디씩을 남기고 다시 열리지 않을 해치 속으로 들어갔다. 어뢰가 불발이 되어 모래톱에 파묻힌다 해도 수압 때문에 해치는 열리지 않는다.

실제로 전함을 타격하고 터진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폭약으로 전함의 장갑판마저 박살 낼 수 있는데 피륙으로 된 인간은 어떨까?

잠수함들과 가이텐 모함으로 개조된 순양전함 공고가 해안포대들의 포화를 무릅쓰고 가이텐 어뢰를 발사하기 위해 적정거리 안으로 들어갔다. 야마토를 비롯한 다른 전함들은 해안포대와 포화를 교환했다.

야마토의 18.1인치 거포가 불을 뿜었다. 1톤이 넘는 무게의 포탄을 펑펑 쏘아 대는 위용에 장병들은 다들 감탄했다. 해안포대 중 방호력이 낮은 것들은 이미 터져 나갔다.

이렇게 방어시설을 파괴했다는 보고가 들어와도 야마모토는 기뻐할 수가 없었다.

‘야마토의 발사한계는… 포신당 150발? 250발?’

그 안에 해안포탑들을 때려 부수고, 수십 개나 있는 유류창고와 포탑들처럼 철근 콘크리트 안에 숨겨진 잠수함 기지까지 잡아내야 했다.

불가능하다면? 미국은 그저 함대를 새로 건조하고 밀고 들어올 뿐이다. 다른 전함들 역시 신나게 주포를 발사하고 있었지만 이에 대해 생각하는 이는 없는 것 같았다.

야마토의 18.1인치 포신을 만드는 것 자체가 막대한 노동력과 비용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발을 쏘지 못하는, 한 발 쏠 때마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물건이었다. 예비 포신이 몇 대 없다는 것을 뻔히 아는 입장에서 일제사격이 한번 가해질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되었다.

“특공대가 전함을 격침시켰습니다! 확인한 전함들은 모두 대파되었습니다! 저들의 함대가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항공모함도 4척 파괴! 항공모함이 1척 부족합니다만 하와이 내에서 확인된 것은 모두 격침시켰습니다!”

“와아아아아!! 덴노 헤이카 반자이!!!”

단기 목표는 달성했다. 그것만 알고 행복해하는 참모들에게 야마모토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저 잠자는 거인의 코털을 ‘아프게’ 뽑은 것을 두고 이렇게 행복해하다니. 그마저도 항공모함은 한 척 놓쳤다. 물론 당분간은 일본제국 해군의 압도적인 우세가 유지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벌써 사기를 낮출 수는 없다.

“좋다! 대승이다! 덴노 헤이카 반자이!”

“반자이!!!”

* * *

진주만의 참사는 순식간에 각국 정계와 언론으로 퍼져 나갔다. 일본의 비겁한 기습과 미국 태평양함대의 대대적인 손실은 바로 그다음 날, 수많은 일간지의 1면을 장식했다.

“차라리 잘 됐군. 일본에 밀사를 보낼 준비를 하게. 미국에는 특사를 보내야 할 텐데… 몰로토프, 자네가 한 번 더 수고해 주게.”

“예! 서기장 동지!”

쯧쯧쯧. 그렇게 말해 줬는데도 이걸 당하다니.

물론 날짜가 살짝 달라지기는 했지만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받을 수 없다.

그 당시 진주만에 없던 전함 세 척과 천운으로 공습을 피한 엔터프라이즈를 빼면 대부분이 대파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나마 엔터프라이즈라도 살린 것이 다행인가?

어찌 되건 좋다. 우리 소련은 이 아비규환 속에서도 얼마든지 이득을 챙길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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