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
50화
영국 상공에서 막 접전이 이루어지고 있던 그때, 카리브해의 비취색 바다를 낀 한 무인도에서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막 완성된 활주로를 지켜보고 있었다.
활주로 위에는 6대의 최신식 4발 중폭격기가 붉은 하켄크로이츠를 그려넣고 이륙만을 대기하고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모두들 만면에 웃음을 띄고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제군들!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우리는 이제 작전에 돌입한다!"
"와아아아아! 총통 만세! 승리 만세!"
작전의 실행을 맡은 국방군의 대령 하나가 급조된 단상 위에서 오른 주먹을 하늘로 치켜들자 모두들 함성을 터트렸다. 본국에서는 한 시간 전, 무전이 도착했다. 펠리컨은 즉시 목표를 향할 것.
펠리컨 작전의 개요는 간단했다. 미국에 대한 기습 개전.
미국의 해군력은 분명 얕볼 것이 되지 못했다. 동맹국인 일본과, 이미 대부분이 대서양의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아버린 영국 해군을 제외하면 미국 해군은 유일하게 추축국의 연합함대와 맞설 수 있는 해상 세력이었다.
미국의 막대한 생산력을 잘 알고 있는 본국의 수뇌들은 그래서 지극히 미국을 경계했다.
그러나 미국 함대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광활한 아메리카 대륙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었다.
대서양 함대가 태평양에서 작전을 위해 이동하려면 엄청난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미국 대서양 함대의 모항인 버지니아 주의 노퍽에서 영국 북부의 스캐파 플로까지 대략 6천 킬로미터.
그러나 노퍽에서 미 서부의 샌프란시스코까지는 8천 킬로미터, 태평양 함대의 모항인 하와이까지는 1만 3천 킬로미터. 대서양을 왕복하는 길이기 더 짧을 수준이었다. 이 시대 전함의 순항속도인 15노트(28km/h) 로 항해한다면 하와이와 노퍽을 왕복하려면 20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마저도 파나마 운하가 있어 1만 2천 킬로미터 가량, 즉 절반으로 단축된 수치인 것을 감안한 것이다.
파나마 운하마저 없다면..? 항속거리가 받쳐주지 못해 아이오와급 전함은 진주만에서 한번에 중간 기착 없이 대서양의 미국 항구에 도달할 수조차 없었다. 급박한 전쟁 기간 동안 전략무기인 전함이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전장을 비워야 하는 것이다.
총통은 이 점에 착안해, 미국의 해군력을 절반으로 쪼개 버리기 위한 계획을 냈다.
"그로서 융에 폭탄 여섯 발을 파나마 운하와 그를 지탱하는 댐에 투하, 파나마 운하를 사용 불능으로 만들어버려 미국의 유기적인 함대 운영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도록!"
동시에 동맹국인 일본은 미국 태평양 함대를 기습해 양쪽에서 함대전력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미국의 전쟁 의지를 꺾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총통은 강력하게 파나마를 기습할 것을 주장했고, 해군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찬성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작전인 '펠리컨 작전' 이 입안되었다.
지브롤터 작전 이전부터, 중폭격기들은 부품 단위로 분해되어 잠수함에 실린 상태로 남미까지 옮겨졌다. 역시 비밀리에 나뉘어 콜롬비아로 잠입한 나치군 장병들은 폭격기의 이륙 장소로 이용될 이 무인도로 집결해 활주로를 건설했다.
목적지는 파나마 운하의 수위를 유지시켜주는 가툰 댐. 이곳이 파괴된다면 파나마 운하는 배를 끌어올려 넘겨줄 수 없어 기능이 정지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미국의 함대는... 각 대양에 '고립' 된 채 세계 2위와 3위의 함대를 각각 상대해야만 했다.
여섯 대의 폭격기가 날아올랐다. 각자 그로서 융에 지진폭탄 한 발씩을 싣고서.
"승리가 아니면 죽음을!"
폭격기 편대장은 결연한 외침을 무전으로 남기고 떠났다. 물론, 그는 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파나마를 독립시키고 파나마 운하를 자기네 소유로 하고 있을 지언정 이 곳에 누군가가 와 운하를 파괴하리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폭격기를 요격할 수 있는 시설은 전무했고, 댐을 파괴시키는 즉시 폭격기 비행대는 북으로 날아가 중립국 코스타리카로 망명하게 될 것이었다. 분노한 미국인들이 이들을 내놓으라 할 지언정, 목숨의 위협은 없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하일 히틀러!"
"독일 만세!"
장병들은 이제 이륙해서 파나마를 향하는 폭격기들의 뒷모습에 나치식 경례를 바쳤다. 부디 성공하고 무사히 귀국할 수 있기를.
"저기! 저기 댐이 보인다!"
몇 번이고 지도와 모형을 가지고 댐에 지진폭탄을 투하하는 모의전을 치뤘다. 이 편대는 모의전에 참여했던 열여섯 팀 중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던 이들이 모인 곳. 편대장은 필승을 자신했다.
미국인들은 아직 대체 이 비행기들이 뭔지,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모의전에서 상정한 적 있었던 대공포화는 커녕, 신원을 밝히라는 통신조차 도착하지 않았다.
11월임에도 열대의 태양은 비행기들을 뜨겁게 내리쬐었고, 모든 조건은 완벽했다.
"6번기부터 댐을 향하여 투하!"
"옙!"
확실하게 댐을 파괴하기 위해 여섯 대의 비행기가 차근차근 한 발씩의 폭탄을 떨어트린다. 그로서 융에 폭탄의 엄청난 무게 때문에 급강하 폭격은 시도할 수 없었다.
"하..."
"안돼..!"
간발의 차로 빗맞은 그로서 융에는 운하 옆의 땅을 파고들어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무전망을 통해 흐르는 탄식. 지상의 사람들은 이제 공격을 깨달았는지 우왕좌왕하는 듯 했다. 갑문을 타고 올라 운하를 넘어가려던 거대한 화물선에 물보라가 끼얹어지는 것이 보였다.
"5번기!"
"옛!"
다시 한 발. 댐의 반이 무너졌다. 또 한 번의 거대한 물보라가 터지며 댐에 저장되어 있던 물이 쏟아져내렸다. 댐 반파! 반파! 다시 4번기! 이제 목적의 절반은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다시 한번 이런 작전을 펼칠 여지는 없는 바. 반드시 저 댐을 최대한도로 파괴해야 했다.
4번기와 3번기는 빗맞추고, 2번기의 그로서 융에가 댐을 완전히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댐의 잔해는 방금 생겨난 거대한 폭포 속으로 사라졌고... 저걸 복구하는데는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 편대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편대장기의 한 발 그로서 융에만이 남았을 뿐.
다른 모든 기체들은 폭격 이후 쌩하니 북쪽으로 달아나 코스타리카를 향했다. 편대장기는 이제 다른 목표물을 노리려 상공을 맴돌았다. 대공포도, 전투기도 없다. 최선을 다해 마지막 목표를 노릴 뿐. 목표는...
"폭탄 투하! 표적... 맞췄다!"
희생양은 운하 내에서 우왕좌왕하며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던 화물선이었다. 댐을 복구하면 다시 운하를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그렇다면 지금의 기습은 결국 쓸모가 없어진다.
미국의 목을 확실히 조르기 위해서는 댐을 복구하고 나서도 운하를 쓸 수 없도록, 아예 저 화물선을 가라앉혀 배들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나았다. 총통께서는 그 어떤 수단을 사용해도 좋다고 명령했다.
정확하게 투하된 5톤 폭탄은 화물선 옆에 떨어져 화물선을 그야말로 반으로 쪼개 버렸다. 가운데부터 쪼개진 화물선은 작은 폭발들을 일으키며 가라앉기 시작했고, 편대장은 무선으로 원정본부에 낭보를 알렸다.
"댐은 파괴되었다. 더하여 화물선 한 척을 가라앉혔다. 작전 성공!"
원정본부는 환호성으로 응답했다. 편대장은 이제 떠나가는 부하들을 따라 북으로 향했다. 아아, 콧대 높은 양키 놈들. 이제 엿 좀 먹어봐라.
그의 사촌 형은 유보트 승조원이었다. 미국의 구축함들은 선전포고도 없이 영국으로 향하는 화물선들을 격침시키려 초계중인 유보트들을 공격해 왔고, 그의 형은 운수도 없이 걸려 북대서양의 차가운 물 속에 수장되었다.
아빠는 언제 돌아오냐고, 시신도 없이 치뤄지는 제 아비의 장례식에서 천진하게 묻는 조카에게 그는 도저히 대답할 수 없었다.
‘네 아버지는 미국 놈들에게 살해당했단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다.’
그리고 이 당숙은 미국 놈들을 죽이고 그놈들의 애새끼들이 어미와 가족들에게 아빠는 언제 오느냐고 묻게 하기 위해서,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 폭탄을 싣고 댐과 민간 선박을 때려 부수러 간단다! 그 냉혹한 진실을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열 밤, 아니 스무 밤을 자면 너희 아빠가 오실 거란다."
"그러면 선물 사 와?"
"응, 그래. 네가 좋아하는 커다란 곰인형을 사들고 오실 거란다. 아주 커다란 곰인형을. 대신... 커다란 곰인형을 사오시려면 스무 밤보다 더 걸릴 것 같네? 백 밤은 자야 될 것 같애."
"나 그건 싫어. 아빠 빨리 오면 좋겠어. 아빠 보고싶단 말이야."
그때 형수는 도저히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폭발하듯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다른 장병들의 유가족들고 벌건 눈을 가리지 못했다. 그 역시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안돼. 안돼. 착한 어린이는 참아야 해. 아빠는 총통 각하를 위해서 바다로 가셨단다."
그러나 조카의 관심은 엉엉 우는 제 엄마에게 쏠려 있었다.
"엄마, 왜 울어? 엄마 울지 마. 엄마 울면 안돼. 그럼 나쁜 어른이야."
부슬부슬 비가 오는 어느 가을 저녁이 기억났다. 어쩐지 눈가가 뜨거워 오는 것 같았다.
아마 일 계급 특진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훈장, 그것도 꽤 두둑한 포상금이 달린 훈장 한두개쯤 역시 서훈될 지도 모른다. 그러면... 녀석한테는 곰인형을 하나 사다 줘야지. 꽤나 큰 걸로.
그게 더 이상 크게 느껴지지 않을 때 쯤에는 제 아비의 부재를 이해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더 나아진 세상에서 살아갈 수는 있겠지. 제 아비의 희생은 그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음을 이해하면서.
코스타리카는 멀지 않았다. 약속된 비행장에서 무전이 왔다. 4번 활주로로 착륙하라. 4번 활주로로 착륙하라. 스페인 악센트가 강하게 섞인 독일어에 그는 어째선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동네에는 곰인형이 있나 모르겠군?
"존경하는 부통령, 상원과 하원의 여러 의원님들께 알립니다. 어제 1941년 11월 21일, 우리 모두의 치욕스러운 날인 그 날에, 미합중국의 적법한 소유인 파나마 운하는 독일 제국 공군의 갑작스럽고도 의도적인 공격을 받았습니다."
청중들은 모두 침묵했다. 루즈벨트는 단상을 내리쳤다. 좋지 않은 건강으로 늘상 휠체어를 타고 다니던 그는 오늘만은 당당히 일어서서 연설했다.
연설의 내용은 시시각각 라디오 방송으로 전미에 방송되고 있었다. 북미 뿐만 아니라 중미와 남미의 국가들도 루즈벨트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었다.
"우리 미국은 그 나라와 평화 중에 있었고, 대서양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평화? 잠수함들을 격침시키는?"
"조용히 하시오! 조용!"
연설 도중 누군가가 외쳤다. 아마 공화당의 고립주의자겠지. 민주당은 현재 267석, 공화당은 162석. 소수 정당들이 총 4석.
의회는 민주당의 대통령인 루즈벨트의 개전 선언을 지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공화당은 루즈벨트를 친소 빨갱이라고 비난하며 '저쪽 대륙의 전쟁' 에 개입하는 것을 싫어했다.
심지어 민주당원들 중에서 남부 출신의 일부-딕시크랫이라 불리우는-는 루즈벨트의 계획을 암암리에 사보타주했다.
물론 공화당원의 반수 가까이는 먼로 독트린을 침해하고 아메리카 대륙에 위치한 미국의 중요한 전략 자산을 건드린 독일 제국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선제적 공격-특히, 영국과 전쟁중인 독일의 잠수함 및 함대에 대한-정책과 영국, 소련에 대한 지원이 전쟁을 유발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미국의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졸전중인 영국을 지원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비난. 그나마 잘 막고는 있지만 온갖 전략 자산들을 명백히 다음 적국이 될 소련에 퍼준 데 대한 비난. 경제 회복에도 재정이 부족한데 외국에다 돈을 퍼준다는 비난.
전쟁물자 수출로 경기가 호전세로 돌아섰기에 경제 측면에 대한 비난은 그나마 덜했지만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루즈벨트를 배신자라고 생각했다.
"독일군은 파나마 운하 공격으로 미국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혔고, 동반한 무방비 상태의 미국 선적의 화물선 페리도트 호에 대한 공격을 통해 선박에 탑승하고 있던 214명의 미국 시민을 살해하고, 또 부상입혔습니다. 이에 더하여 북대서양의 각지에서 독일의 유보트들은 미국 선적의 화물선 및 군함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독일군은 대서양 및 카리브해 전역에 대한 대대적인 기습을 가하였습니다. 독일 대사의 선전포고는 공격이 있기 단 30분 전, 국무장관에게 선전포고문을 보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 공격은 파나마와 독일 간의 거리로 보았을 때, 수 일에서 수 주동안 기획되어온 철저하게 계획적인 습격입니다."
"국가 원수이자 미군의 최고 통솔자로서 저는 국가의 안전 보장을 위한 모든 수단을 총 동원하여 독일군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것입니다. 이 침략을 극복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미국 국민들은 승리할 것입니다! 신이여, 미국을 도우소서!"
승리할 것이라는 말에 의회의 대략 삼분지 이는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승리는 항상 달콤하다. 승리는 그리고 재선을 보장해 줄 수 있다. 자기네 지역구에 군수 공장이 들어서서 실업이 감소하고, 혹시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법안을 낼 수 있다면?
새로운 전쟁 영웅들이 등장해 재선을 막아설 수는 있겠지만, 연륜은 항상 좋은 무기다. 전쟁을 이끌어가본 연륜.
승리를 위하여! 재선을 위하여! 신이여, 제 선거를 도우소서!
"본인은 1941년 11월 21일, 독일의 부당하고 비겁한 공격 이후 성립된 미합중국과 독일 제국간의 전쟁 상태를 의회가 승인해줄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표결은 자명하게도 참전 찬성이 우세했다. 그러나 반대파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였다. 공화당의 로버트 태프트는 루즈벨트의 연설 이후에도 웅변했다.
"작금의 침공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개입주의가 불러온 참사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신의 축복을 받은 나라이기에 이 대륙 안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대한 대지에는 우리가 먹고 마실 것들, 만들어 사용할 것들이 있고 미주 대륙은 우리가 신에게 약속받은 땅입니다. 넓디 넓은 대서양으로 갈라진 저 유럽 대륙의 투닥거리는 싸움에 우리가 관여해야 할 이유를 저는 단 하나도 알지 못하겠습니다."
"독일이 설령 영국을 진정으로 점령한다 하여도 감히 미대륙에 손을 뻗칠 수는 없습니다. 작금의 '충돌'과 같이, 폭격기 몇 대의 공습은 가능하나 독일인들의 전면 침공이 가능하겠습니까? 대서양과 우리의 함대가 있는 이상 저들은 결코 이곳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소련의 붉은 사상이 남미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더 주의하여야 할 것이라 저는 감히 역설합니다."
찬전파 의원들은 태프트의 연설에 수시로 야유했지만 소련이 언급되었을 때에는 모두들 조용해졌다.
많은 이들은 루즈벨트의 친소적 태도를 불편해 했으며, 소련과 미국이 영원히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 희의감을 가졌다. 스탈린의 집권 이후 세계를 혁명시키겠다는 입장에서 선회해 일국 내에서 사회주의를 건설하겠다 천명하였지만 결국 그 노선의 끝에는 세계혁명의 수출이 있지 않을까?
소련의 외무장관 몰로토프는 지난 방문에서 소련의 의중을 의심하는 미국인들에게 감언이설을 늘어놓고, 또 막대한 선물보따리-황금과 시베리아의 희귀 금속들-를 안겨주고 갔다.
그러나 이렇게 미국의 호감을 끌려는 행동 자체가 더 의심을 하게 했다. 심지어, 소련은 일본이 미국을 기습하리라고 계속 밀서를 보내어 미국과 일본의 사이를 이간질하려 했다. 독일의 기습을 겪고 나서, 미국 국무부는 이제 소련이 왜 미-일간을 이간질했는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현재 독일과 소련 간이 전쟁중이며 소련과 일본은 서로 중립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독일에 대한 이간질이라면 모를까, 일본에 대한 이간질은 소련이 전략적 이득을 볼 여지가 없다는 마셜 참모총장의 해석을 대부분 납득하는 듯 하기는 했다.
그러나 국무부의 대소 강경파들은 소련의 '기만책'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내부 회의에서 날리곤 했다.
"그 빨갱이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종자들입니다!"
"그들에게 우리 미국의 기술력이 집약된 기계들을 보내주겠다니요!"
소련은 렌드리스를 통해 단순히 소모품인 물자들뿐만 아니라 생산 설비들을 대량으로 받아갔다. 아예 공장 하나에 들어갈 설비를 통째로 뜯어 실어보내거나, 고옥탄가 항공유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를 가져가던가... 밑천을 퍼준다는 비난이 나올 만도 했다.
하지만 루즈벨트는 그들의 반발을 일축했다.
"소련 없이 우리는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네!"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