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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탈린이 되었다-44화 (44/300)

# 44

44화

"파블로프 대장은 스몰렌스크의 대패에 책임을 물어 소장으로 강등한다. 파블로프 소장은 앞으로 제332 형벌사단의 사단장을 맡아 종군하게 될 것이다. 공석이 된 서부전선군 사령관에는... 로코솝스키 대장!"

파블로프는 참담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서부전선군은 스몰렌스크를 중심으로 한 방어선이 붕괴되면서 2기갑집단과 3기갑집단의 급속한 공세를 막지 못하고 10만에 가까운 병력을 상실했다.

개중 다수는 스몰렌스크의 붕괴에 빨려들어간 병력이겠지만, 아무튼 상대적으로 더 차분하게 병력을 수습해내며 노보고로드로 차근차근 지연전을 벌이며 후퇴중인 바투틴보다 파블로프의 실적은 훨씬 나빴다.

변명거리는 얼마든지 있었다. 코네프의 북부전선군 중 나르바와 카렐리야를 지키던 일부가 바투틴을 지원하러 내려오기도 했고, 4기갑집단의 빈약한 기계화 전력으로는 도저히 북서전선군을 궤멸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바투틴의 비상 대처들은 빛을 발했고, 파블로프는 그러지 못했다. 허둥대며 사령부를 방치하고 참모부와 함께 몸만 빠져 나온 그는 개전 초기의 패전 책임까지 한꺼번에 덮어쓴 채 강등당했다.

"...파블로프의 유가족들에게는 불이익이 없도록 하게."

"예, 서기장 동지."

이제는 이 자리에 있을 만한 급이 아니기에 끌려나간 파블로프의 뒤로 문이 쾅 닫혔다. 형벌부대는 죽으라고 내모는 곳이었지만, 죽고 나서는 최소한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 유가족 대우를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대패를 초래한 졸장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다.

끌려나간 파블로프 대신 서부전선군 사령관에 등판한 로코솝스키는 여전히 음울한 인상이었다. 4기갑집단은 로트미스트로프에 의해 반쯤 박살나버렸고, 1기갑집단은 주코프와 키르포노스의 추계공세로 절름발이가 되어버렸다.

모델이 그들을 구출하려 해도 모델 원수가 진짜 마법사가 아닌 이상에야 장비는 다수 손실될 것이니!

그러나 중부집단의 두 창끝은 아직 그 전력을 온존한 상태였다. 로코솝스키는 어쩌면 다음 숙청은 자신이 될 거라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쿨리크는 처형당했고, 파블로프는 사지로 내몰린 채 벌써 죽은 사람 취급을 받고 있었다. 서기장은 자기 아들마저도 형벌부대에 보내 죽게 하는 비정한 인간이니 폴란드계, 반역자로 지목되었던 자신은 어떻게 대우하겠는가?

내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 착한 사람인데...

"스몰렌스크를 상실했지만 저들은 더 이상의 공세역량을 가지지 않고 있네. 로코솝스키 대장은 서부전선군의 사령관으로 총사령부의 철저한 지원 하에 전선을 재건하고 동계 방어를 책임지게 될 것이오."

"감사합니다, 서기장 동지."

"좋네. 다음 안건을 다뤄보도록 하지. 노비코프?"

"영국과 미국에서 기술 이전을 받은 그.. 신형 대공 미사일의 신관을 양산하는 데에는 여전히 큰 문제점이 있습니다. 먼저, 가격이 너무 비싸고..."

VT신관에는 이당시 기준으로는 억소리나게 비싸고 우리 시대로 생각해도 꽤 비싼 부품인 진공관이 하나하나 다 들어갔다. 하늘로 펑펑 쏴대는 대공미사일에 컴퓨터 한 대씩 집어넣고 쏘는데다가 그 컴퓨터를 충격에 안 망가지게 설계해서 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시대 기준이고, 우리 시대라면 그냥 트랜지스터를 집어넣으면 되겠지만... 아직 트랜지스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초기형 트랜지스터라면 1925년에도 개발된 게 있지만 이걸 군용으로 쓸 수 있을 정도의 신뢰도로 대량 양산하는 데에는 여러 난국이 따른다.

최첨단 과학기술 부문에서 아직 소련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나중에 양대 열강으로 올라선 이후에나 돈지랄을 해볼 수나 있겠지만···

꼭 VT 신관뿐만 아니라 값싸게 통신장비-라디오, 무전기 등-를 양산하기 위해선 반드시 트랜지스터를 빨리 생산해야 했다. 지금도 내 명령에 의해 열심히 갈려들어가고 있을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을 위해 마음속으로 짧게 묵념했다.

"신관의 독자개발이 어렵다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거나 공동개발 하는 것을 선택해도 좋소. 영국이 당장 몰락 직전에 이른 만큼 미국이 우리 소련의 요청을 쉽게 거절하지는 못할 거요. 그리고... 코롤료프 박사? 헉!"

그래, 답이 없으면 천조국이다! 나치나 일제는 비싸서 양산을 못 한 것을, 비싼 걸 알면서도 그냥 돈지랄로 뽑아버린 천조국의 위엄은 실제 역사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스파이들이 물어 오는 미국의 생산에 대한 정보들은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우리가 저쪽의 공작기계며 생산설비를 비싼 값과 각종 첩보공작을 통해 빼오고 있다 하여도 근본적인 규모의 차이가 있었다.

디트로이트의 공장에서 쏟아지는 철의 양이 독일이나 일본의 전체 철강생산량과 같고 미국은 그것의 네 배를 생산한다면, 어떻게 그 물량의 격차를 메우겠나. 모든 무기가 결국 다 철로 만드는데?

그나저나... 이 격차를 메울 수 있는 천재로 지목된 코롤료프는 삐쩍 말라 무슨 미라처럼 변해 있었다. 내 지목을 듣고 일어난 코롤료프가 후들거리는 걸 본 내가 놀라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정도로.

"아니, 내가 코롤료프 박사를 최상의 대우로 모시라고 하지 않았나? 자네들 무슨 끼니도 제대로 주지 않고 굶긴 건가! 대체 무슨 짓이지?"

내가 그에게 후다닥 달려가 감싸안고 베리야에게 소리치자 모두들 화들짝 놀랐다. 베리야는 드물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코롤료프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 누가 그랬어? 저 베리야 새끼가 너 굶겼냐? 너 고문당했냐? 저새끼를 그냥 확!

"아닙니다, 아닙니다 서기장 동지. 저는 최상의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연구 개발에 매진하느라... 흠흠."

"내 별장이라도 요양할 수 있도록 내주게. 코롤료프 박사의 두뇌는 이 나라의 과학기술을 삼십 년은 앞서가게 할 수 있는 귀중한 보물이네. 박사, 원하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도 좋소."

너 베리야가 보고 있어서 그런거면 나한테 지금 말해라...

하지만 코롤료프는 진짜로 베리야를 열심히 변호했다. 스톡홀름 신드롬인가? 아무튼 코롤료프는 열심히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듯 했다. 그에게 주어진 풍부한 지원과 명확하게 정해진 개발방향은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재능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보니 내가 다 아찔하군. 앉아서 이야기하여도 좋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서기장 동지."

그는 고맙다는 듯 인사하고 연구의 개발 진척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먼저... 전선에 보급되고 있는 로켓포에 대해서는 다들 아실 것이라 믿습니다. 저희 설계국에서는 해당 로켓포에 대한 전선의 반응과 피드백을 수렴해 개량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RPG-7이 이 희대의 천재의 손에서 수십 년 일찍 탄생했다. 사실 판처슈렉이나 판처파우스트, 바주카 같은 무기가 있기는 했어도 코룔로프 설계국의 손을 거친 결과 더 나은 무엇으로 재탄생했다.

전선의 병사들은 이 로켓을 더 달라고 아우성쳤고, 벌써 수백 대의 추축국 전차들이 로켓포 앞에 파괴당했다. 물론 곧 이걸 베껴낼 나치 놈들에 의해 우리 전차들도 터지겠지만... 어차피 너도 한방, 나도 한방이면 물량이 훨씬 적고 판터나 티거같은 비싼 중전차를 운영하는 독일군이 훨씬 손해다!

여차하면 스탈린 전차의 개량안 생산도 포기해버리고 차체를 그냥 152mm 자주포 플랫폼으로 전용시켜 버리면 그만. 계획은 얼마든지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몇 가지 신형 로켓들이 개발되었습니다. 지금 나누어 드리는 것은 현재 실전배치 직전 시험중인 승리 1호 미사일에 대한 자료입니다. 기밀 엄수를 위해 부득이하게 회의 이후 회수할 것이니 이 점 유념해 주시길 바랍니다."

실제 역사에서라면 나치독일의 V1로켓이다. 44년에나 취역했던 실제 역사에 비해 41년 말에, 우리가 먼저 양산에 들어가는 것이다!

"생산가격의 절감을 위해 발사 플랫폼이 제한되어... 전선에서 직접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200km가 넘는 만큼, 전선에서 직접 사용할 '필요' 가 없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습니다. 명중률의 한계로 전술적 표적은 제거할 수 없지만..."

당장 독일군의 보급거점인 민스크에서 최전방의 스몰렌스크까지 거리가 직선거리로 300km 정도이다. 전투기에 요격당할 수도 있고, 명중률도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V1, 그러니까 승리 1호는 엄청난 장점이 있었다. 바로...

"이 미사일의 발사는 발사대가 필요하지만, 저희 설계국에서는 열차에 이 발사대를 탑재하기로 하여 시험발사에 성공했습니다. 기존의 폭격기나 전투기들이 활주로가 필요해 이 활주로가 쉬운 표적이 되는 반면, 열차에서 발사할 수 있는 승리 1호는 시공간적으로 적의 방어전면을 거대하게 확장시키고 아군의 공격을 꽂아넣을 수 있습니다."

활주로도, 발사기지도 필요없는 미사일!

2톤짜리로 상대적으로 경량인데다가 발사플랫폼도 화약식이라 열차포의 설계와 그다지 다를 것도 없었다. 그냥 철도를 사용하는 열차에서 가지고 움직이다가 몇 발을 독일의 거점에다 퍼붓고 도망가고, 또 퍼붓고 도망가고.

30톤짜리 전차 한 대를 실을 공간에 15발의 미사일을 싣고, 한 발당 거의 1톤에 가까운 화약을 독일군의 기지에 퍼부어주는 것이다. 요격이야 기술이 발전하면 가능하겠지만, 대공포가 24시간동안 이 광대한 땅의 더 광대한 하늘을 지킬 수 있겠는가?

전투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파일럿이나 대공포병이나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이다. 그들이 지쳐가는 동안 우리는 틈틈이 이렇게 미사일만 날려대면 그만이다.

"저... 그게 생산 비용이 얼마쯤 됩니까?"

한 육군 장군이 조심스레 질문했다. 코롤료프는 그걸 기다렸다는 듯 씨익 웃었다. 30발에 폭격기 한 대 가격 정도 됩니다. 사용하는 엔진 역시, 구형 엔진 제작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노비코프는 아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제 소련군의 항공기들은 거의 전부 미제 설비에서 생산하는 엔진이나, 미국에서 직수입한 엔진을 바탕으로 설계되고 있었다.

구형 항공기들의 유지보수에나 우리가 만든 엔진을 사용하는 판에, 닫아버려야 할 구형 엔진 제조시설들을 이렇게 전용할 수 있게 되다니! 생산성 측면에서도 매우 효율적인 것이다.

대충 폭격기 1천 대 뽑을 가격으로 승리 1호 미사일 3만 대를 뽑는다고 해 보자. 우리는 비행장을 운영하고 지킬 필요도 없고, 비행장을 노리고 오는 공습을 대비하기 위한 대공포를 다른 곳에-육군 병력을 지키기 위해- 배치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전략 폭격' 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파일럿의 소모도 없다, 저들의 경험치를 쌓아주는 일도 없고, 저들이 소모되어 가는동안 우리는 피와 목숨 대신 철과 화약이라는 상대적으로 값싼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스몰렌스크와 프스코프의 함락을 복수하기 위해 시제로 생산된 우리의 미사일들은 이미 전선에 배치되고 있습니다."

시제로 생산된 것만 1천 발이지만, 하루에도 수십 대씩 터져가는 전투기와 폭격기 30대쯤 생산하는 가격이니 얼마나 좋은가.

"저 나치 독일 놈들이 생산할 수 있는 트럭은 현재 연간 5만 대를 넘기지 못하고 있소. 이탈리아는 그 절반도 안되지. 저놈들의 혈관이나 다름없는 철도와 트럭을 이 미사일을 쏟아부어 때려부술 것이오!"

그래, 전차들이 우리 병사들을 도륙낼 수 있어도 결국 그 전투력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은 후방의 보급선이요, 철로고, 철로와 병력을 잇는 트럭이다. 1톤짜리 폭약이면 적절한 위치에 떨어졌을 때 트럭 한 대 못 깨겠나.

물론 명중률과 트럭의 분포가 문제가 되겠지만 지금 그런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 미사일의 가치를 모두가 깨닫는게 중요하지.

실제로 나치 독일은 전쟁 중 단 15만대밖에 트럭을 생산하지 못했고 이것은 총체적인 보급의 난맥을 유발했다. 그런데 어쩌나? 이제 우리 미사일이 니네 트럭도 깨고 철도도 때리고 보급창도 때리고 다 때릴건데? 니들이 도시 때리면 뭐하냐!

내가 코롤료프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이었다. 이제 우리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시기는 지났다. 반격의 때가 왔다. 대규모 항공 공습 앞에 의기소침해져 있던 사령부의 회의는 점점 생기를 되찾는 듯 했다.

코롤료프는 이런 찬사가 낯뜨거운지 얼굴을 붉히고 헤헤 웃고 있었다. 크.... 진짜 원하는 게 있으면 다 말해라.

"저희도 건의사항이 있습니다. 그... 경전차를 개수한 '보병 전투차'들을 이쪽에도 좀 배치를..."

보병전투차, 즉 개조한 탱켓과 경전차들에 대한 반응도 꽤 괜찮았다.

원래 전차가 개발된 동기는 보병이 참호와 참호를 중심으로 구축된 방어선을 돌파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함이었다.

이제 전차가 전선을 돌파해 적의 취약한 지점을 찌르는데 활용될 수 있고, 적의 전차를 잡기 위한 전차(및 기갑차량)들이 전장에 등장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보병의 엄호 수요는 존재했다.

물론 딜레마는 있었다. 중장갑을 갖춘 전차를 고작 보병 지원 을 위해 굴리는 것은 아깝다. 독립적인 작전 능력을 훼손시킨다. 강력한 전차 제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프랑스 침공전과 실제 역사의 바르바로사 작전이 증명한 바 있다. 그리고 보병을 살상하는 포탄과 공습을 전차 '따위'로는 막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화되지 않고 대전차 화기도 얼마 갖추지 못한 적들을 상대로 경전차 수준의 장갑을 갖추고 보병 살상에 특화된 무장을 갖춘 '전투차량' 등을 지원하는 것은 나름의 성과를 냈다. 일선에서 끊임없는 요구가 빗발칠 정도로.

"음, 후방에서 생산되는 대로 최대한 많은 차량들을 전방에 보내주겠소."

일단 알보병을 차량화 보병으로 만들기 위해 보급해주어야 할 트럭 대신 남아도는 경전차 차체와 생산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고, 충분한 중화기의 화력 역시 보병 전투에 도움이 되었다.

스탈린그라드의 지옥같은 시가전에서 대보병 살상능력을 증명한 유탄발사기를 장비해 주거나, 대물기관총 및 대공화기로 이용할 수 있는 20mm급 기관총이나, 보병이 들고 뛰기엔 무거운 박격포, 차량의 연료를 전용할 수 있는 화염방사기...

경전차가 경전차라 해도 전차의 능력을 기대하지 않고 그냥 차량이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게 무궁무진하게 많았다.

"서기장님께서 예측하신 대로 일본 제국이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면... 이러한 부대를 극동군구, 혹은 중화민국이나 중국 공산당에 지원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바실렙스키는 역시 명장이다. 전술적 차원이 아니라 대국을 볼 줄 아는. 중국 대륙에서 허접한 스튜어트 같은 것이나 상대해본, 역시 허접한 치하 전차나 굴리는 일본 놈들은 이 정도의 2선 전력으로도 충분히 갈아버릴 수 있다.

"아직은 그들을 자극할 때가 아니네."

당장 고려인들과 재만 조선인들, 그리고 중국 공산당 휘하 팔로군으로 갈 뻔 했던 조선의용대 병력들을 빼와서 소련군 기계화 군단으로 편성하는 것만 해도 충분한 어그로였다.

팔로군 놈들의 불만도 있겠지만, 그놈들은 알게 뭐야. 당장 제 목숨줄이 오락가락 할텐데. 중국 공산당의 간곡한 물자 지원 요청은 일본의 침략이 우려된다며 적절한 선에서 끊어 버리고 그냥 석유 정도나 조금 던져 줬다.

우리는 남는게 석유고, 석유는 태우면 그만이라 누가 줬는지 티가 나는 무기들보단 훨씬 나았다. 기계화된 병력이 거의 없는 모택동은 불만스러워 했고, 그나마 장개석이 좋아했다고 한다. 모택동을 나중을 생각해 견제해야 하는 만큼 뭐 기대한 정도의 반응이었다.

"그리고... 소수 민족으로 이루어진 부대를 편성하는 것은.."

"그만, 바실렙스키 장군. 그만하면 되었네. 조선인들은, 아니 한인들은 우리 소련이 아니라 저 조선 반도를 차지하고 미국과 우리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해야 하네. 이에 대해서 이의는 받지 않겠네."

내가 이들에게 설명한 한인 부대 편성과 지원에 대한 당위는 그랬다. 미국과의 완충지대로서나 우리가 해양에 진출할 수 있는 선을 넓히기 위해 한반도와 일본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한인 '독립운동가' 들이 일본 제국을 물리치는 전공을 세우고 자기네 나라의 건국 주역으로 등장해야 한다! 대체 일본을 자극하면 안된다면서 대놓고 식민지 반군을 지원하는 행태는 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는 서기장의 권위로 씹어버리면 그만이다.

이래뵈도 스탈린은 원래 볼셰비키 당내에서 소수민족 문제 전문가인걸? 탄압 전문가라서 그렇지.

"예, 알겠습니다 서기장 동지. 타 민족은 단일 민족 부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노선은 유지되는 것입니까?"

"그렇네. 부참모장으로서 적절한 우려와 좋은 지적이네만 이에 대해서는 정치국의 의견을 존중해주길 바라네."

바실렙스키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 샤포슈니코프는 말을 하지 못하고 쿨럭거리며 기침을 하고 있었다.

‘... 슬슬 은퇴시켜 줘야 하나?’

실제 역사대로라면 42년 사임하니 이제 사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나빠진 건강 때문에 45년 초에 독일의 패망도 보지 못하고 죽는데... 이 역사에서는 날 위해 노력해준 만큼 독일의 패망만은 빨리 보게 해 주고싶다.

아무튼 이제 미래 소련군을 이끌어나갈 장군들이 눈에 들어왔다. 후임 총참모장 바실렙스키, 북부 사령관 코네프, 중부 사령관 로코솝스키, 남부 사령관 주코프. 만슈타인-구데리안-모델 라인업에 비하면 꿀릴 수도 있지만 이들은 소련이 가진 최고였다.

전략적인 판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해 주었다. 이젠 장군들이 일할 때가 됐지. 어쩐지 다가올 겨울이 기다려졌다.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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