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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탈린이 되었다-41화 (41/300)

# 41

41화

아프리카의 정복자, 롬멜 원수 만세!

베를린의 중앙대로에는 하켄크로이츠가 휘날렸다. 군중들은 환호하며 행진하는 병사들에게 꽃다발과 꽃잎을 흩뿌렸다. 위풍당당한 이 병사들은 지금 막 아프리카에서 돌아와 승전을 기념하는 퍼레이드의 주인공으로 화려한 환영을 받고 있었다.

시민들은 진심으로 환호했다. 지난 대전에서 독일 제국은 영국과 프랑스를 끝까지 무너트리지 못하고 결국 막대한 피해를 입은 끝에 '배후로부터의 중상' 에 의해 패배했다. 사실이 무엇이건 간에 이들은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독일은 승리, 승리만을 거두고 있었다. 유럽 최고의 육군대국이라던 프랑스, 지난 대전의 승리자였던 프랑스는 천재적인 작전술 앞에 단 6주만에 항복했다. 전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던 영국은 육군의 7할과 함대의 5할을 대서양과 지중해의 바다 속에 처박히고 항복이냐 항전이냐를 가지고 다투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소련은? 최소한 국가선전부장 괴벨스 박사의 선전에 따르면 그들은 독일군의 두 배가 넘는 희생자를 내며 천천히 후퇴하고 있었다.

"만세! 만세! 롬멜 원수 만세!"

아프리카 군단의 사령관 롬멜 원수가 그의 지프차, '맘모스'를 타고 나타나자 군중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었다.

마치 그 옛날, 로마의 영광을 드높인 아프리카의 정복자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가 이러했을까? 사막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검게 탄 얼굴로 곧게 서서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는 그야말로 개선장군에 어울리는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었다.

소녀들과 처녀들은 그를 향해 장미꽃을 던졌고 청년들의 질투에 찬 함성이 울려퍼졌다.

<우리의 롬멜과 함께 전진! 전진하자!

우리의 롬멜과 함께 전진! 전진! 전진!>

이제는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는 노래가 된 군가 <우리의 롬멜> 을 누군가가 부르기 시작하자 대중은 노래를 다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의 롬멜과 함께 전진! 행군하던 병사들마저도 와하하,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웃기 시작했다.

국민들과 장병들에 대한 언론 통제 및 편지의 검열로 아직 동부전선의 소식은 제대로 전해지고 있지 않았다. 사실 그곳에서 싸우고 있는 장병들도, 싸움이 극히 고되고 전진이 초기에 비해 느리다는 것을 빼면 자기들이 이기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아무튼 이들은 지금만은 행복을 맛보고 있었다.

"롬멜 장군에게는 잘 전달이 되었나? 그가 부디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군."

그리고 이 퍼레이드가 내려다보이는 총통 관저의 발코니에서, 엄선된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총통은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얼핏 들으면, 그들의 대화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당장 저기 있는 롬멜에게 전달하지 못할 말은 또 무엇인가?

총통의 주변에 서 있는 각 군의 고위 장성들은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예, 예, 총통 각하의 뜻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유일하게 이 자리에 있는 독일인이 아닌 이탈리아 대사는 내심 의아해했다. 이 자들이 언제부터 이랬다고? 그는 외부인이었지만, 내외의 정보를 수집하고 다루는 외교관으로서 독일 군부의 고압적인 태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노원수 룬트슈테트와 총참모장 할더가 숙청된 것까지는 알 수 있었으나, 이 정도였나? 물론 그는 외교관이었기에 조용히 총통이 묻고자 하는 것에만 대답하며 지극히 낮은 자세를 취했다.

"이탈리아의 최정예를 차출해 준 데에는 감사를 표하오. 이탈리아 군대는 아프리카에서도, 그리고 발칸에서도 항상 독일의 좋은 파트너가 되어 주었소. 이번... 계획이 성공적이라면 약속한 대가는 반드시 치를 것이오."

"저희 역시 총통 각하의 너그러움과 관대함에 항상 감읍할 따름입니다."

이탈리아 대사는 이탈리아인다운 우아한 몸동작으로 깊게 인사를 했다. 총통은 훗, 하고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퍼레이드를 바라보았다. 독일 군대가 노획한 영국군의 장비들이 온갖 모욕적인 낙서칠이 된 채 행진을 따라다니고 있었고, 그 위에는 꽁꽁 묶인 영국군 포로 한 명씩이 태워져 있었다.

시민들은 그들을 비웃고 돌과 썩은 토마토를 던졌다. 포로에게 저래도 되는 건가? 대사는 의문을 품었지만 곧 풀어버렸다.

이런 퍼레이드에 대체 누가 썩은 토마토같은 걸 가지고 나올까. 당연히 바람잡이들 몇 명이 섞여 있을 것이다.

총통은 적으로 지정된 이들에게는 지극히 잔혹했지만 벗에게는 충실하고 관대했다. 이탈리아는 그 사이에서 이득을 챙기면 되는 일. 그 이득을 책임지고 챙겨야 할 대사로서 그는 직무에 충실하고자 했다.

"롬멜 원수가 진짜로 '귀국' 한다면 이탈리아에서도 훈장을 서훈할 수 있겠소?"

"이를 말씀입니까, 두체께서도 롬멜 원수의 활약을 듣고 감탄하며 꼭 만나 보고 싶다고 전하셨습니다. 로마로 모실 핑계가 마땅찮았는데 훈장 서훈이라면 적당하겠군요."

퍼레이드 중인 롬멜은 가짜였다. 지금의 퍼레이드는 영국 정보부와 군대의 눈을 숨기기 위해 기획된 것이었다. 대역 롬멜을 세우고, 그의 상징이라 할 만한 지휘차인 맘모스를 가져와 마치 롬멜이 아직 본국에 있으며 상륙작전은 한참 남은 것처럼 기만 작전을 펼친다.

지금 퍼레이드에서 행진하는 이들은 소수만이 진짜 아프리카 군단원들이었으며, 대부분은 그저 의장대들이었다.

북아프리카 전역이 마무리될 즈음 기존의 부대를 이루던 병사들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본토로 귀국해 새로 창설되는 강습군단의 기간병으로 전속되었다.

아프리카에서 혈전을 겪어본 이들은 새로 징병된, 가장 충성심이 높고 신체 건강한 젊은 병사들과 함께 어우러져 맹훈련에 맹훈련을 거듭했다. 고참병들은 엄청난 자부심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아프리카의 정복자 롬멜의 휘하에서 최고 열강이던 영국을 무너트린 용사들! 어린 신병들은 이들을 존경했고, 고참병들은 그 존경에 보답하기 위해 신병들을 열심히 훈련시켰다.

1924년에 태어난 순수 아리안 족 소년들로만 구성된 신병들은 고참병들의 애정과 엄격한 감독, 그리고 광신적인 세뇌 속에 강병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부대-영국 원정군-는 지금 프랑스의 항구들에서 상륙작전을 위해 주둔한 채 명령만을 기다는 중이었다. 15기갑군단과 21기갑군단, 이탈리아 원정군단, 제1공수사단과 제6 SS사단 '히틀러 유겐트' 까지.

15만에 이르는 1차 상륙부대가 브리튼 섬의 심장을 찌르기 위해 날카롭게 갈린 창끝이 되어, 늙은 사자의 숨통을 끊기 위한 한 방을 준비중이었고 그 창을 쥔 롬멜 원수는 프랑스의 항구에서 작전 준비를 마무리짓고 있었다.

미국은 아직 선전포고를 망설이고 있었다. 전함 3척을 중심으로 한 함대를 영국의 방위를 위해 보내기로 결정하기는 했어도 유럽 대륙을 거의 석권한 독일에 선제 선전포고를 하기에는 여론의 향방이 여의치 않았다.

풍림화산, 저들이 아직 느리적거리며 망설일 때, 바람처럼 빠르게 전 유럽을 굴복시키리.

"리벤트로프."

"부르셨습니까, 총통 각하."

"살라자르는 어떻게 나오던가?"

연합군의 유럽 대륙에 대한 교두보는 추축의 지중해 장악으로 단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넓고 넓은 유럽 대륙을 통틀어봐도 이제 추축에 저항하는 강국은 단 하나, 소련뿐이었고 나머지는 불안한 중립이나 나치 독일의 패권을 수용하고 있었다.

대륙의 서쪽 끝에서, 먼 거리를 믿고 전통적인 영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려 하는 포르투칼의 살라자르 정도나 연합국에 협력할까?

하지만 결국 포르투칼이 붙어 있는 스페인은 추축에 협력하기로 결정했고 해로로는 크릭스마리네가 장악한 대서양까지. 추축국에 둘러싸인 포르투칼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려 있었다.

"살라자르는 선전포고만은 부디 하지 않게 해 달라며 가능한 한 최대의 협력을 제공할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본토의 군항들을 유보트 기지로 이용할 수 있게 제공하고, 마데이라와 아조레스를 우리의 비행장이자 해군기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50년간 조차하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다만... 병력을 차출해 직접 참전하는 것만은 격렬하게 거부했습니다."

50년이라, 인생같은 세월이군. 승리한다면 50년이 아니라 영원이 될 테고, 패배한다면 그 즉시 끝난다. 총통은 시가를 읊조렸다. 인간 50년, 하천의 세월에 비하면 덧없는 꿈과 다르지 아니하니..

"비겁한 자 다운 비겁한 선택이군. 조건을 하나 더 걸도록 하게. 포르투칼 육군의 무장을 해제시키고, '치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추축군 2만 명이 리스본과 포르투에 진주한다. 이걸 받아들인다면 받아들일 수 있지. 기한은... 6시간."

"그...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사실상 주권을 포기하라는 강요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그 늙은 비겁자가 보기에는 불가피한 선택처럼 보이겠지. 어느 쪽이나 상관 없었다.

그 땅뙈기 조금이 필요한 게 아니라, 미국이 유럽에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하는 것이니. 리벤트로프는 어깨를 부르르 떨며 발코니를 떠나 내려갔다. 그는 이제 외무부의 직통 회선을 통해 살라자르에게 6시간 안에 항복이냐, 항전이냐를 결정하라는 최후통첩을 날릴 것이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보급의 난이도는 기하급수로 증가한다. 브리튼 섬과 아일랜드 섬을 장악하고, 아조레스와 마데이라 섬을 불침항모로 개조하여 전진기지로 삼는다면 미국이 대서양 이편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통로가 모조리 차단당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무리 국력이 대단하다 해도 태평양에서 전쟁을 치르며 수백 척의 잠수함과 십수 척의 전함을 거느린 함대가 틀어막는 대서양을 뚫고 상륙작전을 펼쳐 우리를 몰아낼 수 있을까?

전략폭격기로 폭격을 하려 해도 호위전투기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거리에 점령 하의 영국, 프랑스, 스페인에 깔릴 방공망이 있다면 독일 본토는 상대적으로 안전해진다. 그렇다면 대륙의 적은 소련뿐.

"마지막으로... 레더 대제독?"

"예, 각하."

영국 상륙작전의 개시를 알릴 기습을 이제 명령할 때가 되었다. 영국을 꺾기 위해선 미국과 소련의 숨통을 끊어야 한다. 아직 소련의 숨통을 끊는 것은 요원한 듯 하니, 미국을 칠 뿐.

"살라자르가 아조레스와 마데이라를 내준다면 즉시 항모전대에 명령을 내려 양측을 장악하도록 하게. 내주지 않는다면.... 역시 양측을 장악하도록. 그와 동시에 '펠리컨 작전'을 개시하게."

"예! 알겠습니다."

최후통첩의 기한은 6시간. 아직 영국은 상륙작전과 일련의 기습작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보국 내부의 아군 스파이들은 실시간으로 그들의 정보를 빼내어 보내고 있었고, 운이 좋게도 혼란에 혼란이 겹쳐 있었다. 자유 인도 임시정부와 인도인은 지금이야말로 압제자 영국을 몰아낼 때라며 테러를 저질렀고, 뜻하지 않은 성공을 거두었다.

"총통 각하, 대서양에서 긴급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펠리컨은 둥지를 틀었다' 라고 합니다."

SS 친위대의 장교 하나가 보고했다. 총통은 오래간만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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