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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탈린이 되었다-40화 (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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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찬 바람이 불어와 땀이 흐른 목덜미를 식히고 지나갔다. 흐읍, 하고 대기를 들이키자 11월의 서늘한 공기가 폐 안 깊이 파고들어 왔다. 그러나 타오르는 듯한 가슴의 이 피는 어찌 식히리?

부됸늬 원수는 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원수의 예복 상의를 벗어던지고 셔츠 아래 숨길래야 숨길 수 없이 불끈거리는 근육을 꿈틀거리며 기지개를 폈다. 또 다시, 말을 타고 달릴 수 있겠구나!

그의 애마 로지나는 푸르릉거리며 그가 펴는 기지개에 호응하듯 뜀박질을 했다. 불어오는 맞바람을 받아 풍성한 갈기가 휘날렸다. 붉은 군대 제1 근위기병군의 군기와 함께.

말을 타고 달리자 허벅지와 팔뚝의 근육세포 하나하나가 산소를 갈망하며 미친듯이 쿵쾅이는 심장에서 터져 나오는 뜨거운 피를 들이마셨다. 식어가고 지방에 파묻혀가던 이 몸뚱어리 끝까지 달아올라 절로 함성이 질러졌다.

"우라! 우라! 소비에트 우라!"

"우라! 우라!"

부하들이 그를 따라 함성을 질렀다. 처음 이 땅을 밟아봤을 때 그를 따르던 부하들은 하나하나 전장에서 스러져 갔거나, 아니면 그처럼 세월에 절어버린 뚱뚱보 장군 동지가 되었다. 다들 늙고 지쳐 더 이상 말을 타지 않았다.

저렇게 안전한 장갑차나 지휘차량에 타고 무전기로 명령을 내릴 뿐, 가슴 속에서 터져나오는 함성을 지르며 적을 향해 돌격하는 기병이기를 포기해 버렸다.

그러나 나는 말 위에서 죽으리! 혁명을 분쇄하려는 적들은 다시금 싯누런 이빨과 손톱을 이 땅과 소비에트를 향해 뻗쳐오고 있었다.

폴란드 극우 정권의 간섭군이, 루마니아와 헝가리의 왕당파들이, 그리고 짜르를 복위시키고자 했던 저 백군 반동 놈들이! 그들은 풍요로운 평원을 집어삼키고자 했고, 번번이 부됸니와 그가 이끄는 제1 기병군은 그들을 격퇴해 왔다.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저 나치 독일의 파시스트 군대가 진격해 오고 있었다. 강철 장갑을 둘둘 두른 전차와 장갑차들이 기관총을 갈겨 대면 용맹한 붉은 군대의 기병이라 할 지라도 패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이, 기병이 활약할 수 있는 마지막 전장이라는 것을 부됸늬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서기장과 다른 원수들은 그를 만류했다. 그대가 전사하면 어떻게 하냐고, 군대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라고.

그 역시 두려웠다. 인민들을 단 하나라도 더 구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땅에 떨어진 시체가 되어버리는 것이. 이 심장이 더 이상 박동치 못하게 되어버리는 것이.

하지만 붉은 군대의 기병대는 그 두려움을 향해 돌격할 뿐.

"군가! 제창! 군가는!"

"우리는 붉은 기병대!"

<우리는 붉은 군대의 기병대

이야기꾼들은 낭랑한 목소리로

우리의 무용담을 이야기하지

구름이 한 점 없는 밤에도

사나운 바람 몰아치는 날에도

위풍당당하게 전장으로 향한다고!>

전장으로! 전장으로! 그를 따르는 기병들이 환호했다. 가자 전장으로!

포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젊은 주코프가 지휘하는 남부전선군은 기병군의 돌격을 지원하기 위해 적을 압도할 만큼의 포격 지원을 약속했다. 서기장 역시 공군 원수 노비코프의 옆구리를 찔러 가며 남부전선군과 부됸늬 기병군의 공세를 위해 전투기와 슈투르모빅들을 차출해 주었다. 마찬가지로 서기장의 명령으로 개조된 경전차들-기관총이나 유탄발사기, 박격포를 포탑 대신 장착한-역시 기병군에 대규모로 배속되었다.

포탄이 비오듯 날아들고, 함성을 지르며 돌격하는 기병대 앞에서 이런 전장을 겪어본 적 없는 루마니아 병사들은 참호와 진지 속에 고개를 처박고 벌벌 떨 뿐, 제대로 된 저항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루마니아 병사들은 동부전선에 몇 없는 이탈리아 병사들의 바로 다음으로 낮은 사기와 훈련도를 보여주었다.

전선의 루마니아군은 50만이나 되어 동부전선의 추축군 중 독일군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인원수였지만, 전투력은 영 형편없었다. 전통적으로 소련군의 정예였던 기병대가 상대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항복! 항복!"

몇몇은 어디선가 배운 서투른 러시아어로 항복을 외치며 총기를 내던지고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개중 용감한 이들은 끝까지 낡은 소총을 들고 땅, 땅, 총을 쏘며 저항하려 했지만 곧 기병대가 가지고 있던 기관총의 십자포화 앞에 곤죽이 되어 옆의 동료들에게 현명한 선택을 하게 하는 좋은 조언이 되고 말았다.

과잉 화력이라고 보일 정도로, 소련은 막대한 화력을 쏟아부었다. 적의 야포가 관측된 위치에는 203mm 중곡사포나 152mm 야포를 쏟아부어 낑낑대며 포를 이동시키려던 루마니아 포병대를 아예 갈아엎어 버렸다.

부족한 수량이나마 긁어모아 배치한 중기관총 진지에는 76mm 경야포와 박격포의 포격이이 작렬했다. 적의 병사수만큼의 포탄을 쏟아부어라! 서기장은 라디오에서 그렇게 연설했다.

"포병은 현대 전장의 신이다! 우리 병사들의 목숨을 아끼기 위해서 포탄 따위는 얼마든지 아낌없이 쏟아부어라. 100만 발을 더 쏘더라도, 승리가 한 달 일찍 찾아와 얻는 것이 더욱 크다!"

두 아들을 전장에서 한꺼번에 잃어버렸다는 서기장의 목소리는 분노로 활활 타는 듯 했다. 아들 둘을 잃은 댓가로 독일인, 루마니아인, 핀란드인과 헝가리인들의 아들들 20만 명, 아니 200만 명 정도는 죽여버리겠다는 분노.

그 분노는 병사들에게는 아낌없는 포격 지원으로 돌아왔다.

전군의 참모들과 지휘관들이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됸늬는 직접 일선의 전투에 뛰어들었다.

최전방에서 돌격하는 것은 진짜로 목을 내놓고 말리는 이들이 있어 차마 따라 나가지는 못했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제 2파 부대의 전투에는 반드시 참여하겠다고 하자 못 말리겠다는 듯 모두 포기해버렸다.

믿음직한 예하 지휘관들이 부대의 지휘는 도맡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1 근위기병군의 예하 사단들은 직할 지원부대들과 경전차부대-서기장은 이제 이것들을 보병전투차라고 부르도록 했지만-를 주렁주렁 달고 근위군단으로 개편되었다.

군단장들이나 사단장들은 기본적으로 정찰과 우회, 그리고 가벼운 접전에 익숙한 기병 지휘관들이었기에 난생 처음 주어진 막대한 화력에 처음에는 당황하는 듯 했지만 루마니아인들을 도륙내며 점점 감을 잡아가는 듯 했다. 어떻게 아냐고? 전선이 벌써 허물어지고 있었으니까!

"끼얏호! 이놈!"

참호 속에서 벌벌 떨며 아군의 병사를 겨누던 루마니아 놈을 그는 직접 소총으로 쏴 버렸다. 신형 소총은 묵직한 3점사를 루마니아 병사의 목덜미와 가슴팍에 틀어박아버리며 또 한 명을 어머니 조국의 대지로 돌려보냈다.

"아침은 드네스트르에서, 저녁은 프루스 강에서 먹자꾸나!"

"우라! 아침은 드네스트르, 저녁은 프루스!"

그의 전투구호를 직할대가 복창했다. 베사라비아와 루마니아의 경계선인 프루스 강이 저만치 앞에 있었다. 벌써 선두부대는 프루스 강을 도하하고 있다는 보고를 해 왔다.

"아 그래? 잘 하는구만, 알아서 잘 해보도록!"

선두부대가 남겨두고 간 곳곳의 패잔병들을 소탕중인 부됸늬 원수의 직할대는 뒤에 떨어져 있었지만, 기병군은 루마니아를 향해 파죽지세로 진군했다.

"이거, 자네들 사격 실력이 형편 없구만? 이리 내 봐."

마지막으로 토치카에 틀어박혀 있던 적군의 분대는 중기관총 두 정으로 사방에 총탄을 흩뿌리고 있었다.

이제 대부분의 잔적들은 정리당했고, 모두 포위당했으니 항복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그들은 못 알아들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만용인지 끝까지 저항했다.

간단한 방법으로는 엄폐하다가 기관총의 탄약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거나 포병의 지원을 부르는 것이 있었지만... 부됸늬 원수는 신형 로켓포를 한 발 빗맞춘 병사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예? 예! 헉!"

원수 각하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총질을 해대다 못해 로켓포 발사 시범을 보여주겠다고 하다니. 부됸늬 원수의 지적을 받은 병사는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 하지만 부됸늬는 호탕하게 웃더니 로켓포를 잡고 조준하기 시작했다.

항상 원리는 간단했다. 그가 어릴 적 동네에서 말과 양을 치던 시절, 무리를 위협하는 늑대들을 상대로 돌팔매를 던지고 구식 머스킷을 쏘는 것이나, 서기장이 친히 내려준 금박 입힌 '돌격소총'을 쏘는 것이나, 아니면 이렇게 듣도 보도 못한 걸 쏘는 것이나.

잘 쏴서 잘 맞추면 된다.

"와아아아아! 부됸늬 원수 우라!"

그가 조준해서 발사한 로켓포는 토치카의 총안구로 정확히 빨려들어갔다. 쾅 하는 폭음과 함께 기관총 파편들이 밖으로 내팽개쳐졌고 토치카는 침묵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원수 각하의 놀라운 위업에 환호했다.

어릴 적부터 제1 기병군의 전설적인 무훈과 용맹에 대해 듣고 자라 부됸늬 행진곡을 불러온 이 젊은 병사들은 노원수의 기행에 열광했다.

남들이 보면 한숨쉬겠지만 아무튼 병사들은 이 콧수염쟁이 늙은 원수를 사랑했다.

'주코프와 보로실로프는 잘 하고 있으려나?'

병사들 앞에서 꽉 주먹을 쥐어 보이면서 부됸늬는 그렇게 생각했다.

부쿠레슈티 한구석의 저택. 소년왕 미하이 1세가 사실상 유폐되어 있는 이곳은 허술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철저하게 요새화되어 있었다. 정원의 우거진 관목들 사이에는 기관총들이 숨겨져 있었고, 돌담 아래에는 수동격발식 지뢰가 몇 개씩 묻혀 있었다.

소년왕이 안토네스쿠의 군부정권을 무너트리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적었다. 소련의 밀사에게는 근위사단과 경찰부대라고 했지만, 근위사단의 4개 연대 중 2개 연대는 최전선으로 차출당해 있었다.

수도를 관할하는 경찰들은 '경찰' 수준의 무장을 갖추고 있어 수류탄이나 자동화기, 박격포 같은 보병화기도 없는 상태. 애초에 루마니아 군대가 기갑부대라곤 단 1개 사단밖에 없었으니 기갑부대는 없어도 되겠지만... 기동에 사용할 수 있는 병력이 기마경찰 2개 중대뿐이라는 것은 뼈아팠다.

루마니아군 참모부의 후방본부장이 쿠데타군의 활동을 묵인하고 있어 독일이 보내주는 물자를 빼돌릴 수는 있었지만 기본적인 훈련 수준의 부족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국왕군이 쿠데타의 일시를 고민하고 있을 때, 소련으로부터 의외의 지원이 도착했다.

"국왕 폐하에 대하여.. 경롓!"

척! 대령 계급장을 단 젊은 특공대장의 구령에 맞추어 소련이 파견한 특공연대의 지휘관들이 미하이 1세를 향해 절도있는 경례를 붙였다.

소련군이 직접 조달했는지, 보낸 적도 없는 루마니아 군의 야전 전투복을 자연스럽게 차려 입은 다섯 명의 장교를 본 미하이 1세는 감탄했다.

"참으로 정예한 장교들이구려. 작전의 실행에 천군만마가 될 듯 하오!"

"감사합니다, 폐하."

특공대장은 가볍게 목례했다. 쿠데타군의 지휘관들 역시 감명받은 듯 했다. 쿠데타를 부추겨 놓고 전선에서 맹렬하게 밀어붙일 뿐, 이쪽의 사정은 나몰라라 하는 듯 하다가 갑자기 연락해 특수부대를 지원해주겠다는 이야기에 이들은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우리 근왕군의 작전 계획은 이러했소. 먼저 1연대의 2개 대대 병력을 시가지로 진출시키고, 4연대 전체 병력이 총사령부 건물을 포위하고..."

쿠데타군이 언제부터 쿠데타를 그렇게 많이 해봤겠냐만은, 이들의 계획은 사실 어느 정도 요행수에 의지하는 면이 있었다.

총사령부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최소한의 경비병력이 저항한다면? 경비병력이 결사의 저항을 하고, 만약 총사령부에 있어야 할 안토네스쿠가 마침 다른 곳에 있다가 붙잡히지 않는다면?

다른 도시에 있는 경찰병력이나 전선의 사단이 단 1개라도 후방으로 돌려져 진군해온다면 이들은 막을 방법이 없었다.

물론 쿠데타군은 이렇게 역설했다. 실제로 병력을 지휘하는 중대장, 대대장급의 하급 장교들은 계획 유출의 우려때문에 다 포섭하지는 못했지만 군부정권이 참여한 이 전쟁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군부는 대 루마니아를 금방 회복할 수 있을것처럼 선전했으나 한때 이웃이었던 유태인들을 강제로 연행하는 독일의 내정간섭이나 고위 지휘관들의 졸렬한 지휘에 실망해 있었다. 만약 쿠데타군이 국왕을 앞세워 이들의 투항 및 전향을 요구한다면 얼마든지 전향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폐하, 그리고 여러 장군 각하. 혹시 저희가 한 가지 제안을 해도 될런지요?"

"아, 그러시오. 대령의 의견을 듣고 싶구려."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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