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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탈린이 되었다-22화 (22/300)

# 22

22화

북대서양을 매일같이 누비는 150척의 유보트 함대는 기존의 유보트를 개량한 최신식 21형 유보트를 12대나 배치받았다. 바다를 질주하는 위풍당당한 크릭스마리네와 추축군의 연합 수상함대는 그야말로 위엄이 넘쳤다.

또, 독일 전차기술의 총화라고 할 수 있는 중전차들은 이제 양산을 앞두고 있었다. 여기에 미사일과 항공기까지, 독일의 과학기술은 그야말로 세계 제일!!

이 위대한 무기들을 미리 도입하도록 지도한 본인의 혜안에 감탄하며 총통은 전장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들을 심드렁하게 뒤적거렸다.

"빌어먹을, 최고위급들이라는 것들이···"

최고위급이라기보단 최고 멍청이들이 아닐까? 나치당의 고위 당직자들-괴링, 힘러 등-은 제각기 자기 잇속을 챙기는데나 몰두했다.

먼저 우리의 ‘제국원수’ 헤르만 괴링 각하. 제 3제국의 모든 날아다니는 것은 자기 관할이라고 우기는 이놈의 손에서 항공모함에 올릴 정예 비행단을 빼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총통 각하! 제게서 진정 저들을 빼앗아 가실 생각이면 차라리 절 죽이십시오!’

굳이 강권해서 모르핀을 끊게 만들어 살이 빠지기는 했는데··· 욕심은 단 한푼도 빠져나가지 않은 것 같았다. 물론, 굳이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다.

다만 오만 군데에 괴. 링. 이름을 덕지덕지 붙여 주었어야 했을 뿐이지.

"<황금금강석곡엽검 기사십자 철십자장을 수훈한 제국 대원수 헤르만 괴링 기념 기갑척탄군단> 하고 <제국 대원수 괴링 기념 7호 주력전차 ‘뢰베’> 라니··· 내 참."

어처구니가 없지만 아무튼 이런 걸 두 번이나 약조받은 후에야 괴링은 그라프 체펠린에 올릴 항모비행단을 자기 관할에서 빼내 해군으로 이관하는 데 동의했다. 추가적으로, 공군 야전기갑사단 두 개까지 요구했지만···

"무장 친위대에도 기갑사단이 더 필요합니다! 공군에 대체 왜 기갑사단이 필요한 것입니까? 대체!"

힘러는 SS에도 기갑사단이 추가적으로 배속되어야 한다고 땡깡을 부렸다. 괴링에게 무장친위대 최고 계급에 준하는 특별 지위를 주고 괴링의 이름을 붙이고 그를 명예 군단장으로 하는 기갑 ‘군단’을 하나 SS에 창설하겠다고 한 후에야 결국 항모비행단 문제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꼭 당뿐만이 아니었다. 군부의 장군들은 정부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제각기 마음대로 작전을 수행했다. ‘임무형 지휘체계’ 라나?

"병신 같은 놈들···"

그러고서 이겼으면 모르지만, 소련 하나 정리하지도 못하다니.

총통 그 자신이 세운 전략과 그가 도입한 무기들 덕분에 프랑스와 대서양에서는 승리했다. 물론 총통 본인이 잘 몰랐던 점도 있지만, 동부전선은 전적으로 육군의 손에 맡겨 두었더니··· 이게 무슨 꼴인가?

그나마 롬멜 정도가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하고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롬멜은 폭풍같은 진격을 펼치고 있었지만 동부전선의 명장들은 제각기 다 죽을 쑤고 있었다. 모델은 방어적인 전장이 되어서 실제 역사보다도 훨씬 더 뛰어난 방어전을 벌써부터 펴고 있기는 했다만 당초 목표인 아르한겔스크-아스트라한은 아스라히 멀었다.

작전적인 측면에서 독일이 거둔 이득은 이제 크게 한번 전략적으로 돌려받을 때가 되었다. 함대를 잃어버린 영국을 몰락시키고 유럽과 북아프리카, 그리고 중동까지 3대륙을 석권한다!

그 후로는 모든 자원을 끌어모아 소련을 굴복시키고, 일본을 도와 미국과 최후의 일전에 돌입하는 것. 그것이 그의 목표였다.

일본은 미국 앞에 무릎꿇어야 했다. 이 굴욕의 역사, 치욕의 나날을 미래에서 지워버리기 위해 그는 모든 수단을 다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특히 소련의 저항이 지금처럼 완강하다면 더더욱.

"총통 각하, 카디스에서 통신이 도착했습니다."

"그러한가."

그가 가장 신임하는 장군 중 하나, 되니츠가 집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었다. 이제 곧 라스푸티차가 올 것이고 소련군은 소강기 이전 마지막 공세를 시도하고 있었으나 장군들은 그에게 괜찮다는 보고만을 올렸다.

괜찮지 않다면? 장군들의 모가지가 괜찮지 않게 되겠지.

국방군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충성하는 장군. 발터 폰 라이헤나우는 그에게 간곡히 증원, 특히 전차부대의 증원을 호소했다.

그가 소속된 남부집단군은 중부집단군에 비해 맡아야 할 영역은 넓은 반면 전차부대는 훨씬 적게 배치받아 불리한 입장에 서 있었다.

그러나 총통은 차갑게 잘라 버렸다. 지금 병력으로 옥쇄하던가. 혹은 승리해서 적을 전멸시키고 우위를 차지하던가.

억지인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으나 독일은 지금 그것만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산업의 체급은 소련보다 훨씬 밀리고, 그를 극복하기 위해 정예 병력과 강력한 신병기들을 개발하고자 했지만 일선과 사령부의 요구사항이 달랐고, 또 아프리카와 동부전선의 요구사항이 달랐다.

결국 총통이 나서야 조율이 가능했고, 그렇게 온갖 기능이 덕지덕지 붙기는 했어도 위력 하나만은 끝내주는 신병기들이 탄생했다. 음, 역시··· 그는 내심 흡족했다. 머릿수만 많은 열등한 소련 것들은 독일 제국의 놀라운 병기들 앞에 무릎꿇을 것이다.

실제 상황과는 한참 거리가 있지만 총통은 아무튼 그렇게 생각했다.

"예정대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총통 각하. 영국의 본국함대와 지중해 함대 역시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도록 하게."

영국을, 그리고 북아프리카를 정리해야 한다. 이쪽 방향을 정리하고 나오는 잉여 병력과 자원을 모조리 동부전선, 그리고 일본을 지원하는데 써야 한다. 최대한 빠르게. 아무리 늦어도 45년 전까지는.

카나리스도 모르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힘들었다.

힘러는 오컬트에 푹 빠진 멍청이여서 도저히 신뢰하기 어려웠지만 아무튼 충성스럽기는 해서 비밀 사업을 맡길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일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우라늄 원광을 조금씩 모으는 것은 어려웠다. 소련과 호주는 적국이었고, 남미에서 조금씩 나는 것을 간신히 확보해 가져와야 했다. 정제와 농축에 이르면? 그건 대체 어떻게 돼먹은 짓인지···

과학자들을 시켜 기존 연구를 참조하려 해도 미국과 연합국 정부들이 대부분 기밀처리 시켜버려서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실험을 해보려 해도 가능할만한 곳은 비시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나 이탈리아 식민지 리비아의 사막이었지만 거기에서 실험하는 것이 기밀 보안에 좋을 리 없었다.

이러니 핵개발은 더딜 수밖에. 하이젠베르크를 불러 조인트라도 걷어차고 싶었지만 그래선 될 일도 잘 될리 없다.

일단 영국을 정리하자. 영국을 끝내고 생각하자. 최고의 중전차와 폭격기와 항공모함과 핵폭탄까지!

소련을 때려 부술 수단은 많으면 많을수록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해군 작전본부실에는 해군의 내로라 하는 고위급 장군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상황장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보고를 정리해 작전 계획도를 수정하고 있었다.

"영국 본국함대의 주력 전함 중 HMS 로열 소브린, HMS 라미레즈 두 척과 최소 세 척으로 이루어진 순양함 전대, 그리고 항공모함 HMS 퓨리어스는 아군의 전함 비스마르크를 격침시키기 위해 스캐파 플로를 떠났습니다.

나머지 본국함대의 HMS 넬슨과 HMS 로드니, 순양함 전대, 그리고 항공모함 페가수스는 포츠머스에서 '상륙 작전'을 저지하기 위해 출격 대기상태를 유지중입니다. 본국함대의 거함 모두가 작전 중인 것이 파악됨에 따라 지브롤터를 즉시 지원하기 위해 올 수 있는 영국 함은 사실상 영에 가깝습니다."

"지중해함대의 HMS 버램과 HMS 말라야, 그리고 항공모함 아크 로열은 알렉산드리아의 모항을 출발해 지중해에서 아군의 보급 선단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지중해에 전개시킨 유보트 2개 전대가 초계중이기에 손실을 감수한다면 기습이 가능합니다."

"무장친위대의 오토 슈코르체니 대위가 이끄는 파괴작전조가 지브롤터 기지에 잠입하여 기지의 창고로 가는 통로를 폭파시켜 암반 붕괴를 유도하고, 아군의 수상함대와 스페인 육군의 합동작전으로 육해상에서 적의 물자 수송을 봉쇄할 것입니다.

2항공군 예하 1개 항공군단이 코르도바에 집결하여 지브롤터를 폭격할 준비를 끝마친 상태입니다. 신형 폭탄의 실험 역시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후속으로 투입할 제7공수사단과 이탈리아의 폴고레 공수사단도 대기중입니다."

레더 제독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런 것은 도무지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어찌 보면 굉장히 간단하건만.

무식하게 큰 폭탄을 깊게 때려박아서 안에서 폭발시키면 요새를 때려부술 수 있다. 총통이 제안한 것은 그러했다. 난공불락이나 다름 없는, 수십 수백 미터의 천연 암반속에 자리잡은 지브롤터 요새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에 대하서 너무나 간단한 해답을 그는 내놓았다.

지브롤터는 봉쇄한다고 해도 공략할 수 없다면 병마개로 지중해를 가두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브롤터를 공략하기 위해 묶인 함대가 영국 본국함대와 지중해 함대에 의해 협공당해 갇힐 뿐이다.

최대한 빨리 지브롤터를 뚫어 버려 운신의 자유를 확보해야 각개격파를 노릴 수 있다. 이 '지진폭탄' 몇 방을 꽂아 주면? 아무리 암반을 깎아 만든 요새라도 붕괴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 스스로가 위력시험을 관전하였기에 알 수 있었다.

괴링은 항공기가 이런 역사적 과업을 달성한다는 것이 마냥 자랑스러운 지 우쭐대고 있었다. 괴링의 그런 허세를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그의 공군이 일등공신이나 다름 없었다.

물론 해군의 작전으로 제공권을 다툴 적의 함대와 공군이 분산되어 있고, 아프베어의 첩보작전으로 영국을 기만한 것 역시 중요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괴링에게 그런 것이 중요하지는 않은 듯 했다.

레더 제독 역시 속이 쓰리긴 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함포로 5톤짜리 폭탄을 쏠 수는 없다. 독일 제국과 크릭스마리네의 자랑, 비스마르크의 52구경 38cm 함포로도 고작 300kg짜리 포탄을 쏘아내는게 전부다.

총통이 흘리듯 전한 말에 의하면-어떻게 알았는지는 의문이지만 총통이 일본에 보이는 애정을 생각하면 이해는 되었다-일본의 최신형 기밀 전함은 포탑만 1천 톤에 16인치 주포를 달고 1500kg에 달하는 포를 쏘아댄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운영하느니 차라리 항공기 몇십 대를 생산하는 게 해군인 레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나을 것 같았다. 하물며 5톤짜리 거대 폭탄이라면?

"'그로서 융에' 말일세, 그것이 몇 발이나 준비되어 있는가?"

총통은 직접 고안한 항공폭탄에 이름까지 붙여 두었다. '그로서 융에', 키 큰 소년이라는 뜻의 이 네이밍을 다들 그럭저럭 마음에 들어 했다.

"총 28발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독 각하. 폭탄 자체의 설계가 간단하여 근시일 내로 충분한 양을 생산할 수 있으리라고 조병창에서 보고하였습니다."

"음? 저 폭탄이 그렇게 간단한가?"

"예 그렇습니다 각하. 5톤이 넘지만 무게의 절반 이상이 장약으로 채워져 있고 회전할 수 있도록 꼬리날개의 길이를 늘렸다고 합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무슨 저런 듣도보도 못한 무식한 물건을...

"크흠, 아무튼 폭탄이면 잘 터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다들 실험 데이터에 대한 보고는 받았나?"

알제리의 사막에서 실험해본 결과 수십 미터의 화구가 생기고 폭발하며 버섯구름이 생겼다. 보고는 간단했다. 이 폭탄은 존나 크고 짱 쎄다. 지브롤터의 요새가 만만해 보일 정도로.

지금 있는 가장 큰 폭격기를 이 폭탄 한 발을 운반하기 위한 전용 기체로 개조해야 했고, 그나마도 항속거리와 비행고도가 답이 안 나왔으며, 따라서 제공권을 압도적으로 장악하는 수고를 들여야 했지만 아무튼 요새나 구조물을 박살내 버리는데는 압도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

"이것을 지지부진한 동부전선에서 잘 써볼 방법이 없겠습니까?"

어떤 제독이 문득 의문을 제기했다. 지지부진하다는 수식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몇몇 장군들이 이맛살을 찌푸렸지만 사실 그다지 반박할 말이 없었다.

아스트라한-아르한겔스크라는 원대한 목표에 비하면 현재 진격 현황은 너무나 초라했기 때문이다.

"현재 아군의 진격을 가로막는 요새화된 도시나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요새 건물 자체를 공략하는데는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것 같습니다만... 저들이 참호를 파고 버티는 데에는 별 소용이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시가전을 치르는 경우 적 보병들이 숨어 도사리고 있는 건물들을 일시에 파괴해 소탕이 가능할 듯 합니다. 총통께서 말씀하신 대로 '지진 폭탄' 이기에 건물의 축대를 흔들어 붕괴시킬 수 있고 붕괴된 건물 속에 적군을 묻어버리고 도시를 장악할 수 있으리라 예측합니다."

다들 동의를 표했다. 이 폭탄을 수백 발 정도 만들어서 강철같이 요새화된 소련군의 방어선에 쏟아붓자. 저들의 도시를 폐허로 만들고 병사들을 처참하게 찢어 죽이다 보면 언젠가 소련은 항복하겠지. 프랑스가 그랬던 것처럼.

뭐, 영국부터 일단 때려부수고 생각할까? 이전이었다면 결코 그렇지 못했겠지만··· 이들은 오래간만에 맛보는 달달한 승리의 맛에 취해 있었다.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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