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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탈린이 되었다-20화 (20/300)

# 20

20화(부분수정)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나'는 의외로 나이가 많았다. 아니, 장군들이 젊은 것이라고 해야 하나?

위엄찬 콧수염 때문에 노인네인줄 알았던 부됸늬는 '나' 보다 다섯 살이나 어렸다.

주코프나 코네프는 각각 18살, 19살 차이였으니 거의 조카뻘이나 다름없고... 스탈린의 아들인 야코프 주가슈빌리보다 열 살 남짓 많은 것이었다.

실제 역사에서 최연소 전선군 사령관을 지내는 이반 체르냐홉스키까지 가면 아예 야코프하고 동갑이었다! 야코프는 대위 때 독일군 포로가 되는 걸 생각해보면 사령관이 대위보다 열 살정도나 많은 것이다.

어쩐지, 저들은 젊었다. 패기도 넘쳤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500만을 잃어버린 실제 역사에 비해 지금까지 손실은 100만 전후 정도로 집계되었다. 기갑 전력과 항공 전력 역시 2만 대씩 잃어버린 실제 역사에 비하면 1/4 정도의 손실이나 났을까?

아마 장군들은 자기네들의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럴 만도 했다. '나'는 철저히 전면 지휘에 나서는 일은 피했고, 정보부가 가져다준 것처럼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수집된 지식을 버무려 사용하기 좋게 가져다 주었다.

이 정보들에 입각해 지휘를 한 것은 장군들이 맞았다. 그러나 정보를 가져다주고, 막대한 인구를 징병하고 훈련시키고 편제하여 배속시켜 주는 한편 수천 가지의 물자들을 적절하게 공급하는 일은? 바로 '나' 와 휘하의 관료들이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쩐지 불안했다.

"라스푸티차가 오기 직전 저들을 지금 고수중인 방어선에서 몰아내야 할 것입니다. 구축한 방어선에서 물러난 저들은 아군과의 불리한 교전을 피해 뒤로, 뒤로 끝없이 물러나던가 아니면 진흙탕 속에서 참호를 파고 진지를 구축하는 끝없는 소모를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저들에게 훨씬 더 큰 피해를 강요하고자 한다면 지금이 바로 적기입니다!"

내가 생각에 잠긴 줄도 모르고 키르포노스는 다른 참석자들 앞에서 우렁차게 연설하고 있었다. 기갑 전력을 다수 상실한 북서집단군이나 기갑 전력들을 다른 전선군에게 몰아준 채 레닌그라드를 우주요새로 만들고 있는 북부집단군 같은 곳들과 달리 남부는 끝없이 전력을 보충받고 있었다.

나치 독일의 남부집단군 80만, 루마니아군 30만을 상대하는 남부전구에는 거의 200만에 이르는 병력과 대부분 경전차기는 해도 9천 대에 가까운 기갑차량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돈 강가의 대도시 자포로제에서 편성중인 2개 야전군 16만까지. 종심 작전을 화려하게 전장에 데뷔시키기 위한 준비는 차근차근 완료되어가고 있었다.

주코프와 키르포노스는 내게 호언장담을 했다. 작전은 완벽했다. 베테랑들을 초기에 몽땅 잃어버리지 않은 붉은 군대는 실제 역사의 이 시점보다 훨씬 훈련도가 높았고, 감투정신 역시 갖추고 있었다.

개인 무장부터 포병 화력, 기갑 전력에 항공기 전력까지-물론 제공권은 전혀 가지고 있지 못했지만- 최소한 실제 역사보다는 더 나았다. 선진화된 교리에 부됸늬 대신 주코프까지 주었건만... 대체 머리 한 구석을 자극하는 이 께름찍함은 무엇일까?

‘주코프는 너무 위험하다고’

내 안의 스탈린은 내가 혼자 있게 되면 그렇게 속살거렸다. 패배한 장군은 국가의 존망을 위협하지만, 승리한 장군은 정권의 존망을 위협한다.

나는 주코프의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품을 수도 있는 욕심을 의심할 뿐. 베리야 역시 내가 가진 이 께름찍함을 잘 알았는지 때때로, 지나가는 듯한 말로 ‘내’ 망상증을 자극했다.

주코프의 가족들은 아직 모르고 있지만 이미 엄중한 감시 하에 놓여 있었다. 진짜 모를 지는 나는 모르고 베리야만 알겠지만···

그의 '사보타주', 혹은 ‘반란 모의'가 적발될 경우 주코프의 가족과 친지들은 즉시 굴라그에 끌려가 다시는 바깥 공기를 맡아볼 수도 없게 될 것이다. 베리야는 내 의심의 눈길이 향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눈치챘는지, 그들의 동향에 관한 의심스러운 정보들을 끝없이 찾아내 내게 가져왔다.

"서기장 동지, 이번 주의 '국내 동향 보고' 입니다."

독대하는 자리에서 베리야는 살살 웃으며 내게 군부의 동향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원수나 대장 급 고급 군인들은 다들 이미 한 번쯤은 ‘수상한 행동’ 이 보고된 바 있었다. 자세히 읽어 보면 그저 정황뿐이거나, 악의를 가지고 해석해야 수상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보고서에는 숨겨진 악의가 넘실거렸다.

베리야를 왜 군인들이 싫어하는 지는 지금까지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전쟁을 거치며 비대해진 군부는 충분히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었다. 러시아 혁명 자체가 극히 중앙집권적인 정부-지금 소련이 그렇듯-를 수도의 무력쟁취 한번으로 이루어낸 것 아니던가!

실제 역사의 스탈린은 그런 의심병에 끝없이 시달리며 자기가 정적이라고 생각한 측근들을 끊임없이 쳐냈다. 그리고? 결국 믿는 흐루쇼프에 발등을 찍혔다.

"서기장 동지? 혹시 지시하실 사항이 있으십니까?"

"아니, 잠시..."

분노와 의심의 냄새를 맡으려는 듯, '스탈린의 사냥개'는 내게 연신 킁킁대며 자기 촉을 들이대고 있었다. 이런 태도로 베리야는 죽기 전까지 스탈린의 의심을 피했을 것이다.

정작 실제 역사에서 스탈린의 의심을 받아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난 몰로토프 같은 사람은 끝까지 충성했다. 반면, 스탈린 치하에서 신임받고 승승장구한 흐루쇼프나 베리야 같은 사람들은 헌신짝처럼 스탈린주의를 내쳐 버렸다.

그렇다고 지금 시점에 '미래의 배신자'들을 모조리 숙청해버릴 필요는 없었다. 몰로토프가 꽤 유능한것처럼 흐루쇼프나 베리야 역시 자기 자리에서 내가 시킨 일들을 충분히 잘 하고 있었다.

베리야는 핵무기 개발 공정을 척척 진행시켜나가고 있었고, 흐루쇼프는 정치장교로서 전선에서 활약했다. 미래를 보고 손대려 해도 차마 손대기 미안할 만큼. 그러니 의심병자 스탈린이 신임했겠지?

아무튼 소련은 인재가 필요했다. 한 명도 허투루 낭비한다면 병사들의 피가 더 흘러야 했을 테니.

혁명 이전의 러시아는 개판이었다. 그리고 혁명 이후라고 그다지 달라질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고위에서 중견 관료층이나 식자층들이 쓸려나가서 더 개판이 되면 되었지.

적백내전과 소비에트-폴란드 전쟁을 거치며 능력 있는 군인들이 승진해 자리를 채우고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며 견실한 중견 관료층을 육성하기는 했다. 그러나 유능한 관료들 역시 현지 세력들과 결탁해 자기 잇속을 채우는데 열심이었다. 유능한 만큼 더 해처먹는 경우도 있었고.

그래서 스탈린은 대숙청으로 버러지같은 인간들을 다 쓸어내버리는 초강수를 두었다. 하지만 이는 신생 국가 소련의 인재 부족을 극명히 드러낼 뿐이었다.

애초에 대숙청 이전에 소련은 진짜 근대국가 조무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막나가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대숙청 이전에는 군부는 피 튀기는 파벌싸움을 하며 노골적으로 반란을 암시했고, 주민들은 배급을 받기 위해 당원증을 싣고 가는 마차를 습격했다.

우랄 지역당조직과 공공사업체들은 막대한 공업기반시설 투자가 예정된 돈바스나 벨라루스 지역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서로 짜고 거대한 규모의 사기극을 펼쳤다. 그놈들은 우랄에 막대한 에너지 자원들이 묻혀 있다는 새빨간 구라를 치고 대규모 공업단지(콤비나트)건설 계획을 따갔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사업을 자기네들의 이득을 위해 저렇게 개입해서 망쳐놓은 것이다.

안보상의 필요, 즉 서쪽에서 공격해오는 적군이 접근해오기 어렵다는 이유로 우랄 산맥의 도시 건설들은 나름의 효과를 가지기는 했다.

결과적으로, 독일 공군은 항속거리의 문제로 우랄 산맥의 마그니토고르스크나 스베들롭스크, 첼라빈스크에는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이 세 도시들은 독소전 전쟁 기간동안 막대한 전쟁 물자를 안전하게 쏟아낼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중앙당을 속여먹고 자기네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태도들은 수도 없이 발견되었다. 그나마 중앙에서 스탈린이 키워낸 관료들이 지방을 어느 정도 장악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대숙청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전히 이 나라는 너어어어무 넓었고, 인재는 부족했다. 원래 역사의 기억을 싹싹 뒤져 굴라그에 끌려갔던 인재들을 어떻게든 빼오게 할 정도로.

"박사의 노고에 대해서는 잘 알겠소. 그러나 이런 '감시'는 불가피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오. 지금 이렇게 전쟁이 터진 것을 보면 알겠지만 파쇼 스파이들은 언제나 우리 국가를 사보타주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부득이한 희생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으면 하오. 내가 이렇게 사과하겠소."

내 정중한 인사에 코롤료프는 황망해 몸둘바를 모르고 허둥지둥 했다. 뒤에 도열한 로켓기술개발의 공로자들 역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특히, 코롤료프의 라이벌이자 그를 고발해 엔카베데에 잡혀가게 했던 글루쉬코는 더더욱.

모자까지 벗고 흰머리가 돋은 머리꼭대기가 보일 정도로 깊이 숙여 인사하는 나에게 그가 감동했을까? 마흔도 안 된 젊은 학자에게 권력의 정점에 오른 늙은 독재자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 독재정권을 살아본 적이 없는 '나'와 그 서슬퍼런 칼날을 겪어본 그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정도 퍼포먼스는 그를 위해 해줄 수 있었다. 소련이 낳은 최고의 천재 중 하나인 세르게이 코롤료프, 그를 위해서라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최초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인간을 우주에 최초로 보내는 데 성공한 이가 바로 코롤료프였다.

이 천재는 실제 역사에서는 과학자들을 가두는 특수 수용소에서 제대로 된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통조림처럼 틀어박혀 요원들의 감시와 상부의 타박을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전쟁이 끝나면, 여러분들에게 최대한의 지원을 할 것을 내 약속하오. 이 몸뚱이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하하하!"

내가 호탕하게 웃자 더러는 비굴하게 웃으며 손을 비볐고 더러는 손사래를 치며 서기장 동지는 천수를 누리실 것이라고 아부를 했다. 코롤료프는 둘 다 아니었다. 그저 최대한의 지원이 무엇일까 궁금해했을 뿐.

"액수를 말해 주는 것이 제일 좋겠지. 100억 단위요. 100억."

모두의 입이 딱 벌어졌다. 인간을 달에 보내는데는 루블보다 훨씬 가치가 높은 달러로 비교해도 200억 달러가 넘게 들었다. 미국은 1961년부터 1969년까지 230억 달러를 썼으니.. 연간 30억, 루블로 따지면 백억을 넘긴다.

"코롤료프 박사, 그대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총괄이 되어 인류가 우주에 이르는 것, 특히 달에 착륙하는 것을 총지휘하게 될 것이오. 시한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아무튼, 이렇게 먼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내 계획을 말해주겠소."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우주개발사들을 쭉 읊어 주었다. 스푸트니크 발사, 위성궤도에 라이카를 올리고 달 탐사선을 쏘아 올리는 경쟁을 하고.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위대한 소련의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소련인을 달 표면에 보내는 것까지!

"그대가 총괄할 설계국에서는 로켓과 우주에 관련한 모든 사업들을 책임지게 될 것이오. 엔진, 전자장치, 제어측량기기, 말만 하시오. 무엇이든 그대가 필요로 하는 부문들은 그대 휘하로 넣어줄 테니. 박사가 개발한 산물들을 다른 설계국들이 빌려가면 되지 않겠소?"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 어떤 설계국도 저만한 권한을 부여받지는 못했다. 대부분 한 분야에서 여러 설계국들이 경쟁하며 국가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아무리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여러 분야가 협조해야 한다고 하여도··· 저렇게 거대한 권한을?

"정치국에서 일차적으로 원하는 것은 이렇소. 대략... 2톤 정도 되는 탄두를 달고 200km 혹은 그 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탄도체 로켓을 만드는 것. 이것을 해낼 수 있다면 박사에게는 그 이후, 수십 년간 이 나라의 과학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이 주어질 것이오. 가능하겠소?"

코롤료프는 침을 꿀꺽 삼켰다. 확실한 목표가 주어졌다. 전폭적인 지원 역시 약속되었다. 그리고... 거부한다면 다시 그곳에 들어가야 할 수도 있었다. 굴라그라는 지옥 속으로.

그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까짓거, 만들면 되는거지!

"좋소, 아주 좋소."

흡족한 얼굴로 박수를 치는 서기장을 보며 코롤료프는 다시 한번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뒤의 학자들을 돌아보았다.

얀겔, 글루쉬코, 첼로메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굴라그에 처박혀 있던 자신이 우주 프로젝트의 독점적인 총책임자가 되었다.

물론 순식간에 올라온 만큼 순식간에 다시 내려가야 할 수도 있겠지만... 저 모든 설계국과 엔지니어들을 총괄하는 자리. 권력에 그다지 욕심은 없었지만 이 정도의 대우는 꿈조차 꿔보지 못했을 만큼 대단하지 않은가?

시간이 지난 후 코룔로프는 서기장과의 독대를 마치고 걸어나왔다. 서기장이 자필로 적어 준 목표들과, 어디서 알아왔는지 모를 설계 개념도들을 가지고서.

우주개발에 대해서는 추상적이고 간단한 내용만이 적혀 있었다. 꽤나 오랜 시한-5~10년 단위의-을 두고서 무엇을 할 것이다 정도나 될까? 하지만 이는 오히려 크렘린이 그 기간동안 우주사업에 투자할 것을 반증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지금은 전쟁에 쓰일 물건을 미리 만들어주며 능력을 입증해야 하겠지만. 그는 제시된 ‘무기 로켓’의 설계도를 보며 머릿속으로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 그의 팔을 붙잡아 끌기까지.

"헉! 누··· 누구.."

"쉿, 조용히 하십시오. 코룔로프 동지."

복도 구석에서 그의 팔을 붙잡은 엔카베데 요원은 목소리를 낮추어 몇 가지 경고사항들을 전달했다.

굴라그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특급 기밀을 접한 이상 가족들과 연락하지 말 것. 그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전쟁이 끝나고 최소한 2차 목표가 달성된 이후가 될 것이었다.

굴라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아내는 그에게 이미 이혼서류를 전달했다. 아마 엔카베데나 주위의 압박이 있었겠지.

그렇게 이해하면서도 그는 어쩐지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당신이 그 시간만 참고 나를 기다려 주었다면... 최고가 되어서 이렇게 돌아왔을 텐데.

물론 엔카베데 요원은 그에게 주어질 호화로운 대우에 대해 알려주었다. 소비에트 연방의 장관 대우를 받는 항공우주부의 총장 자리, 넓은 집과 전용 차량, 그리고... 여인에 대해서도.

아내와 이혼하고 홀몸으로 또 다시 굴라그나 다름없는 곳에서 기밀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할 그에게 외국의 미녀 스파이가 접근한다면?

"혹여나 그런 일이 생겨서 기밀이 유출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핫."

요원은 요원답지 않은 친근한 표정으로 웃으며 몇 장의 서류를 그에게 건넸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미녀들의 사진이 하나씩 박혀 있었다. 이 중에 한 명을 고르면 되는 것인가? 그는 그의 눈을 제일 끄는 한 명을 골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이젠 아예 동업자라도 된 것 마냥, 요원은 낄낄 웃더니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뭘 그리 한 명만 들여다 보고 있으십니까? 그들 전부입니다. 전부."

"...예?"

알면서 그래? 요원은 명백하게 그렇게밖에 해석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생각이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붉어진 것을 그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베리야 각하의 사과 겸... 호의입니다. 그렇게 알고 계시라고 전하셨습니다. 잘못된 수사로 고초를 끼친 점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가지고 계시며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요원은 친근하게 그의 등을 두드리곤 복도 모퉁이를 넘어 휙하니 사라졌다. 그가 떠난 이후에도 코룔로프는 서류 한 뭉치를 붉어진 얼굴로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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