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145화 (145/151)

145화

슈슈크크는 강기찬을 죽이고 싶었다.

강기찬에게 사기를 당하지 않았나.

1천 조 코인을 주고 경험치 10배 쿠폰을 받았다.

허수아비의 논밭에서만 쓸 수 있는…….

그렇지만, 강기찬을 지켜줘야 했다.

어쩔 수 없었다.

몇 주 뒤에 소원권을 받아야 하니.

강기찬이 죽으면 소원권이 날아가는 거다. 계약상, 그 전에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강기찬(Lv. 50,000(별 13)) : 갑자기 왜 나를 지켜준다고 하는 거지? 누가 나를 노리기라도 하나?]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까로로우가 너를 죽이려고 한다.]

[강기찬(Lv. 50,000(별 13)) : 현실에서?]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그렇다,]

[강기찬(Lv. 50,000(별 13)) : 행성이 다른데… 나한테 오는 방법이 있나 보지?]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그렇다,]

[강기찬(Lv. 50,000(별 13)) : 잘됐네.]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뭐……?]

슈슈크크는 당혹스러웠다.

강기찬의 반응이 예상을 벗어났으니.

두려워할 줄 알았다.

그런데 도리어 잘 되었다니.

강기찬이 평범한 행성인이 아닌 건 알았지만, 우주 랭킹 2위가 제 목숨을 노리러 온다는데 환영할 줄은 몰랐다.

강기찬이 거기에 정점을 찍었다.

[강기찬(Lv. 50,000(별 13)) : 까로로우가 안 오면 내가 부르려고 했는데.]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뭐? 네가 부르려고 했다고? 진심이냐?]

강기찬은 우주 랭킹 2위, 까로로우를 부르려 했단다.

도저히 믿기 어려운 얘기.

혹시나 허세가 아닌가 했는데…

[강기찬(Lv. 50,000(별 13)) : 어, 까로로우 와준다니 마침 잘됐네. 아! 너도 올래?]

강기찬의 목소리가 활기차다.

허세가 아닌가 보다.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나도 오라고? 아, 그래. 가야지.]

슈슈크크는 안 그래도 강기찬에게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강기찬의 어조가 참 희한했다. 무언가 자신을 지켜달라고 와달라는 게 아니고, 놀러 오라는 느낌이랄까?

[강기찬(Lv. 50,000(별 13)) : 아, 맞다! 가능하면 다른 애들도 데리고 와 줄 수 있어?]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뭐?]

[강기찬(Lv. 50,000(별 13)) : 최상위권 애들 데리고 와 줄 수 있냐고.]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안 된다. 남의 행성으로 쉽게 갈 수 없다. 너하고 까로로우가 특별한 경우지.]

[강기찬(Lv. 50,000(별 13)) : 그러면 네가 최상위권 애들한테 귓속말이라도 해서 내 초대 좀 받아달라고 해주라.]

강기찬은 이번에 최상위권 유저들을 섭외하려고 했다.

그러나 다짜고짜 초대하면 거절할 이들이 많을 터.

그래도 슈슈크크가 연통을 넣어두면 초대를 승낙할 가능성이 커질 터.

슈슈크크는 명색이 우주 랭킹 1위 아니던가. 강기찬이 말하는 것보다는 설득력이 있으리라.

그래서 부탁하는 것이다.

강기찬의 소환을 거절하지 말아 달라고.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대체 뭐 하려고?]

[강기찬(Lv. 50,000(별 13)) : 그건 미리 말하면 재미없지, 오면 말해줄게, 아니 오면 알게 될 거야…….]

* * *

강기찬이 소환을 하자 최상위권 랭커들이 속속 도착했다.

‘전부 다 거절하지 않을 줄이야…….’

최상위권 랭커들 중 단 한 명도 소환을 거절하지 않았다. 슈슈크크에게 대신 말 좀 잘 전해달라고 한 게 유효한 거지 싶었다.

그리고 그들은 오자마자-

피슉! 피슉! 피슉! 피슉! 피슉! 피슉!

-포탑의 공격을 받았다.

강기찬이 사전에 깔아둔 포탑이었다.

“이, 이게 뭔……!”

“으아- 으아아아!”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게임 속에서야 포탑의 빛 레이저가 아프지 않았지만, 여기는 현실 아닌가. 살갗이 타들어 가고 장기를 관통해버리는데 참을 수가 없을 것이다.

도망가든 강기찬을 노리러 오든, 어느 것도 할 수 없었다.

고정 데미지라 그 어떤 방어력도 무시, 즉 10방을 맞으면 죽는 거라서.

이내 소환한 유저들이 전멸해버렸다.

곳곳에 설치된 포탑 수가 무려 198기나 있었기에 답도 없었다.

강기찬은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까로로우와 붙은 이후로도 다른 유저들과 더 붙었다.

매판마다 아군 & 적군 포탑을 18기씩 챙겼다.

13판을 맞붙은 결과, 포탑이 198기가 된 것.

덕분에‘한 회차 공격’에 198방을 쏘아 보낼 수 있다.

유저 한 명 죽이는데 10방이니, 한 번에 19명을 죽일 수 있는 것.

그에 맞춰서 한 회차에 19명 이하로만 소환했기에 최상위권 랭커들의 생존율은 0%였다.

이게 가능한 건 포탑의‘배치 형태’도 한몫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포탑은 모기향처럼 안에서 밖으로 원형으로 배치되었다.

그리고‘정중앙’에다가 최상위권 랭커를 소환했다.

일단, 소환만 해두면 어느 방향으로든 사정거리 밖으로 빠져나가기 전에 무조건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최상위권 랭커들을 정중앙에 소환하는 게 핵심이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포탑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을 테니까.

포탑이 하나라도 그럴 지인데 198기나 되었으니. 그걸 보고도 들어오는 건 자살행위일 테니까.

그래서 아무것도 모른 채‘포탑 감옥의 정중앙’에 소환하는 게 중요했다.

슈슈크크의 공이 컸다.

그가 압력을 넣지 않았다면 최상위권 랭커들을 소환하는 데 애먹었을 것이다. 한 명씩 소환할 구실을 만들어야 했을 테니, 시간도 정성도 어마어마하게 쏟아부어야 했을 것이다.

‘슈슈크크에게 고맙다고 절이라도 하고 싶네.’

강기찬은 만족스러웠다.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최상위권 랭커들을 몰살하고 있기에.

최상위권 랭커들을 불러서 죽이는 이유는 하나다.

우주 멸망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

최상위권 랭커들은 대체로 별이 900개 이상이다.

그러니 슈슈크크나 까로로우가 없어도 지구 멸망은 시간문제인 것. 그런 잠재적인 위험요소마저 제거하기로 했다.

‘이제 몇 명 남았지.’

직접 제작한 살생부를 들여다보았다.

이곳에 적힌 유저들만 다 제거하면 우주 멸망은 엄청나게 뒤로 늦춰질 것이다.

일전에 강기찬은 판단했었다.

현실적으로 제한된 시간 안에 별을 1,000개를 모을 수 없다고. 그렇다면, 그 시간이라도 벌자고. 최상위권 랭커들을 죽여버림으로써.

내가 위로 올라갈 수 없다면 남을 내려오게 하자. 지금, 이 작업이 남을 내려오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막 최상위권을 제거하고 상위권, 중상위권까지 내려왔다. 사실상 유저란 유저는 전부 다 몰살하는 형국이었다.

중간 점검을 했다.

‘슈슈크크하고 까로로우를 빼면 별 497개가 제일 많은 거네.’

우주 랭킹 1, 2위 빼고는 별 497개가 제일 많은 게 되었다. 최상위권 랭커들의 평균 별 개수가 대폭 낮아졌음을 의미했다. 우주 멸망이 엄청나게 뒤로 늦춰진 것.

‘슬슬 마무리를 지어볼까?’

유저를 전멸시킬 수는 없었다.

강기찬도 붙을 상대는 있어야지 별을 모을 수 있기에.

어쨌든 별 1,000개를 여유롭게 모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게 소기의 목적이었고 달성해버린 것.

마지막으로 슈슈크크하고 까로로우를 소환했다.

그들은 정면을 보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

‘저건 포탑?’

포탑을 발견한 것이다.

게임 속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망할…….’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다.

강기찬이 현실로 포탑을 빼내올 수가 있을 줄이야……!

이내 깨달았다.

소환을 수락한 것은 죽음을 수락한 거나 다름없다고.

피슉! 피슉! 피슉! 피슉! 피슉! 피슉!

피슉! 피슉! 피슉! 피슉! 피슉! 피슉! 피슉!

-포탑의 공격을 받았다.

단 두 명을 향한 198발의 빛 레이저!

둘의 신체가 뻥뻥- 구멍이 뚫리며 걸레짝이 되며 쓰러졌다. 그렇게… 우주 랭킹 1, 2위나 되는 거물들이 심히 허망하게 사망해버렸다.

띠링!

[슈슈크크님이 사망하셨습니다.]

[슈슈크크님과 맺었던 계약의 실효성이 소멸합니다.]

‘소원권을 쓸 수 있게 됐네.’

슈슈크크가 죽음으로써 계약의 실효성이 소멸, 소원권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슈슈크크… 내가 너 대신, 아주 값진 소원을 빌어주지.’

* * *

전체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수천 명이나 되는 유저들이 증발하듯 사망해버렸으니.

그것도 랭킹이 제일 높은 순으로…….

하나, 이것 또한 누군가에게는 기회였다.

보유 별 개수 497개로 최종우승은 일말의 기대도 안 하던 유저가 우주 랭킹 1위가 되었으니.

자신에게도 해 뜰 날이 온 거라 여겼다.

그때까지는 미처 몰랐지만.

자신이 살아남은 건 그저 별을 상납하기 위함이었음을.

* * *

이후로 게임은 단조로웠다.

시작하자마자 포탑을 대거 투입해 진격시켜 밀어버리면 되었으니.

포탑 수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

한 판 할 때마다 18기씩 늘어나 이제는 17,604기의 포탑을 보유하게 되었으니.

[강기찬(Lv. 50,000(별 999))]

강기찬의 별이 999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조금 전에 막, 마지막 판을 승리했고…….

띠링!

[별 999 → 별 1,000]

[축하합니다!]

[강기찬님이 최종우승하셨습니다.]

강기찬이 최종우승하는 것도 예정된 절차였다.

[강기찬님의 거주 행성인, 지구를 제외한 모든 행성이 소멸합니다.]

외계인들에겐 안 된 일이었으나, 행성 하나 빼고 다 소멸해야 한다면 강기찬으로서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게 지구인들 모르게 지구인들은 멸망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 * *

‘대강… 다 마무리한 건가.’

과거로의 시간 회귀.

그것을 위한 준비는 다 끝마친 상태였다.

윤택한 삶을 사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갖춰두었고.

지구가 멸망할 위기도 무사히 넘겨놓았으니까.

남은 건 지인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것뿐.

게임 폐인 생활, 그리고 대격변 이후의 은둔생활.

그로 인해 지인이 몇 없었다.

‘그래도 할 사람이 있긴 있지…….

지인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남기지는 않으려 했다.

‘내가 없어진 걸 알고선 쓸데없는 짓을 할 사람들은 빼야지.’

우선 청용, 백령, 주은, 앤드류, 경석, 맹인 검객, 기타 등등에겐 잠시 여행을 간다는 식으로 통보할 것이다. 언제든지 돌아올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반면, GM미르, GM자쟈, NPC화타, 김만수 매니저 형, 노재민에게는 진실을 전하려고 했다. 믿든 말든 그건 그들에게 달려있고…….

이렇게 나누고 나니 새삼 그의 인간관계가 엿보였다.

전자는 그를 죽이려고 했던 존재들이었다.

반면, 후자는 그가 은혜를 입거나 입혔던 이들이었다.

고마운 사람들.

‘우선, 이 사람부터 만나봐야겠지.’

처음 만나볼 사람을 정했다.

부르면 그 즉시 달려와 줄…….

[강기찬] 만수형, 시간 돼?

[김만수] 무슨 일인데? 나 지금 좀 바쁜데.

… 예측은 깨지라고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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