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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테스트서버-144화 (144/151)

144화

까로로우는 물러서면서 생각을 지속했다.

‘생명력이 60%밖에 안 남았네.’

그녀의 생명력은 60% 남았다.

이대로 강기찬에게 접근하는 건 무리다.

강기찬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로 목숨을 걸어야 하니까.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첫 번째 공격은 무조건 맞는다.

그 한 번에 생명력이 20% 깎이는 것.

물러서면서 두 번째 공격이 발동하면 공간이동으로 멀어져도 맞는다. 타겟팅이라서.

그렇게 또 생명력이 20% 깎이면 사망.

즉, 단숨에 치고 빠져야만 강기찬을 죽이고 자신도 살아나올 수 있을 터.

‘굉장한 난이도로구먼.’

포탑이 하나만 있더라도 진입 각을 잘 재야, 강기찬을 죽이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는데, 포탑이 둘로 늘어나니 더욱 고민이 깊어졌다. 받는 데미지가 두 배가 된 건 예삿일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돌아가서 생명력을 회복해야겠다.’

귀환하고 기지 뒤의 귀환지에서 생명력을 회복하면 되었다.

그렇게 생명력을 100%로 만들면 되었다.

‘생명력이 100%라면 무조건 잡을 수 있다.’

지금 생명력은 60% 남았으니까 3회 맞으면 죽는다.

하지만, 생명력이 100%라면 5회 맞으면 죽을 터.

최상위 랭커는 그 2회 차이로 생사를 넘나든다.

그 2회 차이로 충분히 치고 빠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다려라, 강기찬. 귀환해서 피 채우고 돌아올 테니.’

그 즉시 귀환을 발현했다.

파란 빛무리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이대로 10초간 정지해있으면 기지로 공간이동 할 수 있다.

물론, 공격당하면 풀리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장담했다.

‘강기찬이 미치지 않고서야 나한테 공격하진 않을 테니.’

근거리 공격은 당연히 못 할 터. 저 포탑의 사정거리 밖으로 나오면 100% 죽는다는 걸 알 테니까.

남는 건 원거리 공격뿐인데 그마저도 닿지 않을 안전거리를 확보한 뒤에 귀환을 쓰는 것이다.

포탑을 움직여도 그 전에 귀환하고 난 뒤일 터.

즉, 귀환을 방해받을 확률은 0%

100% 귀환할 것이다.

그때였다.

“음?”

10초가 지났다.

분명 10초가 지났는데 귀환이 안 되었다.

체감이긴 하나 수십 년간 쌓아온 감이었다.

그 감이 일러주었다.

귀환이 실패했다고.

다시 귀환을 발현했다.

10초를 날렸지만, 그래도 두 다리로 귀환지로 가는 것보다는 시간 낭비가 덜 할 테니까.

그런데 또 귀환이 실패했다.

‘가만히 있었는데?’

한두 번 귀환해본 게 아니다.

그랬기에 확신했다.

이럴 수는 없었다.

있다면 외부에서 인위적인 요인이 있다는 건데.

그걸 모르겠다.

‘그나마 외부적인 요인을 찾자면…….’

강기찬이 무언가를 저질렀다는 게 되었다.

불현듯 강기찬에게 시선이 갔다.

‘웃어?’

그랬다.

강기찬은 진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더니 입을 열었다.

“귀환 안 되지?”

“…….”

까로로우는 정곡을 찔렸다.

하지만, 시인하기 싫었다.

강기찬의 다음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내가 그런 거야.”

“뭐?”

단순히 귀환을 포착한 게 아니다.

본인이 했다고 하니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강기찬이 말했다.

“내가 그런 거라고 하니까, 못 믿겠지? 또 해 봐.”

“?”

“또 귀환을 해보라고.”

“…….”

“5초 뒤에 끊어줄게.”

“네가 말 안 해도 귀환을 하려던 참이었다. 신경 쓰지 마라.”

까로로우는 또다시 귀환을 발현했다.

그러고 정확히 5초 뒤에 귀환이 끊겼다.

강기찬을 노려보았다.

강기찬이 말했다.

“내 말이 맞지?”

강기찬이 귀환 캔슬을 쓴 것이다

100미터 내의 상대방의 귀환을 취소시킬 수 있는 스킬.

까로로우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제는 부정할 수 없다.

어떤 스킬인지는 모르나, 강기찬은 먼 거리에서 귀환을 끊을 수 있다. 다시 말해 귀환을 써서 귀환지로 갈 생각은 꿈도 못 꾼다는 얘기였다.

‘아무래도 직접 날아서 가는 수밖에.’

까로로우가 날아오르려던 그때였다.

위-이이이잉--

두 기의 포탑이 이동했다.

동시에 공격했다.

피슉! 피슉!

또 한 방씩, 생명력이 20%가 깎였고.

생명력은 40%밖에 남지 않았다.

완전히 뒤돌아서서 날아오르며 전력 질주를 하려 했다.

2미터 정도 날아오르던 그때였다.

위-이이이— 이이이이이이잉--

포탑에서 불이 뿜었다. 부스터가 켜진 것.

잽싸게 까로로우를 치었다.

까로로우는 부딪치면서 휘청이며 추락했고.

뻐-어어억!

포탑이 그런 그녀를 밀어버렸다.

이내, 까로로우는 깔려 죽었다. 흔적도 없이…….

찾아오는 암막.

그리고 돌아온 시야는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사망함으로써 사망자의 시점에 돌입한 것이다.

까로로우는 허공에 부유한 채로 자신이 죽었던 자리를 내려다보았다.

30초 뒤에 귀환에서 부활하게 될 터.

하지만,

‘하, 항복… 해야겠다…….’

강기찬과 있다간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항복하고 싶었다.

무슨 수를 써도 이기지 못할 것 같았다. 더 있어봤자 시간 낭비일 터. 그 시간에 다른 유저와 붙는 게 나았다.

‘괜히 대전신청을 허락했어…….’

강기찬의 대전신청을 허락한 것.

단지 호기심이었을 뿐이었다.

왜 우주 랭킹 꼴등이 자신에게 대전신청을 한 건가 하고.

또 어떻게 슈슈크크한테 항복을 받아낸 건가 하고.

적당히 몇 번 죽여서 기를 죽인 뒤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면 순순히 대답을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무엇보다 겸사겸사 공짜 승리 하나 챙기려는 속셈도 있었고.

‘다 망쳤어.’

망쳤다.

순전히 1패만 기록한 게 아니다.

이런 좌절감과 굴욕감을 맛볼 줄은 몰랐다.

이 감각과 기억,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복수도 못 한다.

물론 게임 한정이지만.

게임에서는 답도 없었다.

하나, 현실에선?

강기찬 따위 죽이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설마 저 포탑을 현실로 들고나오지는 못할 테니까.’

포탑을 현실로 들고나오지는 못할 거라고 보았다.

확실치는 않다.

전설의 네크로맨서만의 힘이었으니까.

그러니 어느 정도로 제약이 있는 줄 몰랐다.

하지만, 희망을 품어보았다.

‘포탑만 없으면 저런 놈 따위는……!’

이제 부활까지 10초 남았다.

그 시간이 다 되어가길 기다리면서 지상을 내려다보는데…

‘저… 저저저!’

…강기찬이 적진으로 진격하지 않는 걸 보았다.

대신 자신의 진영에 있는 다른 포탑을 파괴해나갔다.

그런 다음에야 적진으로 진격했다.

사실, 어느 갈림길이든 일직선으로, 그러니까 포탑 3개만 부수면 기지에 닿을 수 있다. 저 굉장한 능력으로는 그게 능히 가능했고.

그런데 굳이 포탑 3개를 부수고 다른 길로 가서 그 길의 포탑 3개를 부수는 걸 보니…

‘쟤는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닌 것 같잖아…….’

강기찬은 승리가 목적이 아닌 것 같았다.

… 누가 봐도 목적이 따로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목적은 포탑 같았다.

웃기는 표현이지만, ‘포탑 수집’이 목적 같았다.

실제로 드러나고 있는 정황이 그러했다.

차원의 숲에 존재하는 아군 & 적군의 포탑 18기를 전부 권속으로 만들었으니까.

그제야 만족했는지,

“항복하고 싶을 텐데, 항복해.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

“어, 어어어!”

까로로우에게 항복을 허락해주었다.

까로로우는 부활 즉시 항복을 선언했다.

띠링!

[까로로우(Lv. 93,810(별 921))님이 항복했습니다.]

[강기찬(Lv. 50,000(별 2))님이 승리했습니다.]

[정산이 이루어집니다.]

[까로로우(Lv. 93,810(별 920(-1)))]

[강기찬(Lv. 50,000(별 3(+1)))]

더 오기 부릴 것 없었다.

강기찬 근처에 포탑 18기가 있다.

강기찬을 치러 들어가려면 그 순간 18방을 맞게 된다. 1회차 공격에 사망하는 것이다.

승률 0%다.

이에, 까로로우는 위기감을 느꼈다.

실질적으로 강기찬은 승률 100%다.

포탑으로 불도저처럼 밀어버리면 되는데 그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이번에야 포탑을 수집(?)하느라 시간이 걸린 거지, 이다음 판부터는 포탑을 소환하고 밀어버리면서 쭉쭉 나아가면 그뿐이니, 금방 승리를 따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강기찬의 별은 3개라는 데에서 있었다.

‘빠, 빨리 별을 1,000개를 모아야 한다!’

물론, 앞으로 강기찬과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게임이 아니라 현실에서 만나서 죽여버릴 거니까.

그 방법밖에 없었다.

강기찬을 살려두어선 안 된다는 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슈슈크크와 비슷하게 흘러가지 싶었다. 슈슈크크도 이런 식으로‘항복 당했을 것’이다.

그다음 순서로 슈슈크크처럼‘강제로 잠적 당해야’하는 건 아닐지 불안했다.

그러니 그 전에 강기찬을 제거해버리고자 했다.

‘잘 구슬려서 만나봐야겠군.’

게임을 끝내는 대로 강기찬에게 연락을 하려 했다.

아니, 그 전에 슈슈크크에게 연락을 취하려 했다.

슈슈크크는 같은 일을 겪은, 아니 그 이상을 겪었을지도 몰랐다.

[까로로우(Lv. 93,810(별 920)) : 야!]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뭐?]

[까로로우(Lv. 93,810(별 920)) : 너 왜 잠적했냐? 게임 안 해?]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빨리도 묻네.]

[까로로우(Lv. 93,810(별 920)) : 나도 당했거든.]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뭐?]

[까로로우(Lv. 93,810(별 920)) : 강기찬한테 당했다고.]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강기찬이 너한테도 대전신청을 건 거냐?]

[까로로우(Lv. 93,810(별 920)) : 그래.]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너도 당했다는 건…….]

[까로로우(Lv. 93,810(별 920)) : 항복 당했다고.]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그러게… 깝죽거리긴 왜 깝죽거리냐.]

[까로로우(Lv. 93,810(별 920)) : 너도 깝죽거리다가 그렇게 된 거잖아?]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용건이 뭔데?]

[까로로우(Lv. 93,810(별 920)) : 왜 게임 안 하냐?]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그런 게 있다. 당분간 안 할 거다.]

[까로로우(Lv. 93,810(별 920)) : 강기찬 때문이지?]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아니다.]

[까로로우(Lv. 93,810(별 920)) : 야, 걱정하지 마라, 내가 복수해줄게.]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복수? 됐다, 하지 마.]

[까로로우(Lv. 93,810(별 920)) : 아니, 복수해야지.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다. 강기찬 직접 만나서 죽여버릴 거야. 건방진 새끼가, 감히 누구한테 설쳤…….]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강기찬 건드리지 마라, 뒤지기 싫으면.]

[까로로우(Lv. 93,810(별 920)) : 닥쳐, 내가 알아서 할 문제니까.]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내가 경고했다. 강기찬 손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아니다. 너 새끼는 분명 행동할 테니.]

[까로로우(Lv. 93,810(별 920)) : 그래, 맞아. 네가 말려도 난 할 거다. 어차피 넌 나를 만나러 오지 못하지. 기대해라, 내가 어떻게 강기찬 죽이는지.]

* * *

슈슈크크는 강기찬에게 연락했다.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나를 초대해라.]

[강기찬(Lv. 50,000(별 13)) : 초대해달라고? 왜?]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너를 지켜주마.]

[강기찬(Lv. 50,000(별 13)) : 왜? 나를 지켜주지? 내가 너 뒤통수쳤잖아. 경험치 10배 쿠폰!]

[슈슈크크(Lv. 95,000(별 997)) : 그러니까 새끼야. 나도 진심으로 짜증 나거든? 근데 어쩔 거야… 네가 살아있어야 소원권 받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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