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143화 (143/151)

143화

중앙 1차 포탑이 두 개다.

강기찬의 뒤에 하나, 옆에 하나.

…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포탑 하나가 낯익었다.

‘저거 우리 쪽 포탑이잖아?’

포탑의 외형은 똑같다.

아군의 포탑이든 적군의 포탑이든.

그럼에도 피아식별하는 기준이 있었다.

색깔.

아군 포탑과 적군 포탑은 색깔이 달랐다.

한데, 저 포탑은‘아군’의 포탑 색이었다.

‘신기하네…….’

포탑이 저 위치에 세워져 있는 게 신기했다.

포탑의 위치는 임의로 변경할 수가 없는데 말이다.

“뭐가 뭔지…….”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때쯤 강기찬이 그 포탑을 툭툭 건드렸다.

“이거, 너네 포탑이야.”

“?”

까로로우가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있자, 강기찬이 한 마디 덧붙였다. 까로로우 진영의‘중앙 1차 포탑’이 있던 자리를 손가락질하면서.

“원래 거기 있던 거 뽑아서 내 옆에 갖다 박은 거라고.”

물론, 진짜로 갖다 박은 건, 아니다.

엄밀히 표현하자면 소환한 것이다.

까로로우의 중앙 1차 포탑을 파괴하고‘권속’으로 삼아서.

전설의 네크로맨서만의 힘이었다.

네크로맨서는‘몬스터만’권속으로 삼을 수 있지만, 전설의 네크로맨서는‘모든 것’들을 권속으로 삼을 수 있었다.

포탑마저도.

“전진.”

강기찬의 명령이 떨어졌고.

위-이이이잉--

‘까로로우의 중앙 1차 포탑’이 전진했다.

이 광경을 보고선…

“이, 이이…….”

까로로우는 너무 놀랐다. 완성된 문장을 내뱉을 수가 없을 정도로.

대신, 뒷걸음질만 칠 뿐이었다. 그럴수록‘까로로우의 중앙 1차 포탑’이 계속 다가갔고,

번쩍!

포탑 꼭대기에서 빛 레이저가 쏘아져 내렸다.

피슉!

까로로우는 날래게 피했다. 어디 하나 다치지 않은 채.

다만, 오줌을 지렸다. 그렇지만,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진한 배신감이 전해졌기에.

“어, 어떻게 포탑이 나를……!”

내 포탑이 강기찬의 손에 넘어간 것도, 이동한 것도, 공격한 것도 다 소름 돋았다.

더 미친 점은,

“어, 어어어디가!”

강기찬이‘까로로우의 중앙 1차 포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는 점이다.

그로 인한 공백 덕분에 놀람을 진정시킬 수 있었지만, 동시에 온갖 감정이 솟구쳤다. 호기심, 의구심, 경악스러움도 컸지만, 그중에선 단연 두려움이 앞섰다.

강기찬이 또 무슨 짓을 벌이려고 저럴까, 하고…….

문득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자식… 너도 이런 심정이었냐!’

갑자기 슈슈크크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함께 강기찬을 욕하고 싶었다.

이전까진 그토록 죽이고 싶었던 상대인데도…….

‘… 슈슈크크야! 잘 지내니? 보고 싶다!’

* * *

‘까로로우의 중앙 1차 포탑’ 내부.

강기찬은 그곳에 입장했다.

그러자마자-

“오셨습니까!”

“오셨습니까!”

“오셨습니까!”

우렁찬 인사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전설의 네크로맨서만의 힘으로 ‘까로로우의 중앙 1차 포탑’만 얻은 게 아니다.

그 내부의 조종사 셋도 ‘권속’으로 삼게 된 것이다.

강기찬이 그들을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그래, 궁금한 게 있어서 들어왔어, 네가 메인 조종사지?”

“예! 그리고 제 이름은 삯뚫라꾼입니다. 편하게 불러주시면 됩니다.”

“어… 그게 불편해서 이름은 못 부르겠다.”

삯뚫라꾼이 시무룩해졌다.

“하여튼, 내가 묻고 싶은 건…….”

“말씀하십시오.”

“포탑을 적진으로 쭉 나아가게 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적 포탑에 공격당하나?”

“솔직히 말씀드려도 됩니까?”

“어.”

“모릅니다.”

“… 그, 그래?”

“예, 그도 그럴 것이, 포탑이 이동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

강기찬은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애초에 설계할 때, 포탑은 이동식이 아니었다.

단지 강기찬이 권속으로 삼아서 추가된 기능일 뿐.

고로, 올해로 경력 12년 차 베테랑인 포탑 조종사, 삯뚫라꾼조차 모를 수밖에.

“실제로 포탑 사용설명서에도 이동에 관한 건 적혀있지 않습니다.”

“예, 그러니 포탑이 포탑을 만나는 것도 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무어라 말을 해댔지만, 결론은… 나머지 조종사 둘도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 전례 없던 일이라서, 직접 해봐야 알 일이라 이거네.”

“그렇습니다.”

“그럼 해보자. 포탑을 적진으로 쭉 이동시켜 봐, 만약에 공격당하면 물러서고…….”

“예!”

누가 봐도 미친 짓이다. 자칫 적 포탑에 공격당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

하지만, 조종사들은 반기를 들지 않았다. 강기찬이 명령을 내리면 따를 뿐이.

“난 나갈게.”

“좀 더 있다 가시지…….”

“같이 죽으라는 거냐?”

“오, 오해입니다.”

“오예! 라고?”

“아, 아닙니다.”

강기찬은‘까로로우의 중앙 1차 포탑’ 바깥으로 나왔다.

그러고선 까로로우를 보았다.

멍한 표정을 짓는 중이었다.

그런 그에게 일갈했다.

“야! 포탑에 깔리기 싫으면 비켜.”

까로로우가 강기찬의 말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위-이이잉----- ---!

‘까로로우의 중앙 1차 포탑’ 이 까로로우를 향해서 가는 중이었다.

“뭐, 뭐 하는 거야!”

까로로우는 경고해준 덕에 일찍 대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마운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열 받을 뿐.

“이 새끼야! 뭐 하는 짓이야?”

막 따졌다.

단지 그뿐, 그 이상의 행동은 없었다.

그렇게 아니꼬우면 공격했을 텐데도 차마 다가가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다른 누군가가 보았다면 사뭇 어색할 정도. 실제로 우주 랭킹 1위인 슈슈크크에게도 욕도 하고 불같은 성격 아니었던가.

그에 비해 강기찬은 자신보다 레벨은 현저히 뒤처졌음에도 의외로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강기찬에게 다가가기 꺼려지니까. 괜히 갔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 것이다.

한편, ‘까로로우의 중앙 1차 포탑’ 이‘까로로우의 중앙 2차 포탑’ 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마자-

피슉!

‘까로로우의 중앙 2차 포탑’이 공격을 시작했다.

‘까로로우의 중앙 1차 포탑’을.

‘아군의 포탑인데도… 적으로 인식하는구나. 역시…….’

강기찬은 이 결과를 짐작했다. 저번에 슈슈크크의 포탑과 병사들이 서로 공격했었으니.

“빠져.”

강기찬의 포탑은 반격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되레, 공격당하자마자 물러서는 중이었다.

어느새 주위에 소환된 병사 30명.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출발해.”

이를 본 까로로우가 의심의 눈초리를 쏘아 보냈다.

“뭐 저렇게 많아?”

보통 한 웨이브에 5명의 병사가 진격한다.

그런데 30명이라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맞았다.

“우리 쪽 병사잖아?”

강기찬의 병사 무리에 ‘까로로우의 병사들’이 섞여 있었다.

‘그래서 30명인 거야!’

아군 & 적군의 병사가 다 모여서 30명이 될 수 있었던 것!

더 놀라운 일은 직후에 일어났다.

푸슉!

강기찬과 병사들이‘까로로우의 병사들’을 학살했다.

그렇게 죽은‘까로로우의 병사들’이 곧바로 일어났다.

부활한 것.

‘서, 설마……!’

까로로우는 저 현상을 가능케 하는 존재를 알았다.

‘… 전설의 네크로맨서?’

틀림없다.

권속으로 삼을 수 없는 것을, 권속으로 삼을 수 있는 존재는 전설의 네크로맨서뿐이었다.

강기찬이 각 갈림길에서 진격 중이던‘까로로우의 병사들’을 소환하고 죽인 뒤, 영혼을 심어 권속으로 삼은 것이다.

‘이럴수가…….’

이제는‘적’이 되어‘적과 한패’가 된 병사들이 진격하는 걸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까로로우의 중앙 2차 포탑’을 향했다.

‘이런 미친……!’

까로로우는 어찌할지를 몰랐다.

아니, 이내 할 일을 깨우쳤다.

‘… 막아야 한다!’

늦게나마 정신 차렸다. 이대로 넋 놓고 있다간 패배할 것이다.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었다.

우선해서 할 일도 명백했다.

눈앞의 병사들을 해치우는 것.

저대로 놔두면‘중앙 2차 포탑’은 이번 웨이브에 무조건 뚫릴 터. 그렇게 되게 둘 수는 없었다.

타타타탓!

그리로 달려갔고 황급히 병사들을 해치워나갔다.

한 번 팔을 휘두름에 병사들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한때나마 제 병사여서 그런지 신선한 찝찝함을 가진 채로…….

공격하면서도 시선은 한군데로 쏠렸다.

강기찬이었다.

강기찬이 무얼 하는지 신경이 쓰여서.

병사들과 함께 싸워야 함에도 혼자만 쏙 빠져 있으니.

또다시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강기찬이 제‘중앙 1차 포탑’을 파괴하는 게 아닌가. 직후, 파괴되었던 것들이 다시 원상 복구되었다. 이번에도 권속으로 일으켜 세운 것이다.

‘안 되겠다.’

저 괴이한 장면을 또 봤다간 미칠 것만 같았다.

‘가야겠어!’

까로로우는 진로를 틀었다.

병사도 대부분 정리했으니……!

‘강기찬만 처리하면 끝날 일이다.’

돌이켜보니 복잡할 것 없었다.

난감한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해결책은 명료했다.

강기찬만 죽이면 되었다.

그리고 죽이기 쉬울 것이다.

전설의 네크로맨서라서.

아무리 강한 권속을 부려도, 강기찬의 육신은 나약하기 짝이 없을 테니까.

그것이 전설의 네크로맨서의 명백한 약점이었다.

‘기습하면 된다. 그럼, 끝낼 수 있어!’

강기찬에게 달려갔다.

자신을 본다.

상관없다.

계속 질주했다.

나직이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어? 너 왜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냐?”

‘사정거리 안? 그게 무슨…… 아!’

포탑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음을 의미했다!

피슉! 피슉!

두 기의 포탑이 까로로우를 공격했다.

한 방에 생명력이 10%씩 깎이는데, 두 방이 동시에 날아오니 생명력이 20%씩 깎였다.

아차! 싶어서 뒤로 물러섰다.

‘저것들이 강기찬의 곁을 보호하고 있었지!’

두 기의 포탑은 장식이 아니었다.

강기찬을 보호하는 중이었던 것.

하나는 본래 강기찬의 포탑이지만, 또 다른 하나는 본래 자신의 포탑이지 않았나.

자신을 공격할 줄이야…….

새삼 충격이었다.

동시에 난감했다.

‘이러면 강기찬에게 접근조차 할 수 없는데?’

단신으로 포탑에 뛰어들 수는 없었다.

병사가 있다면 모를까… 그들마저 강기찬의 권속이 되어버리니 강기찬에게 접근할 방법은 없다.

포탑의 공격은‘고정 데미지’이니까.

‘저것만큼 무서운 게 없지.’

개인의 방어력과는 무관하게 포탑의 공격력이 온전히 전해지는 것. 아주 위력적이었다. 개인의 방어력이 아무리 높아도 무조건 한 방에 생명력이 10%씩 깎이는 거니까.

레전드스토리를 통틀어 고정 데미지는 저 포탑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 특성이었다.

‘아! 그래서…….’

강기찬이 왜 포탑을 권속으로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저게 있으면 사실상 무적이잖아?’

그 어떤 강한 무기도 필요 없다.

포탑의 공격은 무려‘고정 데미지’에‘퍼센트’ 적용이다.

아무리 방어력이 높아도, 아무리 생명력이 높아도…….

무조건‘10방’ 맞으면 죽는다.

‘물론 저건 이 게임 속에서나 쓸 수 있는 거긴 하지만…….’

문득, 소름 돋는 상상을 해버렸다.

‘잠깐, 설마 저거 게임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니, 아닐 거야, 그래야만 해…….’

상상에 그치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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