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142화 (142/151)

142화

* * *

전설의 네크로맨서가 되는 가장 쉬운 길.

NPC나크로서 제거하는 것이다.

며칠 전, 강기찬은 이 길을 택하지 않았다.

지름길 두고‘빙 돌아서 가겠다.’ 선언한 것.

NPC나크로서에게 육성법을 배우려고.

그 길은 어렵다고 들었다.

강기찬의 네크로맨서 레벨이 7,105일 때.

그렇기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강기찬] 과연 지금도 어려울까? 네가 밟았던 전직법이?

[NPC나크로서] 네가 정말 50,000레벨이라는 거지?

[강기찬] 어.

[NPC나크로서] 그렇다면 쉬울 거야…….

NPC나크로서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묻어나왔다. 어지간히 레벨이 높아졌어야 어렵다고 하지. 레벨이 저토록 높아졌는데 어려울 리가.

[강기찬] 가르쳐줘.

압도적인 레벨, 그리고 이미 그 길을 지나온 경험자.

이 둘이 만나니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 마무리되었다.

* * *

강기찬은 전설의 네크로맨서가 되었다.

그런 다음, 게임에 접속했다. 얻게 된 힘을 써보기 위해서.

누구와 대전할지는 고민할 것도 없었다.

우주 랭킹 2위와 붙기로 했다. 지금 위험한 건 우주 랭킹 1위가 아니라 우주 랭킹 2위니까.

우주 랭킹 1위, 슈슈크크는 대전을 못 하게 해놓지 않았나. 그런 까닭에 계속 별이 997개였다.

반면, 우주 랭킹 2위는 자유로웠다.

그랬기에 저번보다 별이 더 늘었다.

[까로로우(Lv. 93,810(별 921))]

별 921개.

당장 위협이 될 만한 별 개수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미쳐 날뛰고 있었으니까.

‘오늘만 해도 대체 몇 판을 한 거야… 30판은 했네?’

대전기록을 훑어보니 밥도 안 먹고 게임만 하는 것 같았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슈슈크크가 별이 999개였을 때는 게임을 전혀 안 했었다.

‘이때는 가망이 없었다, 이거네.’

슈슈크크가 별을 하나만 더 모으면 끝이었기에, 더 해봤자 달라질 건 없어서 게임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슈슈크크의 별이 998개로 떨어졌고, 또 그 이후로 한동안 게임을 하지 않다가 별이 997개로 떨어지는 걸 포착하고선, 희망이라도 엿본 건지 갑자기 최선을 다해 게임을 해나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대전을 진행 중이었고.

‘…우선…….’

[까로로우(Lv. 93,810(별 921))에게 대전을 신청합니다.]

까로로우에게 대전을 예약했다. 지금 하는 판이 끝나면 바로 붙을 수 있게끔,

그러면서 그를 생각했다.

‘까로로우는 슈슈크크가 활동을 중단한 게, 웬 떡이냐고 생각하나 보네.’

충분히 이해가 갔다. 우주 랭킹 2위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멸망까지 딱 한 판을 남겨둔 시점에서, 다 포기하고 손 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두 번을 지고, 그 이후로 게임에 접속하지 않는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는 거다.

특히 우주 랭킹 2위라면 더더욱.

우주 랭킹 3위, 4위, 5위… 그 밑의 순위권들까지도 경쟁적으로 치열하게 게임을 하는 중이었다. 어차피 랭킹 1위 빼고는 상위권의 별 개수가 도긴개긴이라서 다들 최종우승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부풀어 오른듯싶었다.

정반대인 곳도 있었다.

우주 랭킹 1위가 부재중이건 말건 희망도 뭣도 없는 부류들. 그들은 전체 채팅창에서 놀고 있었다.

[순사르칙(Lv. 87,810(별 537)) : 와 완전 난리 났넹…….]

[순사르칙(Lv. 87,810(별 537)) : 도대체 슈슈크크는 뭘 하고 있는 거임?]

[고우가(Lv. 79,004(별 144)) : 대체 지금 며칠째 게임 안 하는 겨?]

[대고마르토르(Lv. 84,306(별 499)) : 좋은 거 아님?]

[순사르칙(Lv. 85,522(별 450)) : 좋다고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큰일 아닌가?]

[대우가라키오(Lv. 89,887(별 528)) : 좋은 일도 그 이유를 알아야지, 그리고 이게 어디 보통 일임?]

[료우미으느(Lv. 79,713(별 211)) : 그래도 우리 수명 늘어난 거에 감사하장.]

지금 채팅치는 존재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별 개수가 낮다.

어차피 늦었다, 이거다. 이제와서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달라질 건 전혀 없다는 거겠지. 그래봤자 상위권의 별 개수를 따라잡기엔 무리라는 것.

냉정하게 그렇긴 했다.

우주 랭킹 1위가 잠적한다고 한들, 그 빈자리는 그 밑에 있는 우주 랭킹 2위가 메우지, 저 하위권에 있는 자신들이 메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즉, 작금의‘긍정적인 혼란’은 딴 세상 얘기고 자기네들한테는 일관되게 기회 따위 없는 거다.

즉, 망해버린 현실에 순응하고 사는 중이었다.

비난할 것도 없었다.

무조건 멸망은 다가올 터. 단지 예기치 않게 몇 주, 혹은 몇 달 뒤로 밀려났을 뿐, 결국엔 우주 랭킹 2위나 3위 등등이 최종우승을 하면서 멸망할 테니까.

그렇다 한들 비관적으로 보이긴 했다. 무의미한 나날을 보내는 것으로 보였기에.

아무리 시한부 인생이라 한들, 가족들, 혹은 연인 & 지인들과 함께 지내면서 여행을 간다든지 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최후를 준비할 수 있을 법하건만, 인생의 마지막을 게임 채팅창에서 보내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음? 이건 내 얘기잖아?’

대충 채팅을 흘겨보던 와중, 자신에 대한 언급도 있는 것도 발견했다.

[고우가(Lv. 79,004(별 144)) : 슈슈크크의 잠적이 이 존재하고 관련 있는 거 같은데?]

[료우미으느(Lv. 79,713(별 211)) : 누구?]

[고우가(Lv. 79,004(별 144)) : 강기찬.]

[료우미으느(Lv. 79,713(별 211)) : 그게 누군데?]

[고우가(Lv. 79,004(별 144)) : 슈슈크크와 마지막으로 두 번 붙은 유저야.]

[료우미으느(Lv. 79,713(별 211)) : 두 번 붙은 게 왜? 마지막으로 붙어서?]

[고우가(Lv. 79,004(별 144)) : 그것도 그건데, 유의할 점은 강기찬이 우주 랭킹 꼴등이라는 거야.]

[료우미으느(Lv. 79,713(별 211)) : 어? 진짜네? 레벨이 9,999였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지? 대전은 비슷한 레벨이랑 붙는 거 아닌가?]

[고우가(Lv. 79,004(별 144)) : 하나 방법이 있긴 하지.]

[료우미으느(Lv. 79,713(별 211)) : 뭐?]

[고우가(Lv. 79,004(별 144)) : 대전 신청하는 거.]

[료우미으느(Lv. 79,713(별 211)) : 근데 그거는 약자가 강자에게만 대전 신청할 수 있잖아? 강기찬이 슈슈크크에게 대전 신청했다, 이거야? 그게 말이 돼?]

[고우가(Lv. 79,004(별 144)) : 근데 그것밖에는 저 둘이 대전을 할 방법이 없어. 약간의 가능성이라고는 우연히 매칭됐다는 건데, 유저가 없는 망겜도 아니고 몇 명이나 있는데 우주 랭킹 1위랑 꼴등이랑 매칭이 되겠냐고...]

[료우미으느(Lv. 79,713(별 211)) : 그것도 그렇네.]

저들의 대화는 맞았다.

하지만, 영원히 풀지 못할 의문은 남아있었다. 우주 랭킹 꼴등이 우주 랭킹 1위에게 대전 신청한 까닭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우주 랭킹 1위가 두 번이나 항복했다는 것 역시.

평범한 존재가 보기에는 이것들만큼 부자연스러운 건 없으니까.

‘제삼자가 대전기록을 살필 수 있는 구조니까, 내 얘기를 떠들 수도 있구먼…….’

당연히 거의 모든 유저들이 시시각각 슈슈크크의 대전기록을 염탐해왔을 터. 그의 별 개수가 삶의 종지부를 언제 찍게 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였을 테니.

그런데 하필, 그의 잠적이‘강기찬’이란 인간과 붙은 뒤였으니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건 이상할 것 없었다.

그렇게 채팅을 쭉쭉 내리면서 구경하던 찰나…

띠링!

[까로로우(Lv. 93,810(별 921))님이 대전신청을 수락했습니다.]

[최종 수락을 하시겠습니까?]

[Y / N?]

까로로우한테서 응답이 왔다.

대전을 마친 모양.

나오자마자 대전신청을 보고선 냉큼 수락한 거지 싶었다.

‘슈슈크크와 같은 심리겠지. 왜 우주 랭킹 꼴등이 자신에게 대전신청을 한 건가 하고…….’

의아하면서도 그 의아함은 게임 속에서 풀자고 여길 테고. 겸사겸사 공짜 승리 하나 챙기려는 속셈도 있을 터.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강기찬이 이번 판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을.

다른 목적이 있었음을.

“수락.”

* * *

[강기찬(Lv. 50,000(별 2))님의 대전신청을 수락합니다.]

[10초 후, 전장으로 소환됩니다.]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10]

[9]

[8]

[7]

.

.

.

슉!

[전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적진으로 침투해 기지를 파괴하십시오!]

까로로우는 평소처럼 뛰지 않았다.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걷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사색이 너무 깊어졌기에.

‘궁금한 게 너무 많아…….’

강기찬에 대해서…….

남들과 비슷한 정보를 습득했다.

유명한 행성도 아니고 지구라는 생소한 행성이라 뒷조사도 불가능했다.

그랬기에 주어진,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분석해야 했다.

그 결과, 남들도 다 아는 정보만 얻었다.

문제는 그마저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침 잘 됐어, 나한테 대전신청을 해줄 줄이야.’

강기찬이 자신에게 대전신청을 해주어 감사했다.

… 라고 생각하는 순간!

“어, 어어어!”

일순, 눈을 의심했다.

띠링!

띠링!

[중앙 1차 포탑이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중앙 1차 포탑이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

.

[중앙 1차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이 깎이는 속도가.

녹아내렸다는 표현을 써도 될 만큼…….

그래서 의구심이 들었다.

포탑이 파괴될 수 없는데 파괴되었으니.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포탑이 파괴된 걸까?

‘부, 불길해!’

불현듯, 슈슈크크가 강기찬한테 2연패를…, 그것도 항복으로 패배했다는 생각이 났다.

강기찬에게 채팅을 쳐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상세한 진상을 알기 위해선 대면하는 게 낫지 싶었다.

지금으로선… 걸음을 재촉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차원의 숲 중앙으로 나갔는데 한 가지 어색한 걸 발견했다.

바로 포탑이 있던 자리였다.

포탑이 파괴되었으니 포탑은 없는 게 맞다.

다만, 포탑은 파괴된 뒤에도 그 흔적이 남는다.

예컨대, 포탑의 뿌리, 즉‘밑동’은 남아있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마치, ‘이 자리는 포탑이 있었던 자리입니다’ 알리듯이 말이다.

한데, 너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이 게임을 무려‘113,210판’을 해왔음에도 최초로 보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강기찬에게 궁금한 게 하나 더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어, 왔어?”

강기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 다음, 정면을 바라보았는데,

“!”

지금까지의 게임의‘통념’을 깨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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