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 * *
강기찬은 경매에 물품을 올렸다.
슈슈크크의 귀중품 TOP5를 복사한 것들이었다.
역시나 경매에 올리자마자 경쟁이 치열했고…….
경매 수수료, 세금을 제해도 5,500조 원이나 남았다.
개인을 넘어서 국가 간의 자존심 경쟁의 결과물이었다.
입금된 금액을 보며 만족과 동시에 씁쓸했다. 아이템 복사로 만든 건데도 판매해버렸으니까. 아이템 복사를 처음 얻었을 때, 아이템 복사로 만든 건 안 팔겠다고 하지 않았나.
‘어쩔 수 없지.’
따지자면 나의 이익만을 위해 복사템을 안 팔기로 한 것이다. 무한정 찍어내면 경제를 흔들 수 있을 테니.
하지만, 지금 경제 걱정할 때가 아니다. 지구가 멸망하게 생겼는데.
그런데, 현실적으로 레벨업해서 슈슈크크를 쓰러뜨릴 수는 없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35,000레벨이나 올리기엔 빠듯했다.
무엇보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보다 더 빠르고 편한 방법이 있어서.
레벨업 없이 레벨업한 효과를 내는 방법.
바로 프리 스탯 포인트를 올리는 것이다.
약속을 깨뜨리면서까지 복사템 팔아 돈 모은 까닭이었다.
어차피‘레벨 올리는 이유’는 스탯 때문이었다. 동시에 스탯만 보고 레벨 올리지 않은 지는 꽤 되었다.
기껏해야 1레벨업에 1스탯이지 않나.
반면, 프리 스탯 포인트는 돈 내는 대로 올라가니 비교가 안 되었다.
[캐시 상점에 방문했습니다.]
[VIP 캐시 상점에 입장하셨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를 구매했습니다.]
[5,000,000,000,000,000캐시를 지급했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를 구매했다.
‘5,000조 원’을 들여서.
1억 원에 구매 가능한 프리 스탯 포인트는 1이다.
즉,
[방금 구매한 프리 스탯 포인트] 50,000,000
프리 스탯 포인트 5,000만이 추가되었다.
기존의 24,500과 합쳐 50,024,500.
‘미쳤네.’
순수 레벨만으로는 그 누구도 자신을 넘볼 수 없다. 아니, 레전드급 아이템을 착용해도 그럴 것이다.
‘됐다.’
[프리 스탯 포인트 5,000,000을 근력에 분배했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 5,000,000을 민첩에 분배했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 5,000,000을 체력에 분배했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 5,000,000을 마력에 분배했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 5,000,000을 지력에 분배했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 5,000,000을 생명력에 분배했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 5,000,000을 물리공격력에 분배했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 5,000,000을 물리방어력에 분배했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 5,000,000을 마법공격력에 분배했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 5,000,000을 마법방어력에 분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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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주 효과가 발동 중입니다.]
[모든 스탯이 100% 상승합니다]
.
[근력] 10,000,000 [체력] 10,000,000
[민첩] 10,000,000 [마력] 10,000,000
[지력] 10,000,000 [생명력] 10,000,000
[물리공격력] 10,000,000 [물리방어력] 10,000,000
[마법공격력] 10,000,000 [마법방어력] 10,000,000
모든 스탯을 골고루 500만씩 찍었다.
그러자 여의주 효과로 100% 상승해 1천만씩 찍었다. 순수하게 프리 스탯 포인트만 쳐서 총합 1억!
기존의 스탯까지 더 하면 더 높아질 터, 그래봤자 1천만과 비교하기에는 새 발의 피 수준이라서 굳이 넣어서 언급할 것도 없지만,
‘이젠 어떨까? 슈슈크크한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슈슈크크의 스탯을 넘지 않았을까?
‘상태창만 볼 수 있었어도…….’
방문할 수 없는‘보물 고블린의 보물창고(지구 서버)’에 방문한 데에 대한 보상으로‘상태창 보기’를 얻었었다.
다만, 사용자보다 레벨이 낮아야 했기에 슈슈크크의 스탯을 못 보았을 뿐.
그렇지만, 어림짐작으로는 슈슈크크의 스탯을 넘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프리 스탯 포인트를 제외하고 스탯을 가장 많이 올려주는 건,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물론, 슈슈크크가 레전드 등급 풀세트를 갖추어 놓았는지는 모르지만, 높은 확률로 그럴 테니, 그렇다는 전제하에 따져보기로 했다.
‘적어도 지구에서 레전드 등급 아이템은 아무리 좋아도 1만 이상의 스탯을 올려주지 않지, 투구, 갑옷, 무기, 반지, 등등 풀세트로 장착하더라도 10만 찍기도 힘들고.’
지구 기준으로는 그렇다.
레전드 등급 풀세트를 갖춰도 10만 스탯을 올리긴 무리였다.
하지만, 슈슈크크도 그럴까?
장담할 수 없다.
레전드 등급이라고 다 똑같은 레전드 등급이 아니다. 착용 레벨 제한에 따라 올려주는 스탯은 천차만별이다.
예컨대 1레벨 검이랑 100레벨 검이랑, 똑같은 레전드 등급이라도 올려주는 스탯은 큰 차이가 있다.
당연히 100레벨 검이 더 많은 스탯을 올려준다.
‘슈슈크크는 95,000레벨 무기를 사용할 텐데, 그 무기는 노멀 등급이라도 내 레전드 등급 무기보다 더 많은 스탯을 올려줄 수 있겠지.’
그렇다 한들, 설마 1천만 스탯을 찍겠나 싶겠지만…….
그거야 모를 일이다.
‘슈슈크크 행성에 가서 확인해보면 알겠지.’
슈슈크크의 행성에 가서 확인하고, 현재 스탯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더 많은 돈을 투자해 프리 스탯 포인트를 올리면 그뿐이었다. 여유자금은 있었다.
‘당장 수중에 500조 원이 남아 있고…….’
슈슈크크의 귀중품 TOP5를 복사템 판매하고 남은 게 500조 원이었다.
전재산은 그 이상이었다.
사무라이 길드원 계정, 보물 고블린 이벤트 등등, 돈벌이 수단은 더 있지 않나. 그걸로도 1,000조 원 이상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랬기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계정 통합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계정 통합.”
[100,000,000,000,000캐시를 지급했습니다.]
[계정 통합했습니다.]
[10,000,000,000캐시를 지급했습니다.]
[추가 옵션 : 계정 추가를 구매했습니다.]
100조 100억 원으로 계정 통합을 해냈다.
이로써 세 개의 계정이 하나가 되었다.
암살자, 네크로맨서, 대마법사.
이 세 가지 직업의 힘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강점은, 레벨은 9,999레벨이 되었다는 것이다.
암살자나 대마법사 계정은 9,999레벨이 아니었는데도…….
공짜로 레벨업한 결과를 얻게 된 것.
그리고 이제 레벨을 대폭 올릴 차례.
[만렙 돌파의 광석을 사용했습니다.]
만렙 돌파의 광석을 먹었다.
[10,000레벨이 되었습니다.]
[비축한 경험치를 정산합니다.]
[10,999레벨이 되었습니다.]
… 10,999레벨에서 막혔다.
분명 비축한 경험치가 더 있을 터.
그런데 왜 저기서 막혔냐 하면, 한계 레벨이라서다.
문제없었다.
한계돌파 사탕을 먹으면 또 뚫릴 터.
그러고도 또 막히겠지만, 반복하면 될 일이었다.
[한계돌파 사탕을 사용했습니다.]
[11,000레벨이 되었습니다.]
[비축한 경험치를 정산합니다.]
[11,999레벨이 되었습니다.]
[한계돌파 사탕을 사용했습니다.]
[12,000레벨이 되었습니다.]
.
.
하다 보니 이것도 고된 일이었다.
무려 50,000레벨이 될 때까지 사탕을 계속 먹어야 하니.
‘50,000레벨 경험치 모으는 것보다 이게 더 힘드네.’
50,000레벨 경험치는 가만히 있어도 슈슈크크가 모아주었지만, 이건 사탕을 직접 입에 넣고 녹이고 깨물고 삼켜야 하는 거라서 힘들었다. 그것도 수십 번을…….
사탕 맛은 좋다. 달콤하고…, 그뿐이었다. 입천장이 설탕에 헐어버리고 당뇨병에 걸릴 것 같은 기분이 최악이었다.
그래도 별수 없었다.
자신도 대외적으로 비추어지던 전투력과 실질적인 전투력은 하늘과 땅 차이 아닌가.
하물며 노골적으로 최강자인 슈슈크크도 숨겨진 비장의 한 수가 없다는 보장은 없을 터.
그런 것들을 대비한다는 마음으로 가능한 취할 방법을 총동원해서 전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했다.
‘솔직히 지금 상태로도 슈슈크크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만, 방심은 금물이지.’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나중에 생각하기를, 그때 너무 오버했나 생각하는 게 더 낫기 때문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50,000레벨을 찍냐 안 찍냐도 중요하게 짚고 넘어야 할 것이었다.
50,000레벨을 찍어봤자 스탯 포인트는 고작(?) 50,000에 지나지 않지만, 50,000레벨에 착용할 수 있는 투구, 갑옷, 무기, 반지, 등등 풀세트로 장착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50,000레벨 상당의 경험치를 쌓은 것이었다. 스탯도 스탯이지만, 결정적으로 각종 효과나 스킬도 붙어있기에.
그런 것들도 빠짐없이 챙겨가고자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한 끝에 드디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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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99레벨이 되었습니다.]
[한계돌파 사탕을 사용했습니다.]
[50,000레벨이 되었습니다.]
‘됐다.’
오랜 시간이 걸린 끝에 50,000레벨을 찍어버렸다.
‘평생 먹을 사탕 오늘 다 먹었네.’
50,000레벨이 되자마자 드는 생각.
‘아, 소원권 쓰고 싶네.’
소원권을 쓸 수 있는 10,000레벨은 진작 지나쳤다.
그런데도 아직은 쓸 수 없었다. 한 달 뒤, 슈슈크크에게 주기로 계약이 되어있어서. 그 전에 멋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도 슈슈크크만 죽으면 계약서의 효력이 소멸하여 소원권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기는 곧 올 것이고.
‘이제 마지막으로…….’
슈슈크크를 제거하러 가기 전에 만날 NPC가 하나 있었다.
테스트서버로 들어가서 귓속말을 걸었다.
[강기찬] 오래 기다렸지?
그 대상은…
[NPC나크로서] 오? 뭐냐?
… 바로 전설의 네크로맨서 NPC, 나크로서였다.
[NPC나크로서] 그동안 연락 안 하다가 했다는 건, 10,000레벨을 찍었다는 건가? 벌써?
며칠 전, 강기찬이 NPC나크로서에게 10,000레벨을 찍고 전설의 네크로맨서로 전직한다고 했었다. 그래서 저러는 거다.
[강기찬] 아니, 50,000레벨 찍었어.
[NPC나크로서] 지랄하… 아, 미안하다…….
[강기찬] 괜찮아, 지금껏 가장 소심한 반응이었으니까.
워낙 비현실적인 일이기에 욕부터 튀어나오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NPC나크로서의 레벨은 9,999이었지 않았나,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강기찬이 그보다 레벨이 낮았던 것은.
그런데 이제와서 50,000레벨 찍었다고 하니,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NPC나크로서] 욕한 건 미안한데, 농담이지?
[강기찬] 아니.
[NPC나크로서] 뭐… 만나서 확인하면 알 일이지. 그럼 준비됐어?
전설의 네크로맨서가 될 준비.
되었냐고.
[강기찬] 그래.
사실, 이제와서 전설의 네크로맨서가 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그렇지만, 전설의 네크로맨서는 다르다.
다른 직업들과 그 궤를 달리 한다.
단순히 강해지는 게 아니다.
단순히 몬스터를 잡고 권속으로 삼고 부리는 게 아니다.
그래…‘선’을 넘었다는 표현이 맞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