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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테스트서버-138화 (138/151)

138화

* * *

강기찬과 슈슈크크는 게임 속에서 만나 계약서를 썼다.

강기찬은 슈슈크크의 행성으로 가고.

슈슈크크는 테스트서버로 갈 수 있게끔.

계약서를 다 쓴 직후, 슈슈크크가 항복했다.

강기찬의 별은 2개가 되었고 슈슈크크의 초대를 받았다. 그렇게 강기찬은 슈슈크크의 행성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행성의 첫인상은 어딘지 모르게 친숙하다였다.

영화 속에서 봐왔던 인류의 미래의 모습이랄까.

슈슈크크의 행성의 외계인들은 고도로 발전된 문명 속에서 살고 있었다. 더 둘러보려다가,

“자, 어떡할 거지?”

슈슈크크의 말에 맥이 끊겼다.

강기찬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눈치 주는 건가?”

“뭐, 그렇게 받아들여도 된다.”

“혼자 돌아다니고 싶은데?”

강기찬이 당당하게 요구했다.

“그래도 된다, 대신 나도 따라다닌다.”

“자유롭게 해준다면서?”

“그래, 네가 뭘 하든 간섭하지는 않으마. 그냥 멀리서 지켜만 보마.”

“… 우리 행성에선 그걸 스토커라고 불러.”

“어쩌라는 거냐.”

슈슈크크도 강기찬이 무슨 짓을 할지 어지간히 궁금한 모양.

‘뭐, 상관은 없지.’

강기찬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

“파티 사냥해줄래?”

“!”

강기찬의 돌발발언에 슈슈크크가 입을 쩍 벌렸다.

“농담이 지나치군…….”

“농담이 아닌데?”

“너희 행성에선 그러냐?”

“뭐가?”

“적에게 파티 사냥해달라고 하냐?”

“우리가 적이냐?”

“!”

강기찬의 의미심장한 발언에 슈슈크크는 당혹스러웠다.

그러고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왜 우리가 적이냐? 하고 묻는데 거부감이 덜 들지?’

강기찬과 적이라 여겼다.

아니, 적이 확실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관계가 모호해진 감이 없잖아 있었다.

서로가 원하는 걸 들어주고 있지 않나.

그것도 두 번씩이나.

소원권과 테스트서버 입장.

어째 흥미가 돋는 것만 내놓는다.

강기찬이 절대 자신을 해치지 못하는 걸 알기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적개심마저도 사라진 것 같았다.

거기에 강기찬이 쐐기를 박았다.

“…동업자지.”

“그래, 동업자구먼…….”

슈슈크크는 마지못해 인정하는 시늉을 했다. 강기찬의 심기를 거슬려서 좋을 건 없으니까. 더 좋은 거래조건이 생길지도 모르지 않나.

이에, 강기찬이 말했다.

“진정으로 동업자라고 생각하면 파티 사냥쯤이야 들어줄 수 있는 부탁 아닌가?”

“그러면 너는 내 부탁…….”

슈슈크크는 말을 하다가 멈칫했다.

‘이것 봐라?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구먼.’

자신이 도와주면 5분 안에 강기찬의 레벨업은 가능하다.

하지만, 강기찬이 레벨업 하는 건 곤란했다. 지금 9,999레벨인데 10,000레벨이 되면 소원권을 사용할 수 있지 않나.

괜히 소원 빌어서 최종우승 해버리면 큰일 나는 거다.

그러니 절대 강기찬의 레벨업은 도와줄 수 없었다.

아니, 강기찬이 레벨업을 시도하면 죽여버릴 것이다.

‘물론, 경험치를 충족해도 만렙 돌파의 광석이 있어야 10,000레벨이 될 수 있지마는…….’

만렙 돌파의 광석 여부를 떠나서 강기찬이 10,000레벨이 되는 것 자체가 꺼림칙 했다.

지금은 만렙 돌파의 광석, 그리고 10,000레벨 아니라서 두 가지 안전망이 있는데 강기찬이 10,000레벨이 되면 안전망 하나가 없어지니까.

“… 들어줄 수 없다.”

“그래? 아쉽네.”

강기찬은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당연히 안 해줄 걸 알았기에.

‘이제 해주게 되겠지만.’

괜히 떠본 말이긴 했지만, 결국엔 자신의 레벨업을 돕게 할 요량이었다.

그 사전 작업을 시작하려 했다.

“… 내가 이 행성에 온 이유가 궁금하지 않아?”

슈슈크크는 귀를 기울였다.

그토록 궁금해하던 것 아니겠나.

강기찬이 이곳에 오려고 했던 이유 말이다.

“뭐냐?”

제 입으로 말해준다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테스트서버 구경, 이곳 테스트서버는 또 다를까 해서…….”

“아…….”

슈슈크크는 수긍했다.

테스트서버는 전 서버를 통틀어 하나일 가능성이 컸다.

즉, 어느 행성을 가나 테스트서버는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테스트서버가 하나뿐이라는 건, 나 같은 고등한 생명체나 능히 짐작할 수 있는 거지…….’

저 지구인은 열등한 생명체다. 이제야 9,999레벨이 나온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지구인의 지능에선 테스트서버가 여러 개 있다고 착각할 수 있는 것.

‘때마침, 다른 행성을 알았고 그곳에서 테스트서버에 접속하면 다를지, 궁금할 수도 있지. 그거야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는 거니.’

이로써 의문이 해소되었다.

그래도 뭔가 김이 빠졌다.

무언가 대단한 목적이 있을 줄 알아서일까?

‘하긴, 저런 하찮은 존재가 무슨… 과대평가를 했구먼…….’

강기찬이 물었다.

“9,999레벨에서 10,000레벨이 될 때, 뭐가 더 필요하지 않아?”

“음……?”

강기찬이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슈슈크크는 찝찝해하며 대답했다.

“… 그렇지. 더 필요하다.”

“만렙 돌파의 광석이 필요한 건 알고 있고, 그거 말고 더 필요한 게 있나?”

“음?”

슈슈크크는 한층 진지해졌다. 예민한 주제였기에.

“만렙 돌파의 광석을 구했나?”

만일 강기찬이 만렙 돌파의 광석을 얻었다면 그건 큰일이었다. 이제 레벨업만 하면 소원권을 쓸 수 있는 거니.

“구했지.”

“구, 구했다고?!”

“이거잖아.”

강기찬이 만렙 돌파의 광석을 꺼내 보여주었다. 슈슈크크는 굳은 얼굴로 만렙 돌파의 광석을 보았다.

이내 굳었던 표정이 풀렸다.

‘이건……!’

분명 만렙 돌파의 광석이 맞았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그’ 만렙 돌파의 광석은 아니었다.

‘1차 만렙 돌파의 광석이잖아?!’

현존하는 만렙 돌파의 광석은 ‘세 종류’다.

(1차) 999레벨에서 1,000레벨이 될 때 쓰이는 만렙 돌파의 광석.

(2차) 9,999레벨에서 10,000레벨이 될 때 쓰이는 만렙 돌파의 광석.

(3차) 99,999레벨에서 100,000레벨이 될 때 쓰이는 만렙 돌파의 광석.

지금껏 세 번의 만렙 확장 패치가 있었다.

고로, 만렙 돌파의 광석도 세 개인 것.

그중, 강기찬은‘1차’ 만렙 돌파의 광석이 있었다.

‘1차가 아니라 2차 만렙 돌파의 광석이 필요한데 모르네? 어째서 저걸로 만렙 돌파가 될 거로 착각한…….’

슈슈크크는 생각하다가 끊었다.

‘아하!’

이해가 갔다.

강기찬은 이제야 9,999레벨을 찍었다.

그런 주제에 지구 1위이란다.

즉, 지구는 만렙 확장 패치를‘딱 한 번’한 것.

1차 만렙 돌파의 광석만 있는 셈.

아니, ‘N차’개념조차 없을 것이다.

2차, 3차가 나오면서 1차라고 이름 붙이게 되니까.

당연히 2차 만렙 돌파의 광석에 대해서는 모를 수밖에.

그러니‘저’ 만렙 돌파의 광석으로도 만렙돌파가 될 거라 착각하는 것이리라.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인 것.

우물‘밖’ 개구리인 자신으로서는,

‘크, 크크크!’

웃음이 나올 수밖에.

다만, 웃음이 나오려던 걸 참았다.

대신, 속으로라도 강기찬을 마음껏 비웃었다.

‘멍청한 놈! 제 딴에는 만렙 돌파의 광석은 있으니까, 레벨업만 하면 될 거라 여긴다는 거네? 네가 알고 있는 게 다가 아니란다 애송아!’

그렇지만, 겉으로는 티 내지 않았다.

굳이 2차 만렙 돌파의 광석에 대해서 알려줄 것 없으니. 강기찬이 몰라야 마음이 편할 터.

“오, 그래, 그게 맞아. 용케도 만렙 돌파의 광석을 구했구나! 그것만 있으면 되지! 이제 레벨업만 하면 되는구먼”

하지만, 그때까지도 몰랐다. 강기찬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만렙 고블린 왕국에서 2차 만렙 돌파의 광석을 얻었는데 어찌 모르겠나.

일부러 모르는 척했을 뿐이었다. 속셈은 따로 있었기에.

‘이러면 좀 안심하고 레벨업을 도와주려나…….’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슈슈크크의 도움으로 레벨업하는 걸.

물론, 슈슈크크를 죽이면 레벨업을 할 수 있을 테지만, 그게 쉬운 건 아니니.

그리고 다른 방법이 없다면 모를까, 있는데도 가장 어려운 길로 가기엔 꺼려졌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어려운 길로 가고 싶었지만, 게임처럼 재도전이 되는 게 아니고 실패 리스크가 실질적으로 지구 소멸이니.

안정적으로 승률 높은 길을 갈 수밖에.

레벨업하고 나서 더 강해진 뒤에, 기회를 보고 슈슈크크를 죽이면 될 일이었다.

‘내가 버스를 타도 레벨업을 못 한다는 확신을 심어준 뒤에 버스를 타야지.’

이제는 슈슈크크의 경계심이 한층 누그러질 수밖에 없다.

이전까진 긴가민가하지 않았겠나. 강기찬이 2차 만렙 돌파의 광석을 들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그렇지만, 이젠 나름대로 확신을 가질 만했다. 강기찬이 2차 만렙 돌파의 광석을 안 들고 있는 것 같다고.

그 점을 이용하려 했다.

자신의 레벨업을 올리는 걸 극도로 꺼리게 하지 않게…….

물론, 이것만으로 자신의 레벨업을 올리는 걸 도와줄 마음은 없겠지만…….

“내 레벨업을 도와줘.”

일단 서두를 던져보았다.

“뭐? 내가 안 된다고 말했을 텐데?!”

당연히 슈슈크크는 정색했다.

강기찬이 되물었다.

“왜 안 되는데?”

“그냥, 네가 레벨업 하는 게 싫다.”

슈슈크크도 진심을 말하지는 못했다. 소원권 써버리고 튀어버릴까 봐, 라고 어떻게 말하나.

인상을 구기려던 찰나,

“나도 공짜로 해달라는 건 아니야.”

강기찬이 달콤한 제안을 해왔다.

“너 원하는 거 복사해줄게.”

“음? 뭐? 복사?”

“그래, 아이템 복사.”

“핵을 써준다는 거냐?”

“핵 아니고, 합법적인 스킬이야.”

“응? 아이템 복사인데 합법적이라고?”

“어. 좀 떨어져 봐.”

슈슈크크가 몇 발자국 멀어지자,

강기찬은 스킬 설명창을 띄워 보여주었다. 단, 설명 부분은 가리면서. 아이템 복사 습득 경로가 나와 있었기에.

여하튼 슈슈크크가 천천히 읽어보다가 수긍했다.

“정말, 합법적인 스킬, 합법적인 아이템 복사구먼…….”

“내 말이 맞지?”

“그래…….”

“…….”

“넌 도대체 어떻게 이런 기상천외한 스킬이 많지? 이게 다 테스트서버 덕분인가?”

강기찬의 기상천외한 스킬.

당장 눈으로 본 것만 해도 서너 개는 되는 것 같았다.

“그렇지, 테스트서버 덕분.”

강기찬은 테스트서버의 가치를 올려서 나쁠 게 없었다.

그리고 그 가치를 나눠주겠다고 하는 것도…….

“혹시 알아? 너도 나랑 똑같이 해내면 아이템 복사 같은 걸 가질 수 있을지? 서버가 다르니까, 될 거 같은데?”

강기찬은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꿀꺽, 하며 슈슈크크의 목울대가 꿀렁거리는 것을. 입맛을 다시고 침을 연신 삼키고 있다. 솔깃해지기 시작한 거다.

이내, 슈슈크크가 다급히 외쳤다.

“어, 어떻게?”

“내가 가르쳐줄 수 있지. 내가 아니면 그런 정보를 어디서 구하겠어?”

“!”

“뭘 망설여? 어려운 거 아니잖아? 너한테는 일도 아닐 텐데? 나 레벨업 시켜주는 거? 너한테 남는 장사야.”

“!”

“어때? 콜?”

“… 잠시만…….”

슈슈크크는 고심했다.

‘아이템 복사 같은 걸 가질 수만 있다면 강기찬의 레벨을 올려주는 것쯤이야…….’

단순히 저 둘만 저울질한다면 판단은 쉬웠다.

강기찬의 레벨 올려주는 거야 쉬우니까.

하지만, 그랬을 시, 강기찬은 소원권을 쓸 수 있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안 된다.”

“그래?”

“아, 아니… 사실 고백할 게 있다.”

강기찬의 제안은 너무 달콤했다.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를 쓰기로 했다.

그 머리 꼭대기 위에 강기찬이 있는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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