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136화 (136/151)

136화

* * *

사무라이 길드원의 한국 밀입국 사건.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중, 가장 시끄러운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었다.

하나, 정작 두 나라 국민들은 아는 게 없었다.

아니,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몰랐다.

막상‘핵심’ 사건은 터지진 않았으니까.

아무도 암살당하지 않았기에.

암살당해야 대외적으로 알 텐데, 그 전에 진압되었으니.

현재는 강기찬과 측근만 알고 있었다.

자체 내부 회의 결과, 이 사실을 대중에 공개키로 했다.

어차피‘사무라이 길드원 전원’을 돌려보내지 않을 거기에, 일본에 알려질 수밖에 없고 문제 삼을 테니.

한국에서 먼저 공표하는 게 정치적으로도 유리했다. ‘범죄자’를 사전에 막은 거로 마무리 지어야 하니까.

그러니 사무라이 길드가 어떤 야망과 계획이 있었는지, 공개해야 했다. 이미 찍어놓은 영상도 있어서 문제없다.

마지막으로 정할 건, 누가 대표로 나서냐는 건데…….

- 강기찬님께서 하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청용이 제안했고 다들 공감했다. 강기찬이 아니었다면 다 죽은 목숨이었으니까. 그걸로 끝이 아니다. 최소 민간인 학살, 최대 국가 전복이 일어났을 터.

즉, 강기찬이 한국이란 나라와 국민을 살린 거다.

그가 대중 앞에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는가.

모두의 이목을 받은 강기찬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청용씨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관심받는 걸 싫어해서.”

단순히 싫다고 둘러댔지만, 혐오스러울 정도였다.

세상에 나를 노출한다는 건 그만큼 욕먹을 수 있기에. 그것도 없는 사실로도.

‘선한 일’이었음에도 말이다. 음모론이나 조작설로도 재생산될 수도 있고…….

하지만, 이게 자신이 나설 수 없는 이유 전부는 아니었다.

핵심은 따로 있었다.

“제가 발표를 한다면 초점이 흐려질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사무라이 길드의 만행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그렇지요.”

“제가 발표를 한다면 강기찬이란 인간 자체가 이슈가 될 겁니다.”

“아아…….”

청용은 수긍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나 안다.

강기찬의 힘을.

하나, 대중들은 모른다.

강기찬이 대표로 이 사건에 대해 발표하는 것은, 뜬금없다고 여길 수 있다. 공개적으로는 강기찬은 과거에 잘나갔던 유저였으니까.

“… 사람들이 저한테 궁금할 게 많을 거란 말이죠.”

네가 뭔데 대표로 나왔느냐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서 있느냐?, 청용이랑은 어떤 사이냐? 이 사건과는 무슨 관련이 있냐? 등등…….

일일이 대응하지 않아도 각종 물음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올 것이다. 그러다 보면 주객전도 격으로, 사무라이 길드의 만행이 묻힐 수도 있는 것이다. 적어도 시선이 분산될 여지가 있었다.

여기서 그렇게 되길 바라는 이는 없었다. 잘못은 대대적으로 떠벌리고 질타받고 사과받아야 할 문제였기에.

“저보다는 청용씨가 대중 앞에 서야 사무라이 길드의 만행에만 초점이 맞춰질 테지요.”

청용이 이 사건을 해결했다.

이에,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정점에 선 유저이니.

곁에 앤드류가 있으면 더더욱 공신력 있을 테고.

“그렇군요, 정 뜻이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제가 하죠.”

다른 이들도 수긍했다.

그래서 청용이 대표로 공개하기로 했다.

생방송이 시작되자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 그리하여 현무 길드장, 현기현이 신수 현무를 통해 바닷속으로 잠입했습니다. 현무의 입안에 사무라이 길드원이 있었고, 그렇게 밀입국에 성공한 겁니다.”

사건의 전후 사정에 대해서 나열해나갔다.

물론, 강기찬이 빠졌기에‘각색’이 필수였다. 100% 진실만을 말하진 못했지만, 대중이 반드시 알아야 할 건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이윽고 기자회견도 시작되었다.

가장 큰 논란은, 사무라이 길드원들을 처리문제였다. 인원수라도 적으면 몰라, 100만 명이나 되었으니.

저들을 수용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처벌을 내리는 것, 그리고 국가 간의 협상과정과 그 이후까지…….

“우선, 이들의 계정을 압수할 예정입니다.”

찰칵, 찰칵! 찰칵!

파격 발언이었다.

남의 나라를 대표하는, 그것도 세계 2위 길드의 길드원들의 계정을 압수하다니!

기자가 손을 들었고 청용이 지목했다.

“압수한 계정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국내 일반인들에게 판매 및 기부할 생각입니다.”

또 다른 기자가 손을 들었고 청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에서 반발이 심할 텐데요?”

“아니꼬우면 와서 따지라고 하십시오.”

“와!”

청용의 대담한 선언에 취재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 속에서 더더욱 질문을 위한 경쟁이 심화하였다. 다들 천장에 닿을 듯 손을 높이 들었다.

그 경쟁 속에서,

“빨간 안경 쓰신 분.”

누군가 청용의 선택을 받았다.

“계정을 압수한 뒤, 사무라이 길드원들은 어떡하실 겁니까?”

“버려진 세계에 투옥될 예정입니다.”

“!”

기자들은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었다.

내일, 1면에 대서특필할 게 너무 많았기에.

* * *

당연히 일본의 반발이 거셌다.

여론이 안 좋은 건 물론이거니와 정부까지 나섰다.

< 한국 정부는 즉시, 포로들을 일본 정부로 송환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지 않을 시, 전쟁도 불사할 것! >

사무라이 길드원 전원의 무사 송환을 요구했다.

그러지 않을 시, 전쟁할 기세다.

그야말로 대대적인 협박이었다.

일본국민들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각 길드도 집합했다.

누가 방아쇠라도 당기면 당장 쳐들어갈 기세였다.

한국 정부는 대응하지 않았다.

청용이 언질 넣은 것. 이 사태를 해결할 자가 일본에 직접 갈 거라고.

강기찬이었다.

그가 나서기로 한 것

경석 계정(대마법사)으로 로그인 후, 열도로 날아갔고, 레이더망에 걸렸다.

수척의 함대에서 경고 방송이 흘러나왔다.

하나, 강기찬은 무시했다.

그 대가가 돌아왔다.

위협 사격을 넘어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그 순간, 강기찬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곳은 도쿄였다.

도쿄 상공.

강기찬은 거기서 가만히 있었다.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듯이.

이내, 시민들이 그를 발견했고 기자가 찾아왔으며 유저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날 수 있는 자들은 날아올랐다.

그리고 강기찬에게 다가와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대마법사.”

“앤드류?”

“아니.”

“… 뭐, 그렇다 치고. 여긴 비행 금지구역입니다.”

“압니다.”

“지금이라도 내려간다면 아무 일 없을 겁니다.”

“그건 내가 할 소리입니다.”

“예?”

강기찬의 뜻 모를 소리에 일본 유저는 당혹스러워했다.

“경고했습니다.”

강기찬이 한쪽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하늘이 찢어졌다.

그 틈새로 보이는 칠흑 같은 어둠.

반짝이는 별들도 엿보였기에 우주 같았다.

그 속에서 거대한‘구’가 천천히 내려온다. 하나가 아니다, 둘, 셋, 넷… 수를 헤아리는 자를 포기하게 할 만큼 많은‘구’였다. 그것들이 찢어진 하늘을 헤집고 내려오는 중이었다.

도쿄시민들은 하염없이 올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두려움을 느끼지도 못했다. 아니, 두려워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여기서 도망가봤자 피할 수 있을까? 저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위험하고, 또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이윽고 그‘구’의 윤곽이 뚜렷해졌다. 마치‘운석’ 같았다. 표면이 거칠고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나 있는 게……

그때였다.

호-아-아아악!

화르르르--!

운석에 불이 붙었다.

내려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머지않아 지상에 곤두박질칠 기세!

그제야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안 걸까, 일본 유저가 다급히 물었다.

“너! 뭐, 뭐 하는 거지?”

강기찬이 웃어 보였다.

“뭐 하는 거로 보여?”

“저, 정체가 뭐야!”

“뭐로 보여?”

강기찬은 말장난을 하면서 여유를 부렸다.

반면, 상대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지만.

“이러지 마시지요.”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된 건가?”

“원하는 게 뭡니까.”

일본 유저는 현명했다. 괜한 도발을 해봤자 더 위험해질 것을 알아차린 것.

처음 보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게임에서 많이 봐왔던 스킬이었다. 저건 메테오다. 메테오를 쓰는 마법사를 본 적 없다. 그렇다면 대마법사일 터.

그리고 메테오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부를지 겪지 않아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막을 수 없는 광역 스킬, 대규모 학살극이 벌어질 것이다.

“원하는 게 뭐냐고? 한국에 해가 되는 행동을 일절 중단할 것. 그리고…….”

강기찬의 요구조건을 다 들은 일본 유저가 최대한 정중하게 물었다.

“…… 당신, 한국인입니까?”

“그건 알 거 없고.”

유저가 되면 언어의 장벽을 허물 수 있다. 억양이나 발음도 교정이 되어, 대화만으로는 국적을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외관마저 가렸으니…….

하나, 내용으로 알아차렸다. 한국인이 아니고서야 이런 요구를 하진 않을 테니까.

거두절미하고…….

“어떡할래?”

일본 유저가 침을 삼킨 뒤, 떨며 요청했다.

“잠시만 시간을 주십시오.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

사실상, 수락한 거다.

그 누가 메테오를 보고 거절할까?

* * *

[ … 하여, 일본 정부는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 및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밝힙니다. 그리고 손해배상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이번엔 일본 언론도 불타올랐다.

< 도쿄 상공에 나타난 의문의 남성, 메테오로 추정되는 스킬을 사용하고 얼마 안 가 도중 중단… 속셈은? >

< 일본 정부, 사상 유례 없는 사과, 한국 정부와 손해배상 문제를 논의 중……. >

< 이대로 한국에 굴복하나……? >

강기찬은 스마트폰에 뜬 기사를 대충 훑어보다가 침대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일본 일은 종결된 거네.’

이제 일본과 관련된 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이로써 과거로 회귀할 준비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것.

그와 동시에 귓속말이 왔다.

[주은] 영업 시작했어.

[강기찬] 어, 오늘 판매할 걸 알려줄게.

[주은] 판매할 거? 뭔데?

가만히 놔두어도 어련히 장사는 잘될 거다.

하나, 어제보다 더 높은 매출을 위해, 아이템을 추가했다.

[강기찬] 보물 고블린 던전 입장권 10시간 선구매 시, 사무라이 길드원 계정 판매권 획득.

[주은] 무-어어어어어? 사무라이 길드원 계정?! 요새 시끄러운 그거?

[강기찬] 어.

[주은] 몇 개?

[강기찬] 90만 개.

[주은] 뭐? 그걸 다 어디서 구한 거야? …너 도대체 어디서 뭐 하고 다니는…….

[강기찬] 사무라이 길드원 계정은 몸만 10억, 템껴서 100억. 특별 기간 한정 할인 판매야.

[주은] 어어어어?! 그렇게 싸? 나도 살래!

과거로 회귀하기 전에 계정 통합은 하고 갈 거다. 그렇지만, 주어진 기간은 절대 길지 않으니, 가능한 한 빨리 수익을 쫙쫙 뽑아놓아야 했다.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서라도…….

‘몸값만 받아도 900조다. 잘하면 오늘내일 안에 100조 원(계정 통합 비용)은 찍을 수 있겠는데?’

돈 들여서 만렙과 최상위 랭커가 될 수 있다?

누가 안 사겠나.

게다가 엄청나게 싸게 파니… 하루 만에 100조 원을 버는 것도 꿈은 아닐 터.

[주은] 이거, 떼돈 벌겠는데?

[강기찬] 떼돈 벌려고 하는 거야,

[주은] 하긴…….

[강기찬] 구매자한테 전해. 판매자가 도쿄 상공에 나타났던 자라고.

[주은] 그건 왜 말해?

[강기찬] 그 계정으로 범죄 저지르면, 메테오로 집구석 날려버리고 헬파이어로 산채로 태워준다고…….

[주은] 아, 아무도 범죄 못 저지르겠다.

[강기찬] 그러라고 하는 거야.

[주은] 너 그 사람 알아?

[강기찬] 나야.

[주은] … 내가 뭐 잘못한 거 없지?

[강기찬] 나한테 사기 치려 했던 거?

[주은] 미안…….

[강기찬] 앞으로 착하게 살아.

강기찬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10,000레벨을 찍어볼까? 근데 누구를 잡지?’

이제와서 생각하니 웃기는 상황이었다.

보통 본인과 비슷하거나 좀 더 강한 몬스터를 잡는다.

그런데, 강기찬보다 강한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마땅히 잡을 몬스터가 없는 것.

이 세계에는…….

‘아, 걔를 잡으면 되려나?’

마침 떠오르는 대상이 있었다.

잡으면 아마 한 방에 레벨업이 되지 않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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