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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테스트서버-135화 (135/151)

135화

강기찬이 나가로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자마자 나가로가 격한 반응을 했다.

“이,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조선인 따위가 어딜 감히!”

퍽.

철철철.

나가로의 뺨을 갈기니 코피가 터지고 이가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얼굴이 흉하게 변한 것. 그리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더 맞고 싶지 않으면 닥치고 있어.”

가고일에게 시선을 옮겼다.

“가고일, 이제 물러나도 좋아.”

- 가고- 가고오오오!

가고일이 나가로를 짓누르던 발을 떼어냈다.

강기찬이 가볍게 한 손으로 나가로의 멱살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두 발을 허공에 떠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자, 망신살이 하러 가보자.”

“가…? 어, 어딜?”

“어디긴, 네 부하들이 있는 곳이지.”

“자, 잠깐만! 멈춰 봐, 거, 거긴 왜?”

“네가 쌍코피 터지고 이 나간 거 자랑해야지.”

“시, 싫다.”

“거절을 거절한다.”

강기찬은 나가로를 데리고선 청용에게 출두를 썼다.

이곳 또한 한바탕 싸우고 있었다.

다만, 서로 유저가 아닌지라 일반인들의 패싸움으로 변해 있었다. 그랬기에 쉽게 결판나지 않았다.

아니, 아군이 불리했다. 순수하게 쪽수 싸움이 되었기에. 한국의 4대길드 다 합쳐야 그나마 밸런스가 맞을까, 말까, 할 텐데 그보다 적은데 사무라이 길드원 100만 명을 어찌 대적한단 말인가.

그런데도 지금까지 버틴 것은 그나마 NPC화타가 있어서였다. 그는 애당초 유저가 아닌지라‘로그인 금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았다.

그랬기에 큰 보탬이 되어주고 있었다. 물론 힐러 겸 서포터이기에 전황을 뒤집을 정도는 되지 못했지만.

강기찬은 방금 왔음에도 단박에 이런 상황을 다 파악했다.

“고생들이네…….”

강기찬이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야!”

누군가 하늘을 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충분했다. 평소에도 하늘을 나는 유저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하물며, ‘로그인 금지 시간’에 하늘을 나는 존재?

싸우던 이들마저 시선을 돌리기에 이르렀다.

자연히 싸움이 중단되었다.

그리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강기찬에 대해서…….

“누구지?”

강기찬은 그리 높이 날고 있지 않았다.

지상에서도 강기찬의 얼굴이 보이는 높이.

그런데도 그를 알아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 정확히는 사무라이 길드원들이.

반면,

“저, 저기 주군 아니신가?”

나가로는 알아보았다. 자신들의 길드 마스터이기도 하고, 필드라서 바깥하고는 다르게 대낮이었기에.

그랬기에 의구심이 생겼다.

“어째서?”

“주군께서 잡혀계신 거지?”

나가로가 멱살이 잡힌 채로 있는 걸 보고선 하는 말이다.

오히려 정반대여야 하지 않나?

강기찬이 멱살이 잡힌 채로 있어야 마땅했다.

한데 어째서 세계 랭킹 2위가 멱살이 잡힌단 말인가?

어떤 변수가 터졌기에?

물론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제삼자는 반박할지도 모른다.

나가로가 멱살 잡히지 말라는 법도 있느냐고.

나가로도 지금은 일반인일 텐데, 같은 일반인끼리 싸우면 질 수도 있는 거 아니겠냐고,

하지만, 사무라이 길드원들은 알았다.

나가로는 지금도 유저로 있다는 것을.

그런 까닭에 자연히 초점은 강기찬에게 맞춰졌다.

유저인 나가로의 멱살을 누가 잡는단 말인가?

지금은 세계 랭킹 1위, 앤드류도 못 잡는데.

심지어 멱살만 잡은 것도 아니다.

나가로의 인중에서 턱까지 흐른 코피가 말라 있었고, 입술이 불어 터지고 뺨이 퉁퉁 부어있었다.

누가 봐도 맞아서 얻어터졌구나, 하는 외관이었다.

누구한테 맞아서 얻어터졌는지는 안 물어봐도 뻔했고.

그랬기에 정체가 궁금했다.

“누구지?”

유저도 아닐 텐데, 유저를 잡은 이는?

이렇듯, 다들‘처음’엔 강기찬을 유저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차츰 인식이 바뀌었다.

강기찬을 유저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강기찬을 유저로 보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이 ‘로그인 금지 시간’이라서다.

‘로그인 금지 시간’에 유저가 있을 수는 없기에… 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아니었다.

나가로가 있는데‘로그인 금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유저가 한 명 더 생긴다고 한들 이상할 건 없었다.

무엇보다 유저인 나가로가 공격당했다.

강기찬은 멀쩡한 걸 보니 일방폭행을 당한 게 틀림없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유저가 아니라는 게 더 소름 끼칠 거다. 유저일 수밖에 없는 것.

단지 심증만이 아니었다. 다음으로 일어난 현상 때문에.

슉- 슉슉슉슉!

청용, 백령 등이 사라지고 있었다.

자연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

이내, 누군가의 힘이었다는 걸 깨달았고, 그것이 강기찬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제야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로그인 금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유저가 나가로 외에 또 있다는 것을.

그리고 몇몇 사무라이 길드원들이 기어이 이름을 외쳤다.

“저, 저 자는 강기찬이다!”

이제야 생각난 것.

차분하게 바로 앞에서 보는 거랑 흥분해서 하늘에 떠있는 걸 보는 거랑은 얼굴 인식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강기찬은 현역으로 뛰던 유저가 아니고, 10년간 종적을 감추었었으니까.

하지만, 기어이 알 수밖에 없었다. 10년 전이라고는 하나 세계 랭킹 1위 아니었던가.

그랬기에 혼동이 왔다.

“강기찬상이 어떻게?!”

하반신 마비, 강기찬의 레벨… 기타등등.

그들이 알던‘과거’의 강기찬.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현재’의 강기찬.

그 두 강기찬의 괴리가 상당한 탓에…….

쉬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도 받아들여야 했다. 그냥 나가로의 옆에 있는 게 아니라 멱살을 잡은 모양새였으니까.

“자, 보이지? 너희들의 주군이 여기 반병신이 된 모습이?”

강기찬이 나가로를 멱살 잡은 채로 막 흔들어댔다. 나가로의 팔다리가 종이 인형처럼 맥없이 허우적거렸다.

“…….”

일대에는 세상 무거운 침묵이 일었다.

사무라이 길드원들은 허망하게 나가로를 올려다보았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강기찬에 대한 적개심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그 누구도 감히 내색하지 못했다.

강기찬을 비난하지도 나서지도 못했다.

그런 그들을 내려다보며 강기찬은 생각에 잠겼다.

‘이것들은 기를 꺾어줄 필요가 있지.’

강기찬은 저들과 초면이지만,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세계 랭킹 2위가 길드 마스터로 있는 일본의 자랑거리였을 것이다.

그런 데다가 그 어떤 국가도 하지 못한, 대격변 이후의 타 국가 밀입국까지 해냈으니, 하늘을 찌를 듯, 기고만장했을 사무라이 길드였을 터.

그들의 기세를 단 한마디 말로 단박에 잠재워버렸다.

그리고 이젠 보여주려고 한다.

끝났다고.

“자, 봐라. 너희들이 그토록 우러러보던 인간이 추락하는 모습을…….”

강기찬이 나가로의 멱살을 풀었다.

그리고 손을 놓았다.

그러자 나가로가 지상으로 추락했다.

“……!”

“어어어- 어어!”

철퍼덕!

높지는 않았지만, 추락해서 살 수도 없는 높이였다.

그런 까닭에 죽어버렸다.

이를 본 사무라이 길드원들은 입을 쩍 벌린 채 무릎을 꿇었다. 상상도 못 했다. 나가로가 죽는다는 것을. 아니, 죽더라도 저렇게 무력하게 허탈하게 죽을 줄은…….

그랬기에 급습하는 공포와 충격은 상당했다.

주인을 잃은 자들의 대성통곡이 이루어지는 한편, 강기찬의 아래에는 청용, 백령 등이 있었다. 소환해 불러모은 것. 아군과 적군을 명확히 구분 짓기 위해서.

그런 다음 권속들을 불러냈다. 고블린, 오크, 트롤, 오우거, 가고일, 뱀파이어 등등…….

사무라이 길드원들도 일반인이기에 실질적인 전투력은 고블린만으로도 충분했으나, 한꺼번에 소탕하기 위해서 가능한 많은 수를 불러낸 거다.

그들이 명령을 기다렸고,

“가라!”

강기찬이 명령을 내렸다.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무라이 길드원 대부분이 사망해버렸다. 일반인이기도 했지만, 기선제압의 효과였다. 사기가 꺾이니 저항하는 이도 극소수고, 저항하더라도 힘이 빠진 채였다.

물론, 머릿수가 많다 보니 미꾸라지 몇 마리가 생겼지만, 그거야 문제 될 거 없었다. 출두 써서 한 대 툭 치면 되었기에.

“청용님.”

“예.”

청용은 강기찬에게 경외의 눈빛을 보냈다. 예전부터 대단하다, 대단하다, 했지만. 설마 ‘로그인 금지 시간’임에도 활약할 줄이야.

강기찬이 아니었다면 한국은 어찌 되었을까?

솔직히 답이 없었다.

나가로가‘로그인 금지 시간’에도 유저로 있을 수 있다고 했었으니, 그저 나가로의 뜻대로 한반도가 유린당하였을 것이다.

자신은 그 광경을 무력하게 바라보았을, 아니 그 전에 살해당했을 터.

한데 강기찬 덕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피해를 본 이는 없으니.

이 현장에 있었던 자들만이 기억하리라.

강기찬이 한국을 살렸다고!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청룡 길드원들을 통해 사무라이 길드원들의 계정을 다 털어주십시오.”

“예?!”

강기찬이 보통 부탁을 하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사무라이 길드원들은 자그마치 100만 명 아니던가. 그들의 계정을 터는 작업이 순조로울 리도 없고.

그렇지만, 거절할 의향은 없었다.

“좀 어렵긴 해도… 으음, 알겠습니다.”

“이것도 받으십시오.”

“이건?”

강기찬이 건넨 건 웬 계약서였다.

우주 랭킹 1위인 슈슈크크와 계약하지 않았던가. 한 달 뒤까지 대전하지 않을 시, 강기찬이 소원권을 주게끔.

그 계약에 쓰였던, 어길 수 없는 계약서다.

“… 이걸로 길드원들과 계약하십시오.”

이것만 있으면 청용 길드원들이 사무라이 길드원들의 계정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외부에 유출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슈슈크크와 계약할 때, 복사해두길 잘했지.’

앞으로는 어떤 계약도 사기칠 수 없게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려운 부탁인 거 압니다. 그래서…….”

강기찬이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걸 대가로 드리려고 합니다.”

“아, 아니 그건……!”

강기찬이 청용에게 보여준 것은‘뇌신의 벼락’이었다.

과거, 청용이 자고 있을 때, 보물 고블린이 털었었다던.

“하… 정말, 이걸… 어디서?”

청용은 울먹거렸다. 도난당하고 다시는 못 찾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 보물 고블린 잡으려고 시도했었던 것도, 다 뇌신의 벼락 때문 아니었던가. 또다시 현실의 벽에 부딪혀 하염없이 보물 고블린을 바라만 보다 나왔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자신의 품으로 돌아오게 될 줄이야.

“고, 고맙습니다!”

강기찬이 찬물을 끼얹었다.

“아, 아직 준다고는 안 했습니다. 일 처리가 끝나…….”

“완벽하게 끝나겠습니다. 만족하실 수 있게!”

“뭐, 그럼 고맙죠. 그리고 혼자 맡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예?”

“앤드류님의 위자드길드도, 여기는 없지만, 주은의 주작길드도 다 소집할 겁니다.”

강기찬은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은 죄다 동원하려고 했다.

“그런 다음, 할당량을 분배할 거고요.”

‘엉?’

앤드류는 황당했다.

‘나랑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앤드류의 위자드길드 소집령.

방금 들었다.

강기찬이 요청하지도 않았다. 당연히 허락하지도 않았고. 그럼에도 쉽사리 수긍해버렸다.

“아, 앤드류님에게도 일할 것에 대한 보상을 드려야죠?”

“오, 아닙니다. 그러지 않으셔도…….”

강기찬이 하인스의 양말을 건넸다.

“아, 아니! 이것은……!”

앤드류는 하인스의 양말을 알아보았다.

이것이 복사한 거라는 건 모를 테지만.

“이 귀한 걸 저를 주셔도 됩니까?”

“예, 마땅히 가져야 할 분이 가지는 건데요.”

NPC하인스를 죽이고 그의 옷을 다 털지 않았나.

그것에‘아이템 복사’를 썼다.

거기에‘스킬 쿨타임 제로’도 썼다.

아이템 복사 쿨타임이 24시간에서 0시간이 되었다.

이제는 복사비용인 코인만 내면 대량생산할 수 있다.

복사템이야, 얼마든지 줄 수 있었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앤드류가 공손하게 두 손으로 하인스의 양말을 받았다.

“잘해주시면 하인스의 장갑도 드리겠습니다.”

“아, 아니!”

앤드류가 허리를 숙였다.

“이 목숨 다 바쳐 열심히 하겠습니다!”

“예, 예. 잘 부탁합니다.”

“저, 근데 사무라이 길드원들의 계정을 어디에 쓰실 건지?”

청용도 귀를 기울였다.

그도 묻고 싶었던 거라서.

강기찬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새로운 주인을 찾아줘야지요.”

“새로운 주인 말입니까?”

“유저가 되는 게 얼마나 귀한 기회인데 그걸로 남의 나라 침략하고 약탈하려고 했잖습니까, 그럴 바엔 더 좋은 일에 쓸 수 있는 사람에게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죠.”

“계정은 판매도 하고, 남는 건 독립유공자 후손, 그리고 불우이웃 돕기에 쓸 겁니다. 형편이 어려우면서 행실이 바른 사람… 계정은, 그런 사람들한테 줘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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