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126화 (126/151)

126화

* * *

계약했다.

슈슈크크가 한 달 뒤까지 대전하지 않을 시, 강기찬이 소원권을 줄 수 있게끔.

“계약이 성립되었군.”

슈슈크크는 만족했다.

계약은 어길 수 없다.

그러니 한 달 동안 대전하지 않을 시, 소원권을 얻을 수 있을 터.

비록 최종우승이 한 달이나 미뤄졌지만, 그만한 보상을 챙길 수 있기에 대수롭지 않았다.

한 달의 기간은 휴식 기간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역시 정점에 서면 쉬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가치를 창출할 수가 있단 말이지, 흐흐흐!’

최종우승은 사실 떼놓은 당상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감흥이 없어졌다. 한 달이나 미뤄졌기에 더더욱. 김빠진 느낌이랄까.

그래도 다행이었다. 새로운 흥밋거리를 찾아서. 그것 말고도 한 달 뒤를 기다리는 맛이 생겨서.

강기찬 덕분에.

‘강기찬은… 한 달 안에 1만 레벨이 되고 소원권을 써서 최종우승을 해버릴 계획이겠지? 그런데 어쩌나? 한 달 안에 1만 레벨은 죽어도 안 될 텐데?’

한 달 뒤.

강기찬은 자신의 계획이 허황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터. 그 순간 지을 표정과 감정이 무척 고대 되었다.

‘… 표정이 볼만하겠군.’

그런데 슈슈크크가 착각한 게 있었다.

강기찬은 1만 레벨로 올릴 시간이 필요해서 한 달을 달라고 한 게 아니다.

한 달이나 필요 없다. 한 시간 안에도 찍는다.

또한, 1만 레벨이 되어 소원권으로 최종우승을 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이번 삶에서 쓸 생각이 없는 거다.

시간 회귀를 하고 난 뒤에 쓸 예정이었다.

‘이제 정보를 최대한 모을 수 있겠네.’

그가 슈슈크크에게 한 달의 기간을 요구한 까닭.

그것은 바로 정보를 최대한 모으기 위함이었다.

시간 회귀를 하기 전에.

시간 회귀를 한 후의 삶을 준비하고자.

한국을 넘어서 세계의 사회, 문화, 정치, 역사, 대격변 이후의 사건 사고 등등…….

그것들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50% 정도밖에 활용할 수 없다. 정확히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라고 할 만큼 자세하게 알고 있어야 100%, 아니 200% 이상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20년 이상의‘정보’를 정리해두어야 했다.

그래야 시간 회귀를 한 후의 삶이 완벽해질 테니까.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 정보 중 큼지막한 것만 챙겨갈지라도 많은 시간이 걸릴 터. 하물며 가능한 한 많이 가져가고자 욕심을 부릴 거기에 시간은 더 많이 필요할 터.

물론, 시간 회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부터 조금씩 준비는 해왔었다. 언젠가는 이 1만 레벨에 도달할 것을 자신했었기에.

하지만, 변수가 있었다.

당장 오늘 지구가 멸망하게 생겼단다.

이에, 대응해서 생존할 방법은 소원권이나 시간 회귀뿐.

한데, 저 둘을 사용하기에는 1레벨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슈슈크크를 놔두고 레벨 올리러 갈 수도 없었다.

슈슈크크의 별이 98개다. 언제 별 100개 될 줄 알고? 그 전에 레벨업 할 수 있다는 장담은 못 하는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삶까지 걸린 도박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특히 그보다 훨씬 더 안전한 선택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고로, 슈슈크크가 별이 100개 되지 못하게, 98개에서 정지시켜놓았다. 그게 최선이었고 옳았다.

‘소원권 준다니까 냉큼 계약을 해버리네… 역시.’

슈슈크크가 미치지 않고서야 소원권을 포기하고 별 100개를 찍어버리진 않을 것이다.

띠링!

[슈슈크크(Lv. 95,000(별 999))님이 항복했습니다.]

[강기찬(Lv. 9,999(별 0))님이 승리했습니다.]

[정산이 이루어집니다.]

[슈슈크크(Lv. 95,000(별 998(-1))]

[강기찬(Lv. 9,999(별 1(+1)))

* * *

강기찬은 지구로 복귀했다.

자쟈는 똥 씹은 표정을 지었고.

“이기고 온 사람한테 짓는 표정이 참 거시기하네요.”

“… 아, 아니! 이, 이겼단 게… 너, 너너너무 시신기해서요…….”

지나치게 떨고 있다.

말뿐만 아니라 몸도…….

내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곧 죽을 거라고.

그런데 안 죽었으니…….

기쁘면서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지.

알딸딸한 기분이랄까.

“와… 어어떻게 이긴 거죠? 슈슈슈슈크크가 튀튕기기라도 했나? 이때까지 한 번도 그런 적 어없었는데?”

당연히 승리 원인이 궁금할 거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전투에서 승리했으니.

그러나,

“아, 아니! 됐어요! 그건 나중에 알아도 되니까…….”

물어놓고선 대답을 듣지 않으려 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었기에.

“어서! 다시 붙으세요!”

슈슈크크와 또 한판 붙으란다

기쁜 것도 잠시, 마음이 조급했던 것.

냉정하게 보자면 그럴만했다.

이번 판만 이겨서는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으니.

그저 짧은 생명 연장을 하게 되었을 뿐.

슈슈크크의 별이 998개가 되었다지만, 별 2개쯤이야 늦어도 오늘 안에 올릴 수 있을 테니까.

그나마 희망을 걸어봄 직한 것은,

‘한 번 이겼으니까, 또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

강기찬이 또 승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어떻게 승리했는지는 모를 일.

하지만, 이건 확실했다.

‘결코, 우연이 아닐 테니까…….’

강기찬의 승리는 명확하게 이유가 거라는 것.

돌이켜 보면, 강기찬은 대전신청 전, 절망적이지 않았으니까.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었달까.

그리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었다.

- 시간은 벌 수 있을 듯합니다.

약속을 지켰다.

허세가 아닌 게 밝혀졌다.

‘무언가 비결이 있는 거야!’

그랬기에, 재대결 신청을 재촉하는 것이다. 슈슈크크가 다른 유저와 전투하기 전에, 강기찬과 붙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게 더 승률이 높을 테니까.

“다시 붙으라고요?”

“예! 슈슈크크가 대전신청을 또 받아주지 않겠어요?”

확신에 찬 물음이었다.

모든 생명체의 심리가 그랬으니까.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한다.

특히 그 상대가 자신 보다 못났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에게 패배감을 안겨준 상대에게 복수하고 싶다.

다시 붙어 승리함으로써 만회하고 싶고.

더 나아가 또 붙어서 최종 스코어를 2대1로라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기에는 지금이 적기다.

슈슈크크는 아직 패배로 인한 분이 풀리지 않았을 테고.

진정으로 강기찬과 다시 붙고 싶을 테니.

한데 강기찬이 한 말은 의외였다.

“글쎄요…….”

“?”

“슈슈크크가 대전신청을 또 받아주지 않을걸요?”

강기찬은 확신했다.

슈슈크크가 두 번 다시 대전신청을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강기찬과의 재대전은 그냥 별 하나를 공짜로 갖다 바치는 거지 않나.

‘오히려 우연히라도 만날까 봐 두려울 텐데…….’

그 속사정을 알지 못하는 자쟈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슈슈크크가 대전신청을 받아주지는 않는다?

왜?!

“그게 무슨 말이죠? 왜 안 받아줍니까? … 아니!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압니까?”

“잘 압니다.”

“하… 그래서 슈슈크크에게 대전신청을 안 하겠다는 겁니까?”

“네.”

“한 번 해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최대한 좋게 타이르려고 했다.

태도가 이상하지만, 어찌되었든 유일한 희망이 아닌가.

하지만, 속으로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뭐 저렇게 여유를 부린단 말인가?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태평하기 짝이 없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지레짐작해서 시도조차 안 하는 게 답답했다.

급한 건 이쪽 아닌가?

“아뇨. 대전신청 안 해도 됩니다.”

강기찬도 자쟈가 왜 저러는지 알았다.

그랬기에,

“제 전적을 보십시오.”

방금 대전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WIN] 0 VS 0 [LOSS]

[강기찬] 0킬 0데스 0어시

[슈슈크크] 0킬 0데스 0어시

“어라?”

자쟈는 한 번, 두 번, 세 번을 봐도 의문스러웠다.

0 VS 0…….

킬 0데스 0어시…….

일관성 있게 다 0이다.

양측 다 아무것도 안 했다는 의미.

그런데 승부가 끝났다?

강기찬의 승리로?!

뭘까?

“슈슈크크한테서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그냥 이겼다고 해도 믿기지 않을 터.

슈슈크크한테서 항복을 받아냈다니?

차라리 실력으로 이겼다는 게 더 자연스러운 승리일 것이다.

“어떻게 한 거죠?”

항복을 받아도 어느 정도 압도를 하고 나서 항복을 받는 게 당연했다. 몇 번을 연속으로 죽인다든지 해서…….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항복을 받아냈다니?

그건 처지를 바꾸었을 때나 가능하다.

그러니까 강기찬이 시작하자마자 항복하는 것.

반면, 현실은 슈슈크크가 시작하자마자 항복한 거니…….

그렇다고 어떠한 의심도 할 수 없다. 저 결과는 조작할 수 없으니.

하나, 조작이 의심될 만큼 이상한 결과이기도 했다.

강기찬이 명쾌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소원권… 준다고 하니까 져주더라고요.”

“!”

“또 한 달 정지시켰습니다.”

“누구를……?”

“슈슈크크.”

“한 달 정지라니… 누가 보면 운영자인 줄 알겠네…….”

“운영자는 못 하지 않습니까?”

“… 좀 더 자세히 듣고 싶군요.”

강기찬은 자쟈에게 뺄 건 빼고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이 말을 덧붙였다.

“소원권으로 최종우승하고 나서 회귀하면 어떻게 되죠? 회귀하고 나서 최종우승하기는 귀찮은데…….”

자쟈가 약간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회귀 안 해봤는데 어떻게 압니까?”

* * *

그날 저녁.

사무라이 길드 마스터이자 일본 랭킹 1위, 세계 랭킹 2위인 나가로.

그는 막 전화를 받았다.

부하에게서 온 전화였다.

어떤 용건인지 알았다.

명령했었지 않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고.

처음엔, 청용, 백령, 맹인검객의 주변에‘만’ 그랬었다.

그러다가 한 명을 더 추가해야 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으니까. 저들의 교집합에 한 유저가 있다는 것을.

바로 강기찬이었다.

그는 꽤 아픈 과거를 갖고 있었다.

- 10년간 방구석 폐인 생활하다가… 이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그래봤자 걷지도 못한다고… 암살자인데? 가관이구먼. 그래도 조금이나마 동정심이 생기는 조선인이로구먼…….

더 깊게 조사를 하다 보니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존대하고, 머리까지 숙였다고?

청용이 강기찬을 마치‘상급자’를 대하듯, 깍듯이 대했단다. 백령, 맹인검객과도 긴밀한 관계인듯했고.

소문에는 앤드류까지…….

국내에 왕래가 전혀 없던 양반이었다.

한데, 강기찬의 활동 재개 시점에 교묘하게 맞물리게 한국으로 잦은 출입국이 시작되었다. 시기상, 강기찬과 무언가 있었다.

‘이상하단 말이지… 겉으로 보기에는 하잘것없는 쓰레기인데?’

강기찬에게 관심이 갔다.

대체 무엇을 숨긴 존재이기에 한국 최상위 랭커들을 넘어서 세계 랭킹 1위, 그것도 공식, 비공식, 둘씩이나 관계를 맺고 있는 걸까?

그래서 기왕이면 제일 먼저‘납치’를 하고자 했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고자.

- 만약 일이 틀어지면 비장의 카드로 쓸 수 있는 엄청난 조선인일 수도 있을 테니까.

나가로가 전화를 받았다.

“그래, 나다.”

- 종적을 감추었던 강기찬이 나타났습니다. 어떡할까요?

“그래… 잘 되었구나.”

수화기에 대고 명령했다.

“…납치해라.”

- 하!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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