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중앙 1차 포탑이 공격당했습니다!]
[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 (99/100)]
좀 전에 뜬 알림창이었다.
조금 전‘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이 1이 깎였단다. 물론‘적진의’ 그러니까 지금 들어와 있는 이 포탑의 생명력이 1이 깎여 있는 거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난 공격하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공격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자신 외에 이 포탑을 공격할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 하나 있었다. 당장 떠오르는 게. 유일한 가능성은 하나다.
‘병사들이?!’
혹시나 하고 밖을 내다보았는데 아직 병사들이 도착하지도 않았다. 공격은 무슨…….
이로써 가능성도 없어졌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공격이 이루어진 거지?’
공격한 게 아니니까 공격 된 게 맞는 거다.
그 원인을 몹시 찾고 싶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하나 짐작이 가는 게 있었다.
‘설마? 내가 쟤를 날려서?’
포탑 조종사 중 마지막 놈을 손등으로 후려쳐서 죽이지 않았나. 그놈이 날아가 벽에 처박혔고 그 충격으로 벽에 피가 발라져 있기는 했다. 혹시나 해서 벽에 가서 한대 쳤다.
띠링!
[중앙 1차 포탑이 공격당했습니다!]
[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 (98/100)]
“진짜네…….”
포탑 조종사가 벽에 처박혔고 그 충격으로 생명력 1이 깎였던 거다.
이건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연신 벽을 쳐댔다.
띠링!
[중앙 1차 포탑이 공격당했습니다!]
[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 (97/100)]
[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 (96/100)]
[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 (95/100)]
[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 (94/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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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네.’
이로써 새로운 사실이 공식화되었다.
포탑 밖이 아닌 포탑‘안’에서 포탑을 공격할 수 있다!
물론, 조종사를 다 죽여놓았기에, 이제는 밖에서 포탑을 공격해도 포탑에 의해서 공격당할 일은 없다.
하지만, 슈슈크크가 있지 않나. 이 안에서 공격하면 그 위험마저도 배제할 수 있다. 훨씬 안전하게 포탑을 박살 낼 수 있지 싶었다.
‘슈슈크크도 여기 들어올 수는 없을 테니까.’
맵핵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포탑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다.
아니, 실은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포탑 내부는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그랬기에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건 누구나 다 그럴 것이다. 슈슈크크도 예외가 될 수는 없으리라.
한창 때리다가 잠시 멈추었다.
‘혼자서는 느리네.’
혼자서 포탑 내벽을 치려니 시간이 좀 걸리지 싶었다.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선 조치가 필요했다.
[이벤트 스킬, 소환을 사용합니다.]
[병사들을 소환합니다.]
이곳으로 병사들을 소환했다.
본인보다 레벨도 낮고 몬스터 취급이라 동의 없이 소환 가능했다.
‘될지 안 될지 긴가민가했는데 다행히 되네.’
게임에 참가하기 전, 자쟈한테 받은 정보를 규합해본 결과, 이것도 장르만 바뀐 거지 레전드스토리 세계관 일부였다.
그래서 그곳에서 얻었던 것들이 일부나마 허용되었다. 소환도 그중 하나였다.
덕분에 병사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안 놀라네?’
병사들은 일절 놀라지 않았다. 갑자기 공간이동 당한 건데도.
하긴, 말을 걸면 무시하고 앞길을 막아도 정색하지 않고 어떻게든 피해서 전진만 하는 것들이었다.
이번에도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저 묵묵히 전진할 뿐이었다.
그런 다음, 내벽을 때리기 시작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잘도… 포탑이라면 무조건 패고 본다 이건가?’
설명이나 명령이 필요 없어서 편하고 좋았다.
[중앙 1차 포탑이 공격당했습니다!]
[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 (89/100)]
[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 (86/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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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 (81/100)]
확실히 병사들이 가세하니 좋았다.
생명력이 쭉쭉 떨어졌다.
우연히 바깥을 보았는데.
때마침 슈슈크크가 왔다.
금세 이상함을 느낀 모양.
주위를 살피는 꼴이 우스웠다.
‘명백히 포탑이 공격당하고 있는데 공격하는 쪽은 안 보이니까 어리둥절하지?’
슈슈크크도 포탑 주위를 한 바퀴 돌더니 어지간히 답답했는지,
[슈슈크크(Lv. 95,000(별 999)) : 어디서 공격하는 거냐?]
채팅까지 쳤다.
‘재밌네.’
[강기찬(Lv. 9,999(별 0)) : ?]
[강기찬(Lv. 9,999(별 0)) : 안에 있어.]
어디서 공격하는 건지 물었고‘불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슈슈크크(Lv. 95,000(별 999)) : 뭐? 안이 어딘데? 어디 안?]
‘백 마디 말보다는 보여주는 게 낫겠지.’
이후로 채팅을 치지는 않았다.
어차피 곧 있으면 포탑이 터질 테니까.
그렇게 보여주면 되리라.
‘안’이 어디였는지를 말이다.
‘안에서 짜잔, 하고 나타나면 깜짝 놀라겠지?’
슈슈크크를 놀라게 해줄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잠깐만!’
문득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고개를 돌려 병사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공격하지 말아봐!”
하지만, 그런다고 말을 들을 병사들이 아니었다.
“멈추라니까!”
차마 병사들을 내벽에서 떼어낼 수는 없었다. 그런 데에 힘들이기도 싫고.
대신, 빠르게 조종석에 앉았다.
조종 막대를 움직였다. 그러자 내벽 창에 조준점이 떠올랐다. 그 조준점을 슈슈크크에게 가져갔다.
그의 오른손은 빨간 버튼(사격)에 가 있었다.
‘이걸 누르면 어떻게 될까?’
이 포탑은 엄연히 슈슈크크 진영의 포탑이었다.
과연 아군 사격이 될 것인가? 그것을 실험해보고 싶었다.
빨간 버튼(사격)을 누르려던 찰나.
[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 (3/100)]
.
.
[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 (0/100)]
[중앙 1차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아, 타이밍 봐라…….’
퍼-퍼어어어어어엉!
중앙 1차 포탑이 파괴되었다.
알림창이 뜸과 동시에 순식간에 사위가 바뀌었다.
조종석과 조종실, 그리고 계단과 외벽 등…….
포탑이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져버리고 강기찬과 병사들은 허공에서 추락했다. 다행히도 보호조치가 취해져 안전하게 착지를 할 수 있었다.
역시 병사들은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와 추락해도 괘념치 않고 곧장 직진하기 시작했다. 적진의 중앙‘2차’ 포탑을 향해서.
때마침 적군 병사들도 도착해서 싸움이 벌어졌다.
한편,강기찬은 그곳으로 가지 않았다.
사실상 이 게임은 장악한 거나 다를 바 없기에.
그냥 적진의 중앙 2차 포탑 내부로 들어가서 조종사들을 몰살하면 될 일이었다.
“거기…….”
슈슈크크는 정색하며 말문을 열었다.
본인도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난감할 거다. 워낙에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졌으니까.
“…그… 안에 있다는 게… 저 포탑 안에 있다는 거였나?”
“그래.”
무의미한 질문과 답변이었다.
이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나.
무슨 질문과 답변이 필요하랴.
“…….”
직후, 슈슈크크는 잠시 침묵했다.
상대가‘포탑 안으로 들어가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지 싶었다. 스스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포탑에 어떻게 들어간 걸까?’
포탑의 생김새를 떠올렸다.
그걸로는 모자랐다.
고개를 돌려 포탑을 보았다.
포탑에‘출입구’가 있었던가?
‘… 없다.’
처음부터 답은 나와 있었다.
포탑에는‘출입구’가 없다는 것을.
아니, 정확히는‘보이는’ 출입구는 없었다는 것을.
애당초 출입구가 있었고, 인지했더라면 진입을 시도해보았을 것이다. 그러지 못한 것은. 포탑이 그 어떤 진입의 여지도 없는 꽉 막힌 구조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뭐가?”
“포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냐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방법이었다.
어째서 그걸 이제 막 이 게임을 시작한 이가 해낼 수 있었단 말인가?
돌아온 대답은 정말 싱거웠다.
“… 그냥… 들어가 지던 데?”
강기찬은, 맵핵으로 누군가 있는 걸 보고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인지해서 출두를 써서 포탑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강 둘러댔다.
사실 이럴 필요조차 없다.
적이다. 친절할 이유가? 그냥 무시하면 될 일.
그런데도 대화를 나누는 건 그와 사이가 나빠져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있을‘협상’을 위해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것이다. 못할 말은 자체적으로 빼면 그만이고.
“문이 없지 않나? 어디로 들어간 거지?”
“비밀이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부르고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강기찬은 이쯤하고 말기로 했다.
다행히 슈슈크크는 눈치가 없지 않았다.
“음… 그렇단 말이지. 근데 그 안에서 공격을 했는데 그게 통했다는 거고…….”
강기찬에게 대답을 바라는 게 아니었다.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뭐, 좋아. 그렇다고 치자.’
명쾌한 설명을 못 들어서 아쉬웠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뭐? 이제와서 무슨…….’
포탑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
아주 궁금했다.
달리 말하면 그저 궁금하기만 했을 뿐이었다.
저 방법에는 그 이상도 그 이하의 가치도 지니지 않았다. 초창기였다면 모를까, 이제는 더더욱.
그도 그럴 것이, 최종우승까지 딱 한 판 남겨두었다.
그 시점에서 포탑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 안에서 공격을 해서 포탑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무슨 의미가 있겠나? 전혀 의미 없다. 곧 다 끝나는데…….
비록 가장 중요한 중앙 1차 포탑이 파괴되는 실책을 범했지만, 결과는 달라질 게 없을 것이다.
‘아무리 사기적인 방법이라고 한들, 결국엔 포탑 안에 들어가야 의미가 있는 법. 두 번 다시 포탑 안에 못 들어가게 막으면 그만이지.’
저 생명체가 포탑 안에 못 들어가게 막기만 하면 되니까. 그렇게 할 자신이 있었다.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있었다.
“뭔데?”
“나한테 대전신청 한 이유가 뭐지?”
첫판인 주제에 무슨 배짱으로 랭킹 1위한테 한판 붙자고 하는 걸까? 이 한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 걸까? 아니면 몰랐던 걸까?
“네가 별 999개잖아. 1,000개 못 되게 막아야 하니까.”
“그게 다냐?”
“그럼 뭐가 더 필요한데?”
“……!”
담백한 답변이다.
“놀랍군.”
이 한판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았다.
그런데도 도전장을 날렸다?
‘대범하다.’
누구든 자신의 별이 1,000개가 못 되게 막고 싶을 거다.
하지만, 대개 생각에 그치고 말 거다.
랭킹 1위에게 대전신청을 어찌하나.
평소에도 그럴 지인데 이번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고, 패배 즉시 죽을 테니까.
심지어 본인만 죽는 게 아니지 않나. 친구, 가족, 행성인, 그 외, 우주의 거의 모든 생명체가 다 같이 죽는다.
자신으로 인해 그렇게 될 수도 있는 걸 알기에, 심리적인 압박감도 어마어마할 터. 부담스러워서 게임이, 집중될 리가……? 평소보다 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량을 다 발휘해도 될까 말까일 텐데… 그게 아니라면…….
이건 초보자의 경우가 아니다.
최상위랭커, 고인물의 경우다.
하물며 이제 이 세계에 발 담근 자는 어떠하랴.
실행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런데 실행했으니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기준.
나머지 유저들은 절대로 달가워하지 않을 거다.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자가 랭킹 꼴등에 첫판이라니?
이 사실을 알면 분통이 터질 터.
죽으면서도 억울해서 편히 눈감지 못할 거다.
객관적으로는 강기찬은 매우 비합리적인 판단을 한 거니.
“아주 어리석고 오만하구나,”
그렇게 판단하기는 충분했다.
“과연 그럴까?”
강기찬의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