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122화 (122/151)

122화

띠링!

[중앙 1차 포탑이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 (99/100)]

‘엉? 뭐야? 진짜 중앙 길로 가는 중이었단 말인가?!’

강기찬이 거짓말한 게 아니었던 것.

‘당연히 동쪽 길로 갈 줄 알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쩌면 복잡하게 생각할 게 아니었을지도…….

‘나 혼자 착각한 건가? 병신같이?’

강기찬은 애초에 머리를 굴린 게 아니었던 걸지도 몰랐다. 그저 정직하게 약속대로 중앙 길로 온 것일 뿐.

오히려 머리를 굴린 건 이쪽일 지도 몰랐다.

… 라고 무작정 생각할 수도 없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중앙 길에서 만나자고 진짜 중앙 길로 오다니?’

호랑이가 만나자고 하니 토끼가 온 격이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잡아먹힐지도 모르는 판국에…

거기까지면 이토록 황당하지도 않을 터.

와놓고 얌전히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호랑이 굴을 공격까지 하니…

무슨 배짱으로?

‘잠깐, 무언가 전략이 있는 건가?’

너무 노골적인 바보짓이라 오히려 숨겨둔 무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아니, 아니야…….’

아무리 고민해보아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아니, 있다 한들 무용지물이다.

어느 정도 급이 비슷해야 꼼수가 통한다.

자신이 어디 꼼수가 통하는 급인가.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을 터.

상대가 저 밑바닥 출신이라면 더더욱.

결론이 났다.

그냥 무진장 멍청한 거로.

‘내가 강기찬을 너무 과대평가했구먼. 하긴, 나한테 대전 신청한 것부터 모자란다는 게 증명된 거긴 하지…….’

자신에게 대전 신청한 것부터, 당당하게 중앙 1차 포탑으로 진격한 것까지… 돌이켜보니 강기찬은 일관되게 어리석은 짓만 골라서 하는 중이었다.

‘지레 경계한 내 꼴만 우습게 되었구먼… 흐흐.’

이제부터는 강기찬이 무슨 짓을 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렇지만, 대가는 치러야지.’

어느새, 중앙 1차 포탑에 도착했다.

단단히 혼쭐을 내주어야겠다고 상기시키면서.

그런 다음에 질문해도 늦지 않을 테니.

그런데,

“?!”

그런 다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뭐야?”

눈알을 굴렀다.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황급히 뒤돌아보았다.

도로 앞을 보았고.

잠시 얼어붙었다.

‘어, 어디 있지?’

강기찬이 보이지 않았다.

포탑 앞으로도 가보았지만…….

‘없잖아?’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괜히 포탑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다시 주위를 살폈다.

없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없다.

괜히 땅을 내려다보았다.

없다.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웃기는 건,

[중앙 1차 포탑이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 (81/100)]

중앙 1차 포탑은 여전히 공격당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공격하는 쪽은 안 보이는데, 공격당하고 있다니?

근거리 공격은 당연히 아니고 원거리 공격도 아니다.

‘대체 뭐지?’

실체 없는 공격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렇다고 넋 놓고 있냐고?

아니다.

할 수 있는 한, 조치를 다 취하는 중이었다.

투명화를 꿰뚫어 보는 스킬도 쓰고.

주변 시야를 넓히는 스킬도 썼다.

이것저것 다 해보았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

[중앙 1차 포탑이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 (67/100)]

[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 (66/100)]

[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 (65/100)]

빠르게 줄어드는‘중앙 1차 포탑의 생명력’을 보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랬기에 평소라면 하지 않을 채팅까지 쳤다.

[슈슈크크(Lv. 95,000(별 999)) : 어디서 공격하는 거냐?]

큰 기대를 품지는 않았다.

미치지 않고서야 솔직하게 대답해주지 않을 테니.

아니, 솔직하기는커녕 대답이라도 해줄지 의문이었다.

한창 즐겁게 중앙 1차 포탑을 공격 중이지 않나.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그렇지만, 중앙 1차 포탑이 파괴될 때까지 두 손 놓고 있기에는 좀 그래서 물어보기라도 한 것이다.

채팅을 치고 10초 후.

‘… 역시 씹겠지?’

큰 기대를 품지 않았음에도 씁쓸했다.

그러자마자,

[강기찬(Lv. 9,999(별 0)) : ?]

예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대답이 돌아왔다.

의외였다.

하지만, 금세 인상을 구겼다.

[강기찬(Lv. 9,999(별 0)) : 왜 이렇게 늦게 왔어?]

“…….”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의심해서 동쪽 길로 먼저 갔었다고… 그래서 늦었다고.

빨리 화제전환을 시도했다.

[슈슈크크(Lv. 95,000(별 999)) : 어디냐?]

[강기찬(Lv. 9,999(별 0)) : 안에 있어.]

[슈슈크크(Lv. 95,000(별 999)) : 뭐? 안이 어딘데? 어디 안?]

하지만, 그 이후로 대답은 없었다.

“…….”

아까부터 느낌은 들었다.

애써 무시했지만.

그런데 이제는 확실히 단언할 수 있다.

‘이번 판, 무언가 불길하다…….’

‘차라리 나랑 레벨 비슷한 놈이랑 붙을 걸 그랬나?’

비슷한 레벨의 유저와 붙었다면……

…그랬다면 적어도 이토록 속이 답답하진 않았을 텐데.

괜히 마지막 판은 편하게 가려다가 불편해지기만 했다.

* * *

게임이 시작했을 무렵.

강기찬은 애초에 동쪽 길로 갈 생각이 없었다.

‘중앙 길이 제일 빠른데 굳이?’

그냥 장난을 쳐보았을 뿐.

시작부터 썬을 중앙 길로 보냈다. 썬이 적진의 중앙 1차 포탑에 도착하는 즉시 위치 바꾸기를 하려고.

그동안 맵핵을 살폈다.

그냥 형식적으로 본 거다.

지금 봐선 무언가 얻을 것도 없…….

‘어?!’

그의 초점이 어딘가에 꽂혔다.

희한한 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게 뭐지?’

맵핵에는 기본으로 생명체가 점으로 찍혔다.

자신과 썬, 그리고 슈슈크크가 당연히 보이고, 그 외에는 각지에 흩어져 있는 몬스터가 보이는 게 맞다.

여기까지는 게임에 참가하기 전, 자쟈한테 받은 정보에 나왔던 대로다.

그러나 맵핵에는 그 외의 생명체가 보였다.

그러니까 자쟈한테 받은 정보에 나오지 않았던 것.

어찌 된 영문인지 단박에 이해했다.

‘본래 맵에는 안 보이는 거구나.’

그랬다.

맵핵으로 보았기에 보이는 걸 거다.

기존의 맵에서는 보이지 않을 테니 다른 유저들도 아직 모르고 있을 것이다.

‘있어선 안 되는 게… 아니, 있었는지 몰랐던 게 보였다는 게 맞겠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일이 재미있어지겠는데…….’

썬이 적진의 중앙 1차 포탑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즉시 위치 바꾸기를 했다.

적진의 중앙 1차 포탑 앞으로 이동되었다.

전방에‘적진의 중앙 1차 포탑’이 보였다.

투시를 썼다.

그러자 포탑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원형의 바닥,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계단…….

포탑 내부에는‘공간’이 존재했다.

단순히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다.

누군가 내부에 들어가 있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아니, 이미 누군가 있었다.

‘세 명의 난쟁이…….’

하얀 생명체 셋.

흡사 아기 같아 보일 만큼 키가 아주 작고 귀가 뾰족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그들이 포탑 내부 1층에서 불현듯 생겨났다.

그러더니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게 아닌가.

10층에 다다라서야 걸음이 느려졌고…….

셋은 각자의 의자에 앉았다.

앞에는 조종석이 있었다.

옛날 오락실에서 볼 법한…….

왼손에는 사탕 모양 조종기를 잡고, 빨갛고 동그란 버튼에 오른손을 얹었다.

그러더니 전방을 응시하며 대기했다.

‘저것들 나 보는 거 맞지?’

불현듯 저들과 눈이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저들이 자기네들끼리 쳐다보았다가 다시 자신을 보기를 반복했으니까.

‘인사를 해줘야겠네.’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마자 저들이 눈을 크게 떴다.

‘나를 보고 있었던 게 맞네.’

확신에 찬 얼굴을 한 채로 조금 더 걸음을 옮겼다.

직후,

쉭!

사라졌다.

[‘삯뚫라꾼’ 에게 출두를 사용합니다!]

셋 중 한 마리에게 출두를 사용한 것!

적진의 중앙 1차 포탑 10층에 공간이동 해 있었다.

보이는 건, 하얀 생명체 셋의 등.

그리고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반투명한 창.

저 창을 통해서 자신을 보았던 거지 싶었다.

‘밖에서는 저런 창이 안 보였던 거로 봐선 내부에서만 외부를 내다볼 수 있나 보네…….’

게임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안 될 것도 아니었다.

그의 시선이 창에서 하얀 생명체 셋으로 이동했다.

‘저것들… 아직 내가 여기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저들은 아직 강기찬이 이곳에 왔고, 바로 자신들의 뒤에 서서 지켜보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듯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평화롭게 있을 리 만무했다.

그저 전방만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말이 많아졌다.

“어디 간 거냐?!”

“몰라, 갑자기 사라졌다!”

“방금 새도 사라지고 저 생명체도 사라지고… 왜 이렇게 사라지는 거냐!”

조잘조잘, 좀 시끄러웠다.

그렇지만, 참았다. 굳이 있는 티를 내지 않으면서. 가만히 놔두면 어쩌나 싶어서.

‘조금 더 다가가 볼까?’

기왕이면 10미터 이내로 다가가고자 했다.

그렇게 될 시, ‘상태창 보기’를 사용할 수 있기에.

저것들이 뭐 하는 것들인지는 감히 잡혔으나 상태창 보는 건 또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테니.

살금, 살금… 살금… 살금…….

도둑고양이처럼 기척을 죽인 채 접근했다.

그거야 어렵지 않았다.

저들의 신경은 온통 앞에 쏠려있었으니까.

여전히 뒤에 누가 있다는 건 전혀 생각조차 못 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10미터 이내로 다가갈 수 있었다.

[‘삯뚫라꾼’ 에게 상태창 보기를 사용합니다!]

띠링!

《 상태창 》

[이름] 삯뚫라꾼

[종족] 드워프

[레벨] 370

[속성] 무

[근력] 150 [민첩] 10 [체력] 98 [지력] 110

[생명력] 350 [마력] 1,400

[물리 공격력] 199 [물리 방어력] 125

[스탯포인트] 0

[스킬] 포탑 조작(Lv.99), 매의 눈(Lv.99), 반사신경(Lv.99), 반응 속도(Lv.99)

[설명] 포탑 조종사에 정식 고용된 드워프. 올해로 경력 12년 차 베테랑이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포탑 조종사였다.

이곳에 앉아서 적이 사정거리 범위 내에 들어오면 저 빨간 버튼을 눌러서 빛 공격을 하는 거겠지.

‘잠깐, 쟤네 죽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

더 궁금해할 것도 없었다.

상태창의 스탯을 보아하니 적수가 되지 못했다.

‘실험해봐야겠네.’

이미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온 상태.

뒤에서 가뿐하게 멱을 따버렸다.

추-아아악!

피가 흩날렸다.

조종석과 주변에 덕지덕지 묻었다.

피가 왼쪽 뺨에 튄, 옆에 있던 드워프.

그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선 고개를 돌렸을 땐.

“어! 어어어어!”

비명과 함께 초점을 잃었다.

이로써 두 마리.

나머지 한 마리는 손등으로 후려쳤다.

빠각.

순식간에 셋을 처치했다.

조종석은 공석이 되었다.

이제 이 포탑은 작동이 정지된 거다.

자동 포탑이 아니라면 말이다.

“아, 있네.”

빨간 버튼 옆에‘자동’버튼이 있었다.

껐다.

진정, 이 포탑은 공격능력을 상실했다.

‘개이득인데?’

밖으로 나간 다음, 이 포탑에 접근해도 공격당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중앙 1차 포탑을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다니.’

놀라기는 일렀다.

‘응? 이건 또 왜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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