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118화 (118/151)

118화

주은은 잘못 들었나, 제 귀를 의심했다.

그만큼 기가 막힌 소리였다.

[주은] 누구를 암살할 예정이라고?

[현기현] 청용하고 백령, 맹인검객.

[주은] 나가로가?

[현기현] 어.

확실히 나가로라면 가능성 있다.

청용하고 백령이라면…….

하나, 맹인검객은 무리다.

비공식 세계 랭킹 1위 아닌가.

공식세계 랭킹 2위 따위가 어딜…….

[주은] 맹인검객을 어떻게 암살해?

[현기현] 다 방법이 있다고 하시더라고.

[주은] 방법이 있다고? 자세히는 모르고?

[현기현] 그런 기밀까지 공유할 사이는 또 아니라서.

주은이 비웃었다.

[주은]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며?

[현기현] 내 관점에서 그렇다는 말이지. 아직 그분의 완전한 신뢰는 얻지는 못했어.

[주은] 그래?

[현기현] 어째 반응이 좀 싱겁네? 난 네가 다짜고짜 기뻐할 줄 알았는데. 너도 바라는 일 아니야?

[주은] 어디 보통 일이어야지 기뻐하지. 이건 너무 큰 일인 데다가 쉽게 믿을 수는 없는 얘기니까, 그나마 결과가 나와야 현실감이 생길 것 같은데.

[현기현] 그렇긴 하지…….

[주은] 근데 그 사람 입국 금지 대상 아닌가?

나가로는 과거 한국에 와서 깽판을 치고 간 전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술 마시다가 다른 유저와 시비가 붙었고 광폭화를 해버렸다. 이성을 잃은 채 건물을 부수고 문화재를 박살 내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때 민간인의 재산, 인명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그로 인해 한국 정부로부터 입국 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현기현] 내가 힘 좀 썼지.

밀입국.

현기현에겐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현무를 통해 잠수해서 온다면.

미국도 왕래해봤는데 일본은 우습지.

[주은] 너 꽤 위험한 일을 저질렀네?

단순히 불법이라 치부할 게 아니다.

밀입국은 사형당할 수도 있다.

이때까진 혼자 오고 가며‘믿을 수 있는 자’와 비밀을 공유했다면, 이번에는 혼자 오고 간 게 아니지 않나.

‘동행인’이 언론을 참 좋아하고 입이 가벼웠다.

운이 좋아 지금이 아니라도 나중에는 발각될 수 있었다.

[주은] …감당할 수 있겠어?

[현기현] 청용을 죽일 수만 있으면 뭔들 못하겠어? 나라도 팔아먹을 수 있어.

[주은] …….

주은은 이미 네가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다른 이도 아닌 한국에 큰 반감을 품은 인간을 들여온 거다. 그것도 세계 랭킹 2위를. 과연 나가로가 이 나라를 온전하게 둘까?

‘그때 서울을 쑥대밭으로 만든 것보다 더 심하게 망가뜨리면 망가뜨렸지, 덜 하지는 않을 거야…….’

벌써 암울한 미래가 예측되었다.

[주은] 나가로가 원하는 건?

[현기현] 나가로가 원하는 거라니?

[주은] 나가로가 네 부탁을 들어주기만 하고 말까? 걔가 원하는 걸 들어 줘야 할 거 아니야. 공짜로 해줄 리도 없고.

백령 암살을 피해 반격 용도로 찾은 게 나가로일 터.

나가로가 순수한 호의로 암살을 해주려는 게 아니지 않겠나. 원하는 게 있을 터. 그게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다.

[현기현] 없어, 한국에 밀입국시켜준 것 말고는.

주은은 생각에 잠겼다.

‘정말 모르는 걸까?’

물론 모를 수도 있다.

‘기현이가 눈치가 없는 편이긴 했지.’

하지만, 그 외에는 다 알 수밖에 없다.

‘한국에 밀입국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고 봐야겠는데?’

그때처럼 또 사고를 칠 확률이 대폭 상승했다.

[주은] 너 어떡하려고 그래?

[현기현] 어차피 청용이랑 백령 제거하면 모든 게 끝나. 내가 밀입국 도운 게 뭐? 아무것도 아니지. 한국이 발칵 뒤집힐 건데. 나한테 신경 쓰는 사람이 있겠어?

[주은] …….

어느새 대화는 돌고 돌아 본론에 다다랐다.

[현기현] 어쨌든 우리만 대기 없이 던전에 넣어주는 거다?

[주은] 곤란하다니까.

[현기현] 왜?

[주은] 내 권한 밖이야.

[현기현] 누구 권한인데?

[주은] 경석.

강기찬이 언질 줬었다. 자신을 거론해야 할 일이 생기면 경석 이름을 팔라고.

[현기현] …경석이라면… 그 요즘 TV에 자주 나오는 CF 스타?

[주은] 어.

[현기현] 뉴스 봤는데, 너도 광고 좀 찍는 거 같더니만?

[주은] 아… 빚이 좀 생겨서…….

[현기현] 그래? 어쨌든 그… 경석을 만나면 해결될 일이라 이거지?

[주은] 어.

[현기현] 오케이, 나중에 보자.

주은은 곧바로 강기찬에게 귓속말했다.

띠링!

[강기찬님은 현재 귓속말이 가능한 지역에 있지 않습니다.]

당황스러웠다.

‘뭐야? 대체 어디에 있기에 귓속말이 안 돼?’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귓속말을 걸고 실패한 게.

‘귓속말이 불가능한 지역도 있었어?’

강기찬이 오늘부터 오래 자리를 비운다고는 했었다.

귓속말이 안 될 거라는 얘기는 없었지만.

이 역시 일이 생기면 경석에게 알리면 된다고 했었고.

그랬기에,

[주은] 저기…….

경석에게 귓속말했다.

현기현이 당신을 찾아갈 거라고.

* * *

현기현은 곧장 경석을 찾아갔다.

‘대충 협박 좀 하면 알아서 바로 입장시켜주겠지.’

애초에 입장료 100억 원은 생각지도 않았다.

그저 대기 시간을 없애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그만한 패를 쥐고 있었으니까.

‘내 힘으로 안 되면 나가로의 힘을 빌리지.’

경석은 그가 온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다소 침착할 수 있었다.

“내가 찾아올 거라는 거, 주은한테 들으셨을지는 모르겠는데, 각설하고 용건만 말하겠습니다.”

현기현이 말했다.

“이번 이벤트 던전에 바로 입장할 수 있게 조처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안 됩니다.”

경석 또한 강기찬의 아랫사람이다. 함부로 결정할 수 없다. 단, 던전 입장에 관해서는 확고했다. 강기찬이 안내서를 주고 갔었기에.

- 최상위 랭커라고 거들먹거리면서 너까지 연이 닿는 것들이 있을 거야. 그런 것들 요구 다 끊어버려.

- 웃돈을 얹어준다고 해도?

- 어, 공평해야지. 내가 새치기 진짜 싫어하거든.

경석은 생각했다.

‘웃돈까지 안 얹어줄 것 같은데, 그러면 더더욱 생각할 여지조차 없는 거지.’

그새, 현기현이 물었다.

“하… 주은도 그러더니만, 설마 안 되는 이유가 또 권한 밖이라서입니까?”

현기현의 판단컨대 절대 경석이 최종 결정권자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랬기에 품은 의문이었다.

“예, 맞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남기신 말씀이 있어서 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현기현이 물었다.

“누굽니까? 그 사람?”

이쯤 되면 궁금할 수밖에 없다.

레전드스토리 게임사에서 할 법한 이벤트를 두 번이나 연속으로 개최한 자.

그리고 주은과 경석 머리 꼭대기 위에 있는 자.

“밝힐 수 없습니다.”

경석은 마음을 굳혔다.

“어쩔 수 없군요.”

현기현도 마찬가지였다.

차-아앙.

현기현이 방패를 꺼내 들었다.

“무력으로 알아내는 수밖에.”

그러면서 경석의 표정을 살폈다.

이 말을 하면 어느 정도 반응이 와야 했기에.

그런데,

‘무표정하잖아?’

시시껄렁한 농담이라도 들은 듯, 반응이 없었다.

‘왜지?’

대적할 자신이 있든 없든 반응이 있었으면 했다.

반응이 없으니 맥 빠진달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자… 강하지.’

경석에 대해서 사전 조사를 하진 않았다.

그래도 알았다.

썬더버드를 잡았다는 것 정도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신을 무시할 정도인가 싶기도 했다.

‘내가 얼마나 만만했으면 저럴까…….’

보여주고자 했다.

무시한 걸 후회하게끔.

상념을 접고선 달려들었다.

훅!

[맹렬한 돌진]

스킬을 써 돌진했다.

방패로 밀어 넘어뜨린 뒤 찍어서 사지 중 하나를 결딴내버릴 작정이었다.

급속도로 1미터 나아갔을 때쯤.

타의에 의해 나아감이 뚝- 끊겼다.

되레 뒤로 튕겨 나가기까지.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면서 안전하게 착지했다.

땅에 발이 닿았음에도 정지하지 못했다.

어디까지 밀려났고 밀려나면서 땅이 11자로 깊고 길게 파여버렸다.

최대한 무릎을 굽히고 뒤꿈치를 들어 올리며 간신히 멈춰 섰다.

서둘러 균형을 잡으며 한쪽 무릎을 꿇고선 방패를 고쳐잡았다. 전신을 가린 상태. 혹시나 있을 반격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하나, 1초가 지나며 깨달았다.

잠깐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걸.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눈만 빼꼼히 내밀어 상황을 보았다.

그렇게 본 광경은…….

“!”

예상 밖이었다.

경석은 아무런 자세를 취하지도 않았다. 아까와 같다. 찰나의 순간이라서 그 안에 자세를 바꾸었다고 보긴 어렵다. 대체 뭘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누군가가 보였다.

‘누구지?’

경석의 앞을 누군가 가로막고 서 있었다.

아니 자신의 돌진을 대신 막아주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리라. 막 창을 거두고 있는 걸 보아선.

‘저 자에 의해 스킬이 캔슬난듯 한데…….’

스킬을 캔슬시키고 역으로 튕겨냈다는 건 스킬에 담긴 힘 이상을 지녔다는 의미. 즉 자신보다 강한 상대일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눈을 찌푸리며 자세히 보려고 했다.

그러자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목청껏 외쳤다.

“청용!”

청용이 현기현을 바라보았다.

“현기현.”

“네가 왜?”

“아군이 위험에 처할지도 모르는데 오는 게 맞지.”

“아군?”

현기현의 시선이 경석에게 향했다.

‘청용이 경석하고 한패란 말인가?’

청용이 경석을 일컬어‘아군’이라고 했다.

실제로 자신의 돌진도 저지했고.

말과 행동, 다 취했다.

둘은 한패임이 틀림없다.

‘잠깐 그렇다는 건…….’

두뇌가 빠르게 회전했고 이내 결론에 도달했다.

‘만렙돌파 고블린 이벤트 개최자가 저놈?’

누가 봐도 청용이 경석의 윗사람이었다.

더 위가 있을까?

가능성은 작다.

적어도 한국에선 더 없다.

‘외국인 랭커까지 갈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굳이 한국에서 이벤트를 개최할 명분이 없을 터. 인구도 작은데 말이다.

‘청용이 만렙돌파 고블린 이벤트 개최자일 가능성이 커.’

그렇다 치고,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주은.

지금 현장에서 표팔이를 하고 있지 않나.

주은이 미치지 않고서야 청용의 밑으로 들어갔을 리 없다. 자신을 살해하려 했던 자의 밑에서 일을 한다?

주은은 알고 있을까?

청용이 윗선이라는 것을.

‘만약 알고 있다면… 주은이 청용에게 넘어간 건가? 아니지, 그럴 리가…….’

주은이 넘어간 건 아니라고 보았다.

다단계 구조라 청용이 가장 위에 있단 걸 모를 가능성이 컸다. 관계자라고는 경석까지만 알고 있겠지.

‘빚을 졌다 했고, 이번 이벤트에서 일당을 세게 불러서 한탕 뛰고 있다고 보는 게 맞아.’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었다.

한편,

“현기현.”

청용이 말을 건넸다.

“물러가라.”

“알겠다.”

현기현은 순순히 방패를 거두어들였다.

청용이 있어 경석을 건드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대로 물러나도 이득이었다.

대기 안 하고 바로 던전에 진입하고자 온 건데 이제 그럴 수 있게 되었으니까.

청용이 이벤트 개최자인 것만 알면 되었다.

‘청용은 던전 관리자다, 청용이 죽으면 던전 관리 권한도 죽인 자에게 넘어가지. 청용을 죽이면 만렙돌파 고블린을 독점할 수 있다.’

청용 암살은 오늘 저녁에 있을 예정이었다.

그때였다.

띠링!

귓가를 때리는 알림음.

‘음? 알림음은 차단해놨는데?’

차단해도 들리는 알림음은 몇 없다.

‘이 알림음은…….’

알림음에도 종류가 있었다.

이 알림음은 예전에 딱 한 번 들어봤었다.

‘대격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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