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117화 (117/151)

117화

* * *

주은의 우투브 채널에 새 동영상이 업로드되었다.

[만렙돌파 고블린을 잡으면 만렙 돌파의 광석을 쏜다!]

- 만렙돌파 고블린이라니?

- 와...... ㅁㅊ따!

- 아니 무슨 고블린 수집가이신가? 뭔 신규 고블린이 이렇게나 많아?

- 한 번은 우연인데 두번은 머다?

- 머긴 머야. 걍 우연이지.

- 근데 공지나 패치노트에도 없던 건데.

- 그러는 게 어디 한두 번이어야지.

- 잠수함 패치를 몬스터에게도 적용시키긴 했었죠.

- 이젠 놀랍지도 않다.

- ㄴㄴ 이번에 놀랍지. 무려 만렙 확장인데.

- 이거 10년만에 만렙 확장이네.

- 근데 만렙 확장 맞음?

- 그러게…….

- 이걸 그냥 일개 유저의 손에서 놀아나게 함?

- 저번 대격변때 999레벨 돌파한다고 성대하게 이벤트했던 거랑은 너무 대조적인데?

- 이상ㅎ네

- 머징?

- 이건 솔까말 잠수함 패치를 하지 않음

- ㅇㅈ 미치지 않고서야…….

- 무려 9,999레벨 돌파를 아무런 전조증상도 없이 이렇게 공개한다고? 이벤트도 없이? 개인의 방송으로?

- 주은이 레전드스토리 파트너bj도 아니자너?

- ㅇㅇ

- 고객센터에 연락해봐야겠음.

- 이거 뭔가 문제가 생긴듯?

* * *

지구서버 운영1팀 팀장 자쟈.

그녀가 알람 소리를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무으야…….”

한창 잠에 빠져들었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메시지를 확인하는데,

[자로 부장] 큰일 났습니다.

메시지를 읽고선 눈을 번쩍 뜨고야 말았다.

‘크… 큰일?’

[자쟈] 뭔데?

[자로 부장] 한국에서 이벤트를 한답니다.

[자쟈] 이벤트? 우리 일정에는 없지 않나?

[자로 부장] 주은이라는 유저가…….

[자쟈] 개인이 여는 이벤트? 그게 왜?

[자로 부장] 만렙돌파 고블린이 이벤트를 직접 홍보하고 만렙 돌파의 광석을 상품으로 걸었답니다.

5초… 침묵이 일었다.

직후 터져 나오는 괴성.

[자쟈] 뭐-어어어어?! 농담이지?

[자로 부장] 제가 미친 게 아닌 다음에야 팀장님께 농담하겠습니까? 우투브 링크 보내드릴 테니까 보십시오.

[자쟈] 빨리 빨리 보내봐.

이윽고…….

자쟈는 얼빠진 얼굴로 동영상을 끝까지 보았다.

“…….”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쉬고는,

“강기찬……!”

원인 제공자의 이름을 불렀다.

[자로 부장] 보셨다시피 주은 우투브 채널에서 업로드한 겁니다. 그래서 지금 주은과 접선을 해보려고 합니다.

[자쟈]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자로 부장] 예? 무슨 말씀이신지?

[자쟈] 이거 주은 짓 아니야.

[자로 부장] 예?

[자쟈] 이런 짓을 할 인간은 그 인간밖에 없어.

[자로 부장] 누굽니까?

[자쟈] 강기찬.

[자로 부장] 또 그 인간이…?! 어떻게 아셨습니까? 강기찬은 등장하기는커녕 거론조차 안 되고 있는데?

[자쟈] 감이긴 한데, 맞을 거야. 어디 한두 번 데였어야지. 어쩐지 방금 꿈에서 그 새끼 얼굴 나오더라고. 한 대 치려는데 너 때문에 깼어.

[자로 부장] 아… 하하 죄송합니다.

[자쟈] 아니야. 귀한 유저인데 어떻게 패? 못 패서 다행이야. 근데 이상하게 패고 싶단 말이지. 꿈에서 만이라도……. 하여튼… 내가 만나야겠어.

[자로 부장] 강기찬을 말입니까?

[자쟈] 어, 이제 슬슬 준비도 해야 하지 않겠어? 누가 봐도 최초로 만렙 찍을 거 같던데.

[자로 부장] 하, 하긴 그렇지요.

[자쟈] 근데 웃기네. 만렙 찍으면 만렙 돌파의 광석으로 회유하려고 했는데 자기가 알아서 타 먹으면 어쩌자는 거야? 그럼 우린 뭐로 회유하라고? 특출난 놈이라 좋긴 한데 참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변칙성이 다분하다니깐…….

[자로 부장] 슈퍼계정이 있지 않습니까? 그걸로 회유하십시오.

[자쟈] 맞네. 그거 준다고 하면 회유할 수 있겠지? 슈퍼계정 마다할 유저는 없을 테니까.

[자로 부장] … 만나러 가실 겁니까?

[자쟈] 어! 일단 만나러 간다. 어찌 된 건지 듣기는 해야 하니까. 이번에는 진짜 전혀 예상치 못했잖아.

자쟈가 강기찬의 위치를 추적했다.

[강기찬의 현재 위치 : 끈적한 꿀벌 던전.]

‘역시 내 예상이 맞았네.’

강기찬이 이번 이벤트 주최자라는 증거는 없다.

순전히 감이었을 뿐.

한데 강기찬의 현재 위치를 보니 확신이 섰다.

아직 시간 멀었는데 이벤트 던전 안에 혼자 있다?

‘주최자네.’

* * *

[끈적한 꿀벌 던전 입구(만렙돌파 고블린 이벤트 진행장소)]

이벤트 3일 차 아침이었다.

오늘은 줄 선 유저 수가 많진 않다. 어제, 그저께와 비교하자면.

그도 그럴 게, 여긴 보물 고블린 던전이 아니니까.

오늘부터 새롭게 연‘만렙돌파 고블린’이벤트 던전이다.

타겟층은 최상위 랭커들이었고.

전 유저를 타겟층으로 삼는 보물 고블린 이벤트 던전보다는 대기인원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최상위 랭커들은 극소수이니까.

의외로 현장의 사람 수는 적지 않았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의 최상위 랭커들도 온 덕분이었다.

덧붙여, 기자진과 주변 주민, 유저 등의 구경꾼들도 있었고.

유저 수는 적었으나 오늘 수익도 충분히 기대해봄 직했다.

‘어차피 입장료는 한 시간에 100억이니까… 한 사람이라도 100명분은 되는 거지.’

일이 100배 간편해졌고 수익은 100배 늘어난 셈이다. 주은으로서는 나쁠 게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만 돌리는 게 아니니까.’

이벤트는 여기서 하는 게 아니다.

만렙돌파 고블린 이벤트는 여기서.

보물 고블린 이벤트는 저기서.

두 가지 이벤트를 두 군데서 돌릴 거다.

어제 대비 수익이 대폭 뛸 터.

더군다나‘만렙돌파 고블린’이벤트는 오늘 오픈이다.

보통 이벤트 런칭일이 가장 장사가 잘되는 날인 건 기본 상식이다.

한껏 희망을 품는 사이, 오픈 시간이 되었다.

입장하는 유저 중에선 낯익은 얼굴도 다수 있었다. 최상위 랭커들은 극소수이며 고이기 마련이라 서로 안면이 익은 상태였으니까.

그중에서 특히 주은이 인상 깊게 본 이는…….

“어, 주은. 오랜만이다.”

청용이었다.

그가 주은에게 인사를 건넸다.

“천하의 주은이 여기서 표팔이를 하고 있다니.”

“빨리 사고 지나가라.”

주은은 정색했다. 청용을 죽이고 싶었으니까.

불과 며칠 전에 맹인검객을 보내 자신을 살해하려 하지 않았나. 강기찬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땅 밑에 암매장되어 있었을 것이다.

반면,

‘불같은 성격 여전하네…….’

청용은 주은이 왜 저렇게 부들부들하는지 몰랐다.

애초에 주은을 살해하려는 마음도 맹인검객을 보낸 적도 없었으니까. 원래 성격 안 좋아서 그런가 보다 할 뿐.

주은은 그런 청용을 보며 마뜩잖아했다.

‘저 씹어 죽여도 시원찮을 새끼를 그냥 들여보내야 한다니 원통하다. 원통해!’

개인적으로는 청용의 던전 입장을 막고 싶었다. 만렙돌파 고블린을 잡을 기회 자체를 주고 싶지 않았기에.

하지만, 입장을 거부하기는커녕 티를 내지도 못했다.

이건 엄연히 강기찬의 사업이지 않나.

청용은 손님이다.

사적인 감정으로 논란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참자, 참아…….’

대신 기도해주기로 했다.

‘망해라… 만렙돌파 고블린을 절대 못 잡기를……!’

강기찬을 믿어보기로 했다.

만렙돌파 고블린이 금방 잡힐 것 같았으면 이 이벤트를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 같았으니까.

청용 이후로도 백령, 앤드류, 맹인검객 등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최상위 랭커들을 볼 수 있었다.

대격변 이후로, 아니 레전드스토리 오픈 이래로 이렇게 세계적으로 최상위 랭커들이 한자리에 모인 적이 있나 싶을 정도. 실제로도 그런 적은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 만큼 수백 명의 국, 내외의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려댔다. 빛 세례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눈을 제대로 뜰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

또한,

“저는 KYJ 기자입니다.”

“저는 늘밝은 신문사 기자입니다.”

기자들이 허가된 출입증을 내밀었다.

“예, 통과하세요. 다음.”

“저는 구경만 하러 온 일반인입니다.”

“예, 통과하세요.”

이렇듯, 기자와 일반인들도 출입할 수 있었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입장료를 내야 했다.

다만, 입장료가 100억 원이 아니라 1억 원이었다.

방문 목적이 달라서.

일반인들은 단순 구경과 사진찍기 등의 관광을 위해서 들어가려는 거 아니겠나.

기자는 일 하려고 들어가는 거지만, 배려해주었다. 어쨌거나 1억 원이 적은 돈도 아니고 내긴 내는 것인 데다가 기사 하나 더 써주면 그게 곧 홍보로 이어지는 거니까.

그들도 좋고 강기찬도 배부를 수 있는 서로 이익인 방법이었다.

주은이 한창 방문객을 받는 사이.

뜻밖의 인물에게서 연락이 왔다.

[현기현] 주은아, 잘 지내니?

현무 길드 마스터, 현기현으로부터 귓속말이 온 것.

[주은] 야! 너 이때까지 연락도 안 되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안정을 찾고 난 뒤, 현기현에게 연락을 시도했었다.

자신이 맹인검객한테 살해위협을 받고 있을 때.

그도 백령으로부터 살해위협을 받았다는 얘길 들었고.

강기찬에게 그의 신변도 보장해달라는 약속을 받으려고.

그런데 연락 두절이었다.

지금 막 왔고.

[현기현] 내 살길 찾으려고. 근데 너도 너 살길 찾은 모양이다? 방송 재개한 걸 보면?

[주은] 아… 봤어?

[현기현] 그렇게 홍보를 해대는데 모를 수가 없지. 특히 우리 같은 최상위 랭커들이라면…….

[주은] 어디야? 이젠 너도 안전해. 내가 수를 썼거든. 그러니까 더 이상 숨지 않아도 돼.

[현기현] 어, 나도 더 안 숨을 거야.

주은은 말을 하려다가 멈칫했다.

무언가 현기현의 목소리가 침울하달까.

이전과는 달라졌다.

‘하긴, 그런 일을 겪었었는데 안 달라지면 그게 더 이상하긴 하지…….’

[현기현] 나도 거기 갈까 하는데.

[주은] 오? 그래?

주은은 기뻐했다.

손님이 한 명 늘었다는 건 1억을 벌었다는 의미니까.

[현기현] 어, 당연히 가야지.

[주은] 잘 생각했어.

[현기현] 근데 거기 예약제 같은 거 없냐? 손님도 같이 가려고 하는데 그분이 좀 높으신 분이라 대기하시는 걸 못마땅하시거든.

[주은] 높으신 분?

주은은 잠시 생각했다.

대한민국에 현기현보다 높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하물며 청용, 백령 등… 다 입장한 뒤다.

예상 인물이 더 줄어들었다.

아니, 없다.

있다면 한 사람.

‘유저협회 회장?’

한국 유저협회 회장, 나병건.

현재 튜토리얼의 탑에 있다고 한다.

위기에도 연락도 안 되는…….

‘아니 그 양반일 리가… 그러면 대체 누구지?’

물어보는 게 직방이다.

[주은] 누군데?

[현기현] 나가로.

[주은] 나가로가 누구… 아! 사무라이 길드 마스터?

나가로.

일본 랭킹 1위이자 세계 랭킹 2위였다.

최상위 랭커라면 모를 수가 없다.

한국인도 마찬가지.

역사 왜곡, 비하 발언 등으로 한국을 도발하는데 선두주자였으니까.

[주은] 그 사람하고 아는 사이였어?

[현기현] 어. 각별한 사이가 되었지.

[주은] 아…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예약제는 안 돼, 남들처럼 줄 서서 입장해야 해.

[현기현] 안 되겠네. 이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주은] 뭔데?

[현기현] 이건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다. 딴 데 가서 말하지마, 알았지?

[주은] 새끼야, 빨리!

[현기현] 사실 그분이 청용하고 백령, 맹인검객을 다 암살할 예정이셔. 우리들의 은인이라고. 그러니까 좀 융통성 있게 가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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