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계정을 통합하고자 했다.
세 개의 계정을 하나로.
더 효율적인 관리가 될 테니.
물론 그러면 더는 대리 사냥을 맡길 수 없지만, 언제까지고 남들에게 대리 사냥을 맡길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시간 회귀한 뒤까지 생각한다면 궁극적으로는 계정 통합이 해답이었다.
그랬기에 계정 통합 비용인 100조 원을 모아야 했다.
그에 반해 현재 수중에 있는 돈은 약 7조 7,000억 원.
턱없이 모자랐다.
던전 입장료를 통해서 모을 수야 있겠지만, 더 쉽고 빠르게 벌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마다할 수 없었다.
자신을 잡으려 들었다가 줄행랑치고 있는 저 작자들을 이용하면 막대한 돈을 거머쥘 수 있으리라.
그들을 떠올리며 속으로 말했다.
‘… 나중에 찾아가도록 할게.’
돈은 나중으로 미루어두었다.
지금은 장사를 계속해야 했기에.
저들의 아이디를 따로 스크린샷을 찍어두었다.
그걸 토대로 나중에 찾아가면 될 일이었다.
강기찬을 노렸던 자들이 빠져나간 뒤.
다시 이전으로 분위기를 돌리는 데엔 시간이 좀 걸렸다.
30분이 지나서야 유저들이 서서히 보물 고블린을 잡으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 마리 잡혔지만, 아직 한 마리 남았으니 포기 못 한 것.
다 똑같은 생각일 것이다.
남은 한 마리는 내가 잡을 거라고.
그때 주은으로부터 귓속말이 왔다.
[주은] 나 오늘 찍은 거, 편집 좀 맡기고 올게.
[강기찬] 어.
주은이 우투브 동영상을 올리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조만간‘강기찬이 보물 고블린을 잡는 장면’이 인터넷 세상을 뜨겁게 달굴 것이다.
‘이제 부정적인 여론이 잠재워지겠네.’
첫날 방문자 중에 그 누구도 보물 고블린을 못 잡아서 생긴 부정적인 여론. 그로 인해 둘째 날인 오늘 방문자 수가 반 토막 나지 않았던가.
그걸 수습하고자 보물 고블린을 잡았고 그 장면을 찍어서 우투브에 올리려 하는 것이고.
그걸 시청한 유저들은‘나도 방문해볼까?’,‘나도 잡을 수 있을 거 같은데?’ 하는 마음을 심어줄 터.
그 여파로 현실의 방문과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
긍정적인 전개가 기대되었다.
그렇다고 주은한테만 모든 걸 맡겨두고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슬슬 나도 움직여볼까.’
언뜻 보기엔, 강기찬은 보물 고블린 잡음으로써 제 할 일을 다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다한 게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방문자 수 증가는 미미할 테니까.
기껏해야 오늘 절반으로 줄어든 방문자 수를‘조금’ 회복하는 선에서 그칠 터.
‘겨우 그 정도’를 바라지 않았다.
최소한 어제 방문자 수 원상복구.
아니 그 이상으로 올리고 싶었다.
그런 관점에선‘보물 고블린 잡는 영상’만으론 부족했다.
‘단순히 그것만 보여주면 효과가 폭발적이진 않을 거란 말이지… 누군가 보물 고블린을 잡았다… 그 이상의 화제성이 필요해.’
올 생각이 없는 자도 오게 할 만한‘자극제’가 필요했다.
‘홍보했으면 구매욕을 당길 미끼를 던져줘야지. 그거면 되겠지.’
이미 초기에 계획을 세울 때, 생각해둔 게 있었다. 그걸 실행에 옮기려 했다.
‘내가 잡는 거 보고, 유저들이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 가 아니라 다른 유저한테는 절대 양보 못 한다. 반드시 내가 보물 고블린을 잡아야겠다는 마음을 품게 해줘야지.’
스마트폰을 들어 올려 게시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어제 방문한 10만 명, 그 두 배인 20만 명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게시글을…….
* * *
주은이 업로드한 ‘보물 고블린 잡는 우투브 동영상’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 아니, 보물 고블린은 못 잡는 존재 아니었나?
- 와! 지렸다. 저걸 잡네?
- 그것도 진짜 쉽게 잡았음.
- 내가 전문가라서 아는데 겉보기엔 쉬워 보여도 저건 보통이 아님.
- 손동작 봤음?
- 못 봄. 너무 빨라서.
- ??? : 잡힐 때까지 잡힌 줄 몰랐다.
- 그건 당연한 소리 아님?
주은은 조회수를 보고선 입이 귀에 걸렸다.
[조회수 : 125만 회 • 1시간 전]
어제는 조회수 125만 회를 찍는 데 8시간이 걸렸다.
반면 오늘은 같은 조회수까지 1시간.
같은 조회수를 7시간이나 앞당겼다.
그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얘기!
확실히‘보물 고블린 두 마리 등장’보다, 보물 고블린 한 마리 잡은 게 더 이슈가 되었다.
왜냐하면, ‘보물 고블린 두 마리 등장’은 유저들이나 반길 소식이었다. 그마저도 상위권의 유저들.
반면, 일반인들에겐 딴 세상 이야기였다.
보물 고블린이 두 마리가 되면 뭐 하나, 잡기는커녕 참여할 수조차 없는데.
물론, 이번에도 딴 세상 이야기인 건 맞다.
하지만, 잡았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웠다.
아무렴, 잡으면 각종 보물을 얻을 수 있다는 보물 고블린 아니던가.
그런 몬스터를 20년 만에 세계최초로 그것도 한국에서 잡았다는데 화제가 되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일전에 느꼈던 소외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막말로 보물 고블린을 잡은 유저 빼고, 모두가 다 공평하게 소외되었으니까.
또한, 각종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와 뉴스 기사는 이와 관련한 내용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 마침내 잡힌 보물 고블린! >
< 보물 고블린을 잡은 유저는 과연 누구인가? >
보물 고블린이 잡혔기에, 자연스레 보물 고블린을 잡은 유저에 대한 관심도가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어느 기사를 봐도 그 정체를 밝힌 건 없었다.
대부분이 어그로에 지나지 않았다.
댓글창도 마찬가지.
한창 그것에 관해 떠들어대기만 바빴다.
- 보물 고블린 잡은 유저 누군데?
- 얼굴하고 몸 다 가리고 있음. 은행 강도처럼 스타킹도 뒤집어쓰고 심지어 선글라스까지 낌.
- 철통방어구먼.
- 누군지 절대 안 가르쳐줄 건가 봄.
- 근데 추정은 가능함.
- 어떻게?
- 저기 있는 유저들 착용 장비 보셈. 9,000레벨도 심심찮게 보임. 저런 사람들도 못 잡은 보물 고블린을 잡아버림. 아주 쉽게.
- 그러면?
- 최상위 랭커라고 보기에 충분함.
- ㅎㄷㄷ;;;
- 혹시 청용아님?
- 아닌데? 저 시간대에 청용 우투브 방송 중이었음…….
- 처, 청용이 아니라고?
- 그래.
- 그럼 백령?
- 백령도 아닌 거 같은데?
- 체형이 남자구먼.
.
.
.
드르륵, 드르르- 르르르륵,
주은이 댓글창 스크롤을 팍팍 내리면서 흡족해했다.
“야, 너 찾는다. 알아?”
강기찬은 시큰둥했다.
“당연히 찾겠지.”
“나한테 연락도 오고 난리도 아니야.”
“지금은 안 오는데?”
“공개된 폰은 꺼놨지. 어차피 켜봤자 금방 배터리 방전 돼.”
“세컨 폰이구나.”
“나처럼 잘 나가는 사람은 폰이 기본 세 개는 필수라고.”
“잘 났네.”
주은이 피씩 쪼갰다.
“그런 줄 알았지.”
“……?”
“진짜 내가 잘난 줄 알았어.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
주은은 강기찬을 응시했다.
대마법사의 증표를 판매할 때부터 알아보았지만, 역시 평범한 판매자가 아니었다.
‘보물 고블린을 잡아 가두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걸 이용해 돈을 벌 생각도 다 하고, 또 보물 고블린을 잡아버리기까지 하다니…….’
과연 다음은 무엇을 할까?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물어보기로 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뭐?”
“혹시 다음에는 무엇을 팔 건지 물어봐도 될까?”
“무슨 소리야? 무엇을 팔 거냐니?”
“너 거상 아니야?”
“뭔 거상까지야…….”
“안 가르쳐줄 거야?”
“만렙…….”
“만렙? 만렙 뭐?”
“여기까지.”
“와… 궁금해서 미치겠네.”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으으으……!”
주은은 입맛을 다시며 도로 스마트폰을 내려다보았다.
엄지로 스크롤을 쫙쫙 내렸다.
< 보물 고블린을 잡기 위해 20년간 수련해온 유저 - 단독 인터뷰! >
< 1년 전‘보물 고블린, 평생 그 누구도 절대 잡을 수 없어’ 장담한 한대혁 교수의 심정 공개! >
< 베스트셀러 TOP 100,‘보물 고블린을 못 잡는 100가지 이유’ 저자 나상준씨의 SNS 비공개, 왜? >
네티즌들 반응도 뜨거웠다.
- 저 사람이 잡는데 내가 못 잡을까?
- ㅇㅇ 마즘 나도 잡겠네.
- 잡아보던가.
- 내일 당장 간다. 딱 기다려!
- 나는 오늘 갈거임.
- 근데 왜 한 마리는 남겨놨지?
- 그러게 잡으려면 다 잡지.
- 일부러 남겨놓은 거로 보임?
- 그럼?
- ㄴㄴ 못 잡은 거.
- 왜?
- 한 마리만 잡을 수 있게 되어있다던데?
- 아 그럼? 그거 무시하고 잡으면?
- 야, 상대가 주은임.
- 그럼 주은보다 약한 거?
- 그런 듯…….
- 주은보단 약하지만, 속도는 빠른가 보넹.
- 뭐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 나 출발함.
- 나도
- 2222
.
.
.
여기까지 댓글을 읽은 주은이 강기찬에게 말했다.
“네가 보물 고블린을 잡은 거, 우투브에 올린 효과가 있긴 하네.”
“방문자 수는? 좀 늘었어?”
“어디 보자… 지금까지 5만 4천여 명. 어제 시간대랑 비교해보면 70%까지는 복구가 되었네.”
“흐음…….”
강기찬의 얼굴이 굳었다.
‘역시… 예상대로네.’
반응이 뜨겁다 한들, 그건 어디까지나 인터넷상의 반응.
현실에서 그 반응만큼의 유저를 던전에 오게 만드는 건 어려웠다.
물론 떨어진 방문자 수를 끌어올려 회복세에 접어들게 하는 데엔 성공했다. 하나, 이 정도는 욕심이 없을 때 안심할 수준이었다.
목표액이 무려 100조 원이었다.
하루에 10조씩 벌어도 10일은 벌어야 하는 돈.
어제 10조 18억 원을 벌었지만, 오늘 그보다 못 미치면?
10일 이상이 걸릴 터.
아니,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었다.
이럴 줄 예상해서‘20만 명을 끌어들일 수 있을 만한 내용’의 게시글을 작성해두었다.
아직 올리지 않았을 뿐.
미리 올릴 것도 없었고, 올린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니라서.
‘이제 올려야겠네.’
그러나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당장 오늘 저녁 방문자 수 정산이 어떻게 뜰지 예상이 갔기에.
‘임시저장’을 해두어 지금 당장 올릴 수 있었다.
[제목 : 보물 고블린 잡은 유저입니다...]
제목을 적어놓고선 재차 검토했다.
‘더 좋은 제목도 많겠지만, 이 정도면 되겠지?’
이 시기에 가장 완벽한 어그로일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 같이 누구든지 열어보고 싶은 마성의 제목일 테니까.
결심하고선 손가락을 꾹 눌렀다.
[게시글 등록 완료]
그런 그를 보며 주은이 물었다.
“왜? 방문자 수가 마음에 안 들어? 그렇다고 동영상 하나 보고 폭발적인 방문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면…….”
“생방송 준비해.”
강기찬의 짧은 요구에 주은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 갑자기 무슨…….”
“오늘 무조건 20만 명을 끌어들인다.”
“뭐? 그게 가능해? 이미 보물 고블린을 잡아봤잖아. 지켜 보자. 그러면 내일은 오늘보다 더 오를 수 있을 거 같은데.”
“아니, 이거까지 해야지, 할 만큼 한 거야. 이것도 안 하면 의미가 없어.”
“이게 뭔데?”
강기찬이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자신이 방금 등록한 게시글.
그 내용을 주은에게 보여준 것이다.
“!”
주은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미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