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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테스트서버-112화 (112/151)

112화

* * *

테스트서버에서 로그아웃하자마자, 강기찬은 출두를 썼다.

슉- -- 보물 고블린 앞으로 이동했고.

보물 고블린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몸을 빼려 했다.

그때,

확!

강기찬이 보물 고블린의 손목을 잡아버렸다.

‘이게 되네.’

얼떨떨했다.

몇 초 전엔 실패했었으니까.

심지어 그때보다 더 어려워졌다. 이번엔 보물 고블린이 대비했었으니까. 그랬음에도 잡히고 만 것은, 딱 하나의 변화 때문이었다.

민첩이 52,050가 된 것. 그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돈의 위력이었다.

‘하긴, 무려 1조 원을 투자한 건데 이 정도 체감은 나야지, 돈 들인 티가 나는 거지.’

분명 좀 전과 같은 동작을 취했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월등히 높아진 민첩 스탯 덕분에 결과가 달라졌다. 제삼자가 볼 땐 손이 안 보일 지경.

다만, 그 손으로 무엇을 잡았다, 라는 그 결과만큼은 다들 놓치지 않고 보았다.

던전 내부의 유저들도.

주은의 우투브를 통해 시청자들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리고 몇 초 늦게 반응이 터져 나왔다.

“어! 어어어어!”

- 어?

- ??????????????????????

처음엔 황당.

이어지는 당황, 놀라움, 경악까지…….

각양각색의 감정이 묻어나오는 중이었다.

특히 잡힌 보물 고블린이 주목할 만했다.

- …….

붙잡힌 자세 그대로 얼어붙었다.

스스로 정지한 것이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자신이 붙잡혔다는 사실이.

인간의 손에 붙들린 손목을 내려다보면서도… 현실을 직시하는 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놀란 건‘잡히지 않은’ 보물 고블린이었다.

전쟁터에서 죽어 나가는 전우를 보는 기분일까?

자신도 저리될지 모른다는 데에서 오는 공포를 느꼈다. 때마침 강기찬이 자신을 보고 있기도 했고.

하지만, 강기찬은 굳이 그쪽에 더 눈길을 주진 않았다.

보상에 신경 쓰기 바빠서.

띠링!

[보물 고블린을 최초로 잡았습니다.]

[최초 업적입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레벨이 500 올랐습니다!]

[100억 코인을 얻었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 10,000을 얻었습니다.]

[현재 암살자 레벨 : 6,910 …▶ 7,410(+500)]

[현재 네크로맨서 레벨 : 9,044 …▶ 9,544(+500)]

[현재 코인 : 510,458,700 …▶ 10,510,458,700 (+10,000,000,000)]

[현재 프리 스탯 포인트 : 13,500 …▶ 23,500(+10,000)]

예상대로 최초 업적이었다.

그로 인한 레벨업이 가장 기뻤다.

9,544레벨.

만렙이 다가왔다는 게 실감 났다.

‘좀 허무하네…….’

레벨 1부터 999까지 10년 걸렸다.

레벨 999부터 9,544까지 올리는 데엔 일주일?

짧다.

심하게 짧다.

더군다나 레벨 1부터 레벨 999까지 고생이 더 컸다.

비교하니 더 허무해졌다.

하나, 불쾌하지 않았다.

되레,

‘이렇게 기분 좋은 허무함을 또 겪을 수 있을까?’

입술이 씰룩이는 걸 주체를 못 하겠다.

‘그동안 고생한 데에 대한 보상인 거야…….’

또한, 테스트서버가 얼마나 언밸런스한 지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새삼스럽게도 말이다.

물론, 다른 유저가 999레벨에서 테스트서버를 이용했다면 일주일에 1,500레벨 절대 못 찍을 거다.

그의 비정상적인 행보가 있었기에 단기간에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 근데 진짜 코앞이네. 만렙까지 456레벨 남은 거니까, 최초 업적 하나만 더 달성하면 되는 거 아니야?’

어느 순간부터 사냥으로 레벨업 하는 게 아니라 업적 달성으로 레벨업을 하는 게 주가 되어버렸다.

업적 달성이 더 많은 레벨업을 해주었기에.

상념을 뒤로하고 나머지 보상을 살펴보았다.

‘레벨이 500밖에 안 오른 대신, 코인은 역대 가장 많은 액수인 100억 코인이네. 또 프리 스탯 포인트가 10,000… 미쳤다.’

마지막으로,

[절대 잡을 수 없는 보물 고블린을 잡았습니다.]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합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줄 보상, ‘공간이동’이 주어집니다.]

시스템 메시지창을 보니 머리가 띵해졌다.

‘뭐야, 잡지 못할 걸 만든 거였어?’

개발자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만렙 고블린 왕’을 처치했을 땐‘현재 단계에서 잡을 수 없는’이었다.

이번엔‘절대 잡을 수 없는’…….

말 그대로 불가능인 거다.

지금이 아니라 나중이 되어도…….

애당초 보물 고블린은 잡을 수 있는 게 아닌 것.

‘어느 정도 직감은 했었지만…….’

물론, 전혀 몰랐던 사실을 이제 막 깨우친 건 아니었다. 그도 보물 고블린을 지켜보고 또 잡으려 시도를 해보면서 체감했다. 그렇다 한들 이렇게 공식적으로 확인을 받으니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잡았으니 되었지.’

더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보상이나 확인했다.

《 공간이동 》

[분류] 스킬

[등급] 이벤트

[설명] 절대 잡을 수 없는 보물 고블린을 잡은 데에 대한 보상.

[효과] 원하는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조건] 가본 곳만 가능.

[제약] 없음.

[쿨타임] 24시간

업적의 급이 높아서일까?

확실히 보상은 매력적이었다. 유저가 아니라 일반인도 탐낼 만큼.

다음으로 조건이 눈에 들어왔다.

‘가본 곳만 가능한 공간이동이라…….’

못 가본 곳도 공간 이동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가본 곳만 공간 이동된다는 게 이 스킬의 가치를 떨어뜨리진 않았다.

‘이것도 감지덕지하지.’

강기찬이 미소지으며 보물 보따리를 빼앗았다.

* * *

‘잡히지 않은’ 보물 고블린은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다.

동족이 붙잡혔다. 이대로 있으면 자신도 잡힐 터.

공간이동을 쓰고픈 충동이 덮쳐왔다.

하지만, 이내 단념했다. 그래봤자 달라질 건 없으니까.

경험해보지 않았나. 반복된‘공간이동 도망 실패’를.

가봤자 다시 끌려오기밖에 더하겠는가. 차라리 지금 잡히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불명예스러운 것. 보물 빼앗기는 것.

이 두 가지를 잃지만, ‘그놈’에게 나중에 잡혀서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판단을 내리려던 그때였다.

타닷, 타다닷.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되레 돌아서는 게 아닌가?

끝까지 경계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저러다가 휙 돌아서서 급발진할 수도 있기에.

하나, 몇 초가 지나도 수상한 낌새는 없었다. 정확하게 출구 방향으로 가는 중이었다.

- 고… 오?

희한한 일이었다.

왜 자신을 잡으러 오지 않는 걸까? 자신까지 잡으면 두 배로 이득인 거야 자명한데. 동족을 손쉽게 잡은 걸 보면 자신을 잡는 건 일도 아닐 텐데.

저 인간이 자신을 잡지 않는 것은 호재였으나, 원인을 알 수가 없으니 답답했다.

* * *

‘이쯤하고 물러서야지.’

강기찬은 일부러 보물 고블린을 한 마리만 잡았다.

실로 전략적인 계산이었다.

한 마리만 잡으면 방문객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지만, 두 마리 잡으면 장사 접겠다는 거니까.

출구로 향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공간이동 쓰는 건 무리겠지?’

공간이동을 얻은 김에 바로 써보고 싶었다.

단 아껴두면 좋았다.

쿨타임이 24시간이다. 함부로 썼다가 정작 필요할 때에 못 쓸 수도 있다.

결심이 섰다.

‘귀환으로 빠지자.’

그때였다.

“저 저 자식을 잡아!”

“보따리를 뺏어야 해!”

너무 노골적인 대사를 치며 뛰어오는 이들이 보였다.

자신을 잡아서 보따리를 뺏겠다 이거다.

‘바보들인가?’

강기찬은 저들이 무섭기는커녕 아둔해 보였다.

‘나를 어떻게 잡겠다는 거지?’

잠깐만 따져봐도 알 수 있다.

자신은 보물 고블린을 잡았다.

즉, 보물 고블린보다 빠르다는 얘기 아닌가.

‘그런 보물 고블린조차 못 잡는 주제에? 나를 잡겠다니…….’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속도나 전투력이나 뭐 하나 빠지는 데가 없다.

저들은 둘 다 빠지고.

‘나름 레벨이 높아 보이는데 이래 사리 분별을 못 해서야 오래 살겠나?’

아무래도 참교육을 시켜줘야 하지 싶었다.

‘마침 잘됐네.’

그러고 보니 저들은 좋은 교보재였다.

단기간에 레벨이 너무 많이 올라서 익숙해지려면 감을 익힐 기간이 필수였다.

이참에 급성장한 걸 체감해볼 겸, 겸사겸사 연습해볼 것도 있었다.

‘프리 스탯 포인트를 자유자재로 올리고 내리는 연습을 해야지.’

프리 스탯 포인트만 무려 23,500이다.

이것만 해도 어느 유저보다 압도적인 수치인데, 다른 스탯으로 옮길 수 있기까지 하니…….

‘전투 중에 능수능란하게 스탯을 옮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힘이 필요한 상황에 힘을, 민첩이 필요한 상황에 민첩을 쓸 수 있다면 극상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을 터.

‘해보자.’

실전에서 쓰려면 지금부터 연습을 시작해야 했다.

뿅.

좌측 상단에 프리 스탯 포인트 창을 띄웠다.

왼손으로 프리 스탯 포인트를 조정했다.

오히려 이럴 땐 뇌내 조작보다는 수동 조작이 오류가 없는 편이었다.

[프리 스탯 포인트 23,500을 힘에 분배했습니다.]

[힘] 5 …▶ 23,505

[여의주 효과가 발동 중입니다.]

[모든 스탯이 100% 상승합니다]

[힘] 23,505 …▶ 47,010

슉.

힘팡이를 꺼내서 힘껏 던졌다.

힘팡이가 부메랑처럼 돌며 허공을 가로지르고선-

퍽!

선두에 선 유저의 복부에 처박혔다.

뒤따라오던 유저들이 움찔했다.

전방의 시체가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걸 보면서.

“마, 망치 한 방에 즉사라니?”

“뭐 저렇게 강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다 사회에서 강자들이었다.

특히 강기찬을 노리고 뛰어가던 이들은 레벨이 8천은 넘었다. 방금 죽은 유저도 마찬가지.

그런 유저를 한 방에 즉사시켰다?

그것도 저 먼 거리에서 무언가를 던져서?

힘만 강한 게 아니라 명중률도 상당했다.

상대의 수준을 높게 칠 수밖에.

이쯤 되니…….

“…….”

서로 눈치 보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소득 없고 시간만 축내고 있는 기분인데 죽기까지 한다면 엄청난 손해일 테니.

하나, 몇몇 이들은 돌진을 재개했다.

자신은 저 유저와 다를 거라는 확신으로.

강기찬은 감사했다.

‘겁먹고 안 오면 어쩌나 했는데.’

주변 이목을 살피는 것도 그렇고, 꼴에 자존심은 있는지, 어깨도 쫙 폈다. 결정적으로 물러서지 않았다.

강기찬은 저들이 오는 걸 기다리며 방금 공격을 회상했다.

유저가 복부에 힘팡이를 맞아 죽지 않았나.

이게 의미하는 바는 컸다.

적을 상대할 때면 항상 급소만 노렸었다. 레벨 격차로 다른 부위는 데미지를 줄 수가 없어서.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급소만 노리지 않아도 되었다. 방금 복부를 타격해 쓰러뜨린 것처럼,

‘드디어 나도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게 되었네.’

어디를 타격해도 데미지를 줄 수 있게 되었다.

공격 범위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니 해방감이 찾아왔다.

어깨를 짓누르던 족쇄를 하나 치운 느낌이랄까.

‘이 맛에 레벨 올리는 거지.’

레벨이 확 뛰어오른 게 실감이 났다.

더 실감이 나려면 직접 맞붙는 게 좋았다.

적들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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