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111화 (111/151)

111화

강기찬은 호언장담했다. 어제 대비 반토막 난 방문객 수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노라고.

주은은 못 미덥다기보다는 궁금했다.

그래서 잠자코 지켜보았는데… 강기찬이 어딘가로 갔다.

“어디가?”

“줄 서야지.”

주은이 알바생에게 일을 맡기고선 강기찬의 옆으로 뛰어갔다.

“뭐 하려고 줄을 서?”

“나도 참가할 거야.”

“어딜? 이, 이벤트에?”

[강기찬] 어.

강기찬이 주은에게 귓속말했다. 남이 들으면 곤란 하니까.

[강기찬] 나는 던전 입장할 때 돈 받지 마. 받는 척은 하되…….

“무슨 소리…….”

주은도 강기찬을 따라 귓속말로 바꾸었다.

[주은] 무슨 소리야? 참가해서 뭐 하려고?

강기찬이 맨 뒷줄에 서며 주은에게 귓속말했다.

[강기찬] 잡아야지.

[주은] 뭐를……? 어어! 너 설마?

[강기찬] 어, 보물 고블린 잡기 이벤트 참가하려고.

[주은] … 돼? 보물 고블린을 잡는 게?

당연히 정석대로 잡는 건 불가능할 터. 어떤 꼼수를 쓰려나 했는데…….

‘아……!’

떠올랐다. 강기찬이 어떻게 보물 고블린을 잡을지.

‘보물 고블린을 저 던전 안에 가둬놓은 것도 강기찬이었지?! 잡혀주는 척해달라고 부탁하면 들어주지 않을까? 아니, 아니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말이 안 되었다.

[주은] 안 잡혀준다고 하지 않았어?

[강기찬] 그랬었지. 그건 지금도 그래.

강기찬이 말했었다. 보물 고블린을 저 던전 안에 가두는 것까지는 했지만, 잡혀달라는 제안은 거절했다고.

[주은] 그런데 어떻게 잡아?

[강기찬] 다른 방법을 쓸 거야.

[주은] 그래 그렇게 잡았다고 쳐, 잡아서 뭘 어쩌게?

강기찬이 보물 고블린을 잡으려는 것.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기 위해서 아닌가.

‘보물 고블린을 잡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강기찬이 답해주었다.

[강기찬] 부정적인 여론이 생긴 이유가 뭐겠어?

[주은] 첫날 방문자 중에 그 누구도 보물 고블린을 못 잡았으니까…….

[강기찬] 그래, 그거지.

[주은] ?

[강기찬] 내가 보물 고블린을 잡으면 어떻게 되겠어?

[주은] !

주은은 그제야 이해했다.

보물 고블린 잡기 이벤트가 대박 날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거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열기가 식을 수 있다는 것 또한.

그 열기가 식을 때쯤, 누군가 보물 고블린을 잡는다면?

[주은] 다시 보물 고블린을 잡겠다는 마음이 생기겠는데?

[강기찬] 맞아, 그거야.

어제, 10만여 명이나 참가한 까닭.

그것은 자신들은 보물 고블린을 잡을 거라는‘기대 심리’ 때문이었다.

오늘, 방문객 수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

보물 고블린을 잡은 유저가 한 명도 없다는‘실망감’ 때문이고.

이 와중에 누군가 보물 고블린을 잡는다면 반등의 여지가 생길 것이다.

몇 주간 없던 복권 당첨자가 생기면? 복권 판매율이 급증하고 당첨자가 들린 가게가 붐비듯이, 보물 고블린을 잡았다고 하면 없던 희망도 다시 생길 수 있다. 저 사람도 잡았다는데 내가 못 잡을까, 하는 심리가…….

[주은] 너 설마… 이것도 염두에 둔 거야?

강기찬은 이럴 줄 알고 대비를 했던 걸까?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표정을 보아하니…….

“어, 누구든지 예측할 수 있잖아.”

역시.

강기찬이 이어 말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은 더 큰 법이니까.”

강기찬은 확신했다.

첫날 방문자 중, 아무도 보물 고블린을 못 잡을 거라고.

그러니 보물 고블린을 못 잡은 이들이 앞장서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 거고, 또 그걸 언론이 퍼트릴 거라는 것도…….

그 여파로 오늘 방문객이 급격히 감소할 거라는 것도.

이 모든 걸 능히 짐작했기에 그 뒤의 상황도 내다 보고 대비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주은] 이제와서 무슨 수로 잡을 수 있게 된 거야?

단순히 상황을 예측하는 것과 그 상황을 이용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강기찬은 그 상황을 손수 뒤집으려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물 고블린을 잡아야만 되는 거라서 더더욱 의구심이 들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불가능했던 거 아닌가.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된다고 하니…….

이게 과연 우연일까?

하필 방문객 수가 급격히 줄어든 이 시기와 맞물리게?

[강기찬] 운이 좋았지.

강기찬도 이 부분은 그렇게 생각했다.

보물 고블린을 잡을 수 있다는‘자신감’이 생긴 것.

그건 순전히‘출두’ 덕분이었으니까.

[주은] 어쨌든 보물 고블린을 잡기만 한다면… 그거야말로 희망이 생기는 거네.

[강기찬] 그렇지, 부정적인 여론이 뒤집힐 테니까.

* * *

장장 다섯 시간은 기다리고 나서야 강기찬의 차례가 되었다. 이번엔 주은도 함께 입장하기로 했다.

- 네가 도와줬으면 해.

- 내가? 어떻게?

- 우투브 방송 찍어줘.

단순히 보물 고블린을 잡기만 해선 안 되었다.

그 사실을 만천하에 알려야 했다.

홍보가 필수인 것.

그러려면 주은이 나서주어야 했다.

기왕이면 그 장면을 찍어서 퍼트리는 게 도움이 될 테니.

강기찬이 왜 우투브 방송 찍어달라고 했는지.

주은은 그 이유를 단박에 눈치챘다.

- 그래, 우투브 방송 찍어줄게.

강기찬과 함께 던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입장료 받는 건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긴 채로.

[리자드맨의 무덤 던전(지구 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레벨] 6,910

[직업] 암살자

“와…….”

던전 안은 장관이었다.

드넓은 던전에 무수히 많은 유저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얼핏 보기만 해도 보물 고블린의 위치를 알 것 같았다.

다들 보물 고블린 쪽으로 몰려들어서 티가 났다.

몇몇 하늘을 날 줄 아는 유저들 덕에 더더욱.

하나, 강기찬은 그들을 향해 뛰어가지 않았다.

제자리에서 대기했다. 방송을 찍어야 하니까.

옆에서 주은이 방송을 켰다.

“자-! 안녕하세요! 주은입니다! 오늘 방송 켰습니다.”

- 뭔데? 인기 시들어졌다고 방송 켜는 거 보소.

- 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그러냐 주은도 먹고 살아야재. 길드 박살 났다잖아.

- 나 기사 안 봐서 모름. 왜 박살남?

- 부길마가 반란 일으켰음.

- 그쉨 ㅁㅊ;; 이미지 좋았느데.

- 이미지만 좋았던 거고요!

- 하여간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건 내부의 적이라니깡.

- 근데 주은 인성도 터졌는지 밑에 애들 전부다 동조했다더라.

- 전부다 라고?

- 신기하네?

- 주은 인성이 그 정도인가?

주은은 굳이 대응하지 않았다.

맹인검객에게 찍혀서 부하들이 등을 돌렸다고.

다 지나간 일이니까.

단, 말로 대응하지 않은 것일 뿐.

“바이요!”

다 추방해버렸다.

- 하, 이제 좀 깨끗한 채팅창 됐네.

“자, 제가 오늘 방송을 켠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소개할 분이 있어서예요.”

- 남자친구인가요?

“아닙니다. 그것보다 더 놀랄 일을 하실 분이에요.”

- 뭔데요?

- 얼렁얼렁얼렁얼렁~~

“이분이 보물 고블린을 잡을 거랍니다.”

주은이 강기찬을 소개했다.

하나, 시청자들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강기찬이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것도 영향이 있지만.

무엇보다 콘텐츠가 하나도 기대되지 않았던 탓이 컸다.

- 보물 고블린을 잡을 거라니?

- 에이, 어그로...

- 이제 하다 하다 이런 거로?

- 콘텐츠 떨어지셨나봄.

- 근데 금방 들통날 건데 ㅋㅋ

- 저 사람도 관심종자인 듯.

- 그런 것치곤 얼굴 가리고 있잖아.

- 얼굴 가린 관심종자?

- 있음,. 왜 없겠음?

- 짜피... 보물 고블린을 잡을 거 아님. 바로 밝혀지겠지.

- 공개 안 하면 관심종자 아닌겨?

- 아님.

주은이 쪼갰다.

“지켜보면 알 일이죠. 이분이 보물 고블린을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강기찬이 고개를 끄덕이고선, 보물 고블린을 향해 뛰어갔다.

주은은 헬리캠을 띄워 강기찬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정확히는 강기찬의 뒤가 아니라 보물 고블린의 앞이었다.

강기찬이 보물 고블린의 앞에 떡하니 나타나 버렸기에.

출두를 통해 순식간에 바짝 따라붙은 것이다.

- !

- 실화냐?

놀란 건 시청자들뿐만이 아니었다.

현장에 있던 보물 고블린을 뒤쫓던 유저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기들은 가까이 다가가기도 버거웠지 않았나.

그런데 좀 전까진 보이지도 않던 웬 복면의 사내가 보물 고블린과 근접했으니.

새로운 경쟁자로 인해 위기감을 느꼈다.

때아닌 위기감을 느낀 건 보물 고블린도 마찬가지.

- 고… 고오오!

이전처럼 여유를 부리지 못했다.

‘보통 놈’이 아닌 것을 일찍이 눈치채고선 서둘러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땅을 거세게 박차고선 내달렸다.

마음을 먹으니 금세 간격이 벌어졌다.

보물 고블린은 실없이 웃었다.

그럼, 그렇지…….

아까는 단지 우연의 일치였다고.

강기찬은 멀어져가는 보물 고블린을 보며 감탄을 했다.

‘역시 보물 고블린이네…….’

출두가 해결책은 아니었다.

출두를 썼을 때, 대상과의 거리는 1미터 남짓.

그런데도 잡지 못했다.

손을 채 뻗기도 전에 회피해버리니.

초근접이 되어도 그다음이 문제인 것.

보물 고블린보다 민첩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첫 번째 시도가 무산된 건 큰 실책이었다.

앞으로 보물 고블린은 더 신경이 곤두설 테니.

깜짝 기습의 난도가 올라가 버린 거다.

‘출두만으로는 잡는 건 불가능하다 이건가…….’

접근 자체는 굉장히 쉬워졌다.

하나, 그것만으로는 2% 부족했다.

‘좋아.’

강기찬은 즉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로그인했습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재 위치 : 낙원의 땅굴]

[남은 시간] 01시 42분 18초.

[레벨] 6,910

[직업] 암살자

강기찬은 테스트서버로 들어갔다.

자연히 남은 시간을 보았다.

‘1시간 42분이나 남았네.’

VIP 캐시 상점에서 100억 원을 들여‘테스트서버 이용시간’을 한 시간 추가하지 않았나.

그 덕에 고작 한 시간 추가한 건데도 든든해졌다.

‘여기서 한 시간만 더 추가하면 이젠 웬만하면 남은 시간을 안 봐도 되겠는데?’

늘 거의 10분에 한 번씩 남은 시간을 확인하던 버릇이 있었다. 그 버릇과는 작별인사를 해도 될 것이다.

‘조금 더 지켜보고.’

100억 원밖에(?) 안 들기에 흔쾌히 구매할 수도 있으나 또 보류하기로 했다. 돈이 좀 있다고 충동 구매를 할 수는 없었으니까. 필요할 때 사도 늦지 않을 것이다.

직후, VIP 캐시 상점에 들어갔다.

그리고,

[1,000,000,000,000캐시를 지급했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를 구매했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를 구매했다.

‘1조 원’을 들여서.

1억 원에 구매 가능한 프리 스탯 포인트는 1이다.

즉,

[방금 구매한 프리 스탯 포인트] 10,000

프리 스탯 포인트 1만이 추가되었다.

기존의 3,500과 합쳐…….

13,500.

[프리 스탯 포인트 13,500을 민첩에 분배했습니다.]

[민첩] 12,525 …▶ 26,025

[여의주 효과가 발동 중입니다.]

[모든 스탯이 100% 상승합니다]

[민첩] 26,025 …▶ 52,050

‘이젠 어떨까?’

보물 고블린의 민첩함을 뛰어넘지 않았을까?

바로 확인해보면 될 일이었다.

‘로그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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