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주은의 표정이 심각했다.
문제가 있다니?
“무슨 문제?”
강기찬의 물음에 주은은 대답 대신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어떤 기사의 댓글 목록이 보였다.
- 나 오늘 보물 고블린 잡기 이벤트 갔다 왔는데 허탕만 치고 옴.
- 나도 ㅋㅋ
- 보물 고블린 못 잡겠더라.
- ㄹㅇ 너무 빨라서 쫓아갈 수가 없뜸.
- 공간이동 안 되는 게 문제가 아니었음.
- 걍 그 몬스터 자체가 너무 빨랐던 거임.
- 평소엔 공간이동까지 되니…….
- 이때까지 20년간 안 잡힌 게 이해가 감.
- 그래서 더더욱 이번엔 잡힐 줄 알았음.
- ㅇㅈ
- 한정된 공간에다가 공간이동 제약도 있고 두 마리이기까지 하니까.
- 1억 날려서 한강에서 소주랑 새우 까는 중.
-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 느그들 다 허접들이라 그런 거 아님?
- ㄴㄴ 오늘 하루 방문객이 추산 10만 명 넘는다던데 한 명도 못 잡음 누가 문제라고 봄?
- 나 8,250레벨임. 직업은 자객. 그런 내가 못 잡았음. 무슨 말이 더 필요함?
- 나도 9,160레벨, 암살자. 가까스로 다가가는 데 성공해도 삐끗하면 간격 엄청나게 멀어짐. 다시 다가가려면 쿨타임 걸리는데 그러는 사이 퇴장 시간…….
- 한 시간 만에 어떻게 잡음.
- 근데 한 시간 만에 못 잡으면 나중에도 못 잡지.
- 하긴, 체력 수치 떨어져서 이속 느려지니깡.
- 내일 도전 또 할꺼?
- ㄴㄴ 좀 지켜봐야지.
- 하면 개호구!
.
.
.
강기찬이 대충 다 훑어보고선 스마트폰 화면에서 시선을 뗐다. 동시에 주은이 말을 걸어왔다.
“… 보다시피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야.”
“뭐 그럴 만하지.”
강기찬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보물 고블린 못 잡을 것 같은데, 이벤트에 참가한 유저는 없을 테니까.”
“… 그렇지.”
“다들 자신은 해낼 줄 알았는데 실패한 거니, 그 탓을 자신이 아닌 보물 고블린으로 돌리는 게 덜 자존심 상하겠지. 마침 실패 경험을 공유한 10만여 명의 동료도 있고, 여러모로 이벤트를 까기 좋은 환경이지.”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주은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문제는 그냥 부정적인 게 아니라 선동까지 하고 있다는 거야.”
그러면서 댓글 모음을 보여주었다.
- 내일 이벤트 하지마셈.
- 하면 1억 잃음.
- 차라리 그 돈으로 똥을 닦아라.
- 호구 모집!!
- 이거 순전히 주은 배만 불려주는 꼴임.
- 애초에 이거 사기 아닌가?
- 보물 고블린이 가짜 아님?
- 그런가?
.
.
.
강기찬이 주은을 보며 말했다.
“미안하다. 내가 먹을 욕 네가 다 먹네.”
주은이 쿨한척 했다.
“이렇게 될 거 몰랐던 것도 아니고. 실패하는 인간들 돌아서서 욕하는 거야 당연하지. 겉보기엔 내가 돈 다 번 것처럼 보일 거 아니야.”
강기찬이 인터넷뱅킹이 접속했다.
몇 번 터치하더니…….
“봐봐.”
주은에게 스마트폰을 보라고 했다.
주은의 얼굴이 스마트폰을 보고선 화색이 되었다.
“어, 돈 들어왔다.”
강기찬이 입금해준 것이다.
한데, 주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이거 잘못 보낸 거 아니야?”
“아니, 제대로 보낸 건데?”
“……?”
“더 넣어준 건데?”
주은이 받기로 한 액수보다 더 많은 돈을 넣어주었다.
“더 넣어준 거라고? 왜?”
강기찬이 담담히 읊조렸다.
“스트레스 풀라고.”
“이야… 진짜 스트레스 살살 녹아…….”
“다행이네.”
역시 스트레스엔 금융치료가 답이었다.
* * *
강기찬은 집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이 순간만을 고대하지 않았나.
비로소 목표였던 1조 원을 채웠다.
‘510억 원이 없어서… 10조 원을 벌었지만, 뭐…….’
계획을 아득히 초월해버리는 수익이었지만, 쓰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VIP 캐시 상점에선…….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로그인했습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재 위치 : 낙원의 땅굴]
[남은 시간] 00시 59분 59초.
[레벨] 6,910
[직업] 암살자
테스트서버에서 할 일은 간단명료했다.
VIP 캐시 상점 방문.
[캐시 상점에 방문했습니다.]
[VIP 캐시 상점으로 입장하시겠습니까?]
[VIP 유저가 아닙니다.]
[자격을 충족시키십시오.]
[VIP 유저가 되려면?]
[현금 1조 원을 내야 합니다.]
[현금 1조 원을 내셨습니다.]
[축하합니다!]
[VIP 유저가 되셨습니다.]
[VIP 캐시 상점으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과거, 1,000레벨 돌파로 열린 테스트서버 캐시 상점.
그곳 ‘메인 배너’에 실려있던 VIP 캐시 상점 링크.
그걸 드디어‘의미 있게’ 누를 수 있게 되었다.
바로 눌러보았다.
[VIP 캐시 상점에 입장하셨습니다.]
“…….”
시작부터 장난이 아니었다.
[테스트서버 이용시간 한 시간 추가(1회)] 100,000,000캐시
[테스트서버 이용시간 한 시간 추가(영구)] 10,000,000,000캐시
‘와… 테스트서버 이용시간을 늘리는 걸 파는구나.’
딱 한 시간만 늘리려면 1억 원.
평생 한 시간 늘리려면 100억 원이다.
일단 보류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과거와 비교하면 현재는 테스트서버 이용시간이 절실한 건 아니었으므로.
‘아니지, 사자.’
한 시간 정도는 추가시켜놓아서 나쁠 거 없지 싶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10,000,000,000캐시를 지급했습니다.]
[테스트서버 이용시간 한 시간 추가(영구)를 구매했습니다.]
스크롤을 쫙 내려보았다.
그럴수록 감탄, 또 감탄의 연속이었다
‘단위가 기본으로 억이네.’
하나부터 열까지, 판매 액수가 남달랐다. 1억 원 밑으로 파는 건 없지 싶었다.
그러나 불만은 없었다.
파는 것들이 범상치 않아서.
돈값은 한 달까.
돈이 없으면 빚을 내서라도 사야 할 만큼 탐스러웠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네.’
언제까지고 구경만 할 수는 없었다.
‘질러야지.’
보유 자산만 10조가 넘게 있다.
내일, 그리고 앞으로 벌어들일 돈은 그 이상일 테고.
돈을 아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거부터…….’
좀 전에 눈독 들였던 것부터 차근차근 구매하기 시작했다.
[즉시 귀환]
가격 : 10,000,000,000캐시
설명 : 사용 즉시 귀환할 수 있습니다.
- 귀환까지 10초? NO!!!!!
- 이제는 기다리지 말고 귀환하세요!
‘진짜 좋네.’
현장에서 서둘러 벗어나야 할 상황.
귀환까지 10초 기다리는 건 늘 애가 탔었다.
그러다가 피습당해 귀환도 끊기고 죽기 일쑤.
그 고민을 한 방에 타파할 수 있을 터.
모르면 몰랐지, 알고 나니 안 살 수가 없었다.
‘100억 원이면 가격도 저, 저저저렴하네…….’
생존 확률도 생존 확률이지만, 집 가는 시간도 없어지는 거다.
시간을 돈 주고 사는 셈.
시간을 돈 주고 사는데 100억 원?
흔쾌히 지급할 용의가 있… 을 줄 알았는데, 몇 초는 고민했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10,000,000,000캐시를 지급했습니다.]
[즉시 귀환을 구매했습니다.]
‘역시 사놓는 게 좋지…….’
딱 100억 원 있었으면 망설였을 거다.
그게 아니니까 무조건 사는 거다.
다음 찜한 목록 역시 귀환과 연관이 있었다.
[귀환 캔슬]
가격 : 100,000,000,000캐시
설명 : 상대방의 귀환을 취소시킬 수 있습니다.
- 상대방의 귀환이 10초? 너무 짧게 느껴집니까?
- 이제는 직접 가지 말고 원거리에서 귀환을 끊으세요!
사용조건 : 100미터 내에서만 발동 가능.
추가 옵션 : 100미터 추가(10,000,000,000캐시)
‘상대방의 귀환을 취소시킬 수 있다니…, 선 넘네.’
정말 선 넘는 스킬이었다.
당하는 쪽에서만 말이었다.
전개하는 쪽에서는…
‘와, 미쳤네…….’
…흥분될 뿐이다.
귀환으로 도망가려는데 귀환이 취소되었을 때 상대방이 지을 표정?
‘보고 싶네.’
남이 도망가는 걸 간발의 차로 놓친 경험이 허다했다.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칠 때만큼 아쉬운 일도 없었다. 그럴 확률을 대폭 줄여주는 고마운 스킬이었다.
“구매!”
1천억 원에 [귀환 캔슬] 가능 거리를 100미터 더 넓혀서 총 1,100억 원을 결제했다.
‘이제 200미터 거리에 있는 유저들 귀환은 확실하게 잘라버릴 수 있네.’
귀환 캔슬 가능 거리를 더 넓히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다른 걸 못 살 수 있어서 일단 100미터만 더 넓힌 거다.
‘나중에 쓰다가 더 필요하다 싶으면 더 사면 되니까.’
역시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라는 걸 실감하였다.
그 외에도 탐나는 것들은 빠짐없이 구매해버렸다.
[최종 귀환지점 복귀]
- 마지막으로 귀환을 썼던 지점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부활 지점 변경]
- 사망 시 시체의 위치를 옮겨 그곳에서 부활할 수 있습니다.
[사망횟수 초기화]
- 사망횟수를 초기화하여 최초 사망(1분 후, 부활)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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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기타 등등… 살 걸 다 쓸어 담았다.
사실 여기까지는 시시했다.
진짜배기는 이다음부터였기에.
[프리 스탯 포인트]
가격 : 100,000,000캐시
설명 : 자유로이 스탯을 올리고 내릴 수 있습니다.
‘미쳤네… 프리 스탯 포인트도 돈을 주고 팔아?’
불가능한 업적을 세워야만 주는 것들도 팔았다.
하지만 일단 사길 보류했다.
더 둘러보고 사려고.
그중에서도 눈길이 가는 건…….
[계정 통합]
‘이건 못 참지.’
그래도 참아야 했다.
[계정 통합]
가격 : 100,000,000,000,000캐시
설명 : 계정을 통합할 수 있습니다.
추가 옵션 : 계정 추가(10,000,000,000캐시)
계정 통합하려면 100조 원이 들었기에.
* * *
다음 날.
아침부터 실감 났다.
첫 한 시간 동안의 방문객 수를 헤아려본 결과.
방문객이 반 토막이 되었다.
어제 오후 인터넷을 휩쓸었던 부정적인 여론이 효과를 본 모양이었다.
물론 이제 시작이고, 또 저녁에 마감하고 결과적으로 반 토막이 되어도 예상 수익이 5조는 넘을 테지만 말이다.
하나, 인간의 마음이란 게 간사해서 어제 10조 벌었기에 상대적으로 적게 번 것이 속상하기 마련이었다.
“에휴.”
“네가 왜 한숨이야.”
강기찬보다 주은이 더 속상해하는 게 포인트였다.
“나도 돈은 받잖아. 1%지만…….”
“그렇긴 하네.”
이건 주은으로서도 꽤 짭짤한 용돈 벌이였다.
‘콩고물 받아먹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어디 보통 크기의 콩고물이어야지 하찮게 보지.’
강기찬이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부정적인 여론을 식혀줄 필요가 있겠어.”
이에, 주은의 동공이 커졌다.
“뭐?”
“분위기 반전을 해보려고. 이대로면 오늘을 차치하고도 내일부터가 문제잖아. 못해도 일주일은 내다볼 장사인데 말이야.”
“어떻게?”
“잘 지켜봐, 내가 어떻게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