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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테스트서버-109화 (109/151)

109화

만렙돌파 고블린은 눈이 핑핑 돌아가다가 누워버렸다. 눈을 감고 안정을 취하는 것. 그러는 사이에도 강기찬은 계속해서 블링크를 써댔다.

[블링크]

슉!

[블링크]

슉!

[블링크]

슉!

강기찬은 흡족했다.

쿨타임 제로가 된 블링크.

‘사기잖아……!’

기존의 블링크의 취약점은 둘이었다.

1. 쿨타임(한 시간)

2. 막대한 마력 소모량.

쿨타임이 한 시간이다.

순간이동 쓰면 한 시간 기다려야 또 쓸 수 있다.

물론, 장비로 쿨타임이 감소하나 한계는 명확했다.

최대 쿨타임 감소 –40%.

쿨타임 36분이다.

그 이하로 줄일 수는 없다.

그런데 쿨타임이 제거되었다?!

웃음이 안 나올 수가…….

남은 취약점은‘마력 소모’

이건 애당초 문제가 아니었다.

마력은 이미 철철 흘러넘쳤기에.

‘NPC하인스’세트를 착용 중이라.

마력양만 따지면‘공식 세계 랭킹 1위’ 대마법사 앤드류보다 높을 것이다.

그리고,

‘이거 뭐, 마법사의 결점마저 상쇄하겠네.’

쿨타임 제로가 된 블링크.

그것은 블링크의 결점만 제거해준 게 아니었다.

‘마법사 공통의 결점’도 해결해주었다.

블링크는 마법사의 유일한 도주기다.

근거리 딜러의 접근 시, 피할 수 있는.

이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건, 생존력을 대폭 상승시켜줄 것이다.

‘스킬 쿨타임 제로를 블링크가 아닌 다른 스킬에 접목해도 장난 아니겠지.’

공격형 스킬, 방어형 스킬…….

어느 게 쿨타임 제로가 되어도 사기일 것이다.

그 기쁨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보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기에.

‘만렙 고블린 왕’ 처치 퀘스트 보상이 남아 있었다.

그게 결정타였다.

“허…….”

보상을 보자마자 입이 쩍 벌어졌다.

그리고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았다.

[슈퍼계정 이용권(한 시간)을 얻었습니다.]

“슈퍼계정… 실화냐?”

슈퍼계정.

모든 유저가 꿈꾸는 계정이었다.

유저들은 슈퍼계정을 이렇게도 불렀다.

운영자 계정.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탐나는 것들이 가득 담겨 있었으니까.

1. 레벨 9,999.

2. 신화 & 레전드 등급 무기와 장비.

3. 희귀 스킬.

.

.

실은 슈퍼계정을 처음 받은 건 아니었다.

10년 전, 프로게이머 시절 받았었다.

대회를 앞두고 자유로이 연습하라고. 또 격려의 차원에서.

하지만, 그건 엄연히 대회 기간, 한정된 공간과 용도 안에서만 쓸 수 있었다. 여러모로 제약이 많았던 것.

반면 이건 보상이다.

언제 어디서든 원할 때 자유로이 쓸 수 있다.

무엇보다 다른 유저나 몬스터를 상대로 쓸 수 있다는 게 의미가 남달랐다.

영향력만 따져 보아도 예전과는 비교를 불허했다.

“… 오늘 밤은 꿀잠 예약이네.”

오늘은 테스트서버에 접속하지 않기로 했다.

요즘엔 꼭 한 시간을 채울 필요성도 못 느꼈고.

강기찬은 집으로 돌아가 잠에 빠져들었다.

* * *

불행하다고 불행한 일이 안 생기는 건 아니었다.

불행은 겹치기도 했다.

때로는 더 크게.

그리고 예고 없이… 너무도 갑작스레.

뚝, 뚝… 뚜-욱…….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차가운 물방울에 정신 차렸다.

처음 마주한 건 짙은 어둠.

한정된 환경과 오감으로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안대를 쓰고 있는 건가? 지금 움직일 수가 없고… 밧줄로 묶어둔 거고… 또…….’

더 생각하려던 찰나.

툭- 툭툭.

누군가 뺨을 건드렸다.

“일어났냐?”

“므-므으-”

텁텁한 입술을 떼며 말을 하려 했다.

그러기 전에 상대방이 선수 쳤다.

“너 깨어날 때까지 기다린다고 지쳤잖아?”

이 목소리… 들어보았다.

그놈 목소리가 틀림없었다.

대격변 이전 한국 랭킹 2위.

정태수.

“원하는 게 뭐냐……?”

“네 아이템, 다 넘겨. 그럼 목숨만은 살려준다.”

“미친놈.”

“싫어? 그럼, 내가 다 가져가면 되지.”

그 말이 끝이었다.

[강기찬님이 사망했습니다.]

[인벤토리에 보유한 아이템 중, 하나를 무작위로 떨어뜨립니다.]

[최초로 사망했습니다.]

[부활 대기 시간은 1분입니다.]

정태수는 강기찬을 죽이고선 떨어진 아이템을 주웠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강기찬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서서히 옅어지는 강기찬의 시체.

거기다 대고…….

[‘즉시 부활 쿠폰’을 사용합니다.]

[즉시 부활합니다.]

강기찬을‘부활’시켰다.

푹!

강기찬을 또 죽였다.

떨어지는 아이템, 그것을 줍고 부활시키고 죽이고… 아이템 줍고 죽이고…

반복, 반복, 반복, 그리고 또 반복…….

.

.

“여기 있는 게 다가 아니네?”

정태수가 이마에 손을 얹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인벤토리를 다 털었는데 말이야…….”

그런데도 원하는 걸 얻지 못했다.

“수룡왕의 반지, 악령의 단검, 뇌신의 허리띠…….”

레전드 등급 아이템을 줄줄이 읊었다.

“대격변 터진 지 몇 분 되었다고, 잘도 숨겨놨네? 아니면 창고에 보관해둔 건가? 어쨌든… 넘겨라.”

“염병…떨고 있네.”

강기찬의 욕지거리에 정태수가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렇게 고집스러운지 모르겠네. 어차피 넌 다리 병신이잖아. 못 걷는데 뭘 어떡할 거지? 마법사라면 이해라도 해볼 만하지만, 암살자잖아?”

“…….”

“… 그 무기와 장비, 쓰지도 못할 건데, 그렇게 썩힐 거야? 새로운 주인을 찾아줘야지? 기왕이면 한민족인 나한테 말이야.”

.

.

“오냐- 누가 이기나 해보자.”

.

.

정태수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푸슉.

강기찬의 가슴 깊숙이 칼을 찔러넣으며 나타났다.

강기찬의 입에서 피가 울컥 터져 나왔다.

* * *

“하!”

강기찬은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온몸에 땀이 범벅이었다.

3초… 4초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아, 시팔, 꿈…….’

꿈이었다.

과거로 돌아갈 때가 머지않아서 그럴까.

근 일주일간은 꾸지 않았던 악몽을 또다시 꾸고야 말았다.

‘익숙해질 만도 됐건만, 여전히 기분 더럽네…….’

무의식적으로 휠체어를 찾다가 손이 허공에 멈췄다.

“하…아… 습관은 언제 고쳐지려나…….”

20년 이상, 들인 습관이다.

며칠 안 되었는데 고쳐지면 되레 그게 희한한 일일 터.

강기찬은 침대 밑으로 다리를 내리고선 일어나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 문을 열어 생수를 꺼내 벌컥 마셨다. 단숨에 한 통을 다 비우고선 쓰레기통에 던졌다.

타-앙.

“후…….”

과거 정태수의 만행을 되새겼다.

정말 예기치 못했던 습격이었다.

그날 느닷없이 대격변이 시작되었다.

그러고 채 10분도 안 되어서 정태수가 집으로 들이닥쳤다.

같이 프로게이머 생활해서 서로 집을 왕래하던 사이였다.

정태수가 말하길, 제 집에 오던 길에 게임이 현실이 되었다는 문구를 읽었단다.

그러자마자 자신을 떠올렸단다.

하긴, 그만큼 맛 좋은 먹잇감이 또 어디 있을까.

게임이었다면 감히 넘볼 수 없었지만, 현실에선 그 어떤 최하위권 유저보다 더 쉽게 건드릴 수 있었을 테니까.

못 걷기에 제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을 줄 알았던 거다.

그러니 강기찬의 아이템을 빼앗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였을 터. 모두가 그 생각을 할 때, 생각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긴 이가 바로 정태수였었다.

그날의 사건, 여러모로 1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할 만큼 치욕스러웠다.

강기찬이 그토록 회귀를 해야 할 이유?

정태수에 대한 복수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은 죽고 없지만…….

‘그때 사망 페널티 레벨 1 하락이 없어서 다행이었지.’

도로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았다.

‘보물 고블린을 잡아라’ 이벤트 반응이 뜨거웠다.

예상대로긴 해도 막상 과정을 보니 매우 흡족했다.

주은 우투브 동영상으로 시작된 홍보는 각종 SNS, 커뮤니티 사이트, 기자들을 타고 메인포털 뉴스, 실시간 인기 검색어, TV, 라디오 방송을 장악했다.

한나절밖에 걸리지 않고 알려질 대로 다 알려진 셈.

그만큼 파격적인 이벤트였다.

일반인으로 치면 복권 당첨률을 인위적으로 올려주는 격이니까. 한평생 복권을 한 번도 안 사본 사람도 혹시나 하고 사지 않겠나.

이번 이벤트는 그것과 비견 될 만했다.

일각에서는 레전드스토리 게임사에 연락을 넣기도 했단다. 이게 공식 이벤트인지 확인하려고.

그렇게 착각할 만큼 일개 개인이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세계를 걷는다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자유분방한 보물 고블린이 던전 안에서만 돌아다니는 데다가 공간이동도 안 쓰고 두 마리이기까지 한다니.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지사. 관심만 가지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가능성이 높아진, 그리고 다시 없을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국내로 진입하려고까지 했을 정도이니…….

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티켓은 매진 행렬.

이동 스킬 & 아이템으로 입국하는 방법을 묻는 문의 & 허가요청 전화도 북새통을 이뤄 기관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공간이동을 쓸 수 있다고 와봤자 발각되면 강제추방되니.

그럼에도 밀입국을 시도하는 자들도 더러 있을 터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당장 내일 이벤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보통 이벤트란 며칠, 혹은 몇 달 전에 공지한 뒤, 진행하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 준비랄 것도 없으니까. 당장 방문객을 받아도 되었다.

어차피 보물 고블린이 잡힐 때까지는 이어질 행렬이다. 설령 훗날 열기는 식어도 발길은 끊기지 않고 꾸준할 테니까.

강기찬은 흐뭇하게 스마트폰을 내려다 놓으면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 * *

그날 아침.

던전 입구에서 주은이 직접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매출의 1%를 주겠다고 하자 흔쾌히 나선 것.

입장료는 한 시간에 1억.

그 소식이 전해지자 반응이 거셌다.

네티즌들이, 주최 측이 날강도가 따로 없다며, 망할 거라고 저주했었다. 그 우려와는 달리 이벤트 현장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줄이 너무 길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아무렴, 보물 고블린을 잡으면 1억은 푼돈으로 취급할 만큼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으니.

돈 좀 있는 랭커들이 1억 아까워서 안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한국 랭킹 4위 주은이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무단침입을 시도하거나 괜한 시비를 거는 불편러 등의 똥파리가 꼬일 염려도 없었고.

이벤트는 원활하게 진행되어갔다.

이벤트 열 시간 째.

무수히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

그런데도 보물 고블린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첫날은 마감되었다.

사실 아직 대기인원이 많았으나 더 받을 수가 없었다.

- 고! 고오오오오!

두 보물 고블린들이 아우성을 쳤기에.

- 그만! 그만… 지친다!

강기찬도 그들이 지쳐서 붙잡히길 바라지 않았기에 휴식 시간을 주고자 했다.

“너희들이 고생이 많다. 자, 한우A++ 사 왔다. 먹자!”

- 아! 아—아아!

강기찬은 손수 고기를 구워서 두 보물 고블린들의 입에 떠먹여 주었다.

“어때?”

- 고-오오오! 한 맛이다!

“맛있다는 뜻이지?”

- 고-오오오 하다!

한편, 주은은 수익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으아아아! 미쳤다! 미쳤어!”

-호들갑을 떨며 일어섰다.

“왜?”

“대박이야……흐흐흑!”

눈물까지 흘렸다.

그도 그럴 게,

[총 수익 : 10,001,800,000,000원]

10조 18억 원을 벌었다.

100,018명이나 온 것이다.

강기찬이 웃었다.

‘이제 VIP 캐시 상점에 입장할 수 있겠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어? …큰일인데?”

문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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