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만렙 고블린의 왕국이라고 해서 왕만 만렙인 줄 알았다.
… 병사들도 만렙이었다.
만렙 고블린이 많아서‘만렙 고블린의 왕국’이다.
안 놀랐다면 거짓말이다.
그만큼 이례적인 현상이었으니까.
본래 종족 값이 낮을수록 만렙의 수는 적다.
예컨대 드래곤은 만렙이 많다.
반면 오우거는 만렙이 거의 없다.
하물며 그보다 아래인 고블린 만렙?
한 마리 있을까, 말까 할 거다.
그런데 당장 보이는 수십 마리가 다 만렙?
보이지 않는 친구들도 그렇지 않을까?
‘여기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네.’
일부만 보고도 신선했다.
더 알아보고팠다.
탐험 욕구가 샘솟았달까.
거기에 화력을 더해준다는 듯, 무언가 떴다.
띠링!
《 만렙 고블린 왕 처치 》
[등급] 히든(v)
[난이도] 공략불가? 측정불가?
[목표] 만렙 고블린 왕 처치
[제한 시간] 없음? 있다면 몇 시간? 팀원들 투표로 정할 예정.
[보상] 비공개할지 공개할지 미정. 한다면 공개 쪽이 파장이 클 거니까, 공개가 좋다고 팀장님께 보고드림 좋
* 승낙할 시,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퀘스트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내용이 왜 이래?’
누가 일기장에 쓰다가 만 것 같달까?
미완성의 느낌이 강했다.
그렇지만, 이 퀘스트 해보고 싶었다.
순수하게 호기심으로.
물론 시작할 수가 있다면 말이다.
시작도 못 할 것 같았지만…….
“승낙.”
일단 시도는 해보기로 했다.
띠링!
[승낙하셨습니다,]
[퀘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의외였다.
‘어?! 일단, 퀘스트가 시작은 되네?’
퀘스트가 시작은 되었다.
여기서부턴 진도를 못 뺄지도…….
아니, 진도를 빼도 안심할 수 없다.
하다가 언제 도중에 끊길지 몰랐기에.
당연히 제대로 된 퀘스트는 아닐 테니까.
그러나,
‘아무렴 어때.’
상관없었다.
‘즐기면 되지.’
진지하게 볼 것 없었다.
이건‘덤’일 뿐이다.
‘원래 여기 구경하는 것에 더해지는 덤이니까.’
슈우우욱!
강기찬은 뚫린 통로를 통해 빠르게 낙하했다.
《 환경설정 – 그래픽 》
[화질]
초저화질(V) / 저화질( ) / 보통( ) / 고화질( ) / 초고화질( )
[세부묘사]
아주 낮은(V) / 낮은( ) / 보통( ) / 높음( ) / 아주 높음( )
‘환경설정 – 그래픽’을 건드려 어둠을 밝혔다.
그러자 훨씬 더 자세히 보이는 만렙 고블린들!
동굴 안을 빽빽이 채우고 있었다.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땅에 발 딛으려면 몇 마리는 치워야겠네.’
물론 계속 공중에 떠있으면 그만이었다.
하나 그럴 수 없다.
저격당하기 딱 좋으니까.
약간 고도를 낮추었다.
그것만으로도 화살 난사 빈도가 떨어졌다.
알아서 자제하는 거다.
아군 머리통에 화살을 꽂을 순 없으니.
그 점이 강기찬에겐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공격할 수 있는 여유를…….
‘일단 길부터 열자.’
3미터 위에서 아래를 향해보고선,
후-우웅— 후-우웅!
힘팡이를 크게 휘둘렀다.
푸아악!
한 녀석의 머리통이 터져버렸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코인을 얻었습니다!]
경험치 양은 적었다.
만렙이라도 고블린이니까.
레벨업이 목적이 아니라 괜찮았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원콤 나네?’
만렙 고블린이 한 방이 떴다는 것.
물론, 급소라 2천이 넘는 레벨 격차를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딜이 박히냐, 안 박히냐의 차이일 뿐.
… 데미지랑은 별개다.
급소 맞춘다고 무조건 한방이 뜨진 않았다.
즉, 한방이 뜬 건 힘팡이가 강력해서.
대마법사의 몸으로는 고레벨이라도 물리력으론 고블린조차 한 방에 못 때려잡으니까.
‘이미 공격력 수치를 통해 짐작은 했지만, 직접 써보니까 확 체감되네. 이러면 전투 마법사도 되겠는데?’
레전드스토리에는 전투 마법사라는 게 없다.
최초로 전투 마법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흡족해하는 그와는 달리,
- 괴, 괴물이다!
- 저! 저 인간을 잡아라!
만렙 고블린들은 분노했다.
- 쏴라! 쏴!
슉- 슈슈슉!
잠깐 주춤했던 화살 세례가 재개되었다.
아군이 맞든 말든 적부터 맞추고 보자는 심리가 깔린 것.
‘그래, 실컷 팀킬 해라.’
강기찬은 빠르게 낙하했고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리로 화살이 오고 가는 중이었다.
조금이라도 늦게 낙하했다면 맞았을 거다.
물론 실드에 튕기거나 꽂히는 게 다일 테지만.
좀 전에 머리통을 터트린… 지금은 머리가 날아간 놈의 상체를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그 여파로 뒤에 있던 놈들도 몇몇은 깔렸다.
또 몇몇은 피하면서 더 넓게 공간이 생겼다.
이로써 발 디딜 틈이 생겼다.
이동이든 사냥이든 한결 수월해진 것.
발로 찬 것으로 인해 넘어진 것들에게 다가가서,
빠각!
사이좋게 가라고 머리통을 깨부숴주었다.
직후 뒤편에서 고성이 터졌다.
- 고-오오오!
- 칼을 들어라!
- 싸우자, 동족들아!
- 고-오오오블!
강기찬이 지상으로 내려오자,
만렙 고블린들이 다가왔다.
무기를 활에서 칼로 교체한 채로.
그것들이 사방에서 둘러싸려는 찰나,
강기찬이 점프하며,
후-어어엉!
힘팡이를 휘둘렀다.
조준점을 잡고 가한 일격이었기에.
보다높은 명중률로 머리통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퐈-아앙!
‘한 마리, 한 마리 상대하기가 좀 어렵긴 하네.’
대적하기 어렵진 않으나 번거로웠다.
키가 2미터는 넘어갔다.
그래서 공중부양을 해야 했다.
빠가가각!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코인을 얻었습니다!]
멀리 있는 적은 힘팡이를 던져서 꽂아버리고 달려가서 회수해서 뒤를 노리는 놈에게 아래에서 위로 후려치기!
빠-아악!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코인을 얻었습니다!]
‘타격’ 위주의 플레이는 처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넘어진 적의 위에 올라타 얼굴을 연신 내려찍었다.
콱! 콱! 콰아아악!
빠직-
‘이제 그만해도 되겠네.’
이쯤 타격감을 느꼈으면 되었다.
주위를 보았다.
만렙 고블린들이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여유가 생겼달까.
‘보상이나 볼까.’
또 보상을 받지 않았나.
만렙 고블린의 왕국(지구 서버)에 최초 방문했다며.
하필 그때 만렙 고블린과 조우해 미루었었다.
이젠 봐도 되었다.
‘보물 고블린의 보물창고에 최초로 방문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운이 좋네.’
방문 보상만큼 날로 먹는 게 또 없다고 여겼다.
단지 발도장 찍었다고 주는 거니까.
이게 다 힘팡이 덕분이었다.
아니었다면 지하에 이런 던전이 있는 줄 몰랐을 테니까.
[히든 스테이지, 만렙 고블린의 왕국(지구 서버)에 최초로 방문했습니다.]
[최초 업적입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레벨이 1,000 올랐습니다!]
[레벨이 1,000 올랐습니다!]
[10억 코인을 얻었습니다!]
[10억 코인을 얻었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 1,000을 얻었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 1,000을 얻었습니다.]
.
.
[현재 대마법사 레벨 : 7,099 …▶ 8,099(+1,000)]
[현재 네크로맨서 레벨 : 7,944 …▶ 8,944(+1,000)]
[현재 코인 : 1,500,495,200 …▶ 3,500,495,200(+2,000,000,000)]
[현재 프리 스탯 포인트 : 1,400 …▶ 3,400(+2,000) ]
“… 와…….”
저도 모르게 침이 고였다.
그만큼 막대한 보상이었다.
‘1,000레벨씩이나 오르다니…….’
1레벨에서 1,000레벨로 올라도 놀랄 거다.
대마법사는 7,099레벨에서 8,099레벨로…….
네크로맨서는 7,944레벨에서 8,944레벨로 오르니 안 놀랄 수가…….
사실 이것만 받아도 충분했다.
거기에 20억 코인, 2,000 프리 스탯 포인트까지!
‘미쳤다, 미쳤어!’
더 미친 점은 보상이 더 남았다는 것!
[방문할 수 없는‘히든 스테이지, 만렙 고블린의 왕국(지구 서버)’에 방문했습니다.]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합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줄 보상, ‘아이템 복사’가 주어집니다.]
“씨팔…….”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아이템 복사라니?’
맵핵을 얻었을 때처럼 충격이었다.
불법인 것 같으면서 합법인 스킬…….
‘이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데…….’
게임에서‘아이템 복사’는 악이다.
물론 강기찬이 선은 아니다.
그간 비윤리 행위를 저질렀으니.
살해위협에 대한 복수라는 명분이 있다 한들 말이다.
하지만, 아이템 복사는 다른 경우다.
맵핵이야 맵 위에 덧씌워져 선택의 자유가 없었지만, 아이템 복사는 선택의 자유가 있었다.
안 쓸려면 안 쓸 수 있다.
‘그렇다고 안 쓸 것도 없지.’
하지만, 쓰기로 했다.
게임사가 허용했고 보상으로 준 거니까.
‘쓰긴 쓰되…….’
다만, 자체 제약을 걸기로 했다.
- 아이템 복사로 만든 건 판매 금지.
안 그래도 사용 자체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터.
최소한 저것만이라도 지키기로 했다.
아이템 복사로 물가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기에.
하루에 하나라도 그게 쌓이면 무시 못 한다.
특히 고가의 아이템일 경우엔.
‘여기까지 하고… 아이템 복사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 아이템 복사 》
[분류] 스킬
[등급] 이벤트
[설명] 방문할 수 없는 ‘히든 스테이지, 만렙 고블린의 왕국(지구 서버)’에 방문한 데에 대한 보상.
[효과] 아이템을 복사할 수 있다.
[조건]
- 복사비용으로 코인이 소모(가치에 따라 랜덤)
[제약] 없음.
[쿨타임] 24시간
‘이 내용을 정리하자면 코인 내고 복사할 수 있다… 이거네.’
사실 얼마 내는지는 중요치 않다.
본래 코인을 내고도 못 하는데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지.
강기찬은 불현듯 땅을 내려다보았다.
불현듯, 어린 시절에 땅만 보고 다녔을 때가 떠올랐다.
운동장 철봉 밑에서 용돈 벌이했던 기억도.
버스 정류장에서 2만 원 주운 뒤로는 더 심했었다.
길을 걷는 게 아니라 뭐 떨어져 있나 찾기까지 했으니.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말았었다.
얼마나 찌질하던지.
그런데,
‘찌질하면 어때.’
또다시 땅을 보고 있었다.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가치를 얻었으니까.
땅 파서 장사? 할 수 있지 싶었다.
이번에도 혹시…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이 밑에도 또 뭐가 있지 않을까?
‘지하 한 번 파보자.’
그 전에, 프리 스탯 포인트 분배부터…….
[프리 스탯 포인트 3,400을 힘에 분배했습니다.]
[힘] 1,005 …▶ 4,405
[여의주 효과가 발동 중입니다.]
[모든 스탯이 100% 상승합니다]
[힘] 4,405 …▶ 8,810
그냥 프리 스탯 포인트만으로도 4,405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치다.
거기에 더해 청용과의 내기에서 이긴 대가로 받은 여의주 덕분에 8,810!
‘대마법사가 힘이 8,810이라니…….’
절로 근육질 마법사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렇다고 나한테 근육이 생긴 건 아니니.’
외관은 똑같았다.
게임 시스템의 영향이라 힘이 높아졌다고 달라지진 않았다.
오히려 그게 더 좋을 수도 있었다.
‘근육 생기면 옷 치수가 달라져서 새 옷 사야 하니까.’
1만 원 선에서 시장에서만 옷을 사는 그였다.
보물 고블린 이벤트로 떼돈을 벌어도 경제 관념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버는 족족 레전드스토리에 투자하니 막상 딴짓할 돈은 없지 싶어서.
어린 시절 현질 못 한 것에 대한 울분이라면 울분이겠다.
강기찬이 힘팡이를 힘껏 들었다.
그러자 만렙 고블린들이 뒷걸음쳤다.
‘너희들 공격하려는 거 아니야.’
만렙 고블린은 힘팡이 측정기에 지나지 않았다.
있는 힘껏 힘팡이를 땅에다가 내리쳤다.
쿠-아아아아앙!
‘많이는 안 바란다. 내가 보고 침 흘릴 정도만 나와다오!’
순식간에 땅이 꺼져버렸다.
그 밑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