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102화 (102/151)

102화

“촬영?”

“어.”

“누가 촬영해?”

“내가.”

강기찬이 주은을 부른 이유.

카메라가 필요해서다. 우투브 동영상 사이트 업로드용 고급 카메라가 없었으니.

순전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새 사업을 홍보해줄 모델이 필요했다.

본인이 나서도 되지만, 남 이목 받는 건 질색이라서. 이미 프로게이머 시절에 충분히 관심받아봤고, 최악이었다. 안티에 악플에 루머, 게이설에 사망설까지 떴었으니…….

이것 하나만을 보고 얼굴을 까기에는 꺼려졌다. 선택지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 선택지가 바로 주은이었다.

물론, 주은 외에도 모델이 될 만한 인물은 많다.

앤드류, 청용 등등… 인지도 면에서 주은에게 안 꿇린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주은이 제격이었다.

부담 없이 부탁하기 좋기도 하고…….

무엇보다 우투버라 구독자가 많다.

무려 6천만 명!

세계 TOP 10이었다.

배우 할 만한 얼굴에 모델의 몸매, 한국 랭킹 4위이기까지 하니… 더럽다는 성격조차 매력으로 포장되기까지 했다.

홍보 측면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작점 자체가 산 정상에서 시작하는 격이기에.

“뭘 촬영할 건데?”

“홍보 영상.”

“무슨 홍보 영상?”

“보물 고블린 잡기 이벤트 홍보 영상.”

“?”

“왜?”

“무슨 소리야?”

주은은 퍼뜩 이해하지 못했다.

강기찬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보물 고블린을 미끼로… 이 던전에 사람들을 불러모을 거야, 그리고 입장료를 받을 거야.”

“… 그러니까 네가 개인적으로 여는 이벤트라는 거지? 공식적인 게 아니라…….”

“어.”

“… 진심이야?”

“왜? 못 할 거 같아?”

“흐-음…….”

주은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다른 건 다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가 걸렸다.

“사람들을 돈 내러 오게 하려면, 보물 고블린이 계속 이 던전에 머물러야 하는 거 아냐?”

“어, 머물 거야.”

“…….”

주은은 말문이 막혔다.

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생긴 걸까?

보물 고블린이 지금이라도 떠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저 자신감의 원천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보물 고블린을 잡으려고 했을 때, 도망은 쳐도 끝끝내 공간이동을 안 썼지?”

“맞아.”

“너 알고 있었어?”

“내가 잡으려고 해도 공간이동으로 도망치진 않더라고.”

“그 한 번만일 수도 있지. 또 언제 공간이동으로 도망칠지는 모르지 않나?”

강기찬이 주은에게 손짓했다.

“네가 한 번 더 증명해주었잖아.”

주은이 잡으려 했음에도 보물 고블린이 도망 안 갔다.

이로써 두 번의 검증을 걸친 셈.

하나, 주은은 여전히 불신이 팽배했다.

“그렇다 해도 고작 두 번이야. 그게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어떻게 장담해? 괜히 일 크게 벌였다가 보물 고블린이 공간이동으로 도망가기라도 하면? 그 원성과 환불… 사태수습… 어떡하려고?”

“물어보면 되겠네.”

“뭘? 누구한테 물어봐?”

강기찬이 웃으며 보물 고블린들을 내려다보았다.

“너희들 공간이동으로 도망칠 거야?”

- 아니!

- 아니!

보물 고블린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이에, 주은이 입을 크게 벌렸다.

“뭐야! 너 얘네 조련했어?”

그녀가 바라본 판매자와 보물 고블린들.

명령을 내리는 주인과 따르는 부하의 모습이었다.

“어.”

“아니, 뭔…….”

주은은 황당했다.

보물 고블린들을 조련한 인간을 이라니?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지 않나?!

보물 고블린은 찾기만 어려운 게 아니었다.

잡는 건 더더욱 불가능에 가까웠다.

조련은 그보다 몇 단계는 더 높은 난도였다.

심지어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조련했다고?

‘한 마리면 우연이지만…….’

두 마리나 조련했다는 건, 우연의 일치는 아니란 의미.

‘저놈이 보물 고블린을 조련하는 법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보는 수밖에.’

아니면…….

보물 고블린이 아니라 그냥 고블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저거 가짜 아니지?”

“가짜? 당연히 아니지. 네가 증명했잖아.”

“내가?”

“못 잡았잖아.”

“아.”

맞는 말이다.

일반 고블린이었다면 잡았을 거다.

그런데 못 잡았다. 이동 스킬까지 쓰고도.

그럼에도 일반 고블린이라고 주장하는 건 억지다.

일반 고블린 따위를 못 잡는 바보 등신이라는 걸 광고하는 것밖에 더 되겠나.

‘그래, 일반 고블린이었다면 내가 못 잡았을 리가 있나? 내가 못 잡았으니까 보물 고블린인 거네…….’

자신이 이상한 게 아니라 저 고블린이 특별한 거여야 했다. 그래야 못 잡은 게 정상참작 되는 거니.

“그런데도 가짜 같아? 가짜 할까? 그러면 너는 가짜도 못 잡는 바보 등…….”

“아, 아아아닛! 저건 진짜야! 진짜 보물 고블린이 틀림없어. 맞지?”

“물론…….”

강기찬이 운을 뗐다.

“네가 못 잡았다고 저것들이 반드시 보물 고블린이라는 보장은 없지. 보물 고블린이라는 증거를 보여줄게.”

“증거?”

“그래, 동업자가 될 건데 숨길 것도 없지. 이제 신뢰를 가져 봐.”

강기찬이 보물 고블린(지구 서버)에게 명령했다.

“야, 보따리에서 보물 하나만 꺼내 봐라. 그래, 기왕이면 그게 좋겠다. 뇌신의 벼락, 있지?”

“어!”

주은이 깜짝 놀랐다.

“뇌신의 벼락이라고?”

“그래, 이거면 쟤네들이 보물 고블린이라는 증명이 되려나?”

뇌신의 벼락 도난사건.

유명한 사건이었다.

청용의 무기였으니까.

청용이 자고 있을 때, 털렸었단다.

그 뇌신의 벼락이 있단 건 보물 고블린이라는 증거가 되기 충분했다.

척!

보물 고블린이 보따리에서 뇌신의 벼락을 꺼내 보았다.

그러나,

“모조품이야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지 않나?”

주은은 끝까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강기찬이 웃었다.

“보물 고블린, 뇌신의 벼락을 꾹 잡고 가만히 있어.”

보물 고블린이 뇌신의 벼락을 잡고 10초 후.

띠링!

뇌신의 벼락 위로 아이템 설명창이 떴다.

아이템 설명창은 빛나는 홀로그램에 반투명했다.

이를 본 강기찬이 주은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이거는 조작할 수 없는 거 알지?”

“아, 진짜구나…….”

주은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너 도대체 보물 고블린은 어떻게 부리는 거야?”

“영업비밀.”

“… 별 기대도 안 했어. 근데 이렇게 이벤트를 열어서 돈 벌 필요 있나? 저 보따리에 든 보물만 다 팔아도 평생 사치스럽게 살 수 있을 텐데? 이벤트고 나발이고 저것들 네가 다 가지지 그래?”

“아, 내가 얘네들 완전하게 통제하는 건 또 아니라서.”

“해 봐.”

강기찬이 보물 고블린에게 명령했다.

“뇌신의 벼락 넘겨.”

- 안 된다!

“봐봐.”

- 아… 그러면 잡혀달라고 해도?

“어, 봐봐.”

강기찬이 보물 고블린에게 또 명령했다.

“나한테 잡혀줄래?”

- 절대 잡혀줄 수 없다.

“… 잡혀주는 건 안 되는구나.”

주은의 말에 강기찬이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지막 자존심이랄까? 그래서 거기까진 안 건드리기로 했어.”

“잘했네.”

“어, 이래서 이벤트로 돈 벌려고 하는 거야. 그건 허락해주었거든.”

주은이 진지하게 물었다.

“어떡할 건데?”

“아까 말했듯 내가 네가 가져온 카메라로 촬영을 해줄 테니까, 네가 홍보를 도와줬으면 좋겠어.”

“어떻게?”

“네 우투브 채널에 올려주라.”

“뭐?”

주은이 약간 망설였다.

그러자 강기찬이 그 부분을 빠르게 짚었다.

“하기 싫으면 말던가. 꼭 네가 안 해도 상관없어. 이게 모델빨인 사업도 아니고, 누구한테 맡겨도 알아서 홍보 효과가 날 수밖에 없는 거라서… 다른 우투버 찾아보든가 해야지…….”

주은이 잽싸게 손사래를 쳤다.

“자, 잠깐만! 안 한다고 안 했잖아?!”

“할 거야?”

“어, 어어!”

“그래, 너도 나쁠 거 없어. 이걸 밑천 삼아서 주작 길드 재건해야지.”

“그렇긴 하지.”

강기찬은 제 욕심만 채우는 게 아니었다.

주은도 나쁘지 않았다.

강기찬이 말했다.

“네가 홍보모델 서고 우투브 조회수도 먹어, 이벤트 당일에는 생방송 독점 중계권 줄 테니까, 후원도 먹고.”

“정말? 수수료 안 떼어줘도 되나?”

“그래. 어차피 입장료는 내가 다 먹을 거라서.”

“뭐… 그래. 네 콘텐츠니까.”

주은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 진한 돈 향기가 난다!’

강기찬이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시작하자.”

“어, 어어!”

카메라에 빨간 불빛이 들어왔다.

그러자마자 주은의 표정이 돌변했다.

그 어느 때보다 밝고 쾌활한 이미지가 된 것.

“자! 주하!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깜짝 놀랄 만한 이벤트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이름하여 보물 고블린을 잡아라, 이벤트!”

.

.

이후로도 온갖 미사여구를 들이대며 이게 얼마나 대박 이벤트인지를 최대한 어필했다.

‘으응’님이 「9,000,000원」후원!

[주작?]

“으응님! 900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사랑해욧!… 주작 아니냐고요? 주작 아닙니다. 저 싸울 때 말고 주작질 안 하는 거 아시잖아요!”

주은이 자신의 뒤를 공개했다.

“짜~잔! 저기 보물 고블린 두 마리, 대령이요!”

- 와 ㅋㅋ 진짜네?

- 보물 고블린이 어떻게 두 마리일 수가 있음?

“놀라지 마세요! 사실 보물 고블린은 쌍둥이였답니다!”

- 두 마리 어떻게 다 모았음?

“저도 우연히 발견했답니다.”

- 근데 저기 입장하는 걸 돈 받고…….

“주작 길드 관할 던전이니까요.”

강기찬이 주은을 설득시켰듯, 주은이 시청자들을 설득시켜나갔다. 객관적 증거와 말솜씨로.

- 쟤네 공간이동으로 도망치는 거 아님? 거기에서만 돌아다니면 모를까…….

“제가 공간이동을 막는 법을 알아서… 한 번 직접 보여드릴게요. 쫓아도 공간이동 쓰는지 안 쓰는지…….”

정해진 각본을 두고 촬영하듯. 물 흐르듯 유려한 멘트를 날렸다.

방송이 끝나고 편집자에게 보낸 뒤, 공지사항을 올렸다.

오늘 내용의 요약본이었다. 기자들한테 퍼 나르기 좋게 한…….

[보물 고블린을 잡아라, 이벤트 개최 알림]

[한 번도 잡힌 적 없는 보물 고블린, 이젠 당신도 잡을 수 있습니다!]

[던전 안에서만 돌아다니는 보물 고블린!]

[공간이동 금지 확정!]

[그것도 무려 두 마리!]

[이때 잡지 못하면 앞으로 잡을 기회는 평생 없을 겁니다! ]

[당신도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 * *

주은은 방송을 끝내고 귀가했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서.

“하… 내 인생 제일 피곤한 방송이었어…….”

인생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피를 토하며 열변의 방송이었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잤다.

* * *

잠시 잠에서 깨 시계를 보니 오후 9시 45분.

스마트폰을 켜고 후원금부터 확인했다.

방송하면서 보긴 했지만, 총 얼마를 벌었는지는 몰랐으니까.

[후원금 : 823억 2,142만 원.]

벌떡!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조회수 : 125만 회 • 8시간 전]

“와 진짜 대박이다…….”

아직 본격적인 이벤트는 시작도 안 했다.

이건 따지고 보면 예고편.

주은의 여태껏 업로드했던‘방송.’

그보다 수익이 많아질 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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